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 갈 거예요 아침달 시집 14
김소형 지음 / 아침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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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니 혁명이니 사랑이니 이런 거 말고”93
상상 속에 있다.
퍼즐 같고 환상 동화 같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무도 내 거위를 본 적이 없으니까
아무도 내 슬픔을 본 적이 없겠지” 66

“그래, 나는 푸른 머리칼 그 애를 기다려. 그 애는 숨어 있는 걸 좋아했지. 아홉 개의 구멍으로 빛 뿜는 분수 뒤에, 흰 부리 다듬는 겨울 뒤에, 그는 숨어 있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놀라게 했어. 어떤 날에는 토끼 굴에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았지. 비밀처럼 입을 쫑긋한 채 몸 둥글게 말고 어서 나오라고 연기를 피웠어. 한참 뒤에야 나온 것은 불붙은 토끼 한 마리” 44

시인도 알고 있는 듯하다.
“왜 너는 이따위 이야기만 한 거야“ 79
”미안, 또 망쳤군
난 생각이 너무 많아“ 75-76
“이건 이상하지 않아?
요즘 시는
다 이러더라 누가 읽겠어?” 15
자기 시의 난해함을.

“여전히 시위를 하고 여전히 곤봉을 들고 사람들은 이 보기 좋은 세상에서 서둘러 사람의 흉내를 낸단다
/네가 아끼던 물푸레나무를 이웃이 도끼로 찍을 때 사람의 흉내를 견딜 수 없더라” 11
시인은 현실의 사람들이 ‘사람의 흉내’를 낸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는 환상’26 이 걸어다니고 얘기하고 밥 먹는 것이다.

그래서 금세 상상의 나래를 펴서 현실과 상상이 함께 버무려지나 보다.
그 상상이 아주 멀리 가지 않고 여기 있는, 아래 시가 좋았다.

7월 4일*


우리는 걸었지. 꿈속에서 잠들고 종소리 들었어. 푸른 보리밭, 곰 세 마리가 춤출 때 아빠는 꿈에서 우리를 만난 거라고 해.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7월 4일은 단원고 수정이의 생일이다. 수정이는 춤을 좋아했고 세 자매 중 둘째였으며 태몽은 곰이었다고 한다. 이 생일을 기억했으면 한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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