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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작가 : 페트릭 브링리
출판사 : 웅진지식
읽은기간 : 2024/04/02 -2024/04/08
꽤 인기있는 책이라 오래 기다려서 대출을 받았다.
제목이 정말 중요하다. 제목만 봐도 내용이 예측되면서 읽고 싶어진다.
저자는 형의 죽음을 보고 잘나가던 언론사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가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경비원 생활을 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재미있게 읽었다.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나서 대화하고 일을 한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고 할 수 있는 예술품들을 감상한다.
물론 중간중간 경비원이라는 직업에 자괴감을 갖게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특히, 돈많은 사람들의 무시는 저녁에 술한잔 하며 욕을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일에 만족하고, 희열을 느끼며 생활한다.
아주 작은 일에 뜻밖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술관 경비 구역의 바닥에 쿠션이 살짝이라도 있는 곳에 배치되면 다리가 덜 아파서 너무나 좋다라는 이야기...
후반부로 가면서 저자는 결혼을 하고 더 많은 급여가 필요해 경비원 직을 그만두게 된다.
나도 돈걱정이 좀 덜할 수 있다면, 은퇴후 국립중앙박물관 경비를 해보고 싶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직업인데 책을 읽다보니 충분히 도전해보고 싶다.
재미있었다..
p27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비록 뛰어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가 존경하는 음악인의 양대 산맥인 바흐와 듀크 엘링턴의 음악을 다소 불안정할지언정 수줍어하지 않고 연주했다.
p86 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군중의 절반 정도가 큐레이터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사후에서 시작해 대 피라미드 시대와 왕국 이전의 시기로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p95 동료들과 나는 일주일, 40시간 내내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사회의 사무실 관습에 따라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관습에 따라 책상에서 책을 펼 수도 머리는 식히는 산책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모두가 그러듯 인터넷을 뒤적이고 책을 읽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게을러진 것이다.
p120 메트의 부서들은 모두 합쳐 많게는 매년 서른 개의 기획전을 개최하는데 이 중 전세계의 박물관에서 작품을 대여해 올 정도로 광범위한 전시도 있고 한두 개의 전시실만 채우는 아담한 규모의 전시도 있다. 다시 말해 이곳에는 항상 새로운 볼거리가 있다.
p141 그들은 에술계의 명예의 전당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메트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한 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놀라워하면서 실망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으로 가득찬 채 미술관을 나선다.
p151 조지아 오키프의 손, 발, 몸통, 가슴, 얼굴, 다시 얼굴 그리고 다시 얼굴.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그것보다도 이 시리즈는 대체로 사람이 얼마나 구체적이고도 독특하게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태도와 몸짓으로 얼마나 많은 의사소통을 하는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선, 색깔, 빛, 그림자로 보이는지를 생생하게 일깨워준다.
p178 내 직업을 좋아할 뿐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에 화가 난다. 이렇게 평화적이고 정직한 일에서 흠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바보 같으며, 심지어 배신 행위라는 생각까지 든다.
p183 소위 비숙련직의 큰 장점은 엄청나게 다양한 기술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이다.
p186 “검사 결과를 보면서 생각했지. 내가 유일하게 되고 싶었던 건 개인적으로 예술을 후원하는 부자였다고. 이게.” 그는 입고 있는 푸른색 근무복의 옷깃을 잡아당겨 편면서 말한다. “그 꿈에 제일 가까워”
p202 이 불명확한 세계에 대해 읽으며 그리스인들은 죽음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오직 삶에 관해서만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아는 것을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과 같은 작품을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
p206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히 작품을 파고들어 재량껏 의미를 찾아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넘겨짚는다.
p230 자기 아들을 보고는 작은 사람들한테는 작은 힘이 어울리지. 인생이 그래. 기대했던 것만큼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이야기의 마지막이 무겁게 끝나자 사람들은 엄숙하게 고개를 젓고 “빌어먹을…”이라고 중얼거리며 이런 차원의 도덕적 부패에 대해 곱씹어 생각한다.
p232 사이먼과 루시는 바로 이런 자리에서 사랑에 빠질 것이고, 그들은 친구 사이로 돌아간 후에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먼은 자기가 한 여자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유타로 이사할 거라는 소식을 전할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결국 우체부 일자리를 찾고 개 몇 마리와 함께 산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게 진짜 인생이다. 프라이버시라고는 없는 이 왁자지껄한 바에서 우리는 진짜 인생을 논하고 있다.
p235 사람들에게 그림이 진품이라고 확인해주고, 그 옆의 작은 캡션에 적힌 말이 복제품이라는 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걸 좋아한다. 거기엔 그림의 액자가 복제품이라고 쓰여 있는데, 큐레이터들은 유명한 그림 근처에 그 단어를 두면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p242 멀어져가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메트보다 좀 덜 신중한 미술관에서 실력이 끝내주는 연주자를 데려다가 마음대로 전시 케이스를 열고 악기를 다뤄보게 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자는 매일 페르시아의 카만체, 일본의 고토, 수우족의 구애용 플루트,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를 익힐 수도 있다.
p250 인상파 그림은 왜 항상 그렇게 흐릿해 보이는 거 같아? 처럼 익숙한 대화를 엿듣게 되면 언제, 어떻게 내 의견을 말해야 하는지 안다(요즘엔 끼어들지 않고 내버려두는 편이긴 하지만). 달리 ㅁ라하면 나는 이제 베테랑이 됐고 이 일이 익숙하고 편안해졌다.
p252 얼마 전에 라커룸에서 우연히 듣게 된 웃긴 이야기도 떠올려본다. “내가 그 여자한테 말했지. 우리는 경비원이 아니에요. 보안 예술가들이죠라고”
p280 메트에서 열린 전시는 좀 더 아담한 규모지만 내게는 거장의 작품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물은 미켈란젤로의 70년 커리어 전반에 걸친 133점의 소묘 작품들로, 대부분이 아무에게도 보여줄 의도가 없었던 습작들이다.
p284 전시가 시작된 후 내내 나는 미켈란젤로의 짜증과 절망이 섞이 편지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결과도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어. 신이여, 도와주소서!”
p289 대부분의 관람객이 미켈란젤로가 70년 정도 걸려 완성한 작품들을 끝내는 데는 한 시간 가량이 걸린다.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미켈란젤로의 성미를 아는 나로서는 그가 이 사실을 알면 꽤 짜증을 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p313 나는 이 미술관을 떠나고 나면 나이가 나보다 곱절이나 많은 세상 반대편에서 태어난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메트 경비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흔한 일이다.
p324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