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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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베토벤인가

 : 노먼 레브레이트

 :  에포크

읽은기간 : 2026/02/18 -2026/03/04


작가는 베토벤의 작품을 100곡을 뽑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연주자들도 소개한다. 

연주곡들은 자기가 들어보고 선택했는데, 잘한 작품은 아낌없는 칭찬을, 맘에 들지 않은 작품은 가차없는 비판을 쏟아낸다.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연주자들이 작가의 칭찬 또는 비판의 화살을 맞았다. 

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저자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라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베토벤의 위대함을 크게 쓰다보니 모차르트나 하이든은 좀 폄하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적들도 많을 것 같은데 나름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니, 그정도의 불편함은 가볍게 넘기는 사람인가보다. 

음악을 들으며 뭐가 좋은지, 왜 좋은지 잘 모르는 막귀는 그저 틀리지 않고 멋지게 연주하면 다 좋다. 

그정도의 음악성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죽을때까지 많이 듣자. 


p34 리히노프스키는 돈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과 친밀하게 지냈던 한 지인이 “냉소적인 타락자, 파렴치한 겁쟁이”라고 말한 데서 보듯 리히노프스키의 성적 취향은 방탕하게 노는 빈의 엘리트들이 보기에도 특이한 축에 속했다.

p54 하이든은 유감을 품지않고 제자의 첫 피아노 3중주 세 곡의 악보를 살펴보더니 세번째 곡이 청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라고 경고했다. 리히노프스키 집에서 3중주가 초연되었을때 하이든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는 베토벤을 데리고 나가 핫초콜릿을 사주고 돈도 빌려주었다. 베토벤은 배은망덕하게도 친구들에게 말하기를 하이든으로부터 “배운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p77 나는 어째서 8번에 끌릴까?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이곡은 교향곡 아류나 영화 추억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노래가 아니다. 베토벤은 8번을 같은 조성으로 된 전원 교향곡과 연관지어 F단조로 된 나의 작은 교향곡이라 부른다.

p80 독일인들은 예술이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현대사는 정반대 양상을 보여주지만 말이다. 독일인들은 괴테가 베토벤과 더 닮은 모습이기를 원한다.

p90 모차르트는 자기 시대의 관습 내에서 작곡한 반면, 베토벤은 관습에서 한 발 벗어났다. 모차르트가 지금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베토벤은 그 너머를 바라본다. 모차르트의 환상은 무궁무진하다. 베토벤에서 매혹적인 것은 그가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려는 방향이다.

p121 비평가의 일은 큰 그림을 전하는 것이다. 작곡가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자는 연주하고, 비평가는 현장에 있거나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연주를 맥락 내에서 해석한다.

p134 무엇보다 그는 산자락의 개울처럼 자유롭게 흐르는 음악이라는 예술을 가둬놓고 포장해서 상품으로 만들고, 제대로 주목하지도 적절하게 옷을 차려입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러니저러니 비교할 수 있다는 착각을 자신이 조장했다는 것을 깨닫고 몸서리를 쳤다.

p151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음란함을 혐오했고, 다음의 이유를 들어 <돈 조반니> 공연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예술은 성스러운 것이니 그토록 불미스러운 주제를 변명하는 구실로 전락해서는 결코 안되네” 그는 노트에다가 이렇게 적었다. “영혼의 합일이 없는 감각적인 만족은 짐승이나 다를 바 없네. 고귀한 감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후회의 감정만 남지”

p166 슈베르트는 같은 시를 가져다가 우리의 마음을 두 동강 내지만, 베토벤은 페이소스를 피자에 얹어 준다.

p188 여기서 대화를 나눌 때 자주 거론되는 기악곡이 세 곡 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엘리제를 위하여, 이곳 사람들이 8세기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에 나오는 달빛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월광 소나타, 그리고 많은 중국인이 아는 또 한 곡이 있으니 고별이라는 제목의 소나타 26번이다. 베토벤은 고별, 부재, 재회의 세 악장으로 곡을 구성한다.

p226 그들은 거친 소리를 내는 스튜디오의 한계를 테크닉으로 돌파하는 방법을 찾았다. 1950년대 러시아에서 나오느 모든 피아노 음반은 형편없는 기계를 의지로 넘어선 위업이다.

p233 레닌의 베토벤 인용-계속해서 듣다가는 혁명을 완수하지 못할 겁니다라는 코다까지 종종 곁들여서-은 소비에트 문화 정책의 기초가 되었다. 예술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로 인해 세상을 정화하는 혁명의 폭력에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된다. 문화는 인류애와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공산주의에서 문화는 계급 투쟁의 유용한 무기다.

p255 이 곡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보여준 것은 짧은 바지를 입은 아이였다. 펠릭스 멘델스존이 유대교 성인식을 한 달 앞둔 요제프 요아힘을 런던으로 데리고 갔을 때 그는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하겠다고 하여 스승을 놀라게 했다. 1844년 5월 27일 광란의 박수가 그의 연주에 쏟아졌고 오케스트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환호를했다.

p258 도이치 그라모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토벤 협주곡은 1979년 10대의 아네조피 무터가 카라얀과 내놓은 음반과 10대 아이돌이던 다비트 가레트의 2011년 음반이다. 무터는 단정한 모범생 소녀, 가레트는 찢어진 청부지의 불량소년이다. 영국의 나이첼 케네디가 악동 이미지로 가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p270 베토벤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는데 브리지타워가 아픈 곳을 찔렀을 수도 있다. 2020년 BBC 다큐멘터리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리처드 토그네티가 한 말이다.

p280 언젠가 그가 텔레비전으로 아이스댄서 토빌과 딘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들로부터도 뭔가를 배울 수 있어요”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남들은 손가락을 떨고 기억력 저하로 고생하는 나이에 밀스타인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경쾌하게 흔들며 무결점의 연주력을 선보였고, 한 명이라도 박수를 치면 앙코르를 하러 나왔다.

p331 (대공) 3중주는 가장 붙임성 좋은 베토벤의 곡 중 하나다. 앞부분에서 힘차게 긋는 첼로 패시지를피아노가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반주한다. 베토벤은 3주만에 이 곡을 작곡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이 곡을 자유의 알레고리로 삼았다.

p367 교향곡은 그녀에게 뮌헨에서 보낸 어린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뮌헨은 음악감독 브루노 발터가 최고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 문화의 중심지였다. 누군가 브루노 발터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의붓어머니의 표정이 경건해졌다. 그녀는 발터의 전원 교향곡 음반을 질릴 줄 모르고 들었다. 그녀가 목가적인 추억에 기분 좋게 젖어 있을 때 전화를 걸어 방해하는 자는 화를 면치 못했다.

p370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은 존슨에게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시대를 살면서 누구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것을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피난처를 찾았다. 어머니가 마침내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자 존슨은 마치 자신의 스탈린이 죽은 것만 같았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당신어머니와 사는 게 이 교향곡과 같았겠구나”

p380 1845년 베토벤 축제에서 치욕을 당한 본은 1870년 베토벤 탄생 100주년 행사를 열며 리스트를 초대 명단에서 제외했다. 베토벤 조각상을 제외하고 1845년 행사의 성과라면 마지막 음악회에서 여러 아리아와 협주곡과 함께 연주된 곡이 유일한데 그 곡이 바로 베토벤이 1810년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에 붙인 서곡이다.

p395 빈 필하모닉 역사를 통들어 가장 자주 연주된 베토벤 곡이 이름이 붙지도 않고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지도 않았던 교향곡, 리하르트 바그너가 춤곡에 불과하다며 무시했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카르글 박사 덕분에 나는 382회 공연된 교향곡 7번이 제법 큰 차이로 빈 필이 가장 자주 연주한 베토벤 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p397 교향곡 두 곡(5번과 7번)이 정상을 놓고 다툰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 4번은 목록에서 빠졌다. 교향곡 9번은 공연에서 보기가 어려운데 당연하게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뉴욕은 빈만큼 전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신 열정에 열광한다. 교향곡 7번은 평균적으로 매년 두 차례는 무대에 오른다.

p401 이것은 연륜있는 거장의 의견을 임의로 취한 것이지만, 교향곡 7번이 그 자체로 인기가 있다기보다 다른 요인들, 가령 비용이나 편의성 때문에 자주 연주된다는 데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

p414 그는 신뢰할만한 중립적인 목격자가 아니었다. 베토벤은 요하나를 미워했고, 카를 카스파르는 온갖 결점에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들의 아들 카를도 마찬가지였다.

p425 그는 베토벤에게 9년에 걸쳐 총 179곡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했다. 베토벤은 흥정하기를 좋아했지만 톰슨의 턱없는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p443 토스카는 자유를 얻고자 섹스를 제안한다. 피델리오는 자유를 말하고 섹스는 완전히 억압하는 오페라다. 토스카는 추파를 던지거나 아니면 싸움을 건다. 피델리오는 오로지 도망칠 뿐이다. 잠재력을 그냥 묻어두는 등장인물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며 청중은 이런 플롯에서 만족스러운 도덕적 판단이나 지적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자료를 보지 못한다.

p446 피델리오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의미의 오페라가 아니며 베토벤은 극장의 음악가가 아니다. 오페라에는 긴장과 충격, 흥분, 그리고 멋진 아리아가 필요하다.

p467 바가텐은 테이블에서 막대기와 공을 가지고 노는 게임이다. 비오는 날 상류층 지주들이 실내에 모여 즐겼다. 프랑스 작곡가 프랑수아 쿠프랭은 1717년 이 용어를 악곡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베토벤은 작은 것이라는 의미로 썼다.

p472 그는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 나를 부르더니 예의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나의 4중주곡을 연주해줘야겠소” 그렇게 해서 정해졌다. 반대나 의심은 있을 수가 없었다. 베토벤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행해져야 했으므로 내가 까다로운 과제를 떠맡았다.

p477 베토벤의 4중주곡들은 다른 어떤 곡들보다 청자가 아닌 연주자를 위해 존재한다. 대부분의 실내악곡은, 예컨대 모차르트곡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말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밝게 말한다. 베토벤은 연주자가 숨겨진 모호함을 밝게 비춰야 한다. 연주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청중을 이해시킬 수가 없다.

p511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피날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참고한 것이다. 현대 조성 관계에 관한 교본을 썼던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화성의 관점에서 (디아벨리 변주곡은) 베토벤의 가장 모범적인 곡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p513 아르투어 슈나벨은 부유한 자들의 화를 돋우려고 리사이틀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여기서 즐기는 사람은 나밖에 없소. 돈을 받거든.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고통을 느끼는 거요”

p526 베토벤은 고전주의, 낭만주의 작곡가 중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시대에서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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