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삽한 언어보다는 평이한 언어를 좋아한다.그러나, 시가 평이한 언어라는 형식에 지나치게 심상한 내용을 담을 때“안식년 때 잠시 노모와 누이가 있는 지리산 속에서 지내며 산시를 쓴 적은 있지만 나는 숲해설가도 아니고 초목의 종류나 쓰임이나 생태도 모르지만 내가 이렇게 숲을 좋아할 줄 몰랐다.“ 91당황스럽다. 이것이 시인가? 행갈이만 한 일상어. 그것도 시겠지.그러나, 단 한 구석의 감탄과 감동과 놀람과 설렘, 격정과 슬픔 등의 온갖 정서가 없다면굳이 시를 왜 읽겠는가. 재미있는 쇼츠나 보지.놀랍게도 이 시집엔 눈길이 머무는 구석이 단 한 곳도 없다.의아한 몇 구절이 있을 뿐이다.”평소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꿈에도 그리던 바다의 품을 향해 혼신을 다해 내달린 흙더미가 아름다운 해안도로 위로 질주할 때의 활시위 같은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도로와 함께 온몸을 던져 바다로 향할 때 그 절벽의 높이만큼 치솟았을 짜릿한 전율/도로와 바다의 경계를 짓는 높은 절벽의 교만함도 허물어버린 치열한 흙의 정신이 내 시의 정신을 닮았다.“ 13어디에 있다는 것일까? 팽팽하고 짜릿하고 치열한 정신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담백하다 못해 아예 맹물 한 사발 내놓고 치열한 요리혼이 담긴 요리라고 우기는 꼴이다. 이런 시집이 스무 번째라고 한다. 세상은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