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 돌·물·피·돈·불·발·꿈으로 풀어낸 독특한 시선의 인문 기행,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윤혜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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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개 코드로 읽는 유럽도시

작가 : 윤혜준

출판사 : 아날로그(글담)

읽은날 : 2021/03/29 - 2021/04/07


7개 코드별로 7개도시를 선정해서 유럽도시를 설명했다.

7개 코드라고 하지만 약간은 억지같아 보인다. 돌이라는 코드에 걸린 도시들이 피에 걸려도 해석이 될 것 같다. 

유럽도시라는게 전쟁때문에 피도 흘리고, 돈도 많이 쓰고, 돌로 지은 건물이 많은데 이를 코드별로 분류하다 보니 생각에 차이가 있어서인것 같다. 

세계사라는 게 통사로 읽는 것도 재미있고, 국가별로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런 테마를 주제로 읽는 것도 흥미롭다. 

학교때 공부했던 방식이라서 그런지 시간순으로 읽으면 공부하는 느낌도 있는데, 테마별로 역사를 읽으면 쉬는시간에 만화책 보는 느낌이다.

큰 줄기가 아니라 에피소드나 뒷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서 즐겁게 읽었다.



p18 섹스와 시는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 괴테는 남근의 신 프리아포스를 찬미하는 시도 한 수 바친다

p22 비너스를 비롯한 판테온의 신들은 4세기에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자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모조리 쫓겨갔기 때문이다

p33 중북부 이탈리아의 진영 대결은 황제파와 교황파의 대립으로 구현됐다. 독일인 신성로마 제국 황제들은 로마의 교황과 사이가 대체로 좋지 않았다.

p37 시에나가 피렌체를 꺾은 '몬타페르티 전투'를 기념하여 그때부터 지금까지 성당 안에 성물처럼 보존해오고 있다

p44 종교개혁에서 헨리가 가장 관심을 둔 부분은 수도원 재산 몰수였다. 수도원이 갖고 있던 건물과 토지를 모두 빼앗아, 나도 좀 쓰고 나의 이혼과 종교개혁을 지지한 충신들에게도 나눠준다

p52 이 위압적인 요새와 방벽의 검은 돌들은 한 세기 반 동안 바르셀로나인들의 자존심과 자주적 민족의식을 조롱했다

p59 노트르담에 고트족 뺨치는 야만이 도래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다. 진보를 추구하는 프랑스 혁명 세력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유린하고 파괴했다

p66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철저한 차별과 배제과 맞물려 있었다

p69 민주주의라는 말로 번역된 데모크라티아를 말 그대로 옮기면 군중의 지배다. 고대 아테네의 데모크라티아는 토종 남성 군중의 지배였다

p74 나의 이 신성한 시가 내 적들인 늑대들을 누른다면 내가 어린 양처럼 잠자던 그곳으로 내가 세례 받은 그곳에 나는 시인으로 돌아가 월계관을 쓰리라

p77 라벤나에 묻힌 그의 시신은 700년이 넘도록 아직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마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산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와 함께 이 도시의 소중한 관광자원인 단테의 시신을 라벤나가 피렌체에 내어줄 리 없을 테니까

p79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돌 벽에 물감을 먹이는 프레스코보다 훨씬 더 수월할 뿐더러 다이내믹한 색채를 표현하기에도 용이하다.

p89 1580년대에 식스토 5세는 고대 로마의 세베루스 수로를 고쳐 청정지역 팔레스트리나에서 지하 파이프로 물을 끌어왔다. 그 덕에 27개 로마의 분수들에서 물이 풍성히 흘러나왔다

p96 사과주는 프랑크푸르트의 가난한 서민들이 마시던 술이었다.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와인을 흠모하며 자기들도 향기로운 과실주를 먹어보려는 모방 심리가 사과주 문화를 제법 견고하게 민중들 사이에 심어놓았다.

p100 프라하가 중심도시인 보헤미아 지방은 늘 신성로마 제국의 일부였고, 신성로마 제국 황제를 합스부르크 가문이 독식하기 시작한 15세기부터 황제들은 프라하를 빈 다음으로, 아니 어떤 때는 빈보다 더 사랑했다

p107 1966년 11월 4일 대홍수의 공격 대상은 피렌체 도시 그 자체였다. 마침 공휴일이라 방심하고 있던 살아 있는 시민들과 죽은 조상들의 기록물과 걸작들을 아르노는 노렸다

p117 아테네를 무력으로 누르고 지중해 지역 문명세계의 지배자로 등극한 로마. 제국의 수도 및 기타 로마의 주요 도시들에도 아테네 극장을 모방한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공연 내용은 너무나 달랐다. 로마인들은 무대에서 배우가 실제 피를 흘려야 열광했다. 어차피 죽을 죄수를 끌고 와 무대에서 죽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p124 시체 쓰레기장은 카르나리움이라고 불렸다. 수시로 시체들을 버려야 했기에 웅덩이를 흙으로 덮지도 않았다. 1890년대에 고대 로마 유적을 발굴한 이탈리아 고고학자 로돌포 란치아니는 이런 카르나리움을 무려 75개나 발견했다

p128 루이 16세도 폭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성과 진보의 정신에 따라 인민들을 구속하던 족쇄들을 풀어주려 노력했던 계몽군주였다

p130 이 혁명 광장에서 수행하는 혁명 과업은 주로 단두대를 갖다 놓고 사람 목을 치는 것이었다

p149 화염병과 소총을 들고 맞선 남녀노소 부다페스트 시민들을 향해 소련 탱크는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무차별 포격했다. 민가와 상가, 학교와 병원, 교회와 고아원, 모든 건물이 표적이었다. 1956년 11월 4일, 하루 동안 탱크가 죽인 부다페스트 시민의 수는 1,569명이었다. 무너진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마다 시민들의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p156 브루넬레스키나 미켈란젤로의 예수를 직접 보면,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2,000년 전 예루살렘 인근,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 달려 있던 나사렛 예수의 모습이 그러했을 것이다

p163 이래저래 돈 쓸 데가 많은 귀족들은 상인들과 합작해서 무역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축적한 재산으로 공동체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수의 귀족 가문들은 베네치아의 집단 통치계급으로서의 정통성을 지켜냈다

p165 외벽 파사드는 정작 실내에서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파사드에 온갖 공을 들인 콘타리니, 그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베네치아 도시를 위한 집을 지은 셈이다

p169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수태고지는 프라도 미술관이건 어디건, 그 어떤 다른 공간으로도 옮길 수 없다. 벽째 뜯어가서 전시하려면 건물을 망가뜨려야 할 것이고, 벽화 자체가 훼손될 것이다. 이 프레스코 벽화는 오직 그 장소, 그 분위기에서만 볼 수 있는, 또 그렇게 봐야만 하는 작품이다

p178 유태인 베드로가 처형당한 바로 그 자리에다 그의 순교를 기념한다며 로마 신전을 연상시키는 원형 돔을 만들어놓은 르네상스 지식인, 브라만테는 그런 인물이었다

p187 몬테가 매기는 이자는 유태인 업자들처럼 빌려준 돈의 값이 아니라 기관을 운영하는 서비스 비용이라고 프란체스코회 수사들은 설명했다

p192 스페인군의 무지막지한 폭력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 도시의 상인과 사업가들은 돈을 모조리 챙겨 대거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다. 도시의 두뇌와 밑천이 일거에 빠져나가자 안트베르펜은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

p197 길드의 특권은 도시의 자치정부가 보장해주었고, 그 자치정부에는 길드 대표들이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탄탄한 정경유착은 길드들이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해도 각 도시의 시장지배권을 유지하는 데는 적지 않게 기여했다

p198 길드 회원들은 도움이 필요할 경우 수당을 주고 다른 화가를 불렀다. 인물화 전문 화가가 배경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넣어달라고 고객이 요청하면, 그 방면 전문 화가를 작업장으로 부르는 식이었다

p204 런던의 감옥에 갇힌 채무자들의 형편은 서비스 구매력에 따라 달랐을 뿐 아니라, 채무자 감옥 간에도 서비스에 차이가 있었다. 플리트 형무소에서는 돈만 적당히 지불하면, 감옥 밖의 지정한 거처에서 안락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다.

p213 오늘날 프라하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단아한 성당, 수도원, 기타 공공건물의 상당수는 합스부르크 왕실과 가톨릭교회가 17세기 이후로 다시 세운 건물들이다. 후스주의자들이 옛 프라하를 사정없이 불태워버린 덕에 낡은 건물 철거비용은 별로 들지 않았다

p223 동상의 "참회하라"와 돈 조반니의 "싫다"가 반복되다가 마침내 동상은 "시간이 더는 없구나"라며 사내의 손을 놔주고 돌아선다. 바로 그 순간, 여기저기 바닥에서 불꽃이 솟아오른다. 진동하는 땅. 사내의 몸은 땅 아래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밑에서 훨훨 타오르는 지옥 불이 돈 조반니를 산 채로삼키려 입을 딱 벌리고 기다린다

p226 여황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1741년에 지었다. 그러니 이 극장에서 수십 년째 주로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오페라를 점잖게 즐겨온 빈 상류사회가 오페라의 규범을 온통 뒤흔들어 놓은 돈 조반니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은 당연하다

p233 석탄재가 벽돌 제조 공정과정에 기여하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석탄재를 섞어 단단하고 색감 좋은 벽돌로 지은 런던의 유명 건물들은 블룸스버리 동네에 잘 보존되어 있다

p238 철도 덕에 파리에서 노르망디 해안이나 프랑스 남부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는 바탕스가 생겨났다. 또한 기차를 타고 전국에서 파리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p239 수도원과 그리스도 교회를 혐오하는 혁명 세력은 그리스도 사랑을 실천하던 나병환자 요양원을 혁명의 이념을 거슬린 자들을 가둬두는 형무소로 바꿔놓았다

p243 작전의 주역인 영국 공군은 군사실만 골라내는 번거로움을 간편히 해결했다. 영국이 1945년부터 선택한 옵션은 한 동네씩 화염 폭탄을 떨구어 완전히 뭉개버리는 지역 폭격이었다

p251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를 맛보기에 제격인 곳은 이 요리의 탄생 설화와 관계 있는 피렌체 산로렌초 동네다. 산로렌초 중앙 시장 안에 있는 식당도 좋고, 근처 골목 여기저기에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비스테카를 제공하는 식당이 많이 있다

p257 바리 고틱, 즉 고딕 동네에서 만나는 고딕 양식은 14세기 카탈루냐 고딕이다.

p288 로마의 소나무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4악장,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들로, 고대 로마 군대가 아피아 가도를 행진해 시내로 들어오는 장면을 묘사한다

p304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보는 피렌체 풍경도 근사하지만, 산미니아토 알 몬테 앞의 자그마한 광장에서는 더 넓은 시야에 도시를 담을 수 있다

p310 루터가 종교개혁을 주도할 무렵 로마의 교황은 메디치 가문 출신 레오 10세였다. 하느님이 교황을 시켜주셨으니, 한번 잘 즐겨보세. 교황에 선출되자마자 한 말이다. 메디치 교황답게 레오 10세는 최고급 예술품을 수집하며 삶을 즐겼다

p315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 자리에 들어선 값비싼 5성급 호텔 자허. 이곳을 이용하는 부유한 여행객들 중 귀 먹은 작곡가의 예술 투혼을 떠올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p323 경영에서 손을 떼고 수익금만 챙기는 편안한 위치에서, 그는 공산주의 꿈을 피력한 저서를 쓰고, 고급 와인을 즐기며, 사뭇 행복한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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