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 타카치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4중주 연주 여정
에드워드 듀슨베리 지음, 장호연 옮김 / 아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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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작가 : 에드워드 듀슨베리

출판사 : 아트북스

읽은날 : 2021/03/09 - 2021/03/18


재미있게 읽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서 나온 책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빛을 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를 연주하는 타카치합주단의 제1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의 연주여정과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버무려서 쓴 책이다.

원래 타카치 현악4중주단은 헝가리 음악가들이 만들었다.

이 합주단에 저자가 합류하면서 책은 시작된다. 

헝가리인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이야기도 있고, 연주하면서 벌어지는 서로간의 의견차이와 조율하는 내용, 연주할 때와 녹음할 때 차이점 등 연주자들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기와 연주단의 연주 여행이 오버랩되어 순간순간 내가 어느 시대에 와 있는거지? 생각하게 한다. 

당시에도 연주자들은 베토벤 음악이 새롭고 어려워지면 불평을 많이 했나보다. 

이때 베토벤은 연주자들을 달래기는 커녕 "너 말고 미래세대를 위해 만든 음악이야"라는 식으로 연주자들을 면박을 주곤 했다. 

음악이 좋아서 그렇지 사실 베토벤 같은 양반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천재들 중에는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데 베토벤과 같은 천재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더 많았을까?


연주자들은 작곡가가 만든 음표들을 해석하며 새로운 걸 발견하는 기쁨을 갖는 것 같다. 

나야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막귀라서 화음이 멋지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할 뿐인데 내가 모르는 세계를 잘 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집에는 다카치가 아닌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의 베토벤 현악4중주가 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베토벤 현악 4중주를 더 귀기울여 듣게 된다.



p11 베토벤이 자신의 중기 4중주곡에 대해 투덜대는 바이올리니스트를 보고 이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라고 응수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p19 베토벤은 짤막한 느린 서주로 곡을 시작할 때가 많았지만, 이런 발상을 악장 전체로 통합하려는 그의 과감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안드라스 생각이었다.

p25 베토벤이 내다보았듯이 그가 남긴 열여섯 곡의 현악 4중주곡들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사람들이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는 실내악 음악회에서 덜 알려진 곡이나 현대의 곡에 불편함을 느끼는 청자들을 안심시키는 든든한 존재이기도 하다.

p30 Op.131의 마지막 7악장이 자아내는 흉포함은 앞에 나온 그 어떤 것과도 관련이 없다. 앞선 악장들에서 그토록 섬세한 연주를 선보이고 난 뒤에 휘몰아치는 리듬과 호전적인 포르티시모로 무장한 이 피날레는 이제 현악 오케스트라 전체에 맞먹는 힘을 요구한다.

p35 그가 최근에 작곡한 곡들이 너무 어렵다며 슈판치히가 불만을 터뜨리자 베토벤은 이렇게 쏘아붙였다. "악상이 한창 더오르는데 내가 고작 자네의 가련한 깽깽이에 신경을 써야겠나?"

p55 그의 제안대로 연주하자 제1바이올린의 리듬이 비올라 독주에 힘을 실어 주어 음악의 성격이 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 내가 그저 나의 테크닉 능력을 시험하려고 고른 것이라고 생각했던 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음악의 성격이었다

p58 무대 위에서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을 전하는 것은 엄연히 다름을 당혹스럽게 상기해주었다

p61 대부분의 화음은 넓은 음정과 좁은 음정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데 감7화음은 단음정(좁은 음정) 셋을 쌓아올려 만든다. 해결이 필요한 불협화음으로, 여러 다른 목적지로 이어지는 길들이 모이는 갈림길 같은 것이다.

p66 그들과 잠깐 리허설을 하면서 현악 4중주단의 기본적인 작업은 음악적 디테일의 해석을 논의하고 해결하는 바로 이곳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p68 나는 활기차고 창의적인 세 음악가들과 연주할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자발성의 요소를 더 많이 즐겼다

p71 이것은 일자리가 아니에요. 당신의 가족, 당신의 삶이죠. 당신이 최소한 15년, 20년은 우리와 함께해주기를 바랍니다

p75 "올림활로 시작하는 것은 더 어려울 텐데" 좋은 리허설 기술의 규칙을 아직 습득하지 못한 나는 눈치 없이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일단 한 번 해보는 것이 좋다

p78 첼리스트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가끔 지나치게 달아오르는 바이올리니스를 견제하는 것이었다

p80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서 정치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훌륭한 시민들의 훈훈한 토론이었다

p86 헝가리 4중주단의 연주는 독립적인 네 성부의 대화가 유니슨으로 개시부 주제를 힘차게 다시 진술하는 대목에서 절정에 이르면서 통제와 흥분의 이상적인 조합을 이룬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p94 베토벤이 신세를 많이 진 사람에게 분개의 태도를 보인 것은 비단 하이든만이 아니었다. 그는 리히노프스키의 도움에 고마워하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하려고 애썼다.

p98 제1바이올린 주자가 되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4중주단 전체의 예술적 표현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나를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p100 음악에 조예가 깊고 열심히 듣는 청자인 그녀는 언젠가 슈베르트의 후기 4중주곡 연주를 들었는데 내 소리가 살짝 공격적이어서 작품의 서정적 특징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것 같았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p124 악절의 잠재적 위험을 의식하다가는 정말로 실수를 부를 수도 있다. 나는 강압적으로 용기를 더 짜내고 활기차게 주고받으며 여기에 수반되는 위험을 즐겨야 했다

p131 아마도 이런 말다툼이 계기가 되어 리히노프스키는 해마다 베토벤에게 지불해오던 600플로린의 연금을 그해에 중단했고, 둘 사이의 관계는 세월이 흐르면서 부분적으로나마 회복되었다

p144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라디카티는 작곡가 면전에서 대놓고 새로 나온 4중주곡들을 "음악이 아니"라고 말했다. 베토벤은 이렇게 받아넘겼다. "오, 그건 당신들을 위해 작곡한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야!"

p150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은 혼란을 피하는 것이었다. 리허설이 있으면 30분 먼저 도착해서 엄격한 순서에 따라 몸을 풀었고, 매일 수영을 통해 장기 순회공연에 필요한 체력을 길렀다.

p158 바이올린 파트에서 어떤 음들은 화음과 어울렸지만, 화음과 충돌하는 음들도 있어서 달콤하면서 씁쓸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p163 가장 먼저 연주를 멈추는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술을 사는 거다. 그가 짓궃게 일러두었다. 이런 식으로 리허설을 하고 나면 재정적으로 벌칙을 내건 것이 시간을 줄이는 억제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되곤 했다

p169 가보르는 첫 진단을 받고 일곧 달 뒤인 1995년 7월 7일,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죽고 우리가 처음으로 Op. 59 no.2를 연주했을 때 음악이 나의 동반자가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p179 자신의 궁전이 불에 타고 200년이 지난 그날 저녁, 빈 중심가에서 400명의 사람들이 Op. 59의 첫번째 4중주곡 연주를 들으려고 한자리에 모인 것을 보았다면 라주모프스키는 틀림없이 흐뭇해했을 것이다.

p182 CD를 녹음하는 과정은 철저하게 우리르 ㄹ청중과 떨어뜨려놓았고, 최종 결과물은 최소한 일 년이 지나서 녹음 장소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집이나 자동차 같은 사적 공간에서 기계 장치로 전해진다.

p184 수익이 떨어지는 현악 4중주 녹음 같은 프로젝트가 위축될까 두려웠던 데카의 '아티스트 & 레퍼토리' 부서 책임자 에번스 미러지스는 서둘러 타카치의 베토벤 전곡 녹음 계약을 밀어붙였다.

p189 가끔은 우리가 디테일 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테크닉의 요구가 가혹하고 몇몇 악장에서는 사실상 모든 마디에 작곡가의 지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 베토벤 후기 4중주곡에서 이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p214 다들 음악의 성격, 셈여림, 음색의 변화를 보다 극적으로 끌어대서 음악을 더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들리게 만들고자 했다

p239 10년을 함께 호흡을 맞췄으면서도 우리는 성격과 보폭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계속해서 살펴본다. 새로운 연주자가 합류하면서 논의가 더 활발해졌겠지만,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 지나치게 익숙해졌을 수도 있는 네 명에게 이런 과정은 꼭 필요하다

p253 나는 연주자가 존재감을 완전히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음들의 변화를 더 명확하게 표명했다. 제리는 맥박을 더 확고하게 이어갔다. 안드라스는 저음이 더 길게 이어지도록 연주했다. 카르치는 우리가 과감하게 더 조용히 연주하자고 제안했다.

p254 섹션과 섹션이 아무렇지 않게 바뀌는 것은 아 악장 내내 등장하는 중요하고 도전적인 특징이다

p258 덴버에 본거지를 둔 콜로라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이에 편승하여 사적 콘서트 시리즈 <마리화나와 함께하는 클래식-황홀한 음 시리즈>를 기획했다. 후원자들에게 마리화나를 갖고 와서 음악을 들으며 기분을 내도록 했다

p269 코랄은 이제 네 성부 푸가로 다루어진다. 동질적인 합창이 해체되어 서로가 서로에 맞서 연주된다. 이런 변모에서 가장 놀라는 점은 베토벤이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p270 야유를 듣는다거나 무대 앞에 앉은 학생들의 열정적인 미소를 본다거나 하는 등 우리가 청중을 경험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교감은 연주 도중 특정 상황에서 청중이 침묵하는 것이다.

p277 푸가에서 주제는 성부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주제를 떠맡으면 나머지 성부들은 원래 주제의 리듬, 선율, 화성의 요소를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복잡한 대위적 텍스처가 만들어진다.

p282 8월에 다르타리아는 Op130을 원래대로 푸가르 ㄹ마지막 악장으로 하여 출판하면서 아울러 홀즈에게 부탁을 했다. 베토벤에게 좀더 이해하기 쉬운 마지막 악장을 다시 써줄 것을 청해달라고 했고, 베토벤에게는 새로운 피날레의 사례금을 지불하고 대 푸가는 독자적으로 Op133으로 출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287 타카치 4중주단은 오늘 저녁에 대 푸가를 Op130의 마지막 악장으로 연주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베토벤이 다시 쓴 피날레를 연주합니다.

p305 그러나 Op130의 두 가지 엔딩에서는 그의 후기 스타일을 지배하는 양가성과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거의 200년이 지난 지금 어느 한쪽을 열정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의 예술이 얼마나 양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지 재차 확인하게 되고, 결코 완전하게 해결될 수 없는 딜레마를 떠안게 된다.

p308 Op135의 피날레가 3분의 2가량 진행될 때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그래야만 할까?' 질문의 불안에 찬 모습은 카논 주제가 익살스럽게 치고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p313 푸가는 베토벤의 수많은 위대한 음악들이 그렇듯이 어떤 세계관이나 감정적 상태를 그저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도록 한다

p327 베토벤의 생애에 대해 아는 독자라면 이그나츠 슈판치히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베토벤 작품을 초연을 도맡아 했던 최초의 전문 현악 4중주단 슈판치히 4중주단의 리더였던 그는 변화해가는 빈의 음악 문화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다

Op59 no3, Op18 no1, Op59 no2, Op127, Op132, O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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