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관한 오해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식물에 관한 오해

 : 이소영

 : 위즈덤 하우스

읽은기간 : 2024/08/21 -2024/08/27


믿고보는 이소영님의 식물책.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분인데 그림이 너무 정교해서 신기한 느낌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막상 읽다보니 소영님의 글솜씨가 빼어나서 자꾸 읽게 된다.

글과 세밀화가 어울리면서 식물을 보는 눈이 많이 성장했다.

그림도 좋아하지 않고, 식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식물을 사랑하게 만들고, 눈여겨보게 한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게 어떻게 식물을 보고 그렇게 잘 구분하지?

이 분의 책을 읽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긴시간동안 관찰하고 그려보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시간과 관심이 식물을 사랑하게 하고 잘 알게 만드는 것 같다.

올해 또 하나의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


p29 놀랍게도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에 얽힌 혼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손님에게 내놓았던 그 과일은 사실 보리수나무 열매가 아니라, 정확히는 뜰보리수의 열매였다.

p34 춘추벚나무와 장미가 가을에 꽃을 피운 게 이상해 보인 것은 가을에 꽃 피우는 장미와 벚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의심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의 무심함부터 돌아볼 일이다.

p77 16세기 네델란드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렌지 가문을 기리는 의도로 네델란드 국민이 주황색 당근 소비를 대폭 늘리면서 주황색 당근 품종 육성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 후 그것이 미국에 도입되고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면서 지금 우리가 식용하는 주황색 당근이 주를 이루게 됐다.

p85 쪽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아닌 재배식물이고, 최근에는 천연염색을 안 하다 보니 자생식물 연구자든 재배식물 연구자든 그 누구도 족에 별로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p105 그렇기에 식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내게 제비꽃은 유난히 다루기 까다로운 식물이다. 식물 세밀화는 종의 특징을 드러내야 하는 그림인데, 제비꽃은 교잡이 잦은 편이라 종을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환경 변이가 무척 다양하여, 종의 특징을 잡아내어 기록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모든 단계가 어렵다. 식물 기록자에게 제비꽃은 쉬이 지나쳐도 되는 식물이 아니라, 더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대상인 셈이다

p123 포플러 아래에 서서 추억에 젖는 감성이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던 것은 포플러가 무성했던 1990년대 한국이기에 가능했을 뿐, 지금은 왕벚나무나 모스테라가 포플러를 대신하고 있고 오히려 나무가 아닌 멋스러운 시설물이 현대인들에게 추억의 매개가 된다.

p151 원예가와 조경가가 이토록 꽃양배추에 진심인 이유는 1년 중 약 4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화단의 주역이 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p156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 나무는 프랑스에서 본 마로니에나무와는 열매의 형태가 조금 다른다. 에전에는 진짜 마로니에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공원에 심겨 있는 나무는 마로니에나무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일본 원산의 칠엽수란 식물이다.

p163 막상 우리는 늘 먹는 마늘의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리의 꽃은 언제 피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것은 우리가 식물을 오로지 식용 대상으로만 본다는 증거 아닐까.

p197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나는 수없이 다양한 식물의 냄새를 맡아왔다. 장미의 진득한 꽃 향, 편백나무 숲의 시원한 향, 부추속 식물에게서 풍겨오는 알싸하고 매운 향기. 그중에서도 특히 5월의 제주도 공기에서 나는 달콤한 귤꽃 향과 겨울 잣나무 숲의 상쾌한 바늘잎 향을 좋아한다.

p215 땅에 붙어 나는 작은 풀들은 주변 나무들에 가려져 햇빛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고 생장도 느리다. 그런 풀이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또 주변의 큰 나무 그늘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다른 식물에 기대어 위로 올라가는 덩굴식물이 됐다.

p223 우리나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문제를 일으키는 식물들이 우리 산과 도시를 푸르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생장 속도로 건축물과 가구, 종이의 재료가 되거나 버섯을 재배하는 재료가 되기도 하는 핵심 식물이다.

p234 정원에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면 물이 흐르는 소리, 그 곁의 개구리 소리, 바람에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빨간 열매를 먹으러 온 온갖 새소리가 들린다. 이곳의 식물을 스스로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소리는 내는 다른 생물을 불러들이고, 또 다른 존재와 마찰해 소리를 낸다

p255 나무는 하천이 범람한 후에도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고 둑이 터질 위험도 줄여준다. 애초에 해가 갈수록 비가 많이 내리고 호우가 잦은 이유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대기 중 수분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는 열쇠 역시 나무를 심는 것이다.

p267 신선한 상태의 식재료를 서울에 공급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에 생활용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외곽에 농장과 공장을 지어야 했다. 가끔 이곳은 서울을 위해 존재하는 동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p311 위디언 케이스는 운송의 역할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열대 기후에서 온 식물들은 영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없었기에 영국인들은 거대한 규모의 워디언 케이스라 할 수 있는 ‘온실’을 만들어 그 안에서 식물을 재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