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9 1980년대 프랑스 북쪽에서 태어난 남자라는 필터를 거쳤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인 이유이기도 하다
p16 사귀기 전에는 서로 관심을 보여야 하니까 자주 연락하지만, 연애를 시작하면 메시지를 주고받기보다는 만나서 얘기하려고 한다.
p20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인 조르주 클레망소는 “영어는 잘못 발음한 프랑스어다”, “영국은 잘못된 프랑스의 식민지다”라는 말을 남기며 비꼬기도 했다.
p22 프랑스인들은 가족, 친구, 연인까리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한다. 과장해서 칭찬하거나 열렬하게 사랑을 표현하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시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진심을 내보이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프랑스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p26 한국에 와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 적이 있다. 보드 게임을 같이 하려고 몇 명을 초대했는데, 모두 빈손으로 와서 좀 놀랐다.
p28 기본적으로, 프랑스인들은 특히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외식을 잘 하지 않아서 친구를 만나는 데 그다지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돈이 없다고 친구를 못 만나는 일은 없다.
p34 그런 일은 우정이 사랑으로 발전할 때 일어날 수도 있고, 어쩌면 그냥 하룻밤의 실수일 수도 있다. 하룻밤 실수일 경우, 그 뒤에 그냥, “야, 어제는 좀 그런 분위기였지. 그런데 그냥 다시 친구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거나, 암묵적인 분위기로 그런 의사를 전달하면 된다.
p37 한국에서는 질투가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불신의 증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p51 20대까지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30대 이후에도 싱글일 경우 연애 상대를 만날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p53 어렸을 때부터 보통 커플은 같이 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동거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p63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허락하는 한 자식을 많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뿐만 아니라 성년이 돼도 마찬가지다.
p67 자식의 탄생은 부모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챔임질 의무가 있고, 자식은 부모에게 의무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p94 식사를 하고난 후에는 꼭 단 것을 먹어야 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프랑스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왔을 때는 다 함께 편의점으로 가서 과자를 사 먹었다
p103 프랑스에서는 술을 마실 때 한국처럼 1차, 2차, 3차를 거듭하는 습관이 없다. 학생들의 경우, 바를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마시기도 하지만 보통은 같은 장소에 오래 있는다.
p105 만약 프랑스에서 맛집 정보 없이 음식점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일단 가게 인테리어가 예쁜 곳에 들어가 보길 바란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 주인이라면 분명 음식에도 그만큼 정성을 기울일 것이다.
p106 프랑스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오면 테라스 찾기에 바쁘다. 영 마땅치 않을 때는 친구들을 편의점으로 데려간다
p116 이런 경향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는데, 톨스토이나 푸시킨 같은 러시아 대문호들조차 프랑스어로 집필했을 정도다
p119 미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이 프랑스에 많이 수입될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도 미국이 프랑스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영향을 많이 받고, 또 그 문화를 즐기면서도 동시에 경쟁심을 느끼며 경계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p127 프랑스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한 편이 1=5분 정도인 초단편 드라마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보통 저녁에 뉴스가 끝난 후, 영화를 틀어 주기 전에 많이 방영한다
p130 프랑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특색 있는 시나리오에, 감독들이 자신만의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작품을 만든다고 평가한다.
p135 프랑스에서는 미국 노래가 더 많이 나온다. 오죽하면 영화 산업처럼 라디오에도 쿼터제가 있을까? 라디오에서 DJ가 선곡한 노래 중 35퍼센트는 반드시 프랑스어로 부른 프랑스 노래여야 하고, 그중 일정 비율은 신곡이어야 한다.
p137 대체로 고음이나 큰성량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보다는 좀 특색이 있는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하는지 말을 건네는 건지 구별하기 어려운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많다.
p141 책은 외면과 내면을 모두 신경 쓴 좋은 선물이라는 인식이 있다. 책 그 자체로 디자인이 예쁜 경우가 많고, 내용도 지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p146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학교에서도 주로 앞서 언급한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을 배우는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에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p149 우리는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해서 꼭 밝고 명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ㅇ낳는다. 영국 가디언에서 프랑스 동화책들이 너무 무섭다는 기사를 내보냈을 정도다
p156 대략 17세기 무렵의 일인데, 이후 결투는 법적으로 금기됐지만 거의 20세기 초까지도 불법적인 결투가 이어졌다
p170 프랑스에 있을 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엄격한 교육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식사 예절이다. 우리 부모님은 식사 예절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몇가지 원칙을 세우셨다
p172 일반적인 프랑스 사람들은 부모가 자기 아이를 엄하게 교육하기를 기대한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예의바르게 행동하도록 부모가 잘 통제하기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p182 놀랍게도 데이터를 살펴보면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빈부 격차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p191 학생들을 존중하는 수업이 이뤄지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열띤 토론을 벌인다고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정말로 전혀 그렇지 않다.
p195 청소년기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 시기가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탐색한다
p198 대혁명처럼 자랑스럽고 눈부신 역사도 있지만, 부끄러운 역사도 함께 존재하나.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역사의 어두운 측면도 가르쳐야만 하고, 역사 교육은 과거의 사실을 탐구하는 과목이 되어야 한다
p203 내 또래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제2차 세계 대전의 대학살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세대 사람들은 애국심을 가진사람 = 외국인 혐오증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p221 프랑스에서는 그런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다. 아주 예전에는 프랑스도 한국처럼 공부를 잘하면 성공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능력주의 사회가 아니다. 실적이나 실력보다는 출신이나 집안 배경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 공부를 열심히 할 동기가 없다
p231 따로 인재 교육에 투자하기는 싫으니 넘쳐나는 인력 시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쇼핑하는 느낌이다
p247 일만 잘하면 되지 개인사에까지 신경을 쓸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잡지에 나오면 크게 이슈가 되고, 일종의 가십으로 소비된다.
p247 희한하게도 우파 지지자들은 정치인의 도덕적 흠결에 매우 관대하다
p250 정치인들에게 기대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지도 않고,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정치란 모두 일종의 연극이고, 그렇기 때문에 쓸 데 없는 관심을 기울여 힘을 빼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많다.
p256 다르 나라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프랑스 사람들 다수가 좌파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다수를 차지하는 건 말하지 않는 우파다.
p272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는 대통령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한 대통령이기도 했다.
p288 공무원과 민원인의 관계를 보면, 공무원이 갑이다. 공무원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꼭 그 공무원의 스타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밀어붙인다.
p312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 꼭 프랑스 국적일 필요는 없다. 합법적으로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보장이 된다
p314 지금은 민족이나 인종 정보를 포함한 통계를 내는 게 불법이다. 그 정도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기억은 프랑스인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프랑스인들은 아직도 정부 기관끼리 개인 정보를 주고받을 경우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p320 프랑스 사람들이 아주 개방적인 편은 아닌데, 특수한 상황에서는 개방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노출이 심하 ㄴ옷을 입거나 길에거 너무 심한 애정 행각을 하는 건 꺼리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노출장면을 보여주는 것에는 개방적이라거나, 의사에게 맨몸을 보여주는 것을 거리낌이 없다.
p329 다양한 인종이 통합된 팀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었겠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애초에 사회적으로 이민자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멘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여긴다
p335 한국에서는 정교분리가 특정 종교를 국가의 공식 종교로 삼거나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프랑스의 정교분리란 공공 기관이나 정치적인 의미를 가진 자리에서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분리를 의미한다
p343 프랑스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그저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의식이 강하다. 흠집이 조금 나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p344 프랑스 사회에 널리 퍼진 갈랑트히라는 문화가 있다. 여자에 대한 친절을 의미하는 용어로, 일종의 교양이나 예의로 여겨진다.
p347 젊은 세대는 큰형 부부처럼 평등한 인식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려고 하는데, 아직 사회적 환경이 그 의식을 따라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p388 공공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한다면 지지를 많이 얻고, 자신들의 혜택을 위해 파업을 하면 반대한다. 하지만 반대한다고 해도 파업이 있을 때는 불편을 참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지옥행정을 통해 인내심을 배웠다.
p397 프랑스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옛날 건물을 보는 걸 좋아한다. 어딜 가든 해변에서 유유자적 놀았다면 역사적인 유적지에 가서 지식을 습득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p412 프랑스 북부와 서부 지역의 바닷가에 가면 사구, 즉 모래 언덕이 있는 곳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풍경을 자주 봤고, 해변에 사구가 있는 게 익숙하다. 보르도의 아르카숑 지역에 가면 필라 사구라는 유럽에서 가장 큰 모래 언덕이 있다.
p422 보통 이 시대에는 남성인 수도승들과 여성인 수녀들을 각각 다른 수도원에서 생활하도록 했는데, 퐁트브호는 특이하게도 수도승과 수녀를 모두 수용했다. 시설 자체는 분리해서 사용하지만, 한 수도원에서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신앙생활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