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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의 세계 -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11월
평점 :
제목 : 시옷의 세계
작가 : 김소연
출판사 : 마음산책
읽은기간 : 2025/08/05 -2025/08/10
시인의 글은 읽기가 어렵다. 문장과 문장의 간격, 단어와 단어의 간격을 따라가기 버거울 때가 종종있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잘 넘어가지지가 않아서 좀 고생했다.
다만 각 챕터마다 시인이 맘에 들어하는 시들이 실려 있는데 시들은 참 좋았다.
어딘가 필사해놓고 외워보고 싶은 글들이 참 많았다.
시인들의 상상력과 시어를 이해하기에는 내가 너무 문외한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시인들의 글과 시를 읽다보면 느낌이라도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는 시인분들의 책이 나에게 와서 박하게 평가를 받을 것 같다..
시인님.. 소리..
p27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우연히 읽었을 때, 믿음이 그저 의심하지 않음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믿음은 좀 더 다른 차원의 것을 볼 줄아는 능력에 가까웠다.
p33 별이 반짝일 때 어둠 / 여인들의 옷이 가벼워지자마자 봄 / 세상 사람들 모두 한 가지 소원으로 향기를 발한다 / 진정 평화로운 마음으로 나는 물고기 / 릅상로르찌 을지터그스 ‘나는’에서
p43 과학 없이도 이미 과학이 되곤 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오랜 세기 전의 바닷속을 나는 산책했다. 티베트의 남초 호수에서 짠맛을 느끼며, 오랜 세기 전의 바닷속에 서 있다고 표현해도 좋다. 히말라야의 산등성이에 올라서서, 인도 판과 유라시아 판이 충돌했던 엄청난 굉음을 만나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다.
p44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도종환 ‘단풍 드는 날’에서)
p61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 사랑은 그대를버리고 세월로 간다 /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 환하고 아프다 (허수경 ‘공터의 사랑’에서)
p68 마르크 드 스메트가 쓴 침묵 예찬의 첫 페이지에는 수피교의 계율이 적혀 있다. 그대가 입 밖에 내는 말이 침묵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니거든 말을 하지 말라.
p76 이거 왜 움직여요? 바람이 불어서 꽃이 춤을 추는 중이라고, 어른들의 상투적인 표현으로 내가 설명을 하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큰 목쇠로 말한다. 바람이 좋아서 이래요? 바람이 분다는 것과 꽃이 춤춘다 사이에 좋아서란 말이 매개가 되니 바람과 꽃에게 생기가 생기는 듯하다.
p91 친구는 잃었다는 상실감이 충격이 될 만큼 무엇을 가진 적이 있던 사람이고,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손에 쥔 적이 없어서 잃을 것도 없지만 온통 잃어버린 것투성인 것 같은 사람이다.
p111 문학은 그런거다. 소풍길의 대오에서 불현듯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저혼자 질문하고 대답하기 위해 잠시 대오를 이탈하는 일. 혼자만의 방에서 정연해지지 못하는 생각들을 기록해보는 일.
p119 불빛 하나 없던 공원, 안내원과 뱃사공, 나무집 한 채, 한 시간 거리에 주차장을 둔, 방문객의 편리함을 전혀 배려할 생각이 없던 그 오만한 공원이 아니었다면, 엄청난 밧딧불이들의 경이로운 군무를 누구도 목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p176 미적인 완성에 이르는 방법적 길은 비교적 간단하다.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르는 이유처럼 말이다. 비미적인 완성에 이르는 길은 너무나 다양한다. 비미를 향한 미적 태도는,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용감하게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p190 봄날에 내렸던 어이없는 폭설도 극렬한 투쟁임을, 아스팔트의 균열 사이를 비집고 나온 잡풀도 투쟁하는 중임을, 엉뚱한 행동, 기괴한 상상력, 불편한 공간, 까칠한 성격등도 실은 투쟁의 산물이다.
p204 나에게 시를 배우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물었다.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가능한 일인지요. 어린 후배들에게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을 한다. 비경제적 비사회적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p207 갓 시인에 대한 열망을 품은 나에겐 이런 풍문이 좀 억울했다. 몰락한 종갓집의 맏며느리로 팔려가는 기분이었달까. 몰락에라도 가담한다면, 시의 문을 연 첫 시인이 어차피 못될 바에 시의 문을 닫는 마지막 시인은 될 수 있겠지 싶은 이상한 포부로 시인의 세계에 입성했다.
p228 죽지 않은 지 / 참 오래된 것 같은데라는 두 행은 시간 개념을 교묘하게 거스르고 교모하게 재조립한다. 죽는 날이란 미래의 어느 지점일 텐데, 시인의 문장을 받아들이자니, 과거의 어느 날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