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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송라이터스 - 유재하부터 아이유까지, 노래로 기록된 사랑의 언어들
김영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제목 : 더 송라이터스
작가 : 김영대
출판사 : 문학동네
읽은기간 : 2026/03/10 -2026/03/13
이런 책 너무 좋다.
발라드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도 좋았고, 발라드에 해당하는 노래들에 대한 해석과 설명도 맘에 들었다.
아쉬운 건 더이상 이 좋은 해석을 볼 수 없다는 것...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11 FM라디오는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모두가 즐기지는 않았던 힙스터 아닌 힙스터 문화였다.
p18 곡을 쓴다라는 행위에는 선율을 작곡하는 일뿐 아니라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작사의 영역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p29 한국과 일본을 넘나든, 그야말로 초국가성을 정체성으로 삼아 태어난 한국형 팝발라드의 원조 슬픈 인연. 이 노래는 최초의 리메이크 메가히트곡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p34 동시대 뮤지션들, 그중에서도 화성과 코드 진행에 가장 민감한 악기인 건반을 연주하는 송라이터들이 가졌던 비슷한 문제의식과 지향점의 결과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통 이런 문제에 대해서 뮤지션들은 늘 비슷한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실 우린 그게 그렇게 특별한 건지 잘 몰랐어’ ‘평소 많이 듣던 팝의 영향을 받은 거지’라고 말하는 식이다. 어쨋든 그렇게 1985년은 한국형 팝발라드의 원년이 되
p50 이 곡을 통해 한국 록음악은 재능 있는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한 명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가요계는 역대급 보컬리스트를 새롭게 얻었다. 시나위와 아시아나 등 당대 최고의 그룹을 거친 괴물 보컬 임재범은 이 밤이 지나면이 가져다준 엄청난 성공과 함께 주목을 받았지만 언더 vs 오버의 이분법, 그리고 음악의 완성도가 아니라 로커의 변절만을 문제삼던 당시 분위기와 맞물려 긴 슬럼프에 빠진다.
p56 발라드가 하나의 장르로 묶이기 어려운 것처럼, 시티팝 역시 자세히 파고들수록 그 경계가 흐릿하다. 그러나 이 장르 아닌 장르들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뚜렷한 교차점을 굥유한다. 그것은 바로 현대성과 낭만성,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모던한 감정의 풍경이다.
p72 이문세-이영훈의 발라드가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음악정 특징은 예쁨이었다.
p80 송라이터 윤종신은 그 옛날 광화문 네거리 속 이영훈이 그러했듯 그리움의 대상이 떠나간 공간 속 추억과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쓰곤 하는데(동네 한바퀴, 모처럼, 거리에서)는 그 추억을 과거 속 박제된 추억이 아니라 매번 되살아나는 현재로 묘사한다는점에서 독특하다.
p102 문제는 그 모든 태도가 적어도 음악과 우리의 관계에서는 미덕으로 포장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노래의 서사가 가진 특수성이자 아이러니라 말할 수 있다. 현실이었다면 옆에서 쥐어박고 싶을 인물이지만, 노래 안에서는 오히려 그의 선량함에 감정이입하고,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에게 원망을 느낀다.
p116 사랑의 위대함은 끝을 알면서도 시작한다는 데 있고, 사랑의 함정은 매번 이번만은 다를 거라며 믿고 다짐한다는 데 있다.
p145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말라며 울부짖는 화자의 목소리에는 당연히 전자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그런데 그 의미를 후자로 바꾸어도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영원히 한 사람만을 향하는,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충분히 어울린다.
p156 정석원의 친형이기도 한 015B의 멤버 장호일이 SNS를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노래의 가사는 만화 총몽의 스토리에 영감을 받아 쓴 것이다. 총몽에서 주인공 알리티는 그리워하던 이도를 만나지만 그게 자신을 속이기 위해 연출된 꿈인 것을 깨닫고 헤어짐의 슬픈 운명을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p160 대단히 파워풀한 목소리임에도 그것을 철저히 미성으로 숨겼는데, 이는 곡이 가진 나이를 훨씬 낮추는 동시에 신인가수(그것도 얼굴 없는 가수)의 신비로움과도 완벽히 들어맞았다.
p174 몇 년이 지나 그렇게 보고 싶던 그 사람이 한층 더 아름답게 나이든 모습을 보며 안도하고, 지금 내곁에는 나를 믿고 있는(내가 사랑하는이라 쓰지 않은 박주연의 선택에 소름이 돋는다) 한 여자가 있다. 화자는 아내가 알 리 없는 오래전 그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모두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데, 왜 마음 한구석이 저릿한 걸까. 그래서 추억은 미련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p183 곡의 모든 구절은 그 길이, 발음, 운율에 맞추어 재치 있게 결합되어 있다. 박주연은 프리코러스 파트에서 “또” “음” “늘”이라는 별 뜻 없는 단음절 단어들로 멜로디의 리듬감을 살려가는데, 솜씨 좋은 작가들이 보여줄 수 있는 송라이팅의 노하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p188 너무 촘촘하지도 그렇다고 성기지도 않은 외로움의 곁을 가만가만 풀어놓기 시작하는 장필순의 목소리도 관조적이다. 그가 말해주듯 식어가는 감정을 마치 꺼져가는 장작불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가만히 응시한다.
p211 1990년대 말 이후 케이팝의 풍경을 그대로 증언하는 미디엄템포의 R&B발라드 장르 위에 촌스러움이 배제된 미려한 선율은 가요계에 새로운 감각을 가진 송라이터가 등장했음을 직감하게 해주었다.
p216 두 버전의 가장 큰 차이는 일본어 가사에서 느껴지는 사랑은 꿈을 포갠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조금 더 아련하고 조심스러운 느낌이 있는데 반해 한국어 가사 버전은 그 사랑의 희망과 의지의 자세가 더 적극적인 느낌을 준다
p226 김동률 특유의 비브라토와 멜팅이 더해지면 그의 음악에서는 마치 지중해 바람을 맞으며 칸초네를 듣는 것 같은 이국적 낭만성이 흘러나온다. 그 낭만성과 외로움의 정서를 클래식음악에 비유하자면 브람스의 섬세하고 쓸쓸한 서정이 연상된달까. 독보적인 남성적 낭만은 바로 이 노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의 핵심적 매력이기도 하다
p231 생각지도 못한 전화 한 통을 받고 그는 기회일지 또다른 상처일지 모를 재회의 장소로 향한다. 그의 말처럼 이젠 없을 것 같았던 길을 뛰는 것에 감동하며, 무슨 전화였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지 아직은 알지 못하지만 그저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다는 한결같은 마음은 그런 것들을 개의치않는다.
p235 나와 술잔이 함께 울었다라는 표현은 마치 한시의 구절같이 고풍스러우며, 나는 너를 잊음으로 용서한다는 표현은 체념 속에서 다 버리지 못한 회환과 미련의 조각에 대한 너무도 정직한 다짐이다.
p253 발라드, 혹은 느린 사랑노래라는 개념은 분명 실체가 있긴 하지만 특정한 악곡 구조나 편곡 스타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그래서 음악보다는 문학적 정서에 더 가깝게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p276 어려운 원곡의 하이라이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이들은 또래들 사이에서 예외 없이 영웅으로 군림했다. 대부분은 삑사리로 귀결되었지만 친구들의 우와 하는 존경의 눈빛을 기대하며 다들 한 번쯤은 도전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p280 신해철의 음악을 꿰뚫는 가장 중요한 테마는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길을 마다하고 굳이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그리고 어쩌면 비현실적인 이상을 꿈꾸는 자신이 느끼는 버거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불안함과 의구심에 대한 이야기다
p291 본토 출신이지만 엄연히 한국인인 김조한의 목소리는 R&B가 인종의 영역이 아닐 수 있음을 처음 깨닫게 만든 계기였다. 수많은 이가 그의 목소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R&B의 한국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p304 역사적인 히트곡 꿈에를 기점으로 R&B 본연의 색채는 다소 옅어지긴 했지만, 커리어 초반 박정현은 소울풀한 감성과 독창적인 밴딩, 그리고 화려한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보기 드문 블랙뮤직 기반의 보컬리스트로서 이름이 높았다.
p317 듀엣 대신 컬래버 혹은 피처링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21세기 대중음악에서 듀엣은 절절한 사랑의 대서사시가 아니라 머뭇거리면서 키워가는 사랑인지 우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풋풋한 호감, 같은 목표와 지향을 꿈꾸는 이들의 동료의식이나 협업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p326 이영훈, 유재하와는 또다른 맥락에서, 동물원의 김창기는 포크음악과 팝발라드 사이에서 한국식 서정주의의 한 지점을 들려줬던 인물이다. 김창기의 가사는 어려운 말로 거창하게 꾸미지 않고, 일상적 언어를 통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진심어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p330 떠남과 돌아옴, 본질과 허상, 집착과 초월의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이 노랫말은 오즈의 마법사, 위대한 개츠비, 백년의 고독, 그리고 연금술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반복되어온 주제의식, 그러니까 소중한 것으로의 귀환과 자각에 대한 스토리의 원형을 지극이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로 탐구하고 있다.
p338 원한다면 얼마든지 파워를 올릴 수 있겠지만, 이미 그 정도로도 충분히 풍성하고 짜릿하게 올린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치 모든 노래를 80퍼센트 정도 출력으로 부르는 듯한 이 여유로운 감각은 당대는 물론 현재의 디바급 가수들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다.
p367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곡들에 담긴 송라이터들의 생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