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 시인선 430
강성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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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SF 영화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다. ‘몽상가의 안경처럼 반짝’이는 이야기들.
많은 이야기들이 꿈속에서 나오고, 그 속에서 화자는 자기를 자르는 벌목공을 만난다거나 운전하지 못하는데 편안히 운전을 하고, 외계로부터의 답신을 받거나 철새를 타고 먼 나라들을 여행하고, 외계인의 아기를 배고서 하늘을 난다. 몸에서 잎이 자라 덤불이 되었다가 겨울에는 검불로 굴러 다니고.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51

“일요일의 낮잠처럼
단지 조금 고요한
단지 조금 이상한” 53

환상을 그린다. 그 묘사 혹은 추구를 환상적으로 받아들이냐의 여부가 독자의 층위를 결정지을 것이다.

아래와 같은, 환상들 가운데 돌연한 당혹이 좋았다.

기차에 무언가 두고 내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 뒤돌아보니 기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어디론가 가고 있다 누군가 날 깨워주길 바랐다 - P32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왔으므로 끝나 있거나 시작하기 전이므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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