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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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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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9 - 2022/11/01


제목에서 사실 목이 메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집단중의 하나가 검찰인데 어쩌다 나라의 걱정거리이자 개혁의 대상이 되었을까?

너무나 많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조작과 은폐를 했다는 내용이 이 책에 구석구석 적혀있다.

기사로 나온것만 해도 수도 없이 많은 성추행, 접대, 뇌물 등 수많은 범죄행위가 단지 검사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 부분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매도당하고,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해서 걷는 사람들을 핍박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검찰 조직에서 계속 소리를 내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옳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보겠다는 저자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p15 실체적 진실이자 사법 정의인 정답과 채점자가 정답으로 처리하는 답이 달라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 비로소 진짜 검사인지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p23 일취월장은 못 해도 한결같을 자신은 있노라고 자부하긴 하는데, 생각이 성글고 방식이 서툴렀던 에전 글들을 다시 꺼내 읽어보니 민망합니다.

p38 내게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해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내 눈 속에서 그 말을 보지 못한다면 혹은 내 손길에서 그 말을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은 내 입술에서 그 말을 듣게 될 리는 결코 없을 테니까요

p50 하나님이 박형규 목사에게 보내는 위로와 칭찬이라는 걸 논고문을 낭독하며 깨달았으니까요. 떠오른 말들을 받아쓴 것일 뿐, 사실은 제가 쓴 게 아닙니다.

p97 검사로서 당연히 해아 할 일을 할 때, 검사의 직을 거는 용기와 희생이 요구되는 불행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p146 안태근 정책기획단장의 추행 감찰이 검찰국장의 관여로 중단되고, 권력자의 생각에 따라 검사들이 법률 해석을 손바닥 뒤집는 것을 수시로 지켜보며, 이쯤이면 조직적 일탈이구나 싶었습니다.

p150 검찰 간부들이 업무적, 업무 외적 일탈에 왜 거침이 없었는지, 감찰 등 브레이크 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검사들은 왜 침묵하고 방관했는지 등을 전체적인 틀에서 진단하여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p174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p181 그간 도가니 사건 등 이런저런 참혹한 사건들을 담당하며, 세상은 물시계와 같구나, 사람들의 눈물이 차올라 넘쳐야 초침 하나가 겨우 움직이는구나, 사회가 함께 울어줄 때 비로소 역사가 한 발을 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p192 법무부 장관에게 지휘권 발동을 건의하는 메일을 보내는 등 분투하던 저로서는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왜 검찰의 폭주를 방관하고 내버려 두는지, 그런 간부들을 왜 승진시키는지 참으로 야속하더군요

p200 그런 검찰이 위법한 검찰권 행사로 책임을 져야 할 때는 홀연 조직 방침과 지시에 따랐을 뿐인 검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곤란하다는 주장이니까요

p204 놀랍기도 씁쓸하기도 합니다만, 더 늦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불의했던 시절 제가 불의에 가담하지 않았음에 안도합니다.

p206 사과는 가해자의 의무이고,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입니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 앞에 검찰을 포함한 가해자들과 악의 승리를 방관한 우리 사회의 진심 어린 반성문을 백비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p230 비장하고 결연한 단어들이 칼날인 양 화면을 뚫고 나오는 듯하다가, 그분들의 행적을 떠올리면 장식용 칼인가 싶어 검찰 구성원으로서 마음이 무참해집니다. 검찰로서는 비극이지만, 국민과 국가에는 더할 나위 없는 참사입니다.

p235 검사를 상대로 하지 않는 수사는 불공정 우려가 없어 해도 되지만, 검사를 상대로 하는 수사는 불공정 우려가 있어 하면 안 된다? 국민과 검사에 대한 잣대를 달리 취급하는 발언이 아닌가요? 잣대가 달라도 됩니까?

p243 검사들은 증거 인멸, 공범 간의 맞 맞추기 같은 수사 방해를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란에 이를 상세히 적어 법원으로부터 기어이 구속영장을 받아내고 맙니다. 그래왔던 검사들이 감사를 피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고 말을 맞췄습니다.

p244 어떤 일이든 주어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유능한 검사들과 침묵의 카르텔, 그 카르텔에서 빠져나오고 보니 저는 이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었습니다 .

p251 별장 성 접대 등을 받고 다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넥슨 공짜 주식 사건의 진경준 검사장, 고 김홍영 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갑질 김대현 부장 등이 집중 관리되지 ㅇ낳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쓰던 제가 집중 관리 대상이 된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검찰의 비극입니다.

p276 검찰의 저울이 고장나 손가락질 대상이 된지 오래지요. 눈금을 속여 온 검찰 등 권력자들이 수리공이 되어서야 고쳐질 리 있겠습니까. 검찰개혁의 동력은 오로지 주권자의 관심과 비판뿐입니다.

p280 검찰이 반대하는 부분이 검찰의 급소입니다. 검찰이 찬성하는 것만 바구고서야 개혁이라 하겠습니까? 검찰의 저울이 고장 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p303 서울남부지검 김형렬 부장과 진동균 검사의 성폭력이나, 부산지검 윤 모 검사의 고소장 등 사건 기록 위조 정도는 별 게 아니라서 징계와 형사처벌을 하지 않았던 장영수, 조기룡 검사 등이 맡았던 감찰 업무를 제가 담당하게 되니 불안하고 불편했겠지요. 검찰 수뇌부가 말하는 공정과 공평의 진짜 의미는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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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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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0 - 2022/10/27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해서 읽은 책..

독서를 많이 하신 분이라 그런지 추천하는 책마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어려서부터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위치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지정학이 이렇게 정치적인 의미였는지 몰랐다.

시파워와 랜드파워라는 개념도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 

미국, 러시아, 중국등 여러 나라를 지정학적 관계로 해석하는 게 흥미로웠고, 그 가운데 끼여있는 우리나라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입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 입지에 맞게 잘 적응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무능한 지도자가 들어섰으니 지정학적 입지는 장점이 아니라 취약점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불안해졌다. 


p21 해상에서 이루어지는 국내외 교역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항만 같은 시설뿐 아니라 평화로운 항해를 보장할 수 있는 해군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 해외 식민지 및 기지를 확보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해 국부를 늘리는 기초가 되는 것이 시파워이다.

p21 마한은 자신의 책에서 시파워를 결정짓는 여섯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 및 기후 등 물리적 환경, 영토의 크기, 인구, 국민성, 정부의 성격 등이 그것이다.

p46 매킨더는 유럽의 역사는 실은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온 자극 및 압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p57 영국의 시파워가 거둔 성취가 워낙 뛰어났기에 영국인들은 역사의 경고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시파워가 랜드파워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p58 평탄하지만 얼어 있는 시베리아에서부터 무덥고 가파른 발루치스탄과 페르시아 해안까지 이르는 전 지역은 선박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이전에는 사실상 길이 없었던 그 지역을 철도로 연결하여 통행이 가능하게 되면 세계 지리와 인간의 관계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p69 하우스호퍼는 하트랜드 이론을 독일의 공격적인 팽창주의를 뒷받침하는 데 이용했다. 독일, 일본, 소련 사이에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 블록을 결성하여 서방측 시파워 제국주의에 대항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킨더의 원래 이론을 180도 뒤집은 것이었다.

p86 그는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치른 일본처럼 독일도 팽창해야 한다고 믿었다. 군국주의자인 그는 군대를 민족의 학교라고 하면서 관료, 자본가, 언론인들을 비하했다. 또한 전쟁이 인류의 교육자라고 확신했으며 의회를 멸시했다. 오래된 군주제와 무사계급을 가진 일본제국이 그의 모델이었다.

p99 독일지정학자들이 구상한 레벤스라움은 인구가 많은 중부 및 동유럽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빈 공간과 러시아의 스텝이었다. 거기에는 식량과 에너지 자원이 풍부했다. 독일인의 이주도 가능했다. 그들은 엘베강에서 아무르강까지 이르는 큰 대륙의 국가연합을 구성해야 독일이 대영제국에 대항할 힘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p104 하우스호퍼에게 지정학은 예술이고 정교하게 운용되어야 했다. 자동차 경주가 아니었다. 하후스호퍼는 지리를 친구로 삼아야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p109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나는 잊히고, 잊히고 싶다”였다. 하우스호퍼와 함께 지정학도 지하에 매장됐다. 지정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치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p116 스파이크먼은 세계사를 돌아보면 강대국은 대부분 국토 크기가 큰 대국이었다고 지적한다. 국토 크기와 자원이 기술력과 결합했을 때 국가의 위상이 결정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네델란드, 영국 등 면적이 작은 소국들이 바다를 지배해 제국을 세운 적도 있다. 국토 크기는 절대적 강점은 아니지만 잠재적 강점인 것이다.

p127 당시 나치 독일이 적국이고 소련은 동맹국이었지만 지리적 현실은 종전 후 소련이 잠재적 적국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이 패전해도 그 군사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말고 유지해 장차 소련과 대항할 경우 독일의 군사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p129 이 글을 쓸 당시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에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1942년의 시점에서 스파이크먼은 일본이 전쟁에서 지는 것뿐 아니라 미래에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군사대국화되고 미국에 위협이 되리라는 사실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히 예견했던 것이다.

p154 캐넌의 봉쇄정책은 소련의 위협에 대응해 다면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하라는 주장이지만 NSC-68은 외교보다 군사행동을 강조하는 정책을 권고했다.

p173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더 민족주의적이고 더 이슬람화되어 러시아로부터 독립할 것이다. 대신 터키,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증가할 것이다.

p178 중국은 미국이 자신의 민족적, 지역적 야망을 방해한다고 느끼면 결국 반미 진영에 가담할 것이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이란의 동맹이다. 이는 공산주의 시절 소련-중국 블록을 연상시키는데 이번에는 중국이 리더가 되고 러시아가 주니어 파트너가 될 것이다.

p201 승리한 대서양주의는 소련 붕괴 후에도 문명의 충돌로서 대립이 지속된다는 새뮤얼 헌팅턴의 비관론과 서양 문명의 승리로 세계가 일체화해 역사가 끝났다고 선언안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낙관론으로 나뉜다

p202 시파워 미국은 러시아가 위치하는 하트랜드를 제압하기 위해 림랜드를 확보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되며 림랜드에 해당하는 유라시아 대륙의 연해지대에 위치하는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 미국에 대항하는 유라시아 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p205 두긴의 목적은 단순하다. 먼저 러시아를 부활시키고 치밀한 외교를 통해 독일, 일본, 이란과 파트너쉽을 구축해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봉쇄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두긴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를 구축하기 위해 러시아가 민족주의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p224 코마키에게는 천황 등 신에 대한 신앙으로 얻어지는 직관이 일본지정학의 기초가 된다. 일본지정학은 신이나 황도 같은 종교적,추상적 개념에 의존하고 이 때문에 과학이 아니라 접신의 영역이 되어버린 것이다

p225 그의 일본지정학은 민속학의 영향도 받아서 당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도쿄학파 지정학과는 달리 인간의 의지나 정신과 감정에 의지한다. 그의 지정학은 신의라든지 황도 같은 종교적이 요소가 중심이다

p243 나폴레옹이 말했듯이 한 국가의 전략은 그 국가의 지리에 내재해 있다. 중국의 지리는 위험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은 유라시아에서 러시아를 압도할 랜드파워와 시파워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52 일대일로 구상은 정책소통 인프라연결 무역 원활 자금융통 민심 상통이라는 5대 중점 사업을 육해상 루트 연선 국가들과 함께 추진한다는 것이다.

p280 시파워 미국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사이 림랜드의 최강자 중국과 하트랜드의 점유자 러시아는 400년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 굳건한 관계를 맺고 있다.

p294 러시아가 동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건설한 사건이야말로 한반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건설로 구체화된 러시아의 동방 팽창은 마찬가지로 대륙으로 팽창하려던 일본에게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p299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은 한국에 주한미군을 유지할 확실한 근거를 제공한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다.

p316 결국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 전략적 행보를 같이하겠다는 북한의 확고한 의지가 확인되어야 하고, 북미 관계 개선으로 얻게될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이 있어야 하며, 북미 간 관계 개선 후에도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계속 필요로 하여 미국이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p337 지정학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현실적 국익이었다. 우리가 지정학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정작 강대국들은 현실적 이익을 위해 전략을 구사하는데 왜 한반도는 현실적 이익이 아닌 이념적 반복과 역사적 질곡에 갇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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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바흐다 - 시공을 넘은 바흐 수용사
나주리 지음 / 모노폴리(monopoly)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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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1 - 2022/11/01


책설명에서 바흐 수용사라고 되어 있고, 제목도 괜찮아보여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 책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 아니다.

바흐이후 음악가들과 대중이 어떻게 바흐의 음악을 깨달아서 현재의 바흐가 되었는지를 논문과 악보를 통해서 설명해 나가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멘델스존이 마태수난곡을 발굴하면서부터 바흐열풍이 불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전부터 바흐의 전기와 논문이 나와서 많은 음악가들이 바흐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흐는 그렇게 유명하거나 많이 연구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만일 많은 음악가들이 바흐를 연구하고 존경했다면 악보들이 제대로 보관이 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자료를 이용하여 바흐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부분이 악보속에 남아있다보니 악보 설명이 많은데 일반인인 내 눈으로 보기엔 다 그 악보가 그 악보 같아서 이해하는게 힘들었다.

바흐를 좋아하고 악보를 잘 보는 사람들에겐 흥미로울 것 같다. 

내 수준을 넘어서는 책이라 한 번 읽어봤다는 데 만족해야겠다. 


p10 바흐의 음악이 부자연스럽고 과장되어 있으며 혼란스럽다고 한 샤이베의 비판도 그에 한 몫을 했다

p16 18세기 후반기의 문헌 및 기록들에서 종종 발견되는 이러한 글들은 바흐의 음악을 학습용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새로운 바흐상, 다시 말해서 바흐의 음악은 시대적인 규범이나 유행하는 양식보다 예술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진정한 예술가의 음악,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천재의 음악이라고 이해하는 바흐상이 태동했음을 말해준다

p23 모차르트가 아주 진지하게 무릎을 꿇은 채 주위에 널려있는 파트보들을 두 손으로 옆 의자들로 나누어 놓는 모습, 다른 일들은 완전히 잊고 거기에 있는 제바스티안 바흐의 악보들을 다 흝어볼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큰 기쁨이었다

p29 민족적 예술작품과 가창성, 단순성, 자연성 등을 겸비한 독창성, 그리고 역사를 초월한 천재성의 세 테제는 1802년에 출판된 첫 바흐 전기이자 음악사상 첫 작곡가 평전인 포르켈의 바흐의 생애와 에술 그리고 작품에서 핵심 테제로 자리잡는다

p37 위의 인용글에서는 포르켈 특유의 시각, 즉 바흐는 생애 후반에 들어서야 걸작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이 감지된다. 이는 발전과 완성의 개념에 기반을 두는 그의 역사철학관에 기인한다

p42 포르겔의 민속노래 비하는 바흐 음악의 대위법적, 전문적 면모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이해함이 마땅하다

p51 이후의 바흐음악 연주 및 출판 관련 보도들, 평론들은 대부분 로흐리츠의 가상 편지와 유사한 논조를 보인다. 바흐의 음악은 더 잘 알아야 하는, 그 진가를 인정받아야 할 비범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p57 마태수난곡 바흐 사후 초연은 1829년 3월 11일 수요일 저녁 6시에 베를린 징아카데미의 연주홀에서 거행되었다

p64 마태수난곡은 작품의 본질과 바흐의 음악언어를 소중하게 보존하면서도 수난사의 극적 전개를 밀도있게 드러내는 예술작품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바흐 르네상스로 이어져 마침내 음악예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주었다

p75 베토벤은 여기에서 진정한 예술의 가치, 천재적 독창성까지 갖춘 바흐의 옛 음악을 수용하고 더해서 음악예술의 진전으로서 한층 더 발전된 융합적 음악(더 나은 예술의 결합)을 이루어낼 수 있으며, 그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p102 슈만은 바흐의 푸가를 음악과 시적 상상력의 결합을 지향한 그의 낭만주의적 음악관으로 이해했다

p128 푸가의 정수들을 담아내면서 지적인 인상을 풍기는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19세기 중반에 음악적 교양을 갖춘 엘리트들의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당대의 교양인들 혹은 교양인이고자 한 시민들에게 쾌히 소비되었던 것이다

p138 200여 년의 역사를 거쳐 내려오면서 여기에 최고의 대위법 교본, 영원한 독일 예술의 걸작, 구약성경, 일용 양식, 작품 중 작품, 공공의 소유물, 논 플루스 울트라 등과 같은 수식어들이 달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p158 위의 주제구에서는 서서히 순차 하행하는 하성부의 후반부에서 이 하성부와 7도 병행을 이루는 중간성부가 눈길을 끈다. 이러한 7도 병행은 힌데미트의 독특한 작법 가운데 하나로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거친 음향으로 뒤따르는 종지의 효과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p177 19세기의 작곡가들은 복합적인 여러 음악적 사상과 현상들이 공존하는 가운데에서 바흐의 음악을 음악 예술의 견고한 토대로 여겼다. 옛 음악을 새로운 음악 창작의 원천으로 본 멘델스존과 슈만은 바흐를 가장 중요한 최고의 음악가라 칭했다

p186 제2빈악파는 바흐의 음악 언어를 복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대위법가 화성학을 융합하는 바흐의 작곡기법적 사고를 새로이 발전시키려한 것이다

p191 그렇게 주목을 끌게 된 것이 1729년 초부터 1737년 여름까지, 그 후에 다시 1739년부터 1741년까지 바흐가 이끌었던 콜레기움 무지쿰이다. 1960년 곧 노이만은 당시의 라이프치히 신문 보도들을 자료로 한 논문 바흐의 콜레기움 무지쿰을 통해 바흐의 숨겨왔던 활동을 드러내 밝혔다. 바흐는 이제 더 이상 오로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작곡을 한 교회음악가가 아니었다. 그는 야심찬 세속음악가이기도 했다

p200 바그너는 탄호이저의 파리 초연 이후 예술 장르들 간의 상호 교류 및 융합에 강력한 영감을 주는 예술가로 부각되었다

p202 칸딘스키가 말해주고 있듯이, 가시적인 사물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순수하게 색채를 통해 자신의 내적 세계를 표출하고자 했던 화가들에게 음악은 가장 순수하고 추상적이면서도 엄격하고 수학적인 예술이었다

p219 20세기 전반기에 발행된 바흐 평전들에서 푸가에 관해 언급되는 부분들을 살펴보면, 푸가는 엄격한 규칙을 따르지만 자유로운 구성 안에서 고유의 음악적 성격을 표현하는 악곡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p230 안톤 베베른 역시 바흐의 푸가를 가장 추상적인 음악이라 칭했다. 바흐의 마지막 작품이 푸가의 기법이라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푸가의 기법은 완전히 추상에 이르게 하는 작품이며, 기보되는 음들을 통해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은 전혀 품고 있지 않은 음악이다. 푸가의 기법은 진정한 추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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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 - 위대한 소설의 무대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이정아 옮김 / 올댓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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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

 : 세라 백스터

 : 올댓북스

 : 2022/10/16 - 2022/10/19


이런 스타일의 책을 좋아한다. 어떤 장소가 무언가의 배경이거나 의미가 있거나...

이번 여행에서도 미드나잇 인 파리의 촬영지였던 곳을 일부러 찾아갔다.

그곳에서 사진찍고 서성이다 보니 관광객 무리들, 개인관광객이 나처럼 그 장소에 와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나눈다.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 실제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장소에 가면 그 소설의 느낌과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20여곳의 소설과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책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책이 안좋은게 아니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 많다보니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읽어봤거나 영화를 본 책의 장소는 훨씬 몰입이 잘 됐다.

그러나 처음 들어본 책도 꽤 있어서 정말 내가 문학작품은 안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작품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많이 가보고 싶을 것 같다.

좋았다. 


p14 레 미제라블의 시간적 배경이 되었던 1815~1832년까지 파리는 여전히 위고가 사랑했던 옛파리였다.

p16 오스망은 분명 장 발장과 그가 보살피던 코제트와 그녀의 구혼자인 마리우스, 그리고 위고가 그린 나머지 혁명가와 부랑자와 창녀들의 발자국을 따라가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p31 1966년에 닥친 홍수 탓에 많은 건물들이 붕괴되었으며 관광객들은 훨씬 더 맹렬하게 밀어닥쳤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는 여전히 사람들의 넋을 잃게 만드는 강력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p38 남부에 자리한 나폴리는 2차 세계 대전 전에도 가난한 도시였지만 전후에 더 황폐해졌다.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200번 가까이 폭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p60 디킨스의 런던처럼 도스토옙스키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또한 절망적이다. 도스토옙스키는 페테르스부르크만큼 인간의 영혼에 암울하고 혹독하며 이상한 영향을 미치는 곳은 거의 없다고 썼다

p64 죄와 벌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웅장함을 담아내는 대신 그곳의 더러운 밀실과 사창가와 침 자국이 끈적거리는 여인숙을 천천히 흝는다.

p72 전쟁으로 파괴된 스페인을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는 미국의 언어학 교수인 로버트 조던이 과다라마 산맥에서 공화파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 이야기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p101 바스는 제인 오스틴과 동의어가 되었다. 1942년 4월의 바스 공습으로 도시가 파괴되고 1960년대에 이른바 바스 약탈 때 사려 깊지 못한 도시개발로 일부 문화유산이 사라졌지만, 바스에는 여전히 조지 왕조 시대의 정신이 살아 있다.

p104 이와 같은 세상에 올리버 트위스트가 등장했다. 디킨스의 두 번째 대작이자 인정사정없는 이 소설은 런던에 만연한 범죄와 부패를 냉혹하게 그리고 있다.

p132 1991년에 만델라가 감옥에서 석방되고 인종격리정책이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을 때, 네이딘 고디머는 “인류에게 엄청 유익한 … 서사 소설”을 쓴 공로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버거의 딸은 허구에 사실을 녹여낸 이야기를 통해 현실 세계를 치유하는 소설이다.

p154 수년간 미국에서 살다 온 아미르는 그와 같은 카불을 보는 심경을 빗대 “잊고 지냈던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동안의 삶이 녹록치 않았는지 그 친구는 노숙자로 아주 궁핍하게 살고 있는 상황 같다”고 말한다

p158 행잉록에서의 소풍은 1900년 성 밸런타인데이에 행잉록으로 소풍을 간 기숙학교 학생들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p186 헉은 학대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손 씻기와 식사 시간 지키기, 그리고 풀을 먹여 빳빳한 반바지처럼 내내 자신을 귀찮게했던 문명 사회의 제약에서 탈출한 참이다. 짐은 다른 데로 팔려 갈 위기를 피해 도망가는 중이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뗏목을 타고 노예제가 없는 일리노이주로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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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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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 문학동네

 : 2022/10/01 - 2022/10/08


어릴때 가졌던 꿈이 천문학자나 고고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늘을 보고 별을 보며 산다는 건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질까?

어느덧 우리나라도 달탐사를 할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을 가지게 됐다.

달 연구자인 심채경 박사의 천문학 에세이다.

줄을 한 번 잘못(?) 선 죄로 타이탄 연구로 박사학위를 땄다고 한다. 

천문학 에세이답게 별연구와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별 관측을 위해서 정성스럽게 천문대에 계획서를 써야 한다든가, 별관측보다는 관측결과를 분석하는 일에 더 많이 매진한다든가, 점성술에서 쓰이는 12별자리 외에 뱀자리를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스시대부터 논란이 있었다는 등등.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해야할까?

부러움을 가지고 읽었다. 재미있었다. 


p12 논란의 주인공인 뱀주인자리는 한쪽 끝이 황동에 약간 걸쳐 있어서 황도상의 중요 별자리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무려 그리스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나는 또 생각에 빠져든다. 황도상에서 각 별자리가 차지하는 넓이가 처녀자리 같은 것은 넓고 전갈자리는 좁은데, 그러면 생일 별자리를 나눌 때 실제 별자리의 크기에 비례해서 날짜 구간을 나눠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이렇게 얘기한다. “아, 뱀주인자리요? 그거 원래부터 거기 있던 거예요. 근데 자기 별자리가 뱀주인자리로 바뀐다고 하면 기분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p15 이공계 대학원에서 흔히 랩 미팅이라고 부르는 이 회의는 그야말로 대학원 생활의 꽃이다. 꽃 같다는 말이 중의적으로 쓰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하지 않겠다. 회의 준비로 이틀 전부터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하루 전날은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수식의 오타나 그래프와 씨름을 하다가, 살벌한 회의 끝에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져 허덕이다보면 다시 다음 회의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 흔한 대학원 생활이다

p20 관측은 잠깐이지만 관측자료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데는 여러 날이 걸린다. 이틀치 관측자료를 몇 개월씩 붙잡고 있는 일도 다반사인데, 그 기간은 옰이 연구자 개인의 몫이다

p20 교수님이 구인 공고를 냈다. “목성 스펙트럼을 직어 왔는데 처리할 사람이 없어. 누가 해볼래?” 대학원생 선배들은 이미 각자 맡은 연구 주제가 있었다. 참석자 중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유일한 학부생인 나뿐이었으므로, 기쁜 마음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외쳤다. 태양에서 1AU 거리에 있는 지구에서부터 5AU 거리의 목성으로 순간이동하는 주문을. 그때의 나를 오늘날의 나로 만든 바로 그 주문을. 그건 아주 짧고 간단한 문장이었다. “저요”

p23 1997년이라니, 어느 대학 무슨 과는커녕 어느 고등학교에 갈지도 모르던 때였다. 발사됐는지 어쨌는지 알지도 못했던 카시니가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그 시점에 7년이라는 시간을 날아 -내 머릿속에서는 빛이 속도로- 타이탄 코앞에 도착해버린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p29 연구한 내용을 학회에서 발표하면 그 자리에서 곧장 신랄한 지적이 들어온다. 논문으로 써서 제출하면 심사자가 이것저것 고치라고 하거나, 이건 논문감이 아니라며 승인을 거절해버릴 수도 있다. 허접한 논문을 제출했는데 운이 좋게 너그러운 심사자를 만나 출판이 되어도 문제다. 내 잘못이 박제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p34 0보다 작은 수를 쉽게 뺄 수 없는 학생과 멈춰 있는 축구공도 제대로 못 차는 내가 무엇이 다른가, 같은 깨달음을 얻으며 한 주 한 주가 흘러갔다

p38 2019년, 인류는 최초로 블랙홀의 사진을 얻는 데 성공했다. 블랙홀 자체는 볼 수 없지만, 빨려들어가면서 휘어지는 빛, 그리고 빨려들어가는 물질 일부가 방출하는 에너지로 블랙홀의 윤곽을 관측한 것이다. 그런 기법을 고안하고, 그걸 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마침내 블랙홀의 사진을 얻어낸 놀라운 천문학자들 덕분에 나는 다시 강의하게 된다면 첫 시간 퀴즈를 수정해야 한다

p40 지구 기후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시대는 13세기 초부터 17세기 말까지 지속된 소빙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p44 나는 학생들이 큰돈을 치르며 이십대 초반을 낭비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그 시간과 비용을 내 강의에 낭비해야 먹고살 수 있는 처지였다

p58 과제가 끝나면 계약직 연구원인 나의 고용 기간도 끝난다는 뜻이므로, 과제가 끝나기 전에 미리미리 다음 과제 혹은 다음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 과제 제안서나 자기소개서, 연구 계획서를 쓰고, 그간의 연구 실적을 모아서 양식에 맞게 입력하고 증빙 자료를 만드는 일, 졸업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를 새로 발급받는 일은 아주 지겹지만 먹고사니즘과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좌우할 수 있는 신성한 작업이므로 소홀히 할 수 없다

p65 내가 코스모스를 읽을 때의 모습은, 동생이 끼워준 이어폰을 차마 내던지지 못한 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좋은 작품이고 대단하다는 것을 알겠지만, 뭐 꼭 나까지 그렇게 같이 좋아야만 하는가 싶은 바로 그 표정 말이다

p69 인터뷰 요청을 받는 등대지기의 심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천문학자의 경우 사회의 부름에는 대체로 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천문학을 비롯한 많은 과학 분야가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에서 연구비를 받고 있으며, 과학계 종사자임을 밝히면 듣는 사람은 대개 “오~” 하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이 직업을 존중해준다. 물심양면 지지를 받았으면 보답을 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연구하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겠고, 이렇게 기회가 주어질 때 대중과 소통하는 것 또한 부수적이면서도 중요한 임무다

p89 아는 교사가 환경 교육 자료를 공들여 만들면서 초록별 지구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고 했다가 이래서 이과생은 안 된다며 의절당할 뻔했다.

p93 학과 건물 옥상에 선배들이 지었던 간이 천문대에서는 관측자가 돔 천장 여는 것부터 망원경 조작, 관측까지 모든 일을 다 했지만, 제대로 된 천문대에서는 오퍼레이터가 많은 부분을 해결해준다

p95 망원경을 미국에 설치해놓았더니 시차 덕을 본다. 대낮에 내 연구실에 앉아 미국의 밤에 뜬 달을 관측하니까 밤을 지새울 필요도 없다. 그래도 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이면, 노을도 차분해지고 공기가 선선한 날이면 나는 “관측하기 딱 좋은 날이네”하고 중얼거린다. 그러고는 관측자의 일과를 상상한다

p100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아직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아무튼 그때까지 지구상에서 그 그래프를 본 건 이 탁자에 앉아 있는 오직 두 사람뿐이라는 것도 분명했다. 교수님은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내게 말했다. “심박사, 사고 쳤네?”

p105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 하고 싶어서 이 세계에 발을 내디딘 사람들이다. 하지만 평생 놀고먹어도 될 만큼 돈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월급도 계약 기간도 과제에 달린 박사후연구원들에게는 학문의 세계가 그렇게 신성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p107 지구에서부터 준비해가야 하는 연료와 에너지원, 그리고 여행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절약할 수 있는 궤도, 176년에 한 번 씩만 가능하다는 그 최적의 경로를 따라 보이저는 질주했다.

p109 보이저의 모든 가학 탐사가 끝난 후에야 고향을 잠시 돌아보는 위험한 응시가 허락되었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에 건진 사진 속 단 하나의 픽셀에,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이 찍혔다

p116 거대한 태양의 아래쪽 끝이 지평선에 닿을 때부터 위쪽 끝마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열여섯 시간. 지구에서는 해 지는 시간이 불과 2분 남짓인 것을 생각해보면, 수성은 일몰을 사랑하는 게으름뱅이에게는 최고의 행성일지 모른다

p143 5000년도 넘는 세월 동안, 이 무덤의 주인은 매년 동짓날마다 자기 자리에서 일출을 맞이했다고 한다.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이 무덤을 건설한 사람들은 밤의 길이가 규칙적으로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계절에 따라 해가 뜨는 방향과 고도를 헤아릴 수 있었다. 이들이 어떤 종족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훌륭한 천문학자를 보유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p146 브라헤의 관측기록이 어찌나 정교했던지, 그 자료를 분석한 케플러는 행성의 공전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행성은 태양 근처에서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태양에서 멀 때에는 느리게 움직이며, 공전 궤도의 장반경이 공전 주기의 3분의 2제곱에 비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 세 가지는 케플러 법칙으로 불리며,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기본 규칙이 되었다

p153 매일 같은 시각에 달의 위치를 관찰하면 매일 동쪽으로 옮겨가는데, 한 달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달이 하루 묵어가는 자리라서 숙자를 쓴다

p155 오로라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흑점은 눈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시대를 불문하고 관측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데, 조선의 기록가지 합치면 오로라 기록 건수가 700회를 넘는다. (아마도)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만 가진 놀라운 자산이다

p188 2024년 다시 달로 향할 미국의 우주비행사는 BTS를 들으며 우주를 항해할 예정이다. 우주에서 그들이 떠나온 지구를, 그 안에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모두를 돌아볼 것이다.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가. 손에 무엇 하나 쥔게 없어도 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

p192 연구는 내가 인규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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