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와 저녁식사를 - 신현정 시선집
신현정 지음 / 북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신현정 시인은 이미 돌아가셨고, 네 권의 시집을 남겼다. 이 시집은 시선집이다. 두 번째 시집 <염소와 풀밭>을 아직 구하지 못해서, 여기 실린 시들이라도 보려고 구해 읽었다.

우선, 첫 번째 시집 <대립>에 대해서 슬쩍 말하고 가야겠다. 74년에 등단해 83년에 냈다.

“자기가 깨어지지 않으면 암흑이 깨어지는
둘중의 하나인 세계!에서
보라, 이제는
벌겋게 달군 고문!의 쇠도 먹을 수 있게
이마가 남는다.“ 105 대립

신현정 하면 ‘바보’처럼 순한 마음, 어리숙한 표현이 떠오르지만, 위와 같이 시대에 저항하는 강단도 있다.

온 지구가 이글거리는 이 꼴을 생전에 보았을까? 미리 보기도 한다 시인은.

“이제는 땅을 매질해 집을 짓는 수밖에 남아 있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땅은 묵묵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이
땅을 매질해 많은 집을 짓고 물을 얻고
그리고 우리가 이제 더 많이 신음하고 아파하며
고통에 떨 것도 알고 있습니다.” 101 집을 짓고 물을 얻고

두 번째 시집 <염소와 풀밭>에서 뽑힌 시들에는 뭇 생명과의 교감이 가득하다. 풀벌레들의 밀약을 듣고, 달팽이의 질주를 보고, 민들레를 불고, 염소의 세계를 묻고, 나무의 손아귀에 덥석 잡히고, 민들레에게 정처를 알려주고, 고운 단풍을 보며 덫에 치인 짐승의 울음을 듣는다.

이미 읽은 나머지 두 시집에서 뽑아 놓은 시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얼마전에 읽은 듯한데, 초면 느낌이 많다.

최근 시집부터 옛 시집 순으로 편집했는데, 20여 년의 층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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