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언어 - 흐르는 시간에서 음표를 건져 올리는 법
송은혜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음악의 언어

 : 송은혜

 : 앤의 서재

읽은기간 : 2023/04/23 -2023/04/26


프랑스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송은혜님의 에세이집.

에세이를 읽으면 저자의 생각과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저자는 아마 오르가니스트인것 같다. 그래서 오르가니스트의 어려운 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할 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연주를 잘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바흐나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연주를 잘 몰랐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믿으며 연주를 해야 하는 악기라니... 신기하다. 

요즘은 전자 오르간이 많아서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할 수 있겠지만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들을 더 존경하게 될 거 같다. 

음악을 듣는 활동이 내겐 BGM이지만 가끔은 제대로 자리를 잡고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바흐의 음악은... 


p11 진정한 예술가는 자만하지 않아. 예술에는 한계가 없음을 아는 이는 자신이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가 있는 법이거든

p23 레슨받은 대로 멋지게 보여주고 싶은데 왜 선생님 앞에만 서면 잘 움직이던 손가락도, 멀쩡하던 호흡도 뒤엉켜버리는지. 평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온몸의 세포들이 왜 갑자기 살아나서 나를 방해하는 건지.

p27 오늘 내게 절망감을 안겨줄 음악을, 그것도 바흐를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의식에 포함시키는 삶, 상상만 해도 호화롭고 아름답지 않은가.

p32 악기에 내 마음을 실으려면 내가 악기의 소리로 노래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내 목소리로 노래하는 대신 악기를 사용해서 동일한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p36 방금 부른 아리아를 파악하는 정도를 넘어 그 인물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그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는지, 나아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철저하게 그 사람이 되었는지를 연출가는 묻고 또 묻는다.

p56 세상과 유리된 채 경쟁의 성에 갇혀버린 음악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인간의 가치를 일깨우는 음악의 의미를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끌어안는 음악의 추상성. 말도 그림도 우리의 마음을 담아낼 수 없다고 느낄 때, 한소절의 선율로 모두를 위로하는 음악의 힘

p72 초견의 목적은 남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이성적 판단은 뒤로한 채 본능에 기대어 직관적으로 악보를 읽어내고 그 순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주해보는 일

p84 서로 다른 소리를 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음악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다.

p97 악보라는 기호는 너무나 성글어서 연주자는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여 악보의 빈 곳을 채우며 최종적인 소리를 만들어야만 한다. 연주자의 모든 사사로운 결정이 소리에 투영된다는 뜻이다.

p122 디아벨리의 주제는 베토벤의 손 끝에서 새로운 음악들로 태어났다. 따로 떼어놓으면 서른세 곡의 독립된 작품으로, 합치면 하나의 위대한 건축물이 되는 마법과도 같은 베토벤 인생의 마지막 변주곡

p129 외부 환경이 급격히 변하 ㄹ때, 리스테소 템포를 떠올린다. 변화하는 상황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대신, 중심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나의 템포로 새로운 상황을 끌어안을지 고민한다

p148 라르고만큼은 아니지만, 아다지오에서도 음과 음 사이에 장식음을 넣어 멜로디를 꾸민다. 대표적인 예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다.

p175 슈트라우스의 선율은 늘 예상에서 벗어난다. 낯선 화성진행과 다양한 리듬을 사용하고, 음악과 가사를 짙은 농도로 결합하여 후기 낭만주의의 절정을 보여준다.

p181 난 오르간은 선택한 게 아니야.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선택했고, 그중 오르간을 연주하게 된 거지.

p184 미국에서는 음색 선택이 버튼 하나로 가능했는데, 유럽에서는 친구들에게 “시간 되면 와줄 수 있나?”하고 부탁해야만 하는 거창한 일이 되어버렸다.

p190 오르가니스트가 연주할 때 겪는 답답함 중 하나는 자신이 연주하는 자리(오르간 콜솔)에서는 연주하고 있는 음악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p198 클래식 음악에서 환상곡은 작곡가가 원하는 방법으로 기존 형식을 재구성한 작품을 말한다. 즉흥곡처럼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연주하는 작품과는 달리 작곡가만의 구조를 성실하게 따르는, 틀이 분명한 장르이다.

p219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저 경건하게 침묵하고 겸손하기를. 또 다른 작품의 서문에 적어놓은 사티의 말처럼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나의 삶은 어디쯤 있는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고행의 시기에 일단 84번은 버텨보기로 마음먹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