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랜드투어 이탈리아
작가 : 강대진
출판사 : 도도네
읽은기간 : 2024/06/20 -2024/06/30
그랜드투어 이탈리아나 그랜드투어 그리스 2권 모두 읽었다.
봐야할 곳도 많고 유적도 많고, 설명할 내용이 많아서인지 책이 나열형으로 씌여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유적지의 약도를 보며 따라가기는 하지만 너무나 많은 지식을 쏟아내다 보니 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이탈리아를 남부에서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과거 영국이나 프랑스의 부유한 자제분들은 이런 코스로 공부를 했을까?
생각보다 배우고 알아야 할 내용이 많아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숲과 디테일을 모두 아우룰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너무 많은 정보가 나오니 잘 취사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p35 로마 멸망 이후 계속 춥던 기후가 서기 1000년경부터 갑자기 좋아지고(중세 온난기), 그렇게 해서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 부가 1080년 팔라티나 예배당의 구건물을 짓게 만들고, 그로부터 약 50년 지나서 팔라티나 예배당이 확장되고, 다시 약 50년 지나 몬레알레 성당이 지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리가 잘 된다.
p44 공항을 지나 다시 한 30분 달리면 세게스타 신전에 도착한다. 이 신전은 장식이 전혀 없어서 대체 어떤 신에게 바쳐진 것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내실도 조성하지 않아서, 그냥 바깥 테두리 기둥만 남아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신전을 포에니 전쟁 직전에 짓기 시작했는데 전쟁이 발발해서 사람들이 떠나고 그냥 잊혀져 이렇게 공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로 남았다고 한다.
p50 이 전쟁에서는 아테나이가 패배하고 말았는데, 투퀴디데스는 그 원인이 페리클레스가 전쟁 초기에 죽고 그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페리클레스는 전쟁을 확대하지 말고, 적이 육전에 강하니 보병 전투를 피하고 해군을 이용해서 배후를 치자는 지침을 갖고 있었는데, 그 전략이 유지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p79 어떤 자료에는 신화적으로 아주 중요한 유물이 이곳에 소장되어 있다고 나온다. 바로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전사하여 동료들이 그의 시신을 옮기는 도기 그림이다. 하지만 이 부근에서 출토되었을 분 소장처는 다른 곳인 모양이다. (거기 있다고 들은 유물이 막상 현장에 가면 그곳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p82 조각상은 오른손을 하늘로 뻗고 서있으며, 그의 왼쪽 겨드랑이 쪽에서 두 인물이 옷 주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4원소를 규제하는 사랑과 미움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그 대좌에는 이탈리아어로 ‘그들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시간 속에 늘 있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p87 우리가 시칠리아섬 중앙으로 이동한 주된 이유는 그곳에 멋진 로마 모자이크가 있어서다. 헨나 남쪽에 있는 도시인 피아차 아르메리나의 남쪽에서 로마시대 대저택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가 발굴되었는데, 모자이크 규모가 엄청나다.
p109 쉬라쿠사가 로마에게 함락될 때 로마군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래 바닥에 뭔가를 그리며 계산하던 중에 젊은 군인이 그것을 밟고 지나가자 노인은 역정을 냈고, 화가 난 군인이 그만 이 대학자를 쳐서 죽였다는 것이다. 그 옛날에도 노인들은 화를 잘 내고, 젊은이들은 욱하는 마음을 잘 참지 못한 모양이다
p130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신화를 원인설화라고 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오늘날 과학이 하는 역할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황금가지를 쓴 제임스 프레이저는 신화가 잘못된 과학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p148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면 늘 느끼는 것이, 이 나라의 근현대 예술이 수준급이어서 어느 도시를 가나 기회 있을 때마다 근현대 미술과도 함께 들러보면 참 보람이 크다는 점이다.
p152 오비디우스는 누마가,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도시를 찾아가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철학자의 강의를, 죽은 자들과 함께 듣고선, 선생의 가르침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펼쳐 놓은 것이다. 현대 독자라면 사정을 잘 모르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겠지만, 고대의 학식 있는 독자들은 시인의 농담에 남모르는 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했을 것이다.
p166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에 가면 다시 퓌타고라스상을 만날 수 있는데, 그곳에는 이분 뿐아니라 이탈리아와 연관이 있는 모든 위인들을 다 조각으로 만들어서 공원을 가득채웠다. 보르게게 공원 서쪽에 있는 핀치오 테라스 주변이 그곳이다.
p193 요약하자면 폼페이의 역사는 희랍 식민 시대(기원전 8세기)-에트루리아 시대(기원전 6세기)-희랍 도시 시대(기원전 5세기)=삼니움 시대(기원전 4세기)-로마시대라고 보면 되겠다
p217 이 집이 유명한 이유는 이 조각상보다는 여기서 발견된 놀라운 모자이크 때문이다. 바로 알렉산드로스 모자이크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의 다레이오스 3세와 전투하는 정면인데, 그 둘이 처음 맞붙었던 잇소스 전투(기원전 333년)를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p222 이제까지는 대체로 6구역을 돌아보았는데, 그 남쪽 7구역에 꼭 들러야 할 곳이 하나 있다. 옛날 사창가였던 곳이다. 포룸 북쪽에 있는 제우스 신전 옆의 네로 문을 통과하자마자 우회전하여 크게 두 블록을 지나 다시 우회전, 한 블록이 끝나느 곳의 모서리 삼각형 건물이 바로 그 집이다. 그 바로 동남쪽에 스타비아 목욕장이 있으니, 영업하기에 좋은 위치라고 해야할 것이다.
p241 이 도시에는 현재 희랍과 로마의 유적이랄 게 거의 없다. 우리가 이곳에 가는 이유는 박물관 때문이다.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이 소장품 수준은 이탈리아 전체에서 고대 관련 박물관을 셋만 꼽으라면 거기 들어갈 정도다(나머지 둘은 로마의 카파톨리움 박물관과 바티칸 박물관이 될 것 같다. 내가 보기에 마시모 팔라초는 카피톨리움보다 못하다)
p270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객들과 마주치는데, 키케로는 저항하는 그의 종들을 만류하고 스스로 목을 내밀어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편 안토니우스는 그 밉살스러운 연설문을 적었던 손을 잘라, 그의 머리와 함께 로마 포룸의 연단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p272 이 무덤은 특별한 볼거리라기보다는 서양 문화의 기초를 놓은 인물을 기리기 위해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한때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시오노 나나미는 키케로를 아주 하찮은 인물로 평가했지만 오늘날 서양에서 쓰는 고급 어휘는 거의 다 키케로가 만든 것이다.
p280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권위를 대표하던 인물이 속인에게 뺨을 맞은 초유의 사태를 당하고 충격을 받았던지 교황은 한 달 뒤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단테는 보니파키우슨 8세를 극히 혐오했지만(이 교황이 발루아의 샤를을 보내 피렌체의 흑백 갈등에 간섭하게 하였고 그 여파로 단테가 축출되었다). 교황이 이런 봉변까지 당해서는 안 된다며 매우 개탄한다. 그는 이것을 그리스도께서 교황의 몸을 입고 다시 한번 십자가에 달리신 것으로 간주한다.(연옥편 20곡 86행 이하)
p292 빌라 부근에서 발견된 많은 미술품이 외국 박물관으로 가버렸는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 루부르에 있는 사슴과 함께 있는 아르테미스 석상이다.
p324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표결에 붙이면 대다수가 그래도 들어가보는 쪽을 선택한다. 아마 로마제국의 유적 중 원래 모습에 가까운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게 이것뿐이어서이리라.(사실은 몇개 더 있다. 나로서는 로마대표 건축물은 판테온이라고 생각한다)
p333 현재는 교회(성 코스마와 다미아노교회)의 일부가 되어 있지만 원래는 로물루스 신전이었다. 한데 여기서 섬겨지던 분은 로마 건립자 로물루스가 아니라 막센티우스의 일찍 죽은 아들 로물루스다. (현재의 포룸에는 막센티우스의 영향이 막강하다) 그리고 이 건물이 이렇게 멀쩡하게 보존된 이유는 늘 그렇듯이 일찌감치 교회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p362 다음으로 꼽고 싶은 것이 헤라클레스로 분장한 콤모두스 흉상이다. 겸손한 스토아 철학자였던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는 정반대로 과대망상증이 있던 이 황제는 자신을 헤라클레스의 화신으로 생각해서 야수 몇마리를 죽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p381 마르켈루스 극장에서 서쪽으로 800미터쯤 떨어진 테베레 강변에 파르네제궁이 있다. 나폴리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많은 유물들이 머물던 곳이다. 지금은 프랑스 대사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 안에 안니발레카라치가 그린 디오뉘소스의 개선등 신화를 소재로 한 벽화가 꽤 많다.
p402 북쪽(피오 클레멘티노관)에 이 박물관의 핵심 유물들이 있다. 벨베데레 아폴론, 라오콘 군상, 티베리스강의 신, 안토니오 카노바의 페르세우스 등 신화 소재도 있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펠리클레스 등의 초상조각도 많이 있다.
p405 빌라 줄리아에서 보르게제 미술관을 가자면 동남쪽으로 보르게제 공원을 한참(약 1.5킬로미터) 가로질러야 한다. 중간에 국립현대미술관 앞을 지나가게 되는데 들어가 보면 더 좋다. 데 키리코, 자코메티, 모네, 고흐, 클림트, 심지어 잭슨 폴록 작품까지 소장하고 있다. 그동안 옛것만 보느라 침침하던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p422 아카데미아에서 동쪽으로 약 100미터에는 피렌체 국립고고학박물관이 있는데, 거기에 두 개의 명품이 있다. 하나는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프랑수아 도기라고 불리는 커다란 항아리이고, 다른 하나는 아레초에서 발견된 청동 키마이라상이다.
p440 베로나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길에 파도바에 들러 스크로베니 성당에 있는 조토의 프레스코를 보면 좋다. 예수의 생애를 자세히 그렸다
p447 베네치아의 미술관들 중에서 이른바 가성비를 고려하여 딱 세 군데만 꼽으라면 나로서는 구겐하임, 페사로궁, 그리고 황금궁전을 선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