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조선 -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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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또 하나의 조선

 : 이숙인

 : 한겨레출판

 : 2021/10/21 - 2021/10/28


또하나의 조선이란 여성의 삶을 말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살았던 여성의 삶을 조선시대 문헌을 통해 알아본다.

여성들이 쓴 글도 있지만 남편이나 다른 남자에 의해 남겨진 모습도 담겨있다. 

이 수많은 여성들중에 아는 사람이라곤 신사임당과 허초희뿐이다.

그만큼 다른 여성들의 삶은 철저히 감쳐줘있다.

조선시대에도 여성들이 살았고, 그들도 감정이 있고, 분노도 있고, 욕망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사실 당연한 것인데 생각을 못하고 있던 부분이다.

그만큼 여성은 억압받고 없는 존재였으니까..

이런 연구가 계속 책으로 나와야 할 이유다.


p20 조씨에게서 일상을 긍정하는 힘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상을 보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섬세하면서 담대하고, 낙천적이면서 감성적인 남평 조씨의 삶과 꿈의 기록인 병자일기는 사대부가 안주인이 쓴 17세기 조선의 또 하나의 역사이다

p32 사십 줄에 앉은 김돈이는 제사에 무성의하다는 질타를 자주 듣는다. 남편이 아내에게 언짢은 언사를 보내면 아내는 남편에게 '애교스러운 말'을 돌려주는 것으로 보아 김돈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젊은 김돈이는 제사보다 세상의 화려한 이야기에 관심이 더 컸다

p37 송덕봉은 술을 잘 마셨던 것 같다. 술기운을 비려 읊은 시가 수편이고, 술로 인해 자아가 커지는 경험을 한다. 취함 김에 읊다에서는 천지가 넓다고 하지만, 규방 안에서는 그 참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한다

p41 생전의 그는 빈궁하고 고단한 삶을 산 것 같다. 그림도 생계를 위한 절박한 상황에서 창작되었을 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p77 조선에서 가장 미천한 신분이 여비에서 출발해 세자의 유모가 되고 종1품의 관작을 얻어 죽을 때까지 권세를 휘두르며 뒤탈을 남기지 않은 것을 보면 보통 총명은 아닌 것 같다

p93 늦게 낳은 아들을 너무 사랑한 아버지 세종의 유언으로 내탕고의 모든 보물을 받게 된 영응은 노비 1만 명을 거느리는 거부가 된 것이다

p97 바뀌는 왕마다 통 큰 거래를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 그 자체로도 송씨의 능력은 특별하다

p102 홍혜완만큼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남편의 존중을 받으며 산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산은 가족의 중심에 아내가 있음을 두 아들 내외에게 주지시켰다

p107 묵은 가지가 다 썩어가는 즈음에 갑자기 푸른 가지가 나와 꽃을 피웠다라는 내용이 있어 소실과의 만남으로 다산의 스러져가는 심신이 되살아났음을 알 수가 있다. 논어고금주 등 다산의 대표적인 저술들이 그녀를 만난 이후 쏟아지듯 나온 사실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p119 난설헌이 시인으로 성장한 데는 오빠 허봉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허봉은 아무 허균에게 "경번[난설헌의 자]의 글재주는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러한 누이의 재능을 살리고자 형제들이 힘을 모은 것이다

p138 당파적 이익에 빠져 적군을 응원하는 믿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것은 오늘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통해서도 수긍이 간다

p143 그녀는 지금 나이 71세의 할머니가 다른 방법으로는 정을 표시할 길이 없다라며 자신을 혈족으로 돌본 정미수 부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p145 내훈의 저자 내지는 성종의 모후로 주로 언급되는 소혜왕후는 무엇보다 가부장 사회의 비호 속에서 자기의 욕망을 실현할 인물이라는 점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p150 자신의 책이 민간의 우매한 여자들에게까지 널리 읽히기를 바라면서 그 내용은 주로 남성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서술은 학식과 정치적 감각을 두루 갖춘 이 여성 앞에 펼쳐진 세계 자체가 하나의 역할만을 고집하기에는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 아닐까

p173 경국대전에 첩은 처가 될 수 없다라고 규정해놓았지만 당시의 권력 문정왕후의 승인으로 난정은 외명부 정1품 정경부인에까지 오른다. 신분의 수레바퀴에서 신음하던 한 여자의 인간 승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란 늘 명암이 있고 모순적인 것들이 뒤섞인 흥미로운 해석의 장이다

p184 소현세자가 청국 황족과 친교를 맺고 원만한 관계를 이룬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왜곡된 권력에 대한 완곡한 표현일 뿐이다

p206 끌려가는 사람들의 원한이 하늘을 찔렀고 이로 인해 팔도의 민심이 크게 돌아섰다. 신분제를 공고히 하려는 지배층의 요구와 맞물린 어처구니없는 국가의 이 대책을 역사에서는 옥비의 난이라고 한다

p211 국왕 정조가 김은애의 행위에 주목한 것은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만연했던 시대에 용기와 기백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코자 했다는 데 있다

p219 남명이 뭐라고 하든 무시하고 아예 상대를 하지 말라는 투의 조언이 퇴계 사후 선조 33년에 간행된 퇴계집으로 세상에 공개되자 정인홍을 비롯한 남명 문도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남명과 퇴계, 그 문인들의 관계가 벌어지게 되었다고도 한다

p238 2백년 전 피해자 박씨가 그랬던 것처럼 성범죄 피해에서는 여전히 자기 파괴적으로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성범죄 피해자의 명예는 죽어야만 회복되는 것인가, 죽어도 회복되지 않은 명예는 누구의 몫인가

p258 조선의 정치 이념은 감정 가는 대로 욕심 나는 대로 즐기려는 삶을 규제하는데 유독 여성이 그 대상이었다.

p263 세조는 윤덕녕과 같은 민초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지만, 홍윤성을 국문하여 죄를 밝히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대신들의 빗발치는 상소에는 귀를 닫았다. 홍윤성이 정난 원훈이라는 이유로 따로 불러 책망만 할 뿐이었다

p266 가부장제 가족에서 자식의 존재 증명이 아버지로부터 나온다면, 종모법 아래 노비의 존재 증명은 어머니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p274 왕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세 사람, 황치신은 정승 황희의 아들이고, 전수생과 배상동은 개국공신의 아들이다

p285 남의유당의 구경욕망은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인간 보편의 것이라 치더라도, 특유의 언어와 열정이 밴 기록들은 길이 남을 유산이 되었다

p297 그녀는 아들이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가치에 주목하였다. 사주당이 세운 자녀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성품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었다

p303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초영이 무딘 글만 못하다"라는 옛말에 힘입어 나중을 생각하여 적어두었다고 한다. 틈틈히 읽고 정보와 생각을 정리해놓은 것인데, 그것이 저술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p313 성인의 시대에 살지 않아 성인 모습은 보지 못했으나, 성인이 남긴 말씀 들을 수 있고 성인의 마음 볼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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