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사막 랜덤 시선 41
신현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나오는 시집이 있었던가

굴뚝새 거위 장수하늘소 토끼 고래 논병아리 나비 전갈 그리마 도마뱀 게 갈매기 방울뱀 낙타 고추잠자리 귀뚜라미 갈까마귀 휘파람새 너구리 물고기 기러기 다람쥐 두꺼비 거미 공작새 오소리 족제비 까치 사마귀 종달새 숭어 메기 호랑나비 흑염소 뻐꾸기 두루미 제비 사슴 종다리 오리 개 방아깨비 나귀 고양이 고슴도치

천진난만하다.
물론, 멀리 가기도 한다.

분꽃


너를 보자마자

짐짓 시치미를 뗀다든가

딴 데를 보는 척하면서

휘파람을 불어야 하는 건데

나는 휘파람을 불 줄 모른다

입을 오므려뜨려보지만

분꽃같이 되지 않는다. - P101

서쪽에서 싸우다



해가 진다

황혼이다

갈까마귀 울다

나, 서쪽에서 싸우다

너, 이거나 먹어라 하고 주먹을 팔까지 훑어 감자떡을 먹이다

신발짝을 확 벗어던지다

지팡이를 날리다

여차하면 도로 지팡이를 끌어안고

이제라도 못 본 척 장님 행세라도 하며 가면 그만이다

가던 길 타박타박 길 가면 그만이다

나, 나그네이다

일찍이 달마도 동쪽으로 가면서 그리하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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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1-05 0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사인은 신현정을 생각하며 지은 시 <바보사막>을 이렇게 시작하더군요. 읽어보셨을 듯.
˝눈부신 가을볕 더는 성가셔 슬쩍 피해 가셨단 말이지˝

dalgial 2023-01-05 10:47   좋아요 1 | URL
멋진 사람이었나봐요. 그를 그리워하는 시들이 꽤 많은 걸 보니. 보여 주신, 김사인 시구도 참 좋습니다. 덕분에 꺼내 읽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