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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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최은규

 : 메이트북스

읽은기간 : 2025/01/05 -2025/01/13


최은규님은 저녁 8시에 클래식 FM을 진행하는 진행자다. 

이 방송은 클래식 실황을 녹음해서 들려준다. 덕분에 세계 여런 곳의 공연을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들어본 곡이 많지 않다보니 아는 곡들이 많지는 않지만 유명한 연주팀의 연주를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자주 방송을 듣는다.

최은규님이 클래식 명곡을 소개해주는 책이라 안심하고 구입해서 읽었다. 

악기별로, 장르별로 구분되어 명곡들을 설명해주니 이해하기도 쉽고 유투브가 연결이 되어 있어 샘플이나 완곡을 들어볼 수도 있다. 

클래식은 읽는 것뿐만 아니라 들으며 감상을 해야 그 이해가 깊어진다. 

아직은 음악을 듣는 수준이지만, 향후 연주자별로도 그 차이를 느끼고 골라듣는 귀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연초부터 읽어서 좋다. 


p36 바흐가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완성한 것은 1720년의 일이다. 그 시절 쾨텐 궁정에서 일하던 바흐는 특히 기악곡을 많이 작곡했다. 쾨텐 궁정은 신교도인 칼뱅파에 속해 있었으믈 교회 칸타타를 작곡한 의무가 없었을 분 아니라 영주 레오폴트공이 기악곡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오콜트 공은 궁정악장인 바흐가 기악곡을 많이 작곡하기를 바랐고 바흐는 그 기대에 부응해 여러 기악곡들을 작곡했는데, 그중에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비롯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무반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p59 초기(1790-1802)의 음악이 고전적인 절제와 우아함을 보여준다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 이후의 중기(1802-1812) 작품들은 강한 활력과 역동성을 보여준다. 베토벤이 완전한 침묵 속에서 작곡활동을 한 후기(1812-1827) 작품들은 마치 자아를 내려놓은 듯 초월적인 분위기가 감돌며 현대음악을 방불케 하는 실험적인 면도 보여준다.

p71 쇼팽의 첫사랑, 그리고 그 첫사랑의 연인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담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E단조는 이러한 낭만적인 에피소드로 인해 더욱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p80 장필리프 라모는 생애 전반 50년간은 오르가니스트로 살다가 후반 30년은 오페라 작곡에 전념했고, 작곡가라는 창조자와 이론가라는 학자의 길을 병행했다

p148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1악장의 제1주제와 제2주제의 음악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클라리넷 주자가 연주하는 제1주제는 A음에 기반을 둔 A장조이지만 제2주제는 A장조의 완전5도 위의 E장조다. 그리고 선율의 성격도 다르다. 마치 성격이 다른 2명의 등장인물 같이 느껴지지 않는가

p187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부분은 단연 도입부의 클라리넷 연주일 것이다. 음을 끌어올리는 클라리넷 연주는 마치 사이렌 소리 같이 들리기도 하는데, 이런 연주법을 글리산도라 한다.

p203 독주 기악곡의 전주곡을 들어보면 마치 어린 시절에 피아노를 배울 때 지겹도록 연흡하던 음계나 연습곡처럼 일정한 패턴의 선율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성악가들이 본격적으로 노래하기 전에 음계로 발성연습을 하듯 연주자들도 먼저 음계를 연주하면서 손가락을 푸는 경우가 많다.

p224 도입부의 나른한 플루트 솔로와 환상적인 하프 연주, 약음기를 낀 부드러운 현악의 음색은 귓가를 스치는 미풍처럼 감각적이다. 게다가 크로탈이라 불리는 작은 심벌즈의 오묘한 소리는 말리르메가 쓴 시어의 느낌을 지극히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누구라도 이 곡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인상주의 음악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이 곡은 그 이전의 어떤 음악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p235 신드바드의 모험을 비롯한 아라비안나이트의 여러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의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올 것이다. 이 곡은 재미난 이야기를 풍성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 소리로 표현한 특별한 곡이기 때문이다.

p257 바그너처럼 슈트라우스 역시 음악을 표현의 예술로 이해했다. 그래서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전통적인 교향곡의 형식을 과감히 깰 용기가 있었다. 형식의 제약이 많은 교향곡보다는 음악과 시적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결합시킨 교향시에 더 끌렸던 슈트라우스는 청년 시절부터 문학적인 표제를 붙인 교향시들을 작곡했고, 그중에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나 레나우의 시 돈 후안에서 영감을 받은 교향시도 있다.

p264 슈트라우스는 이 교향시에서 인간을 B장조로, 자연을 C장조로 나타냄으로써 마치 인간이 자연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듯하다.

p270 대위법은 2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함께 연주하더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데, 그 주된 방법이 특정 지점의 음표 대 음표를 잘 맞추는 것이므로 ‘점 대 점’ 이라는 뜻의 대위법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p295 런던으로 건너가 하이든은 런던 청중을 위해 12곡의 훌륭한 교향곡들을 발표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하이든이 발표한 12곡의 교향곡들은 런던 교향곡 혹은 잘로몬 교향곡으로 불리며 하이든 후기 교향곡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p302 1788년, 32세의 모차르트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 3부작인 교향곡 제 39번, 교향곡 제 40번, 교향곡 제 41번을 단숨에 완성해냈다. 이 세 작품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작품들 가운데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신이 통치하는 성역”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주피터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제41번은 신들의 왕으로 통하는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고 장대한 규모의 작품이며, 베토벤 이전에 작곡된 교향곡들 가운데 최대 규모의 교향곡이다.

p306 사라반드는 J.S. 바흐의 춤 모음곡의 느린 악장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악이기도 한데, 바흐를 존경했던 모차르트는 바흐의 모음곡 속에 나오는 사라반드를 그의 마지막 교향곡 느린 악장에 넣어서 존경심을 표하려 했던 것 같다.

p336 마르크겐은 소년 브람스에게 피아노뿐 아니라 작곡을 가르쳤고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에 대한 숭배를 가르쳤다. 너그러운 성품의 마르크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브람스의 사정을 알고 레슨비를 받지 않고 지도했을 뿐 아니라 브람스 가족이 매우 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었으니 브람스의 인생 최대의 은인이라 할 만하다.

p349 베를리오즈가 남긴 글을 보면, 한 젊은 음악가가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자 심한 절망에 빠져서 아편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복용량이 너무 적어서 죽음에 이르지는 못하고 기괴한 환상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p358 어디서나 안정을 찾지 못했던 말러는 그 자신을 “삼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즉, “오스트리아 사람 중에서는 보헤미아 사람이요, 독일인들 중에서는 오스트리아인이요, 세계에서는 유태인이므로 어디를 가나 이방인”이라는 것이다.

p370 연주자가 이를 연주하기 위해 추운 무대 뒤의 계단을 올라 합창석으로 가는 도중 온도 차이로 인해 악기의 상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p375 그러나 1악장의 결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반음계로 계속 추락하듯이 연주되는 이런 부분을 말러의 작품에선 흔히 추락 모티브라고 하는데, 이 교향곡뿐 아니라 말러의 다른 작품에도 종종 사용된다.

p412 이 곡은 이후에도 1828년 3월 26일에 열린 공개연주회에서 다시 한 번 연주되었는데, 이 공연은 슈베르트의 곡만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매우 특별한 음악회였다. 이로써 슈베르트는 그의 피아노 3중주 제2번으로 대중적 명성과 함께 경제적인 소득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막 작곡가로서 성공하려던 순간 슈베르트의 건강은 급격이 악화되어 그해 가을에 그는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만다.

p436 보로딘의 현악 4중주 제2번이 탄생한 1881년은 보로딘이 아내와 처음 만난 지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보로딘은 사랑스런 멜로디를 가득 담은 이 현악 4중주를 아내와의 약혼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로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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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9 - 드뷔시, 소리로 그린 풍경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9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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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처한 클래식 수업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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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1/20 -2025/02/06


1년에 1권꼴로 나오는 것 같다. 이번 작곡가는 드뷔시다.

지난번 바그너도 그렇고 드뷔시도 음악은 너무나 좋은데 사람은 개차반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가 이야기했듯이 신은 왜 이런 개차반인 사람들에게 이렇게나 아름다운 재주를 주었을까?

음악과 사람을 분리해서 듣기는 하지만 드뷔시 역시 엄청난 이기주의자에 질투쟁이였던것 같다. 

인성이 삐뚤어졌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인류에게 기여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다. 

고생도 많았고, 질타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좋은 음악을 남겨줘서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다음번 작곡가는 누가 나올까? 20세기부터는 겁이 난다. 

윤이상 작곡가도 한번 해주면 참 좋겠다. 


p21 드뷔치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음향이에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사운드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드뷔시 작품의 참신한 세련미를 유지하는 비결이랍니다.

p36 인상주의가 미술을 중심으로 발현했다면 상징주의는 문학을 바탕 삼았어요. 드뷔시는 샤를 보들레르, 폴 베를렌, 스테판 말라르메 같은 상징주의 문학가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며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여기에서 찾았죠

p135 문학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유럽에서 동양 문화를 소비하는 흐름을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어요. 서구에서는 동양이라는 왜곡된 환상을 만들어서 도양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했다는 거예요. 동양을 신비롭고 매혹적인 대상으로 삼는 동시에 서양의 지배가 필요한 원시 상태로 간주했으니까요.

p146 드뷔시는 새로운 음악을 접했다고 해서 이를 마냥 따라 하지 않았어요. 낯선 재료를 충분히 이해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적용해 색다르게 요리한 음악가가 드뷔시였죠

p161 보들레르와 마찬가지로 상징주의 시인이었던 말라르메는 드뷔시라면 자신의 시를 탁월하게 음악적으로 표현할 거라 믿었죠. 그 결과 드뷔시의 최초 대작이자 성공작인 목신의 오후 전주곡 L.86이 탄생합니다.

p165 이 음계의 간격은 모두 온음으로, 드뷔시가 즐겨 쓰는 온음계의 일부입니다. 앞서 몇 번 설명했듯 온음만 사용하면 조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선율의 특별한 방향성이 없어지는데, 여기에 상승과 하강까지 반복하니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죠.

p196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진 못했죠. 새 연인 엠마가 워낙 잘살았고, 엄청난 갑부였던 그녀의 삼촌의 유산도 상속받을 것으로 알려졌었거든요. 드뷔시는 돈에 눈이 멀어 조강지처를 버린 파렴치한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죠.

p208 드뷔시는 슈슈에게 헌정한 작품에 자신이 못다이룬 어린 시절의 꿈을 투영한 듯해요. 물론 과거에도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소품이 있었지만, 대부분 어린이를 교육하는 목적이었어요. 그러다가 19세기 초 슈만의 어린이 정경Op15를 시작으로 어린이의 세상을 표현한 작품이 나왔죠

p217 드뷔시도 한 파격했지만 니진스키는 한술 더 떴어요. 니진스키는 목신의 오후에서 드뷔시의 몽환적이고 나른한 음악 위에 각지고 딱딱한 안무를 얹었는데요. 무용수의 몸통은 정면을 바라보고 고개는 옆으로 돌리고, 팔다리는 구부린 상태를 유지하는 식이었죠

p223 그만큼 서사나 인물들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죠. 드뷔시는 오묘한 분위기와 인물의 섬세한 심리를 최대한 살려서 음악에 담아요.

p243 이 작품의 핵심은 플루트, 비올라, 하프의 조합을 시도한 거예용. 흔하지 않은 구성이죠. 하프는 아무리 음색이 섬세해도 작은 음얄 때문에 피아노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한 악기에요. 전성기 때에도 앙상블에서 화음 반주를 맡던 보조 악기였는데요. 드뷔시는 그런 하프를 플루트, 비올라와 동등한 위치로 올려놨어요.

p270 매일 똑같은 회색 벨벳 양복을 입던 사티는 자기 집을 누구에게도 공개한 적이 없었어요. 훗날 사티가 세상을 떠난 뒤 가보니 단칸방에 낡고 허름한 옷가지 몇 점이 전부였다고 해요. 하루를 분 단위로 기록하고, “하얀 음식만 먹는다” “한쪽 눈만 감고 잔다” 등 일상 하나하나가 비범했죠. 놀라울 만큼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티의 음악에 딱 들어맞는 인생이었어요.

p275 전통적인 권위를 익살스럽게 비꼬았다고 할까요. 클래식 음악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바다 생물을 소재로 삼고, 여기에 유명 음악가와 작품을 패러디했으니까요.

p294 모두 바로 바로크 시대에 유행했던 춤곡이니까요. 물론 춤곡을 바탕으로 삼았어도 음악을 들으면 이리저리 뛰는 선율과 불협화음과 금방이라도 스텝이 엉켜버릴 것 같지만요

p311 스윙은 흔들거리다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재즈 특유의 역동적인 리듬감을 말해요. 그래서 초창기 재즈처럼 신나게 춤추기 좋은 재즈 스타일을 스윙이라고 부르죠. <싱, 싱, 싱 위드어 스위>을 들으면 금새 감이 올 거예요.

p320 독일의 사상가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위대한 예술이었던 음악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는데요. 개성 없이 획일화된 음악, 나아가 지적인 성취를 멈춘 채 수동적으로 이를 소비하며 쾌락만을 추구하는 감상자들의 태도도 신랄하게 지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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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원 -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기후가 만든 한국인의 역사
박정재 지음 / 바다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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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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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4/12/23 -2024/12/31


기후변화에 따라 인종이 이동을 시작했으며, 그 이동으로 인해 인류가 구분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한국인의 기원이지만 사실 전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전반부는 기후변화에 따라 아프리카에 있던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유럽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후반부는 아시아쪽의 이동경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가 핫한 트렌드라서 그런지 비슷한 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한국인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더 관심이 갔다. 

아직은 가설을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인류세라고 불리우는 우리 시대는 더더욱 기후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행동에 따라 지구별은 사람이 살기 힘든 행성이 될지 다시금 복원력을 발휘할 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한국인의 미래까지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p12 기후 자료와 고유전체 및 고고학 자료를 함께 살펴보면 과거 동북아 지역민들의 이동을 부추긴 요인들 가운데 핵심은 기후 변화였음이 잘 드러난다. 왜라는 빈칸에 기후변화가 들어갈 때 동북 아시사의 대대적인 인구 변동이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다.

p16 한반도인은 홀로세 초기 아무르강 유역에서 내려온 수렵채집민 집단과 홀로세 후기 산동, 라오동, 랴오시 등에서 이주한 농경민 집단이 섞여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p44 수십만 년 전 한반도에서는 베이징 원인으로 알려진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의 주인공들이다. 호모 에렉투스가 한반도에서 사라진 후에는 데니소바인들이 잠깐 들락거렸을 가능성이 있다.

p82 지금까지 설명한 매듭무늬토기문화, 비커 문화, 아파나시에보 문화, 안드로노보 문화는 모두 암나야 유목민의 후손이 이룬 성과라 할 수 있다. 폰틱-카스피해 초원에서 출발한 유목민이 넓게 퍼져나가면서 각지의 농경민과 교잡하고 유목과 농경을 혼합하여 지역문화를 창출했다.

p86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선조들의 이동은 활발했다. 이는 인류가 꽤 이른 시기에 말을 가축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거인에 대한 자료 없이 현대인의 자료만으로 인류의 이동 역사와 경로를 정확하게 복원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p96 한국인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집단으로 아무르강 집단이 있다. 아무르강 집단은 티안유안 계통에서 분기하여 아무르강 유역, 몽골, 시베리아 등 아시아 북부의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던 수렵채집민 사회다.

p108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의 차이(이형집합도)를 분석하면 집단 내 유전적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인 집단 내에는 대략 0.08%의 유전적 차이가 존재한다. 사람의 전체 염기 수가 30억개 이므로 한국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균적으로 240만여 개의 서로 다른 염기를 갖는다.

p126 우리 인류는 과거의 간빙기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훨씬 길게 이어지고 있는 간빙기를 겪는 중이다. 여기에 인류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까지 더해져 홀로세는 전례 없이 새로운 형태의 간빙기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이 인위적 간빙기를 인류세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p140 영거드라이아이스 말기의 빠르고 짧았던 온난화가 끝나고 기후가 안정세에 접어든 후에야 농경이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수렵채집민에게는 농경은 한 해의 대부분을 투자하면서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그야말로 위험한 모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p151 태양활동과 기후 변화의 관계는 이미 여러 고기후 자료에서 확인된 바 있다. 태양 활동이 홀로세의 기후 변화를 결정했던 핵심 요인이라 믿는 학자들은 태양 활동의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충분히 증폭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158 정리해 보면 홀로세 초기(그린란드기)에는 북대서양의 열염순환이, 홀로세 후기(매갈리야기)에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변화가 기후 변동의 주된 원인이었다.

p168 최적기 시기 지중해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문명에 대한 기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몇몇 유물만이 남아 흐릿하게 과거를 비춰줄 뿐이다. 이시기의 유럼 분화를 대표하는 유물을 고르라면 거석 무덤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p175 최근에 고DNA 분석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중국 내 민족주의 사학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랴오허 문명과 홍산 무화를 해석하기 어려워졌다. 신석기 시대 홍산 문화인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대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p194 하지만 유라시아의 유목민은 이러한 생태적 취약성 문제를 자신들만의 힘으로 극복하였다. 가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해질 때면 이들은 여지없이 주변의 정주 국가를 침범하여 약탈하였다. 금속과 특히 말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능력은 유목민이 정주민과의 싸움에서 항상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p230 한반도에서 수렵채집민의 존재를 나타내는 세석기, 슴베찌르개, 돌날 등의 유물은 2만 9000년 전부터 증가한다. 그리고 2만 1000년 전 사이에 정점에 달한다.

p244 전라남도 비금도와 광양의 꽃가루 분석 결과는 8200년 전에 한반도의 식생 구성이 크게 달라지느 ㄴ모습을 잘 보여준다. 참나무를 위시한 나무의 비율이 급감한 반면, 이끼나 양치류 등의 포작식물의 비율은 크게 높아졌다. 이런 생태계 변화는 당시 한반도의 기후가 갑자기 춥고 건조해졌음을 시사하는데, 한반도 또한 8200년 전 북반구 전역을 덮쳤던 한랭화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p252 악마문 동굴인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또한 한국인이 주로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계열과 동일했다. 이는 8200년 전 추위가 심해지자 동북아시아에서 아무르강 유역에서 내려와 한반도를 채웠던, 즉 한민족의 바탕이 되었던 그 사람들의 후손이 악마문 동굴에서 살았음을 보여준다.

p264 로베이츠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수렵채집민의 수가 늘어나는 5500년 전 이후의 한반도 고DNA 자료가 필요하다. 더불아 조몬인의 영향을 받은 해안가가 아니라 해안에서 먼 내륙 안쪽의 자료가 확보되어야 홀로세 중기의 인구 변동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p290 북방에서 밀려 내려온 사람들에 의해 수도작 문화가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송국리형 문화가 정확히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금강 중하류에 나타났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p298 히타이트족은 무엇보다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민족으로 유명한다. 같은 시기의 이웃 국가들인 미케네,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등이 청동기 문화에 머물러 있을 때 히타이트는 도구 제작에 철을 이용했다.

p307 강력한 가뭄이 도래한 2800년 전과 2300년 전뿐 아니라 그 사이 기간에도 기후는 점차 한랭 건조해지는 경향을 띠었으므로 동북아시아의 지역 사회가 연이은 기후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반도를 주도하던 송국리 문화인은 두 차례의 가뭄을 겪으면서 인구가 많이 감소했다.

p311 한반도 남부에서는 대략 2600년 전부터 점토대토기가, 2300년 전에는 세형동검이 나타난다. 모두 기후 변화와 사회 갈등에 지쳐 북쪽의 랴오시와 야로둥 지역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전한 것이다.

p314 로베이츠와 달리 코넬대학교의 언어학자 존 휘트먼은 원시 한국어가 2300년 전 랴오허 지역에서 세형동검을 지니고 한반도로 들어온 유목 문화 배경의 집단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원시 일본어는 그 이전에 벼 농경과 함께 랴오둥에서 한반도 그리고 일본 순으로 순차적으로 전달되었다고 보았다.

p319 제트 기류의 남하로 편서풍이 강해짐에 따라 서유라시아에서 강수량이 증가하여 초원의 생산성이 높아졌는데, 그 결과 많은 야생 동물이 서유라시아의 초원 지대로 모여들었고 수렵을 병행한 스키타이족 또한 사냥감을 좇아 중앙아시아를 떠나 서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p332 많은 이가 궁금해하지만 신라와 흉노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확한 사실 관계르 ㄹ파악하기는 어렵다. 설령 어던 특수한 관계가 밝혀지더라도 그러한 발견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띠지도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선진 문화는 북쪽에서 들어왔고 북방의 기마 문화 또한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p350 온조 집단과 김수로 집단 모두 북방의 선진 문물을 앞세워 토착 세력을 누르고 어르면서 지역의 지배권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당시에 한반도 남부에서 거주하던 토착민들은 이전에 내려와 정착한 고조선 유민의 후손들로 보인다.

p353 철기 저온기 때 스키타이족이 서쪽으로 넓게 확산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목민은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동성 덕분에 이들은 이주가 필요할 때 심사숙고하지 않았다.

p360 그리스 도시들의 파괴는 유럽에 긴 암흑기를 불러올 만큼 파장이 컸지만, 이는 게르만의 대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지칠 줄 모르던 알라리크는 이번에는 동로마가 아닌 서로마 제국을 향해 움직였다.

p395 한반도인은 양쯔강, 랴오허강, 황허강, 아무르강 등의 4개 유역에서 기원한 사람들이 이동하고 섞인 결과 형성되었다는 점은 앞에서 이미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특히 랴오허강 유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기여를 많이 했다는 점도 여러 번 강조했다.

p410 랴오둥의 농경민은 북쪽에서 내려온 외부인과의 갈등과 기후위기에 따른 사회 내부의 혼란을 피해 한반도 남부로 이동하여 최초의 수도작 문화인 송국리형 문화를 발전시켰다. 다른 한랭화 시기와 달리 3200년 전에는 기후가 나빠졌음에도 한반도 남부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다. 외부 세력이 대거 진입한 후 수도작 농경을 기반으로 빠르게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p414 약 8200년 전 추위를 피해 아무르강 유역에서 내려온 수렵채집민 집단, 중기 청동기 저온기와 약 3200년 전 산둥, 랴오둥, 랴오시 등에서 이주한 농경민 집단, 철기 저온기에 랴오시와 랴오둥에서 남하한 점토대토기 문화 집단, 중세 저온기에 북방에서 내려온 고조선과 부여의 유민이 혼합하여 현대 한국인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p428 한반도에서 마운더 극소기에 경신대기근(1670-1671년)과 을병대기근(1695-1699년)이 일어나 수백만 명이 아사하거나 난민으로 전락하면서 사회 혼란이 극에 달했다. 이 두 대기근은 마운더 극소기 내에서도 흑점 수가 특히 적었던 시기(1670-1700년)에 일어났는데 당시 태양 활동에 한반도 사회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p441 기온이 높아져 지구가 아간병기로 들어설 때마다 지구의 자기 조절 매커니즘(여기서는 열염순환)이 작동하면서 다시 정상 상태인 아빙기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영거드라이아스기가 끝난 1만 1700년 전 밀란코비치주기에 의한 기온 상승은 열염순환으로는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큰 변화였다. 결국 지구는 현 간병기인 홀로세로 진입하였고, 빙기의 저온 상태로 회귀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p449 과거 이주의 흐름은 인구증가라는 인문 지리적 요인과 기후변화라는 자연 지리적 요인이 겹칠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나곤 했다.

p478 기후 변화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이동을 야기한 주요인이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생물이 과거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어떻게 이동했는지 알아야 지금이 생물 분포를 설멸할 수 있듯, 인간이 과거에 왜 그리고 어떠한 경로로 움직였는지를 알아야 현 인간 집단의 형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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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전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5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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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혼자 전주여행

 : 황윤

 : 책읽는 고양이

읽은기간 : 2024/12/13 -2024/12/20


페이퍼백으로 여행다녀며 읽기 좋게 만들어진 나혼자 여행 시리즈..

전주는 유명하긴 하지만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전주는 이성계의 본관이 있는 곳이고, 후백제의 수도였으며, 천주고의 성지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단지 전주 한옥마을을 다니는 것만으로 전주가 알려지는 것은 아쉽다. 

전주를 구석구석 다닐 수 있도록 안내가 되어 있어 여행기로도 그만이다. 


p74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가 있었던 1791년, 윤지충과 권상연 등 천주교인들이 성문 밖으로 끌려가 참수를 당했던 순교지를 1891년, 즉 딱 100년이 지나 매입한 후 전동성당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p96 이는 곧 함락시킨 무주, 즉 광주 지역을 시작으로 겨눤이 가까운 시일 내, 전주 공주까지 통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우연치 않게 과거의 백제 영역과 일치했다.

p150 익산시의 이리여고 화단에도 이런 식으로 완주 봉림사지에서 반출된 남중동 오층 석탑이 있다. 고려 말 작품으로 추정되며 왜 이곳으로 옮겨졌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이 역시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에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 이렇듯 완주 봉림사지의 주요 유물 중 석등과 석탑 등은 군산, 익산 등에 나뉘어 위치하고 있다.

p170 한때는 교통로의 중심지로서 발달했던 남원과 상주인지라, 견훤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상당한 지위를 가진 도시였다. 이로 미루어 견훤은 나름 대도시 출신이라 볼 수 있겠다.

p187 원래 이 바위는 이성계가 1380년 황산 대첩 후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8명의 장군과 4명의 종사관 이름을 자신의 이름과 함께 새겨서 그 업적을 영원히 함께 나누고자 했던 장소다. 즉, 총 13명의 이름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던 것. 이것을 일본이 1945년에 정으로 일일이 글씨르 ㄹ쪼아 없애고 전각 역시 부수어버렸다.

p237 이 내용은 1705년 저술된 균여전에 등장하는데, 이 책은 균여 대사의 전기로서 무엇보다 귀중한 향가 11수가 담겨 있어 한국 문학 연구에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고 하더군

p270 조선 영조 때인 1725년에 금산사에서는 대규모 법회가 이루어졌는데, 이때 주변에서 무려 1400명의 사람들이 참여할 정도였다. 이에 놀란 정부에서 당시 법회를 개최한 환성지안이라는 승려를 역모 죄로 몰아 제주도로 유배시켜 죽이게 된다.

p293 박순은 1402년 11월 8일, 살해당하고 만다. 그렇다. 함흥차사에 나오는 박순은 실제로는 이성계를 만나지도 않았으며 함경도 반란 세력에 의해 죽었던 것. 이것이 나중에 함흥차사 속 이성계를 설득하던 박순의 모습으로 그려지게 된다.

p324 전북대학교에서 봉림사지 삼존 석불을 보았고, 실상사에서는 철조 여래 좌상을 보았으며, 금산사에서는 미륵불을 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개태사 삼존 석불까지 만났으니 말이지. 그런데 여행에서 만난 순서는 위와 같아도 제작 시기에 따라 배치하면, 실상사 철조 여래 좌상 —> 봉림사지 삼존석불 —> 개태사 삼존 석불 —> 금산사 미륵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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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QWER이다 - 어느 40대 아재의 밴드 아이돌 덕질 일기
이주강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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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세상이 QWER이다

 : 이주강

 : 빈티지하우스

읽은기간 : 2024/12/20 -2024/12/28


이런 덕질류의 책은 언제나 즐겁다.. 

요즘에야 여자아이돌 팬이라는 것이 낯설지 않지만, 내가 카라를 좋아하뎐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변태이야기 듣기 딱 알맞았다. 

이젠 이런 덕질이 자유로와져서 이런 책도 나오고...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나도 꽤 관심을 갖는 그룹 QWER에 대한 덕질이야기다. 

내용은 그저그렇다. 

그런데 이런 책이 내용이 그저그래야지, 세상을 바꾸는 내용이 나오면 더 이상핮지 않을까?

세상이 이렇게 다양하고, 다채롭고, 변화하고 있는데 나만 멍청하게 있는건 아닐까 자극을 받는 정도랄까... 

사실 아이돌 걸그룹이 화려하고 인기있는 자리이긴 하지만 그건 정말 모래위에 바늘처럼 일부의 이야기..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그라든다.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하고, 재능도 따라가야 하고, 타이밍도 따라야 한다. 

그들의 노력을 알기 때문에 아이돌 걸그룹 아이들이 다들 잘되었으면 한다. 

이런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성공하길...


p13 취미생활이야말로 뇌를 떼어놓고 함께 즐기는 것이지요. 물론 제대로 덕질하려면 생각보다 뇌가 많이 필요하지 말이죠.

p32 20대 초반 소녀의 살아남기 위한 가짜 광기가 제 눈시울을 뜨겁게 했습니다. 시요밍은 QWER 데뷔 전부터 4차원 소녀 이미지가 있엇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QWER 자체 콘텐츠나 마젠타의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그녀가 남다른 똘끼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해줍니다. 하지만 일본 예능을 20년 넘게 즐기고 있는 제게, 그녀의 복장이라든가 기타 여러 상확극은 벼랑 끝에 선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매 순간을 방송각으로 만들고자 애쓰는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p45 그렇다면 QWER은 도대체 무엇을 참고로 해서 만든 성장형 걸밴드일까요? 정답은 일본 애니메이션 케이온, 붗치 더 록으로 대표되는 어설프지만 풋풋하고 진정성 있고 밝은 여고생 동아리 밴드입니다.

p55 QWER의 대중성은 더욱 치솟았죠. QWER을 키운 것은 8할이 안티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롤의 바위게처럼 얻어터지는 게 일상인 QWER 팬덤은 내성과 내공을 늘리고, 그들만의 즐거운 덕질을 이어갔습니다.

p64 이 영상으로 빙튜브는 팰들 사이에서 빙정우(빙튜브+하정우)로 승화하고, 소다단 또한 성불했습니다. QWER의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의 특징은 팬덤의 니즈를 정확히 캐치한 뒤 할술 더 떠서 제공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p72 저는 주위를 둘러보고서 대림대학교 축제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크지 않은 학교 운동장에 사람이 꽉 차지도 않았으며, 상당수가 동네 주민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흰머리 아저씨들이나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학축제를 가장한 동네축제였습니다.

p77 40대 언론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 강다니엘에 빠진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의 작가 원유처럼, 3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아이돌 덕질로 삶의 활력을 되찾는 분들의 에세이 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p91 원래 밴드라는 것이, 음악을 사랑하는 아마추어 괴짜들이 모여 좌충우돌 뚱땅뚱땅하면서 커가는 성격인데도 말이지요.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헤비메탈 밴드인 신스네이크도 QWER 관련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원래 락 밴드는 미숙한 상태로 세상에 나와서, 많은 평단들의 질타와 비난과 라이브 논란… 이런 지적은 지금 세계적 밴드들이 다 겪는 일입니다.

p112 그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고가 아닙니다. 특히 주인공 강백호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야말로 농구 초짜입니다. 하지만 그는 짧은 시간동안 영혼을 갈아 넣으며, 눈을 가린 노새처럼 오직 최선을 다해 앞으로 돌진합니다. 불꽃 남자 정대만 또한 자신의 부상을 포함한 여러 악조건에 대해 불평하거나 이해를 바라는 모습이 없습니다. 그 어떤 부정적 에너지를 타인에게 표출하지도 않고 신세 한탄도 하지 않은 채 “Just do it”합니다.

p124 부정이 자기에게 닥쳐올 때마다 항상 더 큰 긍정으로 덮어버린 초긍정 아희돌! 하찮아질수록 그녀는 위대해질 것이며, 낮은 곳에 임할수록 높아질 것입니다.

p134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게임에는 문외한이고, 게임 음악 또한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어떤 애니메이션 주제곡도 이렇게 대놓고 큐트를 드럼통으로 들이부어 공구리를 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가사가 대놓고 “이게 우리 real power, cute”인데 이 정도로 노골적인 귀여움 찬양 노래가 또 있나요.

p140 단순히 그녀들이 “찐”으로만 남았다면, 세상의 흔한 덕후와 다를 바가 없겠죠. 그녀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인기 밴드가 먼저 된 뒤, 다신 본래의 찐을 극강으로 보여줍니다. 애나마 파워 속 그녀들은 4인조 밴드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입니다. 이 때문에 밴드로서의 QWER을 옹호해왔던 애호가들조차 머쓱해질 수가 있습니다.

p153 아무런 배경 없이 타고난 재능 하나로 400만 틱톡커의 자리에 올랐으니, 안티 또한 산더미처럼 많았죠. 그래서인지,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지고 난 뒤에도 그녀는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전설의 포켓몬으로 불렸죠.

p169 QWER이 광고하는 마운틴 듀 제로슈가 블루에다 라면을 끓어 먹기도 하고, 자기 가수를 희화화하는 웹툰을 신나게 그리기도 합니다. 물론 QWER 멤버들이 그 웹툰을 리트윗하며 함께 즐기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작품을 쏟아내고 있지요. QWER만큼 가수와 팬덤이 병맛으로 하나 된 사례를 달리 찾기 힘듭니다.

p179 별의 하모니를 커버한 가수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 모두 이 감정선 문제에서 난항을 겼었음에 틀림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별의 하모니는 불안한 희망, 확신 없는 기쁨, 사그라드는 벅차오름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양가감정들이 뒤얽힌 난곡이기 때문입니다.

p187 다만 나이가 들면서 차츰 과거의 똘끼가 사라지고 겁만 많아지는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저라면, 카스쿨 페스티벌이 끝난 뒤 귀가해서 피부가 까질 때까지 밤을 새워가며 벅벅 문질러서 결국 스머프끼를 빼고 출근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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