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책방 문화 탐구 - 책세상 입문 31년차 출판평론가의 유럽 책방 문화 관찰기 책방 탐구 시리즈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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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책방 문화 탐구

 : 한미화

 : 혜화 1119

읽은기간 : 2024/09/28 -2024/10/06


이런 책 너무 좋다.

유럽을 여행하는 데 한가지 주제로 다닐 수 있게 만든다.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도 가능하면 그곳의 동네 책방을 들리곤 하는데 유럽에 있는 동네책방을 들러볼 수 있는 가이드라서 더 좋다.

사실 동네책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유명하고 큰 곳이 많다. 그만큼 역사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리라. 

유럽도 아마존의 등장이후 동네책방이 쇠락을 겪고 있다. 그래도 잘 버텨주고 있어서 참 좋다.

없어지기 전에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뿐...



p20 긴 역사를 듣고 나면 세실 코트는 어떤 곳일까 기대되지만 막상 가보면 좀 놀란다. 아주 좁고 작은 골목에 자리한 앤티크 상점 거리다.

p43 책 좋아하는 이들이 대책 없이 빠져드는 공통 품목이 있다. 연필, 펜, 노트 등의 문구류다. 하나를 더하면 에코백이다. 정확히는 캔버스 가방이다. 그래서인지 책 관련 상품으로 많이 나온다

p49 울스틴 크로프트는 대형 체인서점 매대는 출판사의 입김으로 만들어지지만 돈트북스는 직원들의 안목과 단골 고객의 리뷰로 꾸며진다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는 또한 돈트북스의 멤버십 회원들이 쓴 리뷰는 일반 고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도 했다.

p66 구텐베르크 이후 500여 년이 넘는 동안 책방은 값비싼 사치품인 책을 파는 곳이자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엄숙한 지식의 전당이었다.

p82 파리에서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파리 시청은 정말로 두 곳의 지베르 죈을 매입했다. 미국보다 어쩌면 더한 자본주의 국가가 된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이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p84 작고 개성있는 가게들은 모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거리를 떠나고, 그 자리에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상점이 들어선다. 정겨운 골목길 풍경은 사라지고 그저 그런 동네가 되고 만다

p90 3개 층을 모두 책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바스와 에든버러에 있는 토핑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볼 만한 멋진 곳이었다. 궁극의 책방을 만난 느낌이었다. 보르헤스의 말을 써먹자면 책방의 천국이 있다면 바로 바스와 에든버러의 토핑이다

p107 프랑스에는 독일처럼 민족도 없고, 영국처럼 구심점이 될 여왕도 없다. 프랑스에는 오직 피를 흘리며 만들어온 공화주의 전통만이 있을 뿐이다. 공화주의 전통의 핵심은 사회 정의다. 프랑스 사람들은 사회 불의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는 말이 있다

p113 자본주의가 탄생한 나라 영국에서 서비스를 결정하는 건 돈이다. 모든 가치를 돈에 따라 정확하게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가격은 싸지만 품질 좋은 물건이나 맛있는 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영국에서 이런 기대는 접는 편이 좋다. 지불한 돈만큼만 서비스를 받는다.

p126 이때 실비아 비치가 나선다. 책방을 운영하던 그는 겁도 없이 이 원고를 직접 출판하기로 결심한다. 세익스피어앤드컴퍼니와 제임스 조이스는 이렇게 역사에 기록된다

p127 조지는 숙박계 대신 책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는 이들에게 각자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쓰게 했다. 일종의 창작연습을 시킨 셈이다. 책방을 거친 이들이 쓴 약 3만 편의 글은 2016년 3대 사장인 실비아 휘트먼이 ‘내 마음의 넝마와 뼈의 책방’이라는 회고록으로 출간했다

p139 레 되 마고와 이웃한 카페 드 플로르는 1885년 시작했다 드 풀로르의 단골 명단은 어마어마하다. 생택쥐베리, 앙드로 말로, 피카소, 헤밍웨이, 기호학장인 롤랑 바르트, 대통령이 되기 전 미테랑도 있다. 영화배우 알랭 들롱이나 디자이너 라거펠트도 이곳을 좋아해 무시로 드나들었다.

p155 에든버러의 책방 중에는 조앤 롤링과 관계가 있는 곳은 없을까. 그럴리가! 로열 마일 남쪽의 주택가에 있는 에든버러 북숍에 종종 조앤 롤링이 나타나 책을 산다고 한다. 가디언은 “이런 책방이 바로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 책방의 진가를 명쾌하게 표현했다.

p184 글래드스턴 도서관은 영국에서 유일하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우리도 책방에서 운영하는 북스테이는 여럿 있다. 나 역시 해본 적 있지만, 도서관 스테이는 처음이었다. 방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대신 검박한 침대와 나무 책상이 있다.

p204 파리 사람들은 부키니스트가 없는 파리는 곤돌라가 없는 베네치아와 같다고 여긴다. 그런 프랑스 사람들이니 안전은 명분으로 몇백 년 동안 파리 중심부에 자리잡아온 부키니스트에게 내려진 올림픽 기간 폐쇄 명령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르 몽드에 곧장 실린 반박 칼럼의 첫 문장은 알베르 카뮈의 말로 시작한다. “문화를 타락시키는 모든 것은 노예의 길을 앞당긴다”

p223 긴 세월동안 블랙웰스를 사랑한 사람도 많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은 블랙웰스에서 외상으로 책을 산 적이 있다. 그는 외상값을 시로 갚았다. 고블린 발이라는 톨킨의 첫 시는 이런 이유로 블랙웰스 출판사에서 발표됐다. 옥스퍼드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쓴 톨킨과 루이스를 기념하는 코너가 블랙웰스에 별도로 있다.

p237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척 넓은 메인홀에 입이 벌어진다. 네 벽에 손으로 짝 서가가 높이 서 있다. 서가가 높으면 독자는 책 속에 파묻힌 기분이 든다. 현실과 거리를 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간, 책들의 신전이다.

p251 기차역 말고 마터북스에는 유명한 게 또 있다. keep calm and carry on 이라고 쓴 포스터다. 우리말로는 침착하게 계속 나아가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 문구가 새겨진 머그잔이나 열쇠고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시작이 이곳이다.

p267 서점 일기와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읽어보면 손 비델의 위트를 느낄 수 있다. 영국 코미디를 보고 있는 듯하다. 가까운 동네책방 주인 중에 책방의 민낯을 약간은 시니컬하게 드러낸 서점 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도 있었다.

p267 헤이온와이가 성공한 것은 왜일까. 헤이온와이에 가보기 전에는 특색 있는 책방들이 이루어내는 조화 덕분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책도 책이지만 평온한 자연 환경이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에게 책 읽는 시간은 휴식과 같다. 아름다운 자연 아래 책방을 거니는 시간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가 아닐까

p288 P&G 웰스에는 못 갔지만, 상상의 나래 덕분에 새로운 제인 오스틴을 만났다. 200여 년 전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제인 오스틴의 작가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제인 오스틴이 자신을 작가로 여겼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인 오스틴은 여성을 가정의 꽃 정도로 여겼던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고,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어 결혼이 필수인 시대를 살았다.

p304 이 책은 1791년 9월에 집필을 시작해 1792년 충분한 퇴고 없이 서둘러 출간되었다. 문법적 오류가 많고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울스턴 크래프트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더 나은 책을 쓸 수 있었겠지만 상업적인 용도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p317 당시 부모들은 어린이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면 버릇없고 난폭해질 거라며 질색했다. 이 쓸데없는 걱정을 200년도 훨씬 더 지난 요즘 부모도 한다.

p335 정말로 대단한 건 따로 있다. 포터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개발 위험에 처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땅을 사들이고 이를 모두 내셔널 트러스트에 유증했다. 1943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사들인 토지는 농가 15채와 농장 20곳을 포함, 약 1,750만제곱미터, 530만 평이 이른다. 1,75만제곱미터란 얼마나 넓은 땅일까. 경기도 고양 일산 신도시가 1,551만 제곱미터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 지역은 모두 포터의 땅이라고 여겨도 된다. 이토록 넓은 땅을 개발위험으로부터 지켜낸 것이다. 그가 해 낸 일이 이렇게나 크고도 넓다

p339 성당에는 중요한 유물이 여럿 있다. 하나는 1217년 마그나카르타 사본이다. 또 1300년 경 만들어진 세계지도 마파문디도 남아있다. 할딩햄의 리처드라고 불리는 무명의 성직자가 송아지 가죽에 세계 지도를 새겼다. 우리가 지금 보는 세계지도와는 많이 다른, 그래서 중세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p357 당시 서적상이 그렇듯 래킹턴 역시 출판을 겸했다. 1818년 래킹턴은 무명 작가 메리 셀리의 소설을 500부 정도 출판했다. 그 소설이 프랑켄슈타인이다. 뮤즈의 신전은 19세기 영국 출판업과 서적 유통업이 정점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p363 1812년 존 머레이 2세는 바이런의 장편 시집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를 출간해 자신의 책방에 진열했는데, 단 5일만에 매진되었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의 말이 여기서 나왔다. 바이런은 뭇 여성에게 환호를 받았던 문학계 최초의 아이돌이자 우상이었다.

p381 구텐베르크는 인쇄술을 발명했지만 가난헤 허덕였다. 푸스트와 쇠퍼는 발명가는 아니지만 수완이 좋았고, 결정적으로 인쇄술 발명으로 생긴 사업 이익을 충분히 얻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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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 천 년간 풀지 못한 한국어의 수수께끼
향문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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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문천의 한국어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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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4/09/23 -2024/09/27


매우매우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사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분야다.

한국어의 어원을 찾아본다라는 주제..

내용이 쉽지는 않다. 일단 매우 낯설다. 

우리나라 언어와 일본, 거란, 중국, 여진의 언어를 비교하다니... 

더구나 현대어도 아닌 고대 한국어를 찾기위해서... 

단순히 발음이 비슷하니 이 단어가 이 단어에 영향을 받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음운의 규칙성과 문화교류에 따른 음원 변화를 고려하여 찾아가는 길이라 더더욱 어려웠다. 

더구나 거란어까지 한국어의 영향을 주었다는게 신기할 따름..

사실 옆에 있는 나라들인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할 수 있겠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영역이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역사란 정말 다양한 흥미를 끄는 분야다. 


p32 고려는 신라가 아닌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였기 때문에, 고려 시대에 확립된 한국어의 뿌리는 어쩌면 고구려어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43 한국어 계통론에 대한 국어학계의 전통적인 통설은 고구려어, 백제 귀족어를 부여계 언어로, 신라어, 백제 대중어를 한계 언어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p54 백제가 고대 일본에 미친 문화적 영향을 잘 알려진 그대로이며, 고대 일본어가 백제어로부터 많은 어휘를 차용한 것 또한 맞습니다. 하지만 차용어는 계통적 동원어가 될 수 없습니다. 동원어는 친족 언어들 사이에서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어들의 집합입니다. 하지만 차용어는 원래는 없던 단어를 어느 시점에 다른 언어에서 받아들이면서 발생합니다.

p75 고대 일보넝의 위와 거란어의 우이는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언어와 천연 관계에 있는 다른 언어에서는 이 단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위와 우이가 고유어가 아니라 차용어임을 시사하며, 실제로 고대 일본어와 거란어의 사용 지역은 모두 한반도와 가까워 고대 한국어와 언어 접촉이 일어나기 쉬운 지역이었습니다.

p85 고구려의 지배를 받았던 거란인의 언어는 고대 한국어와 오랜 기간 접촉했지만, 한국어족에서 유래한 불교 관련 단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거란인이 한반도가 아닌 대륙을 경유해 불교 문화를 수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p89 한국어족 집단은 역사적으로 숙신, 읍루, 물길, 말갈, 여진, 만주로 이어지는 한반도 인근의 퉁구스어족 세력 및 선비, 거란, 몽골 등의 선비, 몽골어족 세력과 오랜 세월 상호 언어적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었습니다.

p120 한국어족은 일본어족으로부터 자연과 농경에 관한 어휘를 차용했습니다. 반면 일본어족은 한국어족으로부터 기술과 문명에 관한 어휘를 차용했습니다. 이처럼 언어 접촉에 의한 영향은 쌍방향으로 발생합니다.

p143 조선의 대외전략은 큰 나라를 섬기고 이웃 나라와 화친하는 사대교린이었기에, 외국어 교육은 중대한 국책 사업이었습니다.

p148 노걸대는 몽골어, 만주어, 그리고 현전하지는 않지만 일본어로도 번역해, 흡사 전근대 동양의 로제타석이라고 불러도무방할 정도로 학술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p169 이사금은 자비로운 지배자라는 뜻이었지만, 앞서 설명한 [네세] > [노세] “자비롭다”의 음운 변화에 따라 이러한 어원 의식이 상실되었고, 대신에 발음이 같은 “이의 금”을 통해 ‘이사금’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한 것입니다. 한편 일부 학자는 이사금을 현대 한국어의 임금과 관련 짓곤 하는데 ㅅ이 ㅁ으로 변화할 개연성이나 동기가 전혀 없으므로 둘은 별개의 단어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p175 이란국립박물관장을 역임했던 역사학자 다르유시 아크바르지데가 페르시아의 대서사시에서 극적으로 발견한 신라, 페르시아 해상 교류의 증거는 한국을 떠들석하게 했습니다. 설화상의 인물인 아비틴 왕자가 중국을 거쳐 신라로 망명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웅 서사시 쿠시나메에는 베실라라는 섬나라가 등장하는데, 베실라 왕 태후르, 왕자 카람, 공주 프라랑이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p266 중국에는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ㅇㅇ리하게 음역된 기업명이 정말로 많습니다. 가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가정이 화목하다”는 뜻의 이자로, 프랑스의 소매 기업 까르푸는 “집이 즐겁고 복스럽다”는 뜻의 자러푸로, 대한민국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은 “처음 마시는 첫 즐거움”이라는 뜻의 “추인추러”로 음역되었습니다.

p278 중화요리 이름에서 보이는 현대 중국어의 ao와 ai가 한국어의 ㅗ와 ㅐ에 대응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는 중국을 통해 한반도 북부를 거쳐 들어온 성경 속 고유명서 파라오와 시나이산이 한국어 성경에서 바로와 시내산으로 옮겨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p293 우리가 문학 작품에서 접하는 관용구,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날마다 접하는 굳은 표현들 가운데 어느 것이 한국어 고유의 것이고 어느 것이 일본어의 표현을 빌려온 것인지 가려내기란 문자언어로 된 정보가 모든 방면에서 흘러넘치는 이 시대의 일반 언중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p302 이것 말고도 일본어의 영향을 받기 전의 전통 한자어 혹은 한국어 고유의 신어가 많이 기록되었습니다. 이들이 한국어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된 것은 단순히 아쉽다는 감상으로 끝날 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한국어가 품고 있는 옛 전통과의 단절을 통렬히 실감하게 해주는 역사언어학적 증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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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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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은 블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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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4/09/16 -2024/09/22


포르투갈에 여행을 가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보니 언제 다 읽나 이런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유명한 포르투와 리스본뿐만 아니라 여행책에는 나오지도 않는 작은 지역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포르투갈을 자세히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강대국이었으나 이제는 옛날의 영광의 흔적만 가지고 있는 나라를 아줄레주로 엮어내는 글솜씨가 빼어나다. 

생각지도 못한 동네를 가보고 싶어지고, 거닐고 싶어진다. 

포르투갈의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고 싶고,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포르투갈 맥주를 마시고, 포투와인은 들고 석양을 즐기고 싶다. 

여행책이란 자고로 이래야지.. 


p28 유럽 열강들은 세우타를 정복하기 위해 경쟁했지만 포르투갈 아비스 왕종의 넷째왕자 엔히크가 선수를 쳤다. 싸움은 아침에 시작해 환홍 무렵에 싱겁게 끝났다. 포르투갈이 무려 238척의 배에 4만 5,000여 병력을 실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계사의 흐름을 갈랐다. 바로 이때부터 유럽이 주도하는 대항해시대와 지리상의 발견, 식민지 건설 경쟁이 봇물처럼 터졌다.

p42 이렇게 알코올 도수는 올라갔지만 발효를 도중에 막았기 때문에 포도즙 본래의 과일향이 나는 단맛이 느껴진다. 주로 적포도주가 많고 단맛 때문에 디저트 와인으로 애용된다. 반면 스페인 셰리 와인은 발효를 끝내고 브랜디를 첨가하기 때문에 굉장히 드라이하다. 주로 화이트 와인이고 아페테리프로 애용한다.

p50 도루 관광의 중심지답게 피냥 역은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포르투갈은 거의 모든 역들이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장식하고 있지만 포르투의 상 벤투 역을 제외하면 아마도 피냥역이 포르투갈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p70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제일가는 아줄레주 야외 전시장이다. 리스본의 명품 아줄레주가 잘 드러나지 않은 실내에 숨어 있는 반면, 포르투의 걸작들은 야외에 위풍당당한 풍채를 드러내놓고 있다.

p87이제 히베이라 지역의 대성당으로 가보자. 정식 명칭은 성 클라라 성당이지만, 포르투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서 그냥 대성당으로 불린다. 1387년 주앙 1세가 영국의 공주 랭커스터의 필리파와 결혼하고, 그들의 아들인 항해왕 엔히크 왕자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다

p163 리스본 파두가 서민들의 애환과 눈물, 이별의 슬픔 등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다면, 코임브라 것은 대학 도시의 노래답게 철학적이면서도 매우 시적이거나 낭만적인 주류를 형성한다.

p176 당시는 포르투갈이 식민지 확대로 부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그 덕에 도서관에는 탐험가 페드루 알바르스 카브랄이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가져온 금이 아낌없이 쓰였다. 아울러 귀중한 자단과 흑단 나무의 섬세한 목공 조각이 곁들어지고 중국풍의 금세공에다 화려한 프레스코 천장화가 입혀졌다. 금과 대리석, 정교한 프레스코 천장화로 휘황찬란하게 꾸민 도서관의 화려함에는 그 누구라도 압도되고 만다.

p218 미학적 완결성과 자연스런 형태를 비교하자면 주제파의 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주제파의 이 그림이야말로 가슴을 드러내놓은 마돈나, 성모 마리아의 가장 완벽한 구현이다. 오비두스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도 주제파의 그림을 당연히 볼 수 있다. 성당 제단화가 바로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다. 산타 마리아 성당은 열 살의 왕 아폰수 5세가 여덟 살의 사촌 이사벨과 1444년 결혼식을 올린 유서 깊은 곳이다.

p226 이처럼 유럽 기독교 문명의 상징은 조각상에서부터 술집 간판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매우 광범위하게 일치해서 나타난다. 이게 바로 문화의 힘이다.

p238 켈트족 언어로 달을 뜻하는 신트라는 켈트족들이 달의 여신을 숭배하는 성지였고,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의 정착지였다. 또한 중세에는 수도사들의 은둔처였으며, 19세기에는 유럽 낭만주의 건축의 실험장소였다.

p243 물의 소중함을 알기에 요란하고 장중한 폭포보다는 소박하고 잔잔한, 고요한 연못을 좋아했다. 분수도 높이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물줄기가 졸졸졸 흘러내리는,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폰치 무리스카 황동 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맑고 시원하다. 정말 약수 같다. 주변의 파란 계열 타일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p248 포르투갈로 돌아온 그는 신트라 왕궁을 스페인 아줄레주로 장식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래서 레콩키스타 이후 포르투갈의 첫 아줄레주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수입한 타일로 장식됐다. 어떤 백과사전에서 신트라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타일이라고 잘못 기술해놓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못 알고 있다.

p259 이 장식은 하늘의 별을 형상화한 문양으로 이슬람 장식 가운데 가장 미학적 완성도가 높아서 이슬람 왕궁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요소다. 그런데 그것이 이토록 버젓이 카톨릭 군주가 거의 매일 사용하는 예배실의 제단 뒤 천장 장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니.

p269 페나 궁전은 양파 모양의 돔, 무어식 문, 돌로 만든 뱀, 분홍색과 레몬색의 탑 등 뭔가 전체적으로 잘 조화되지 않아서 기묘하다. 여기저기 독특한 부분만 끌어다 쓰다 보니 라스베가스나 디즈니랜드처럼 놀이공원에 온 것 같고 전체적으로 일관된 특징이 없고 매우 어수선하다. 전체적인 외관도 어떻게 보면 예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유치한 레고 조립물 같아 보인다.

p279 호카 곶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황량한 벌판에 세워진 십자가 탑의 글귀다. 바로 카몽이스의 서사시 우스 루지아다스에서 표현한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p335 대학은 폐쇄 당시로부터 214년이나 지난 1973년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오늘날 에보라의 인구는 중세 때보다도 더 적다.

p339 이 성당에는 안토니우 아센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신부의 다음과 같은 시문도 내려온다. 여행자여,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가. 멈추어라. 더 나아가지 말아라. 지금 네 시선에 보이는 이것보다 네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없다.

p344 프란시스코라는 이름이 주는 청빈함과는 정반대로 이 성당은 한창 잘나가던 시절 포르투갈 해외 팽창의 기념비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당에는 주앙 2세와 마누엘 1세의 문장이 그려져 있다. 벽의 장식도 대항해시대를 찬양하는 항패 관련 모티프들로 채워져서 번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p365 베자 수녀원의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이 독자적으로 장식 타일을 생산하기 이전의 것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 있다. 이 타일은 리스본 인근 신트라 궁전의 것과 함께 포르투갈에 남아 있는 15세기 마니세스타일로, 정작 스페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포르투갈이 수입산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만든 타일로 아줄레주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503년께 한 기념비가 시초라고 한다.

p378 포르투갈의 레콩키스타는 1242년 알가르브의 타비라 전투로 마지막 남은 무어인들이 축출되면서 종료되었다. 타비라는 모로코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무어인들의 포르투갈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무어인들이 쫓겨나자 이번에는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원정대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대항해시대에 이 도시는 탐험대의 식료품을 보급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p382 엔히크와 포르투갈의 도전이 현실적으로 매우 수익성 높은 무슬림 노예무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챙기고, 서아프리카의 금과 상아를 독점하는 무슬림 사하라 카라반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엔히크 원정대의 성적이 이교도와의 전쟁으로 확고하게 규정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엔히크 왕자가 출범시킨 모든 포르투갈 범선의 돛에는 항상 십자가가 크게 그려져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p395 엔히크는 청교도적 삶을 산 인물은 아니었다. 사생아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열정이 있었다. 권력에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부국에의 열망과 종교적 신념에 의한 자신의 목표가 분명히 있었다.

p415 실브스는 정말 예쁜 곳이다. 왜 아일랜드 사람인 캐서린과 영국 사람이 로제가 이곳에 왔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날씨 화창하고 살기 좋은 곳이면 이렇듯 기후 조건이 열악한 섬나라 출신 사람들이 모여든다. 프랑스 코트다쥐로 해안의 니스나 칸도 이렇게 영국 사람들의 휴양지로 시작해 지금처럼 커진 도시다.

p434 그 구슬픈 기타하 선율과 목소리를 듣다 보면 포르투갈은 왜 슬플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리스본에 와보면 그 모든게 다 저절로 이해된다. 한때는 영롱한 빛깔로 반짝반짝 빛났을 다채롭고 때깔 좋은 아줄레주로 장식한 거리와 성당과 집들. 그러나 지금은 때가 끼고 금이 가고 이빨이 빠져서 광택을 잃은 처연한 모습으로 벽을 덮고 있을 뿐이다.

p443 알파마를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손꼽아야 하는 것은 단연 파두다. 알파마야말로 파두의 자궁, 탄생지다. 파두의 출생지라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알파마, 리카르도 히베이루의 파마 드 알파마 등 이곳에 바쳐진 곡들이 많다. 파두는 알파마의 거리, 술집과 사창가에서 처음으로 불려졌다.

p477 정작 스페인에서는 스위스의 미늘창병이 이처럼 예술작품의 대상으로 묘사돼 있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들을 고용했던 스페인이 아니라 싸움을 벌였던 포르투갈에서 오히려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만났다.

p485 이렇게 공을 들인 성당이니만큼 중세 포르투갈의 역사에 있어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여러모로 성당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포르투에 대성당이 있다면, 리스본에는 상 비센트가 있다. 12세기에 상 빈센트의 주검이 알가르브에서 이곳으로 옮겨졌고, 브라간사 가문의 가족 묘지가 모셔진 신전도 있다

p494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로 어디를 가든지 파케에 서서 비카 한 잔 홀짝 마시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그 비카가 시작된 곳, 고향이 바로 카페 브라질레이라다. 그러니 리스본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브라질레이라에서 비카 한 잔쯤은 마셔봐야 한다.

p499 트린다드 맥줏집은 말이 맥줏집이지, 고품격의 레스토랑이면서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첫 번째 맥주 양조장이다. 일단 이 맥줏집의 위치나 건물이 갖고있는 역사부터 장난이 아니다. 1294년에 세 명의 수도승이 세운 산티시마 트린다드 수도원이 대지진 이후 한동안 버려졌다가 1836년 맥주 양조장으로 변했고, 최종적으로 레스토랑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p506 이 혼혈 효모는 와인 저장고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여 새롭고 감칠맛을 가진, 차고 신선한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상면발효 방식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맥주라고 하면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르는 도시인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이야말로 하면발효 방식의 출발지가 되었다

p509 그 옛날에 수백 명의 장인들을 동원해 예배당을 조각조각 만들어 이를 무려 3척의 배에 실어 나른 다음 다시 맞추었으니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예배당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짜맞춘 탓에 성당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면 비례와 구도가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p517 오늘날 설탕과 담배의 글로벌화 역시 출발점이 포르투갈이다. 지금은 두 물품 모두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탄을 받지만, 한때 설탕과 담배가 낭만주의의 발흥에 얼마나 이바지를 했던가. 설탕은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에, 담배는 지식인의 사색과 낭만적 고뇌에 빠져서는 안 되는 기호 품목이었다

p518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했어야 할 재화들이 온통 수도원과 성당 건립, 내부의 치장에 들어가고, 그것마저도 온통 수입품으로 대체했으니 국내 문화에술의 발전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전 분야에서 낙후성을 면치 못했다

p524 시아두 옆 동네 바이후 알투는 저녁 때 가야한다. 바이후 알투는 밤에 빛나는 밤의 거리다. 좁을 골목마다 바와 비스트로가 즐비하고 흥겨운 파티가 끊이지 않는다

p528 운 좋으면 이곳에서도 제대로 된 파두를 들을 수 있지만, 격이 떨어지는 파투 공연을 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파투 공연장을 찾기 전에 적당한 알코올 섭취를 권장한다. 취기가 좀 오르면 감정에 취해 싸구려 파두도 싸구려로 들리지 않을 테니까

p538 정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아주 안락한 소파를 갖다 놓은 사실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집주인이 평소 사는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그곳에서 차한잔 마시며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하게 졸고 싶었다. 이곳의 이름을 포른테이라 궁전이다. 이 궁전, 엄격하게 얘기해서 사냥을 위한 별장은 17세기 리스본 근교에 지은 궁전 가운데 당시의 모습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축물이다.

p549 그렇게 10여 년 동안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본 경험으로 볼 때, 포르투갈을 다섯 가지 오브제로 정리된다.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다. 이 다섯 오브제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 다섯 가지를 알면 포르투갈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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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리는 현대사 쟁점
박태균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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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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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4/09/08 -2024/09/13


제목을 보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한국사에서 이슈라는 말이 붙으면 보통 2군데다. 하나는 한국 고대사, 다른 하나는 일제 강점기.

그런데 이 책은 과감하게 현대의 이슈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흥미가 있었다. 

그런데 현대사는 함부로 이슈라는 말을 부치면 안될 것 같다. 특히, 첨예하게 대립되는 내용이라면...

나처럼 뭔가 새로운 발견이나 새로운 학문적 업적이 나온줄 알았는데 이슈와 대립을 설명하는 수준.. 

다른 책과 다른 것은 이슈의 원전을 실었다는 것. 예를 들어 독도에 대한 내용이라면 독도에 대한 이슈가 발생한 조약과 협의문이 번역되어 실려 있어서 원전을 읽고 더 궁금하면 책을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사료도 적고, 판단할 만한 내용도 적다면 함부로 이야기하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립된 양측에게 모두 공격을 받을 테니까...

대립을 해소하고 더 나은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좀 더 선명하기를 바라는 독자의 마음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더 선명한 결론이 있는 책을 원한다. 


p17 일본이 장악한 섬들은 대부분 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들이었죠. 이것 외에 또 하나의 핵심적인 요구는 바로 한국과 타이완의 해방 문제입니다. 특히 한국의 해방을 언급한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죠.

p27 원래는 일본을 무력화시켜서 더이상 말썽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중국이 공산화되자 일본을 다시 한번 부활시켜서 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한 미국의 파트너로 삼기로 했던 것입니다.

p104 영어로 개척을 의미하는 익스플로이테이션을 사전에 찾아보면 두 가지 상반된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용한다 즉 수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개발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p165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불안정한 상황인데도 유엔이 새로운 협정이나 체제를 고민하는 과정에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정전체제의 가장 큰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94 우리는 베트남에서 철수한다. 우리에게 베트남은 중요하지만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 사람들이 해결하라라고 발을 빼는 거죠. 이것이 바로 1969년의 닉슨독트린입니다.

p208 우리는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취해왔기 때문에 해외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아무리 잘사는 나라라도 무역의존도는 대부분 20퍼센트 이하이고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우리의 경우는 무역의존도가 60퍼센트 이상입니다. 즉 우리 경제는 해외 경제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많이 흔들리게 됩니다.

p213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서 미국과 우리나라가 환율 문제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장면 정부에서 환율이 현실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정희 정부 때 다시 한번 환율 문제가 정상화되는 거죠.

p221 초기인 1963년에서 1964년으로 넘어갈 때 경제개발계획이 한 번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수출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바뀐 거죠. 이전의 경제개발계획과 다른 성격의 경제개발계획이 나온 거에요. 그래서 196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중심의 경제개발계획이 실행됩니다.

p227 8.3 조치는 크게 두 가지 교훈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위기가 왔을 때는 시장논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논리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점입니다. 1969년과 1970년의 청와대 보고서만 보더라도 시장논리가 살아 있었지만 8.3조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기업가 윤리를 명확하게 세워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p233 이런 한계 상황들이 70년대 말에 왔습니다. 미국의 정책이 바뀌고 세계경제가 바뀌고, 또 우리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그 구조가 복잡해지니까 박정희식 모델로 가는 것이 어려워졌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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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 인류를 지배종으로 만든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주명진.이병권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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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모 사피엔스

 : 조지프 헨릭

 : 21세기북스

읽은기간 : 2024/09/01 -2024/09/0


이기적유전자에 나오는 밈이라는 용어의 과학적 증명이라고 할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에 문화적 진화를 포함시켰다고나 할까?

인류는 왜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진화하여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는지를 문화의 진화로 설명하는 흥미로운 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유명한 과학자들도 추천하는 걸 보면 이런 생각과 주장에 똑똑하신 분들도 많이 동의하나보다. 

문화적 진화가 일어나는데 가장 중요한 지점은 집단의 규모다. 그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 진화가 더 잘 일어난다. 모의실험을 통해서 보면 규모가 크고 적당히 똑똑하고 덜 똑똑한 사람이 섞여있는 집단이, 똑똑한 사람만 모여있는 소규모의 집단보다 더 진화가 잘 된다고 한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교류하고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는 포인트다.

진화가 있었고, 우리가 그 진화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걸 부인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진화라는게 방향성이 없다보니 '왜 이래야 하지?'라는 대답을 할 때 항상 나는 의문이 든다. 

신의 존재를 믿는 나에겐 진화의 다양한 설명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질문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 책이 2015년에 나왔는데 2024년에 읽었다. 

이렇게 내가 세상의 변화에 느리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좇아가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올해의 책 후보다. 


p28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우리 종의 암컷은 월경주기 내내 변함없이 성관계를 가질 수 있고, 생식 능력이 멈춘(폐경이 일어난) 뒤로도 한참 있다가 죽는다. 아마도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엄청나게 큰 뇌에도 불구하고 우리 종이 그다지 총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은데, 적어도 우리 종이 거둔 엄청난 성공을 설명할 만큼 선천적으로 영리한 것은 아니다.

p29 2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에게서 문화적으로 습득한 정신적 기량과 노하우를 제외하면, 다른 유인원들과 문제 해결 테스트에서 경쟁할 때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 더욱이 우리의 종의 엄청난 성공이나 우리의 훨씬 큰 뇌를 설명하는 데 충분히 인상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p34 우리 종이 성공한 비밀은 우리 개개인이 지닌 마음의 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집단두뇌에 있다. 우리의 집단두뇌는 우리의 문화적 본성과 사회적 본성의 통합에서-우리는 쉽사리 남을 본받으며 적절한 규범을 써서, 폭넓게 상호 연결된 커다란 집단 안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에서- 생겨난다.

p39 기후변화도 이러한 멸종에 기여한 요인이었겠지만, 많은 대형 동물군 종들이 사라진 시기는 인류가 여러 대륙과 큰 섬에 도착한 시기와 오싹하리만치 일치한다.

p54 지능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자들의 경합에서 예측되는 승리 전략은, 동조자는 왼쪽을 50퍼센트 정도로 찍으면서 무작위로 대응하고, 그동안 비동조자는 무작위로 대응하되 왼쪽을 20퍼센트 빈도로만 찍는 것이다. 이 결과를 내시 균형이라 한다. 왼쪽을 찍어야 하는 빈도는 왼쪽이나 오른쪽을 일치시키거나 불일치시키는 경우의 보수만 바꾸면 달라질 수 있다.

p60 프랭클린의 대원 105명은, 커다란 뇌도 있고 동기도 충만한 영장류로서 인간이 3만 년 넘게 식량약탈자로서 살아온 환경을 마주했을 뿐이다. 그들은 북극에서 3년 동안, 그리고 보급품이 서서히 줄어드는 가운에 얼음 속에서 꼼짝도 못한 채 19개월 동안, 그 환경을 경험하고 그 커다란 뇌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시간이 있었다.

p65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문화적 진화의 선택 과정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도구, 관행, 기법을 포함한 문화적 적응물의 묶음들을 조립해 왔기 때문인데, 이러한 묶음은 아무리 동기로 충만하고 협동적인 개인들의 집단이라도 몇 년 만에 고안해 내지 못한다.

p83 사람들이 더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 실험의 핵심적 연구 결과는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에서, 통제된 실험실 조건과 실세계의 양상에서 모두 거듭 관찰되었다.

p89 8장에서는 이 발상을 확정해 어떻게 선택적인 문화적 학습이 인간에게서-우리가 영장류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권력 지위와 더불어 우리종 안에 거주하는- 명망이라 불리는 두 번째 형태의 사회적 지위가 진화하도록 주도했는지 살펴본다. 예컨대 왜 현대 세계에서는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해지는 게 가능한지 알게 될 것이다.

p101 우리의 세상에서, 마키아벨리주의자로 성공하려면 먼저 숙련된 문화적 학습자가 되어야만 한다. 먼저 규칙이 뭔지를 알아내기 전에는, 규칙을 왜곡하고 이용하고 조작할 수도 없다.

p107 핵심은 사바나 사냥 묶음을 창조하기까지 이 우연한 통찰과 운 좋은 실수가 우선적으로 전달되었고, 지속되었으며, 마침내 다른 형질들과 재조합되었다는 것이다.

p114 척추동물의 뇌는 성숙하는 동안 신경세포들 사이의 (축삭) 연결망이 점차적으로 ‘안으로 묻히고’ 성능을 높여주는 수초라는 (흰 빛깔의) 지방질 겉껍질에 둥글게 말려지면서 뇌의 백질이 증가한다. 이 수초화 과정은 뇌 영역들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지만, 가소성이 떨어져서 결국 학습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p119 이 모든 기법 가운데, 익히기가 아마도 우리의 소화계를 다듬어온 문화적 노하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영장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조리가 (그래서 불과 함께) 인간의 진화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해 왔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해왔다.

p133 이러한 추론이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땀에 기반을 둔 우리의 정교한 체온조절 체계는 문화적 진화가 물통을 만들고 다양한 환경에서 수원을 찾아내기 위한 노하우를 발생시킨 뒤에야 진화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를 기막힌 오래달리기 선수로 만드는 한 벌의 적응물은 실은 공진화 묶음 안으로 문화가 결정적 재료의 하나인 물을 배달했던 것이다.

p147 포유류의 몸에서는, 썩어가는 과일을 비롯한 여러 출처에서 나오는 알코올이 알코올탈수소효소 유전자가 생산한 효소에 의해 분해된 뒤 최종적으로 간에서 처리되어 에너지와 대사산물로 바뀐다. 그러나 알코올이 간으로 흘러들어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넘쳐서 심장으로 들어간다음 전신에 퍼진다. 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p159 종합적으로 볼 때, 문화적 진화는 인간의 유전체를 갖가지 중요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모양지을 수 있고, 그렇게 해왔다. 5장에서 보았듯이 이 문화-유전자 공진화의 상호작용은 우리 종의 역사 속으로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부터 문화적으로 전달되는 불, 물통, 추적, 발사무기 따위에 관한 노하우들이 핵심적인 선택압의 일부로서 우리의 해부구조와 생리의 여러 측면을 선호하고 있었다

p169 이 금기들의 집합은 여성들의 평소 식단에서 가장 유독한 종을, 정확히 어머니와 자식이 가장 취약한 시점에 선택적으로 겨냥하는 일종의 문화적 적응물에 해당한다.

p174 우리 종과 반대로, 다른 동물들은 식물을 해독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유전적 적응 구조를 잃어버리고 문화적 노하우에 대한 의존성을 진화시킨 뒤, 먹기만 한다

p177 이 예시의 핵심은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적 관행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때로는 자신의 관행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심지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새나 뼈를 이용한 점술이 실제로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관행을 버리거나 갈수록 의례를 통해 알게된 것을 무시하고 자신의 직관을 선호할 것이다.

p195 어떤 형태로든 공경을 받지 않는다면, 명망가로서는 아무 관계도 없는 학습자가 주위에 있게 해줄 의욕이 거의 없어서 자신의 기량, 전략, 노하우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권한을 제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p200 명망가가 영향력이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과 관행을 바꿔 명망가의 것과 더 잘 일치시키기 때문이기도 하고, 설사 의견이 다른 경우에도, 공경의 한 형태로서 명망가를 따라가고 싶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p210 심지어 명망이 낮은 참가자가 먼저 협력했을 때에도 명망이 높은 참가자는 여전히 협력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명망이 낮은 참가자는 실제로 명망이 높은 참가자의 협동적 경향 또는 행실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었을 뿐 아니라, 명망이 높은 참가자는 명망이 낮은 참가자가 자신을 따르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만 협력으로 대응했다. 여기서 협력이 창출되어 모든 사람의 이익이 커지느냐 마느냐는 결정적으로 명망이 높은 참가자가 먼저 행동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었다.

p254 최근의 여러 실험적 연구도 남들과 장단 맞춰 노래하기 그리고/또는 움직이기가 집단 안에서 소속감을 심화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협력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p260 서로에게서 배우는 우리의 능력이 공동체 의례, 음식 금기, 친족관계의 규칙을 포함하는 일련의 사회규범을 탄생시키며, 이는 인간의 사회생활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p267 모든 친사회적 제도는 집단 간 경쟁의 역학에 의해 새로워지지 않는 한, 시간이 가면 낡아서 마침내 이기심의 손에 무너진다.

p274 인류학자 도널드 터진은 일라히타가 다른 공동체들과 달리 그처럼 큰 규모를 유지한 비결에 대해 자세히 연구했다. 그는 지난 세기 동안 일라히타가, 그것을 에워싼 신비한 믿음 체계 안에 안락하게 자리잡고 있는, 의례적으로 자극되는 형태의 사회조직을 도입했음을 발견했다. 이 묶음이 공동체를 재조직해 하위집단들 사이에 서로 교차하는 상호의존성을 창조했고, 의존성은 다음 의례에서 신성화되었다.

p293 위반자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문제는 따돌림이나 신체적 폭력으로 비화되고 가끔은 조직적인 집단처형으로 절정에 이른다. 복종하지 않고 훈련을 거부하는 놈들을 죽임으로써 늑대를 개로 가축화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인간 공동체는 자신들의 구성원도 가축화했다.

p311 사회규범이 까다로운 이유는 그것이 흔히 숨어 있다가 너무 늦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규범 가운데 다수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의 일부로 너무도 깊이 박혀 있는 나머지 어떤 사람은 다르게 믿을 수도 있으리라고 상상하기가 어렵다.

p323 결과는 전쟁의 경험이 아동기의 중간 시기를 여는 7세 무렵에서 성인기 초기(20세 무렵)에 이르는 발달 기간 사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범위에 들어가는 나이에 경험한 전쟁은 사람들에게 평등주의적 규범을 고수하려는 동기를 각인시키는데, 그것은 그들의 내집단에만 해당됐다. 다시 말해 전쟁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은 비용분담게임에서 반반 나누기를 택하는 식으로 평등주의적 선택을 더 많이 하지만, 내집단의 구성원에게만 그렇게 한다.

p332 5-본보기 처리군에서, 참가자들이 무조건 앞선 세대에서 가장 능숙한 선생을 모방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는 (다섯 명 가운데) 최상위 선생 네 명의 통찰을 통합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최고의 선생이 한 것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것은 중요한데,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별개의 요소들을 습득함으로써, 학습자가 발명없이도 혁신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38 더 큰 개체군이 문화적 전달에 내재하는 정보의 손실을 극복할 수 있는 이유는, 뭔가를 배우려는 개인들이 많으면 누군가는 결국 자신의 학습 본보기와 최소한 같거나 그보다 나은 수준의 지식 또는 기량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p344 무엇이 어린이를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과제를 더 잘 푼 아이들은 (1) 다른 아이들을 더 자주 본떴다(남들과 행동을 일치시켰다) (2) 설명을 더 자주 들었다(가르침을 받았다) (3) 다른 아이들에게서 선물을 더 많이 받았따(사회적이었다). 따라서 모방, 교육 사회성이 중요했던 것이다.

p346 불행히도 손을 들고 이렇게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은, 도구의 복잡성을 보고 선천적 인지능력을 추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도구의 복잡성이 발생하는 데는 사회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이것이 정답이다)

p370 아이들에게서 정수와 색이름을 둘 다 충분히 이해하는 능력은, 최소한 언어의 다른 양상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늦게 발달한다. 흥미롭게도, 요즈음 서구의 아이들은 지난 세대의 아이들보다 더 어린 나이에 기본 색이름을 떼는데, 이는 문화적 체계가 이 지식을 더 잘 전달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p398 능숙한 독자는 아마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이 떨어질 텐데, 왜냐하면 관련 뇌 영역들을 돌려쓰면서, 얼굴 인식을 전문으로 하는 방추화 영역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실은 신경적으로 얼굴 정보를 처리할 때 뇌의 오른편을 선호하는 비대칭성이 정착된 것도, 읽기 학습의 효과가 얼굴 처리를 왼편에서 몰아내어 왼편이 할 수 있는 일을 오른편으로 떠넘기기 때문일 수 있다.

p402 최근의 증거는 문화가 어떻게 우리 뇌 구조를 바꾸고, 몸을 주조하고, 호르몬을 조절하면서 생물학을 모양짓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문화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의 한 유형이다. 유전적 진화의 한 유형이 아닐 뿐이다

p405 다른 가격을 매긴 같은 포도주에서 얻은 스캔 사진을 비교한 결과는, 사람들이 더 비싼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동안 내측 안와전두피질, 다시 말해 냄새, 맛(음식과 음료), 음악에 대한 쾌감이나 호감의 경험과 연관되는 영역에서 더 높은 활성화를 보여주었다.

p424 우리 종의 문화적 본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인간 개체군을 제도, 기술, 관행에 연관된 수많은 차원에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그 심리적 차이들은 궁극적으로 (유전적이 아닌) 생물학적 차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유전학적 설명을 생물학적 설명과 동일시하고 이 둘을 문화적 설명과 구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p434 이 초기 단계의 어느 시점에, 아마 우리 계통에서 7번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MYT6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졌을 것이다. 현생 영장류안에서 이 유전자는 영장류의 머리뼈를 둘러싸는 거대한 근육을 만들어 냄으로써 영장류가 질긴 먹이를 씹고 아주 세게 물 수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이 유전자의 도움으로 만들어지는 강력한 근섬유가 더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 안에서는 이 유전자가 활동하지 않는다.

p463 인간의 암컷은 언제든지 성 상대자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고 수컷은 자신의 짝이 언제 임신할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이와같이 배란이 최소한 부분적으로 감추어짐으로써, 수컷은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더 자주 짝의 주위를 맴돌다가 번식에는 불필요한 성관계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p478 왜 인간은 다른가에 대한 답은, 우리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문화적 진화가 누적적이었고, 그런 다음 이 축적되고 있는 정보 덩어리와 그것의 문화적 산물 모두가, 불과 식량 공유 규범처럼, 인간의 유전적 진화에서 중심적인 추동력으로 발전했다. 우리가 이토록 독특해 보이는 이유는, 다른 어떤 현생 동물도 이 길을 밟지 않았고, 이 길을 밟았던 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그랬듯 우리 종이 여러 번에 걸쳐 확장하던 어느 한 기간에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p482 전반적으로 이 문화-유전자 공진화 과정은 인간의 협력이라는 특정한 본성의 설명을 가로막는 주요한 난제들을 잘 풀어간다. 그것은 왜 우리 종은 다른 종보다 이토록 더 많이 협력적인지를 해명할 뿐 아니라, 왜 인간의 협력은 (1) 사회와 행동 분야(예: 식량공유, 공동체 방어, 의례 참여 따위)에 따라 이토록 많이 다른지, (2) 지난 1만 년 사이에 이토록 극적으로 증가해왔는지, (3) 문화적 학습에 의해 이토록 쉽사리 영향을 받는지, (4) 의례적 관행이나 음식 금기처럼 협력과 무관한 많은 분야에서 작동하는 것과 똑같은, 평판을 통한 강요 기제에 의존하는지 (5) 사회에 따라 수반하는 보상, 처벌, 자질의 신호, 규범 위반자를 선택적으로 이용해먹는 방식이 천차만별인, 전혀 다른 유인체계에 의해 유지되는지도 설명해준다.

p488 명망과 순응주의의 단서들을 신뢰도증강표시 CRED(믿다)와 조합한 새로운 공동체 의례가 개발되고 확산되어 이 새로운 신에 대한 신심을 깊게 하고 국지적 공동체나 부족을 넘어서 연장되는 더 큰 믿음의 공동체를 건설했다. 그 결과로 현대 종교는 우리의 정치제도와 마찬가지로, 우리 종의 진화사 대부분 동안 존재했던 종교 및 의례와는 상당히 다르다. 모두 똑같은 문화적 진화 과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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