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미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478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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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시집을 봤다. 시집 한 권이 전부 성욕이었다. 아! 그는 소멸해가고 있었구나.”라고 시인은 익명의 딴 시인을 평했다. 이 문장으로 이 시집을 평하자면,

시집 한 권이 전부 우울이다. 아! 그는 살려고 몸부림치고 있구나.


“밤새 눈은 연옥을 덮고 있었다 33
난 수유리 세일 극장에서 생을 포기했다 42
이별만이 번성했던 생. 나귀처럼 인내했던 생. 자살자의 마지막 짐을 실었던 생. 수몰지의 폐허를 실었던 생. 이제는 단종된 생 43
서서히 익명이 되어갔다 49
결국 가시가 나를 지탱하고 있다 65
나는 천천히 불행해졌다 93
나는 아직도 생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상처에 대해서 알 뿐 125”


온통 어둡고 우울하다. 쇼미더머니에 나와 스타가 된 래퍼로 우원재라는 이가 있다. 비니를 눌러쓰고 며칠 못 잔 듯 퀭한 눈에 “우리 엄마 말했잖아, ˝행복 딴 거 없다 아들˝
아, 엄마 지옥도 딴 거 없습니다
구태여 설명함은 다 bitch, bitch
알약 두 봉지가 전부지
알약 두 봉지가 설명해
내 삶을 내 하루는 전멸해” 하며 우울과 어둠을 컨셉으로 인기를 끌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으니 묘하게 끌린다는 점이다.
우울이라는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 한 마디씩 꽂히는 문장들 탓인가.

세상에 떠나보내도 괜찮은 건 없었다. 세월도 사랑도. - P44

강물은 어떤 것과도 몸을 섞지만 어떤 것에도 지분을 주지 않는다. 고백을 듣는 대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강물의 그 일은 오늘도 계속된다. 강물은 상처가 많아서 아름답고, 또 강물은 고질적으로 무심해서 아름답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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