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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문
김상욱.심채경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9월
평점 :
제목 : 과학산문
작가 : 김상욱,심채경
출판사 : 복복서가
읽은기간 : 2026/03/09 -2026/03/20
알쓸신잡으로 유명해진 두 과학자의 아무말 대잔치 편지 주고받기.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그 견해에 의견이 달리며 이야기의 주제가 퍼져나간다.
한 주제에 매달려있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수다를 덜듯이 이야기하다보니 산만하기는 하지만 그게 산문의 읽는 재미이지 않을까?
목적을 가지고 쓴 글은 나름대로 그 맛이 있고, 서간문으로 읽는 글은 또 다른 맛이 있다.
과학자들이지만 학문의 깊이만 있는게 아니라 커뮤니케이터로도 대단한 분들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 읽었다.
p11 과학은 오로지 물질적 증거에만 기반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증거가 없을 때는 그냥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p21 천문학자는 대상을 부수거나 변형할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쳐다볼 뿐입니다. 원한다면 마음대로 외부 세계를 바꾸는 물리학자와 달리 천문학자가 내면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p23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문제를 관찰자와 관찰대상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관찰자가 관찰대상을 측정하면 대상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원리죠
p44 KBS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 에 따르면 국수는 중국의 탕 문화와 서역의 빵 문화가 결합하여 탄생한 거랍니다.
p50 수영장 밖에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출렁이는 물결 때문에 바닥의 무늬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처럼, 별빛은 지구 대기의 요동 때문에 우리 눈에 도달했다가 빗나가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 우리 눈에는 별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겁니다.
p57 농경이 시작되자 잉여산물이 생겼고 이를 약탈하는 무리도 나타났을 겁니다. 농경과 함께 요새나 성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겠죠
p61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도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죄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글입니다.
p65 학문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야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철학사, 경제학은 경제학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물리학도 과학사나 물리학사로 시작해야 하죠. 왜냐하면 모든 학문은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p76 사실 21세기에 제조된 자동차의 깜빡이 소리는 대개 인위적으로 꾸며진 것입니다. 자동차에 전자제어 장치를 도입하는 등 많은 부분이 전자장치로 대체되어서 그렇습니다.
p81 저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예술의 창의성과 과학의 창의성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수학, 과학 공부에 되기보다는 삶을 풍성하게 하기에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p87 천재는 대부분의 가능성을 미리 탐색해봤다고 했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천재에게는 탐색하는 일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p93 1894년 비숍의 방문으로부터 70여 년 뒤 우리르 ㄹ관찰한 또다른 기록으로 폴 크레인의 Korean Patterns(한국의 방식들)라는 책이 있습니다. 알쓸별잡 촬영차 들렸던 미국 뉴욕의 한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어요.
p100 필사본에는 제목 페이지가 대개 없고, 보통 incipit(시작)이나 서두의 말, 즉 친애하는 독자여와 같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구술 문화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은 아직 물건이 아니었던 거죠
p120 점의 크기는 0보다 크지만 무한이 0에 접근하면서 결코 0에 닿지는 않는 그런 크기가 되는 것이니, 훗날 극한이라는 개념이 나온 이후에야 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p124 대부분의 인간은 일상에서 무음의 상태에 놓여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요한 장소에서 귀기울이고 있으면 설명하기 힘든 미세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 미세한 배경음이 백색소음입니다. 우리는 이런 소음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죠. 침묵은 흰색의 소음과 관련 있습니다.
p142 역사적으로 의자는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왕과 같은 권력자는 남들과 다르게 보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왕관이라는 이상한 모자를 쓰고 화려한 옷을 입고 막대기도 하나 들고 있죠
p145 우리가 관측을 할 때는 하나의 문을, 관측을 하지 않으 ㄹ때는 동시에 두 개의 문을 지난다는 것이 양자역학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p165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바라며 기성정당의 정치인들이 정치적 기반이나 경험이 없지만 오직 인기만 있는 인물과 손을 잡았다가 예상과 달리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독재의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p166 쓰지는 않았지만 암암리에 지켜져야 하는 규범으로 민주주의는 유지딥니다. 어민무(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는 규범으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제시합니다
p197 칸트는 청혼을 받고 매우 오랜 고민 끝에 승낙했는데 이미 상대방은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해 세 아이를 두었다고 하던가요
p211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것이다라고 했는지 모릅니다. 상대를 어루만지면 나의 체온과 감정을 전달할 뿐 아니라 물리적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니까요. 인간은 알 수 없지만 우주는 알 수 있는 흔적을 말이죠
p216 사르트르는 “인생이란 B와 D 사이의C다”라는 멋진 말을 했다고 합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는 태어남(Birth)부터 죽음(Death)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Choices)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느 것 하나 쉬이 결정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p280 당신이 나를 뭐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남이 나를 부르는 방식이 나를 규정하는 건 아니다.
p288 이 세상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고 나중에는 무의미를 향해 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빅뱅의 한 점이나 미래의 무한히 빈 공간이나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니까요
p289 이 지점에서 카뮈는 “철학자가 존경받으려면 마땅히 자신의 주장을 실천으로 보요주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삶에 의미가 없다고 굳게 믿는 사상가들 중에 그 삶을 거부할 정도로까지 자신의 논리를 밀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일갈하죠
p296 아직 자료 분석이 끝나지 않았지만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초록을 녹색소설이라고 불렀습니다. 아직 소설일지언정, 어쩌면 마지막 순간에 발표를 철회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하염없이 고여 있지는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단 신청하는 겁니다.
p310 가을에 시작한 글을 봄에 마무리했습니다. 물리학자가 꿋꿋하고 냉철하게 세상에 가득한 과학 이야기를 하는 동안 천문학자는 매양 과학 밖에서 놀다가 해질녘에야 사부작사부작 과학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