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저녁에 클래식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 클래식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시간
아리아나 워소팬 라우흐 지음, 고정아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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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저녁에 클래식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 아리아나 위소팬 라우흐

 : 다산초당

읽은기간 : 2025/08/10 -2025/08/22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활동을 접은 한 연주자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클래식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방식이다. 

저자는 굉장히 경쟁지향적이고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인 사람이다. 

재능도 있어서 쥴라오두 움대를 졸업하고 객원연주자로 활동도 했다. 

음악가의 활동이나 역사, 연주자에 대해 글을 썼는데 약간은 시니컬한 태도로 표현한다. 

자기가 연주자 생활을 그만둬서 질투가 나서 그런건지, 책을 재미있게 쓰고 싶어서 그런건지, 원래 그런 성격인건지 알 수는 없지만 재미있지도 않고 나는 그런 표현들이 불편했다. 

그렇지만 연주자로서 음악을 대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글은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음악이 즐겁게 들려야 할텐데 틀린음과 해석에 대한 평가만 하는 작가의 모습이 불쌍해보이기도 했다. 

아는만큼 들려야 하는데 아는만큼 비판한다고 해야 하나... 

나같은 막귀는 그저 좋기만 한데 연주자는 그 음악에서 틀린점을 자꾸 찾아내게 되니 힘들것 같기도 하다. 

연주자가 음악을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p13 베르사유 궁전의 왕실 요리사가 우리 시대로 와서 케이크를 만들어준다면 여러분은 “요즘은 호스티스사의 호호스 케이크가 있는데요”라며 거절할 텐가? 베르사유 케이크도 먹고 호호스 케이크도 먹는 게 좋지 않겠는가? 나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그렇게 했다.

p37 중세음악을 싫어하다 보니 토머스 탤리스의 작품에 담긴 천상의 울림 같은 소리는 더욱 마음을 밝게 해준다. 나에게 그의 음악은 천년의 고통 이후 처음 비쳐 든 희망의 햇살, 나뭇가지에 처음 움트거나 언 땅을 뚫고 돋아난 새싹처럼 느껴진다.

p40 바로크 시대의 전성기가 되면 특정 작곡 기법과 원칙들이 표준화된다(예를 들어 대위법이 있다. 이것은 두 개 이상의 강력한 성부를 특정한 화성 규칙에 따라 결합하는 방식이다) 작곡가들은 그것을 시험하고 확장한다. 바로크음악이 때로 수학적이고 거의 기하학적인 느낌마저 주는 이유 중 하나다(특히 바흐의 음악은 암호와 프랙털 같은 요소까지 있는 구조적 복잡성으로 유명하다)

p46 낭만주의 시대는 모든 것이 더 크고 많아진다. 작품들이 더 길고 시끄럽고 강렬해진다. 움직임이 커지고, 화성이 화려해지고, 앙상블이 대형화되며 다양화된다.

p61 여러분도 싫어할 것을 싫어할 권리가 있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 음악 중 일부를 싫어해도 된다. 그래도 좋아하는 곡을 찾는 일을 멈추지는 말기를.(하지만 모차르트를 싫어한다면 나하고는 친구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

p68 나는 그에게 피부가 벗겨진 손끝과 활을 잡는 손 검지의 굳은살, 그리고 턱받침이 닿는 목 부분에 진물이 흐르는 채로 딱지가 앉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연의 압박감을, 무대에서 토할 것 같은 어이없지만 벗어날 수 없는 공포를, 내 손가락이 연습한 지점에서 0.1밀리미터 어긋날 때마다 밀려드는 강렬한 자기혐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p70 그는 한 입학 지망생의 협주곡 연주를 끝까지 듣고 나서 학생을 똑바로 바라보며 “연습을 안했거나 재능이 없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p76 멘델스존 가족은 파니의 음악을 진지한 활동이 아닌 장식으로 여겼다. 그리고 사회적 압박 때문인지 내적 한계 때문인지, 파니 역시 남편감 사냥과 출산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460곡을 작곡했으니 장식치고는 엄청난 장식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p82 요요마는 네 살 반의 나이에 연주를 시작했기 때문에 흔히 신동이라고 하는데, 그가 일곱 살 때 자선 음악회에서 공연한 녹음을 들어 보면 솔직히 그때는 신동이 아니었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뛰어나기는 했지만 다섯 살의 나이에 견실한 전문 연주가 같던 장영주와는 달랐다는 뜻이다.

p92 구글과 스포티파이 덕분에 영화음악 감독들이 클래식 음악에 다른 곡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지 이제는 꼰대스러운 장면의 플레이리스트가 확장되었다.

p113 그는 자신의 연주를 날이면 날마다 하루에 몇 시간씩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고, 이웃들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이웃들은 차라리 내 연주를 듣는 걸 선호했을 것이다.

p172 나쁜 인토네이션을 고치고 싶다면, 먼저 그 소리에 혐오감을 느껴야 해. 바이올린에서 음이 맞고 틀리는 것은 0.1밀리미터 차이다. 혐오감을 느끼지 않으면 그처럼 미세한 문제를 가지고 씨름할 집중력, 인내심, 끈기를 키울 수 없다는 게 그 선생님의 주장이었다.

p194 론도는 대개 밝고 경쾌한 음악에 쓰이고 흔히 마지막 악장에 나타난다. 단순한 구조는 깊고 진지한 명상보다는 가벼운 축하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p224 그의 매력적인 진지함이 그 자체로 나를 무장해제시켰고, 그가 음악가가 아니라는 사실도 그랬다. 그에게는 나와 같은 트라우마도집요함도 없었다. 그의 귀는 훈련되지 않았고, 음악에 대한 사랑은 오염되지 않았다. 그가 음악을 어떻게 들을까 상상해 보니 내 인식 속에서 무언가가 탁 풀렸다.

p227 우리가 샤넬이 살아 돌아와서 제발 입어달라고 애걸복걸하가며 만든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신 자기 소리를 집단의 소리에 합치고 팔과 어깨를 검은 정장으로 가리게 될 것을 안다면, 그 많은 생일 파티와 나들이와 놀이 등 건강한 유년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연습만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p246 실제로 음악 페스티벌이나 실내악 시리즈 공연 때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연주자들이 공연이 있는 그 주에 처음 만나서(물론 각각 자기 파트를 따로 연습한 뒤에) 며칠 동안 호흡을 맞추고 공연하는 일도 많다. 때로는 그 결과가 아주 훌륭해서 관객들에게 짜릿하고 고급스러운 난교 파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p250 현악기 연주자는 뒤로 숨을 두터운 화성도 없고(예외는 내가 만들어낼까 걱정하는 화성뿐이다) 피아노의 많은 음정이 일으키는 잔존 공명도 없다. 그리고 악보를 기억하게 도와주는 외부의 힌트도 없다. 오직 연주자와 악기, 그리고 공연 내내 연주자 머릿속에서 아무 도움 안되는 비판을 날려대는 내면의 평론가뿐이다.

p275 이 소나타의 세 번째 악장에는 그의 가곡 비의 노래의 주제가 담겨 있는데, 클라라는 여러 편지에서 이것이 자신의 주제라고 말했다. 브람스에게서 그 소나타의 악보를 받은 클라라는 즉시 극 곡을 연주해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답장을 보냈다. 우리는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관계였던 것은 분명하다.

p286 나는 모차르트의 편지를 보면 그게 맞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머 감각이 아주 유치했다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런 유치한 방식에 매달려서 스스로의 성숙을 가로막았다고. 그러자 총리는 말했다. “내 말을 듣지 않은 것 같네요. 모차르트가 그랬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랬던 게 맞다.

p315 20대때 나는 너무 망가진 나머지 렉스의 연주가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기쁨을 인식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음악은 연주하는 법을 배우면서 음악을 듣는법, 음악에 감동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핬다.

p352 가슴이 부풀고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집요함도 원망도 커리어에 대한 불안도 없었다. 나는 그저 음악을 듣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보니 동시에 연주도 하게 되었을 뿐이다.

p358 에이다 팬과 피터 위소는 제가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말의 절반과 모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희생하고, 거기다 수많은 학생 공연을 견뎌주었습니다. 두 분의 오랜 희생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제가 결국 연주자의 길을 포기했을 때 두 분은 화도 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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