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조차 관찰하며 타인의 것처럼묘사하고 서술한다. 말이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꿈이 밀어낸 정액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들은 나오고 말았다 어디에선가 말들은 끊임없이 흘러나와 끝에 빛이 달려 있을 것 같은 구멍들을 향해 가고 있다” 55“생각 없는 말들이 나온다 중얼중얼중얼 생각의 무게에서 벗어난 말들은 가볍다 말 속에는 단지 목청의 떨림이나 내장 냄새 발음 억양 따위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정말 말을 꺼낼 생각은 없었다 내 안에서 무엇이 그 말들을 밀어냈던 것이다” 55“말들은 두꺼운 살덩이 깊숙이 박혀 있다가채 뽑히지 못하고 우두둑우두둑 뜯겨지기도 한다” 85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사무직 근로자의극심한 피로와 권태, 불안이 가득하다.“내 불안은 내장처럼 한꺼번에 거리에 쏟아져나오지 않겠는가.” 20당연히 성찰이 없을 수 없고,“죽은 살이 타는 냄새임이 분명할 텐데왜 이렇게 달콤할까” 52퇴근길에 맡은 돼지갈비 냄새를 맡고 냉소적 비판과 욕망을 역시 줄줄이 서술한다.죽은 침묵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듣고 보는 부분이 인상적이다.안주로 나온 멸치를 보고“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 34목조 가구의 대패로 깎아낸 자리의 무늬를 보고“해마다 얼마나 많은 잎과 꽃들이이 무늬를 거쳐 봄에 이르렀을까” 93한다.도시를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것이지구나 삶이나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