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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 4가지 키워드로 읽는 유럽의 36개 도시
이주희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평점 :
제목 : 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작가 : 이주희
출판사 : 믹스커피
읽은기간 : 2023/12/14 -2023/12/16
출장을 오고가면서 다 읽었다. 유럽이라는 곳은 언제 봐도 즐겁다..
나도 이런 책 쓰고 싶다..
p23 1991년 크로티아가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세르비아를 주축으로 한 유고연방군은 무력을 앞세워 무차별적인 공격을 자행한다. 20세기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기록된 유고슬라비아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p31 암스테르담은 다름을 받아들이고 새로움을 수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마약을 팔고, 운하를 따라 홍등가가 합법적으로 운영되며, 동성 간의 결혼과 안락사를 허용한다.
p51 순교한 지 500주년이 되는 1915년, 구시가지 광장에 청동 기념비가 들어서며 후스의 불길이 되살아난다. 중세 종교개혁자는 20세기로 넘어와 저항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p63 석호에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모래를 쌓아 벽돌을 올려누른다. 그리고 돌을 깔아 바닥을 만들고 나서 건물을 안정적으로 올린다. 섬과 섬은 다리로 연결했고 수많은 운하가 도시를 이어주는 길이 되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다 위에 인공 섬들이 세워진 것이다.
p87 우리가 지금 건축사라는 칭호를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미친놈에게 주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가우디가 건축학교를 졸업할 때 학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문장이다.
p113 대리석과 화강암이 지탱하는 건물에 거대한 유리가 얹혀진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한껏 머금고 있다. 피오르가 보이는 항만의 중심에 자리하다 보니, 멀리서 보면 해안가에 떠 있는 빙하를 땅에 얹힌 듯 디자인되었다.
p120 어쩌면 그림은 절망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보이는 걸 그리는 게 아니라 본 걸 그린다”라는 뭉크를 알 것도 같다. 뭉크는 본 것, 즉 기억을 그렸다.
p123 운명을 뜻하는 파두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창법과 기타 반주, 그리고 숙명론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노랫말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 고단한 운명이 진득하게 배어있다. 그래서 파두를 듣고 있노라면 그토록 애잔하고 구슬플 수가 없다.
p135 이슬람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과거의 모습은 잊히지 않고 언덕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 궁전이 가장 아름답다. 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알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고개를 돌리면 빛조차 없는 동굴마을 사크로몬테가 더 을씨년스럽게 다가온다.
p142 자물쇠 수리공이었던 피터 헨라인이 태엽을 이용한 휴대용 시계를 발명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가 세상에 나왔고, 꼭 달걀과 비슷해 뉘른베르크의 달걀이라 불렸다.
p150 책의 화형식이 있던 그날의 역사를 매장도서관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매장도서관은 이유도 없이 잿더미가 되어야만 했던 책들의 무덤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무덤 옆에는 기념비가 책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 책을 태우는 건 시작일 뿐이다. 결국에는 사람도 불태울 것이다”
p160 괴테는 56년의 긴 세월을 행정가로서, 문학가로서, 그리고 재상으로서 바이마르와 함께 했다. 무엇보다 괴테는 바이마르의 품격을 한껏 드높였다. 그의 명성에 힘입어 수많은 지식인이 바이마르로 돌려들었고, 독일 고전주의의 꽃을 찬란하게 피웠다. 그 중심에는 괴테가 35년간 관장으로 재직한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 도서관이 있었다.
p174 안타깝게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아드몬트 수도원 도서관에도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면서 수도사들을 추방하고, 수도원의 귀중한 자료들을 정치범 수용소로 옮겨버렸다. 아드몬트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가지 못했던 것. 그렇게 지식의 보고는 폐허로 남겨진다.
p180 책읽는 공간에서의 소음이 자칫 거슬릴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유리창 한쪽 벽면에 주차된 유모차들의 귀여운 행렬에 미소를 짓는 것처럼. 오디는 모두를 반겼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어줬다.
p184 아기자기한 램스 콘딧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 서점이 나온다. 잊힌 여성 작가들의 책을 모아 놓은 페르세포네 북스가 바로 그곳. 그리스 신화에서 창조적인 여성으로 그려진 페르세포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어졌다.
p194 이 도시는 무의미한 경쟁 대신 협동과 연대를 선택했다. 마트 농산물, 건축, 택시 노동자 등 다양한 영역의 협동조합이 도시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지역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연대의 가지를 촘촘히 뻗어 나간 것이다.
p205 라파엘레는 고민 끝에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특별한 피자를 만들어 올린다. 빨간색의 토마토와 흰색의 모짜렐라, 초록색의 바질을 얹어 이탈리아 국기를 표현한 피자를 바쳤고, 마르게리타 왕비는 크게 기뻐한다. 그 후 왕비의 이름을 따 부르게 된 피자가 바로 나폴리를 대표하는 마르게리타 피자다
p220 로마의 교황 우르바누스 6세에게 최종 허가를 받아내며, 1386년 대학교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교회 대분열로 인해, 하이델베르크는 독일 최초의 대학교가 들어서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p241 여행은 고생, 고통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travail에서 기원한다. 예나 지금이나 집나가면 고생이란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었나보다. 고생은 여러모로 복합적이지만, 그만큼 달콤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