만났다 황금알 시인선 256
허형만 지음 / 황금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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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삽한 언어보다는 평이한 언어를 좋아한다.
그러나, 시가 평이한 언어라는 형식에 지나치게 심상한 내용을 담을 때

“안식년 때 잠시 노모와 누이가 있는
지리산 속에서 지내며 산시를 쓴 적은 있지만
나는 숲해설가도 아니고
초목의 종류나 쓰임이나 생태도 모르지만
내가 이렇게 숲을 좋아할 줄 몰랐다.“ 91

당황스럽다. 이것이 시인가? 행갈이만 한 일상어. 그것도 시겠지.
그러나, 단 한 구석의 감탄과 감동과 놀람과 설렘, 격정과 슬픔 등의 온갖 정서가 없다면
굳이 시를 왜 읽겠는가. 재미있는 쇼츠나 보지.
놀랍게도 이 시집엔 눈길이 머무는 구석이 단 한 곳도 없다.

의아한 몇 구절이 있을 뿐이다.

”평소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꿈에도 그리던 바다의 품을 향해
혼신을 다해 내달린 흙더미가
아름다운 해안도로 위로 질주할 때의
활시위 같은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도로와 함께
온몸을 던져 바다로 향할 때
그 절벽의 높이만큼 치솟았을 짜릿한 전율
/도로와 바다의 경계를 짓는
높은 절벽의 교만함도 허물어버린
치열한 흙의 정신이 내 시의 정신을 닮았다.“ 13

어디에 있다는 것일까? 팽팽하고 짜릿하고 치열한 정신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담백하다 못해 아예 맹물 한 사발 내놓고 치열한 요리혼이 담긴 요리라고 우기는 꼴이다.

이런 시집이 스무 번째라고 한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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