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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평점 :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 게 별로 없는 곳이란다. 물론 커피도 맛업고. 하지만 그곳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고, 그리고 유성용! 그는 그 길을 따라 가고 있었다고 한다.
스쿠터를 타고 전국 다방 기행을 떠날 거라고 하는 그를 보고 친구들은 아주 재밌겠다고 했단다. 하지만 뒤를 이어오는 질문은 왜 하필 다방이냐고 물었단다.
떠나기 앞서 커다란 카메라를 팔고 스탭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단다. 집은 깨끗이 청소했고, 이불은 빨아서 고실고실 말려두고, 신지 안는 신발마다 신문지를 구겨 넣어 방 안에 가지런히 정렬해두고, 늘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인터넷을 또다시 끊고, 일기들은 옷장 깊숙이 숨겨두고, 쌓인 편지들은 마당에 나가 태웠으며, 보일러는 겨울에 얼어 터지지 않게 '외출'에 맞춰놓고. 집을 나서면서 '유성용' 이름자가 박힌 문패를 보고는 짧은 인사를 건넨다. 그러니까 저자는 마치 자신을 두고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으로 그렇게 스쿠터 여행을 시작했단다.
다방 이름이 글쎄 '들림다방'이라지.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가겟지만 살다가 이렇게 잠시 들러 갈 곳이 있어 다행이라는...
다방안에는 늙은 마담 혼자 난롯가를 지키고 있었다. 일행이 있을거라 생각했는지 난로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엽차 한 잔만 따라주고는 말 한마디 건제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가서 티브이를 본다. 주문도 받지 않는다. 뭐 이런놈의 다방이 다 있나.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50줄 되어보이는 사내 하나가 문을 꽝 차고 씩씩대고 들어온다. 한눈에도 술에 고약하게 취한 듯싶었다. 마담 곁에 앉자마자 사내는 컥컥 큰 소리를 내며 운다. 그 사내는 늙는 노모를 친구에게 부탁을 하고 일을 하러 갔건만 집에 와보니 방은 냉골이었으며, 식사도 못하고 몇일을 굶으셨단다. 병원에서 퇴원하긴 했지만, 가뜩이나 병약한 어머니가 이제 다 죽게 되었다고 통곡한다. 참 많이도 울었다. 다방에 앉아 있었던 게 한 시간은 족히 넘었으니까. 하지만 늙은 마담은 그의 이야기를 열심으로 들어주고 있었다. 마치 나이 어린 동생을 달래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었다. 그 사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밖으로 나온 저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향록다방'이라는 간판이 보였단다.
그렇게 다방 기행은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기행이었으며, 삶의 모습들에 대한 기행이었다. 아니 어쩌면 저자는 사라져가는 것들, 다방이라는 이름의 흔적을 찾아 떠나면서 사람사는 정을 느낄것이라고 미리부터 예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방에 대한 것을 포함한 스쿠터와 함께한, 저자의 입담을 만나는 곳곳에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 거리의 모습으로 결국은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도심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느껴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듯이 우리나라 곳곳의 소소한 삶의 색채를 만나게 된다.
세상끝에서 나풀대던 다방의 기억들은 우리나라의 산천의 곳곳에 틀어박혀 있었다.
늦여름 서울에서 출발했던 여행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연탄으로 방을 덥히는 석포역 경기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을 지났다.
유성용의 '다방기행문'
다 사라지기 전에 그는 스쿠터에 단봇짐 싣고 세상 끝에서 나폴거리는 몇몇 다방을 다녀왔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거라고.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인지도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