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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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 클래식

 : 오수현

 : 블랙피쉬

읽은기간 : 2022/12/28 -2023/01/05


작곡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클래식 음악의 매우매우 유명한 멜로디를 들으면 대충 어떤 음악인지를 알 수 있고, 작곡가들의 전기나 에피소드 책을 좀 읽어서 겉핥기가 된, 초보에서 막 벗어나려고 있는 수준이 되니, 클래식 책을 읽을 때 고민이 된다.

책을 잡아서 읽다보면 대부분은 아는 내용인 책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금 어려운 책을 읽으면 완전 까막눈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아는 이야기다. 다만 작가의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다 보니 에피소드에 대한 해석이나 감정은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모차르트를 혹독하게 교육시켰던 아버지에 대한 평가나, 바그너에 대한 평가, 브람스와 클라라에 대한 생각 등이 주로 그렇다.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아니고서야 모를 일..

작곡가마다 내용이 길지 않고 초보자가 알면 재미있을 에피소드가 많이 담겨있어 초보자가 읽기에 참 좋다.


p25 하이든에게 작곡이란 영감과 열정으로 하는 예술 활동이라기보다는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듯 매일매일 해치워야 하는 사무적인 일에 가까웠는지도 모릅니다.

p32 하이든은 언제나 유머가 넘치는 밝은 성격의 음악가였습니다. 성 슈테판 성당 합창단에서 활동하던 어린 시절엔 미사 중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다가 합스부르크공국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직접 “저 아이를 붙잡아 매질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장난기 넘치는 아이였죠

p36 결혼 생활 동안 둘이 사이좋게 지낸 시기는 거의 없었고 하이든은 메조 소프라노였던 유부녀 루이지아 포르첼리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며 결혼 생활에서 충족하지 못한 사람의 감정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둘 사이는 에스테르하지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루이지아가 낳은 둘째아들이 하이든의 아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p57 모차르트는 매우 빠르게 곡을 썼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고뇌와 분투의 흔적대신 아름다운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같은 유려함이 흘러넘칩니다.

p80 즉흥적으로 흘러나오는 선율과 악상을 토대로 작품을 쓰다 보니 베토벤, 브람스 같은 작곡가에 비해 곡의 구조와 형식이 느슨하고 엉성하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그래서 형식미가 중요한 교향곡이나 소나타 같은 작품은 가곡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하죠.

p108 그는 리스트, 쇼팽, 바그너, 베를리오즈, 슈만의 낭만주의 작품이 울려 퍼지던 19세기를 살았으면서도 고전주의 기조를 꿋꿋이 유지해 나갔습니다. 멘델스존은 동년배라고 할 수 있는 리스트, 쇼팽과 파리에서 1년 가까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친구처럼 지냈는데, 그들의 음악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p110 동생 펠릭스에겐 음악이 직업이 될 수 있지만, 네겐 그저 장식품일 뿐이란다. 여성에게 음악은 그런 것이다.

p121 욕정의 화신 상드가 순진하고 병약한 쇼팽을 제물로 삼았다고 말이죠. 쇼팽은 마요르카로 떠나는 길에 친하게 지내던 퀴스틴 후작의 집에 들렀는데, 퀴스틴 후작은 쇼팽이 떠나간 뒤 지인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올여름 내내 상드와 쇼팽이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쇼팽의 얼굴이 너무 야위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어. 상드가 흡혈귀 같은 여자라는 걸 그는 모르는 것 같아’

p141 슈만은 결혼 직후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 등 여섯 권의 가곡집을 냈는데, 그가 결혼한 1840년 한 해 동안 발표한 가곡수가 100곡을 넘어 이해를 가리켜 가곡의 해라고 부릅니다.

p148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2020년 슈만의 작품을 담은 음반을 냈는데, 유령 변주곡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당시 참담했던 슈만의 내면 상태가 자신에게 전이돼 굉장한 고통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p159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 연습곡 중 세 번째 작품인 라 캄파넬라는 피아노계의 파가니니를 지향했던 리스트의 열망이 구현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들의 얼굴을 보면 예외 없이 온통 땀으로 범벅될 정도로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곡입니다.

p169 리스트가 남긴 또 다른 업적은 관현악곡, 성악곡, 바이올린곡 등 다양한 작품을 피아노 연주곡으로 편곡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그는 베토벤 교항곡 9곡을 모두 피아노 연주곡으로 편곡했습니다.

p201 둘은 슈만의 장례식 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우정의 관계로 남기로 합의한 것 같다는 게 많은 음악학자들의 견해입니다.

p207 브람스는 비스바덴에 머물며 슈피스를 향한 열정을 가슴 가득 품고 작품3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때 쓴 작품이 브람스의 4개 교향곡 중 가장 서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교향곡 3번입니다.

p213 브람스는 혁신가보다 장인에 가깝습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이어져 내려온 독일 음악의 전통을 고수하며 높은 예술적 완성도와 성취를 일궈냈습니다.

p228 안토니나는 결혼 생활이 파국을 맞은 이후 3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들의 아버지는 각각 달랐습니다. 그녀는 아이 셋을 모두 고아원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안토니나는 차이콥스키보다 24년 더 살았지만, 그중 20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p241 푸치니는 자신이 쓴 오페라에 출연하는 여가수들과 밥 먹듯 불륜을 저질렀고, 오페라 나비부인을 쓸 땐 영감을 얻겠다며 일본이 여가수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대놓고 애정 행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p254 토스카니니는 탁월한 음악 해석 능력과 오케스트라에 압박을 가해 단원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연주에 강력한 리듬감을 부여하면서 오케스트라에서 장대한 사운드를 이끌어내는 그의 스타일은 푸치니의 오페라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p260 말러는 음악을 통해 사랑과 기쁨 같은 보편적 정서를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고독과 상실의 고통으로 점철됐던 자신의 삶에 관한 자전적 서사시에 가깝습니다.

p270 말러에게 지휘는 생계 수단이었고, 작곡이야말로 진정한 꿈이자 열정이었습니다. 그는 여름 휴가 때마다 알프스 근처의 조용한 휴양지를 찾아 오로지 작곡에만 몰두하는 시간을 제일 즐거워했습니다.

p271 말러는 모두 10개의 교향곡을 썼는데, 그중 교향곡 3번은 총 연주 시간이 100분에 이릅니다. 19세기 대편성 교향곡의 대표 작품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연주 시간이 7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러 교향곡이 얼마나 긴지 알 수 있죠

p286 드뷔시는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는 음악가였습니다. 물론 수많은 음악가 삶에 스캔들과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드뷔시의 여성 편력은 양다리, 두 집 살림은 기본이고 연인의 친구와 바람피우기, 후원자 아내와 밀회하기 등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비열하고 난잡한 것들이었습니다.

p291 드뷔시는 모호한 화성과 음색의 다채로운 변화를 통해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또 중세에 쓰였던 교회선법과 동양의 5음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신비감을 더하는 요소입니다.

p307 워낙 늦깎이 학생이었던 터라 사티의 지도 교수가 사티보다 세 살 어렸다고 합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시절과는 달리 사티는 매우 모범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고 3년 뒤엔 그의 인생 첫 학위도 받았습니다. 드뷔시의 충고 덕에 사티도 보다 체계적인 작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죠.

p308 검은고양이에 모인 젊은 예술가들은 사티의 작품 중에서도 피아노 모음곡인 짐노페디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짐노페디는 벌거벗은 소년들이라는 뜻입니다.

p310 잘못된 식습관에 과도한 음주까지 더해져 사티는 59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습니다.

p320 임윤찬의 연주가 특별했던 것은 기교를 넘어 연주자와 작품이 한 몸이 된 것 같은 신들린 연주로 관객들에게 굉장한 전율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적잖은 기성 연주자조차 이 곡을 대할 땐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것 같고,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임윤찬의 무대는 마치 1909년 이 곡을 초연했을 당시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가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연주였습니다.

p327 쟁존 당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서는 이견이 없는 최고의 연주자였지만, 작곡가로서는 평단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20세기를 살아가는 19세기 복고주의자라는 게 그에 대한 비평가들의 일관된 평가였습니다.

p326 자신의 작품은 물론 베토벤, 쇼팽, 슈만, 바흐 등의 작품도 녹음했습니다. 그는 피아노 소리를 울리게 하는 페달을 다른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굉장히 절제해 사용했는데, 그 때문에 그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명징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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