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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평점 :
제목 : 단어가 품은 세계
작가 : 황선엽
출판사 : 빛의서가
읽은기간 : 2025/02/15 -2025/02/19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당연히 소설책은 아니고, 챕터별로 다 다른 내용이다.
그런데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에 대해 역사적 맥락과 기원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포함하여 현재 우리가 사용하며 변화하고 있는 모습까지 대략 스케치했다.
동요에 나오는 얼룩소가 난 외국에서 들어온 소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칡소라는 새로운 사실부터 과도교정이라는 새로 배운 문법까지 국어에 대해 내가 이렇게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새로운 내용을 많이 배웠다.
국문법을 워낙 힘들게 공부해서 문법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문법이나 어휘변화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공부하는 것과 공부하겠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재미있게 읽었다. 더 책을 내주면 좋겠다.
2025년 첫 올해의 책이다
p20 박목월 시인의 시를 동요로 만든 얼룩송아지 가사중 일부입니다. 이 가사에서 등장하는 얼룩소도 칡소를 말하는 것이라 합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백이 황소와 마찬가지로 칡소를 말하지요.
p36 낯선 존재가 공고한 어떤 자리를 차지하려 할 때 효율적인 방법은, 자주 보이고 많이 쓰이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p38 열 일 제쳐 두고(놓고)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1973년경에 발행된 신문기사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열일(한다)이라는 표현이 나타난 것은 10년 남짓 되었다고 보입니다. 열심히 일한다라는 의미의 열일은 아마도 열공이란 표현에 유추되어 나타났다고 생각됩니다.
p40 공갈에서 공은 두렵다라는 뜻이고 갈은 윽박지른다라는 의미이니 한자 그대로의 의미로는 공포를 느낄 정도로 위협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런 의미로 쓰이던 단어가 어느 순간 단순히 거짓말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을 때 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단어를 이렇게 쓰네’라고 느꼈을 당혹감과 거부감을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p55 우리의 태극기 안의 태극 문양(음과 양이 나뉘어져 있는 모양)을 태극이라 생각하지만 원래 태극이란 극이 없는 상태, 즉 음과 양이 나누어지기 이전의 상태를 말합니다. 즉 우주가 만들어지기 이전 태초의 상태가 태극인 것입니다.
p60 군위신강을 풀어 말하자면 ‘임금은 신하를 벼리로 삼는다’라는 말입니다. 신하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말이지요. 마찬가지로 부위부강은 ‘남편은 아내를 근본으로 삼는다’라는 것이며, 부위자강은 ‘아버지는 아들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말입니다. 삼강의 핵심은 임금에 있어서 신하가 중요하고, 아버지에 있어서 자식이 중요하고, 남편에 있어서 아내가 중요함을 일컫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후대에서는 임금에게 충성해야 하고 아버지에게 효도해야 하며 아내는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바뀌어 전달되고 있지요.
p74 상추쌈은 서민 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대부들도 그 분화를 두고 시를 남길 정도로 쌈은 보편적이고 또 사랑받는 문화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삼겹살집에서, 횟집에서 상추쌈을 싸 먹는 우리 역시 그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p126 어째서 그 나무를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들판에 심어 놓고 하는 일 없이 그 곁을 거닐고 한가로이 그 그늘에 누워 있으려 하지 않는가? 그 나무는 도끼에 찍혀 죽지도 않을 것이고 아무도 그 나무에 해를 가하지 않을 텐데. 쓸모없음이 어찌 괴로워 할 일인가?
p135 동백은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가에 많이 자라며 강원도 내륙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는 꽃인데요. 강원도가 고향인 김유정이 말하는 동백꽃은 무엇일까요? 강원도 방언으로 동백은 생강나무를 말합니다. 따라서 김유정이 말한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인 것이지요.
p148 산사나무 열매와 비슷한 열매를 맺은 식물이 바닷강 있으니, 바닷가에 핀 산사나무라고 사람들은 쉽게 불렀을 겁니다. 산사나무를 당이라고 하니 바닷가에 있는 당이라 하여 해당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름 없는 식물은 자연스럽게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p149 똑같은 해자가 중국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온이라는 출처의 의미로 쓰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바닷가에서 자라는이라는 생장지의 의미로 사용이 되었어요
p187 이런 순우리말 이름들도 문헌에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는 한자로 적혀야 했습니다. 즉 순우리말 이름을 한자의 음과 뜻을 활용하여 적게 된 것입니다. 가령 노들나루, 노들섬, 노들강변에서 보이는 우리말 지명인 노들을 한자로 노량이라 적었는데요. 노량에서 앞글자 노는 한자의 음을 취하여 적은 것이고 뒷글자 량은 뜻을 취하여 적은 것입니다. 여기에 나루를 뜻하는 진을 붙여 노량진이란 지명이 된 것입니다.
p212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놀랍도록 생활의 공통성이 각자의 언어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p220 교과서에서 ㅣ모음 역행동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실 테고 잘아는 분도 계실 겁니다. ㅣ모음 역행동화란 뒤의 음절에 ㅣ모음이 올 때 앞 음절의 ㅏㅓㅗㅜ가 ㅐㅔㅚㅟ로 바뀌는 현상을 말하지요. 아기→애기, 창피하다→챙피하다, 아지랑이→아지랭이, 죽이다→쥑이다 등이 그 예인데 ㅣ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행태는 원칙적으로 표준어형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p230 현재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의 옛 모습은 지금과 전혀 다른 때가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단어를 익숙하게 아는 단어로 바꾸어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화하였기 때문이지요.
p235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너무 과도하게 적용되어 원래부터 ‘지’라는 음을 가지고 있었던 단어에 대해서도 그것이 사투리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급기야는 ‘지’를 ‘기’로 바꾸어 발음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을 언어학에서는 과도 교정이라고 합니다.
p238 장자찌는 ‘쟝앳 디히’가 변한 말입니다. 장앳에서 장은 간장을 말하고 앳은 눈엣가시에서와 같이 처격조사 ‘애,에’와 속격조사 ㅅ이 결합한 형태입니다. 즉 장아찌는 간장에 담근지(김치)라는 뜻입니다.
p262 단어가 만들어진 뒤에 시간이 오래 지나면 발음과 표기가 바뀌어 생긴 지 오래된 단어는 원래 낱말의 의미를 대중들이 알 수 없게 되어 임의로 추측을 하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그럴싸한 의미로 만들어져 널리 퍼지게 되고 행주치마와 같은 민간어원이 생깁니다.
p269 한글맞춤법에서는 ‘기럭아’를 ‘기러기야’의 준말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기럭아’가 먼저 쓰이던 형태이고 ‘기러기야’는 나중에 나타난 것입니다. 민요나 판소리 가사에 ‘기럭아’란 표현이 많이 나타나서 한글맞춤법에서는 이예를 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p274 엄마, 아빠는 기원적으로는 호칭어, 즉 부를 때에만 쓰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지칭어로도 쓰여 엄마가, 엄마를과 같이 나타나므로 완전한 하나의 명사가 되었습니다. 너무 많이 쓰이다 보니 그 자체가 하나의 명사로 굳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