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에게 시를 묻다 청동거울 문화점검 49
안희진 지음 / 청동거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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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북경대에서 소식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얼마나 소식을 연모하는지 소식의 고향인 사천에 정착해 살 계획이었다고 한다.
“공부하고 일을 하며 그냥 거기서 살다가 죽을 생각이었다.” 6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고쳐 쓴 책이며,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동파육만 먹기엔 거대한 이, 소동파에게 시를 묻다니.

시를 짓고자 하는 뜻이
“봄을 맞아 저절로 터지는 꽃봉오리처럼 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찬찬히 읽어야겠다.

맑고 고요한 영혼의 눈을 회복했을 때, 비로소 참된 자아와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여기는 소식은, 또한 숙련된 기예만이 이를 자유자재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시와 예술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이 세계는 오히려 담담하고 질박한 표현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소식은 가슴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시가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가 지적하는 자연스러움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하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맑고 순수하게 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노래하고자 하는 대상의 내적 본질을 파악해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자아를 순수하게 하는 일은 곧 대상의 본질을 포착하는 첩경이 된다. 이렇게 해서 참된 자아(시인의 정신)와 참된 대상(사물의 정신)이 만나게 될 때 시인은 비로소 노래하고자 하는 시의를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은 감동으로 그려낼 수 있다.
여기까지의 단계를 시의(道)의 숙성과정이라고 한다면, 그 숙성된 시의가 언어로 표현되기 위한 창작의 과정이 필요하다. 소식은 여기서 법도에 바탕을 둔 언어의 기예(技)를 강조한다. 자연스러운 시의는 또한 자연스러운 언어로 노래돼야 하는 것이다. 시의의 자연스러움이란 치열한 사유를 통해 회복된 맑 은 영혼을 말함이요, 언어의 자연스러움이란 현란한 기교가 극치에 달에 오히려 담백하고 평범한 경지로 되돌아온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어우러진 시를 소식은 이상적인 작품이라고 여겼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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