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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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작가 : 케이틀린 도티

출판사 : 반비

읽은날 : 2021/02/16 - 2021/02/22


이 책의 전작이 재미있어서 후속편도 빌려서 읽었다.

보통 장의사라고 하면 나이가 지긋하게 든 양반이 무미건조한 얼굴로 망자를 만나서 장례를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젊은 여성이 톡톡 튀는 감성으로 장례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아주 독특했다. 

이번 책은 저자가 세계의 장례문화를 견학하며 느낀점을 기록한 책이다.

전체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보려하지 않는 미국의 문화에 대한 비판이 강하다.

멕시코, 일본등에서 만난 장례 또는 죽음의식에서 돌아가신 분을 추념하고 잘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미국의 문화의 저렴함을 드러낸다.

죽음을 맞는 방법은 조금씩은 다르지만 헤어짐이 아쉬운 것은 다들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남아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진정한 장례가 아닐까 싶다.

어느 나라는 새에게 시체를 먹게 하고, 어느 나라는 숲에서 그대로 썩게하고 어느 나라는 화장을 하지만 나에게 낯설다고 해서 그 문화까지 낮추어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도 많이 서구화 되었다. 밤새도록 조문하는 문화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화장하지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장례문화도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죽었을 때 나를 그렇게 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p20 나는 어떤 장례 풍습에 대한 우열이 수학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 즉 자기 자신이 속한 문화만이 고귀하다는 믿음에 기반한다고 믿게 되었다.

p44 힌두교 활동가 다벤더 가이는 영국 뉴캐슬 시의회에서 크레스톤의 것과 같은 야외 화장을 합법화하느라 몇 년간 투쟁해왔다.

p45 돈이나 이익과 관련 없는 21세기 장례 절차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p53 타우타우란 토라자 사람들이 나무에 고인의 모습을 실제처럼 새겨놓은 인형이다. 동굴에는 익명의 뼈들이 흩어져 있었고, 타우타우는 이 뼈들의 영혼을 상징했다.

p54 플래시가 터졌고, 나의 이미지는 #론다동굴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인스타그램으로 보내졌다. 이것이 그 순간에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두개골이 가득 찬 동굴 구석에서 키 180센티미터에 물방울무늬 드레스를 입은 백인 여자를 발견한 것이 어째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순간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p61 내가 어렸을 때 우리는 7년 동안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집에 모신걸요. 형이랑 나는 할아버지랑 한 침대에서 함께 잤어요. 아침이 되면 옷도 입혀드리고 벽에 기대 세워드렸죠. 밤이 되면 다시 재워드리고요

p76 어렸을 때, 죽은 할아버지와 7년간 같이 잤던 아구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우린 이런 일에 습관이 되어 있어요. 삶과 죽음에 말이죠"

p80 멕시코 정부는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고 실제 있지도 않은 퍼레이드를 보러 올까 봐, 자원봉사자 1200명을 뽑아 1년에 걸쳐 네 시간짜리 가장행렬을 복원했다

p85 메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뉴욕, 파리, 런던 같은 서양 도시 시민들은 '죽음'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입술이 부르틀 만큼 부정을 타는" 반면에 "멕시코인은 자주 죽음을 넘나들고, 놀리고 어루만지며, 죽음과 함께 잠들고 재미로 그걸 갖고 논다. 죽음은 그가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이며 그의 가장 오래가는 사랑이다"

p113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2층 반 높이 건물의 꼭대기에 도착하면 시신은 탄소가 풍부한 혼합물 속에 뉘어진다. 이 혼합물은 4-6주 사이에 시신을 흙으로 만든다

p123 난 왜 우리가 화장이나 매장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모르겠다. 바로 숲으로 가져가서 자연적으로 부패하게 놔두면 안되나?

p141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비록 부패하는 광경과 냄새는 불쾌하겠지만, 그렇다고 시신이 공중 보건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p149 알티마 장의사는 대리석과 유리를 통해 미국에서 그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했다. 바로 장례를 보러 오는 것이다. 여기는 사람들이 죽음을 보러 온다

p159 일본 사람들은 점점 더 오래 살고요. 가족들이 무덤을 돌볼 것이라 여기지만, 모든 이의 무덤을 돌볼 만큼 젊은 사람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합니다

p173 장의사로 일하면서, 나는 시체를 씻기는 일과 시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슬픔을 달래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p176 우리는 그것을 새벽 3시의 발명품이라고 부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났던 거죠

p190 카톨릭교회 입장에서는 도냐 아나와 도냐 엘리 같은 여자들이 위협일 수 밖에 없다. 마법과 믿음, 냐티타 덕분에 이들은 중재자 없이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힘과의 직접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성 사제의 중재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p195 우리에게는 특이한 단어가 하나 있는데, 페미니시다오, 즉 여성 살해입니다. 여성을 겨냥한 살인이라는 뜻입니다. 여자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대개 자기와 같은 사는 남자의 손에 죽어가고 있어요

p205 내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도냐 엘리와 도냐 아나 같은 여성들, 또 이 축제에 온 수백 명의 여성들이다. 그들은 죽음과 편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이용해, 신성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독점권을 카톨리교의 남성 지도자의 손에서 뺏어왔다

p224 빈에서 보낸 그 가을날, 지하 묘지를 단독으로 탐방한 것은 내가 묘지라면 어디든 들어가 시신에 접근할 수 있는 VIP 멤버십 카드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투어가 단독으로 진행된 이유는 투어에 참가하겠다고 나타난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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