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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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작가 : 히사이시 조

출판사 : 책세상

읽은날 : 2021/02/07 - 2021/02/15


히사이시 조가 누군지 모른다. 손열음씨가 감수를 했다고 해서 읽은 책...

알고 봤더니 히사이시 조는 미와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만든 분이었다.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현대음악을 작곡하고 있다.

즐겁게 들었던 애니메이션의 작곡가라고 하니 그의 생각이 더 궁금해졌다.

내용은 정말 일기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현대음악, 그리고 지휘자로서 곡을 어떻게 연구하고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 지에 대해서 담백하게 써내려간다.

미니멀 음악도 잘 모르고 12음법은 더 모르다 보니 이런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는지 상상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위대한 작곡가들도 이런 고민을 하며 음악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슈베르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악가들도 고민하고 연구하며 한음 한음을 만들어 아름다운 교향곡, 협주곡, 독주곡이 되도록 했을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이 생각대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어떻게 묶고 풀어나가야 하는지 구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작곡가가 생각한 그 구성이라는 것을 더 공부하고 알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BGM으로만 대하는 게 좀 미안해진다. 



p16 교향곡 제9번의 기본적인 구조는 제5번<운명>과 마찬가지로 고뇌에서 환희로 넘어가는 도식이다.

p17 중간에 '오, 이런 식으로 나오셨다 이거지?'하는 재기발랄함에 신음이 절로 새어나오고, 그것을 지휘로 살려내야지 하는 부분이 없다

p26 작곡을 하면서 동시에 지휘도 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은데, 이는 아쉬운 일이다. 머리로만 작곡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현실이 점점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p37 자기 손으로 쓴 곡이라도 첫 지휘부터 오케스트라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지휘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곡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p61 이렇게 많이 연주했지만 아직도 지휘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한다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지 싶어

p73 늘 있는 일이지만 해외 오케스트라는 미리 협의한 내용을 잘 지키지 않는다. 이번에도 대항 배치로 결정했는데 일반 배열로 해두질 않나, 마림바가 두 대 없질 않나, 알토 플루트가 연습 시작 시각에 늦질 않나. 여러가지로 곤란했다

p77 시간을 내서 지금까지 해온 방법을 다시금 맹훈련, 아니 맹연구했는데 스코어를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난다.

p78 결국은 자신이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한 비전을 지니는 것이다

p105 17세가 초반 독일에는 디트리히 북스테후데와 요한 아담 라인켄이라는 양대 산맥을 이루는 작곡가가 있었다. 두 사람은 이른바 북족일 오르간악파의 번성을 일궈냈다.

p115 여섯 소절에 걸쳐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점점 올라가서 마지막에는 자문하듯 작아지는데, 꽤 끈질기다

p122 그런 비참한 영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을 이미지로 떠올리면서 언젠가 평화라는 세계의 꿈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든 곡이라고 털어놓았다.

p126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느냐 하면, 그 오케스트라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지휘자의 경우 악장이 먼저 지휘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다른 연주자가 따라가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기본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악장의 역할이 크다. 그야말로 오케스트라의 얼굴이다

p134 머릿속에서 소리를 조합하는데, 그 작업은 시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뇌 속에서 의사 청각 체험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p136 화면과 음악을 물리적으로 딱 맟줬는데도 음악이 먼저 들린다. 어떤가? 재미있지 않은가?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귀로 들어오는 정보가 뇌로 전달될 때 시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p149 이런 오케스트라 단골곡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매너리즘에 빠진 듯 평소에 하던 대로 연주가기 쉽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면 나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므로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p153 타자와 나를 공간적으로 생각하면 분명 나는 있다. 눈앞에 있는 사람과는 다르니까. 그렇다면 시간축 위에서 생각하면 어떤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시계열적으로는 다른 장소에 있으므로 역시 가티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p154 겨우 스무 살 언저리에 나의 ㅇㅇ를 할 수 있다면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당신이 있는 세계는 바닥이 얕은 거냐고 묻고 싶다

p165 비발디는 연주자가 모두 서서 연주하는데, 이는 오프닝으로서 화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기에 좋았다

p179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을 지휘한 일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체 5악장, 약 70분을 연주하는 대작이라 스코어가 마치 사전처럼 두껍다. 이것을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꽤 부담이 됐다. 매일 작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새벽까지 스코어를 붙들고 있던 기억이 난다

p191 낮은 도 음을 치면 제2배음으로서 옥타브 위이 음, 제3배음인 옥타브와 5도 이상의 솔 등 한없이 다양한 음이 울리는 것이다. 물론 위로 갈수록 음은 작아지고 음정의 폭도 좁아진다

p204 이것은 도라는 음을 정하고, 거기서 5도 위인 솔 음을 정한다. 정수비로는 2대 3이다. 이번에는 그 솔을 또 도라고 바꿔 읽고 5도 위의 음을 정한다. 그것을 열두 번 반복하면 원래의 도로 거의 돌아간다

p217 이쯤에서 소나타 형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전체는 제시부와 전개부 그리고 재현부의 3부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제시부에는 제1주제와 제2주제가 포함되며, 그 관계는 주제와 속조 또는 평행조다

p224 낭만파 음악은 블렌디드 위키였다. 짜잔, 새로운 설 등장! 낭만파 음악은 드라마성이 담긴 극악을 사용하므로 개성 있게는 보이지만 음 자체이 연결 면에서는 바로크, 고전파보다 견고하지 않았다.

p236 사람들의 취향에 호소하는 대중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일까? 감동이 있을까? 컴퓨터로 음악을 정보화해서 정액 요금으로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음악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다

p241 지도하는 선생이나 콩쿠르 심사위원이 그런 음악을 만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음악이 많은 것은 괜찮지만, 21세기에 그만큼 좋은 음악인지는 묻고 싶다

p257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을 지휘했을 때도 느꼈지만, 말러의 스코어에는 뭔가 잔뜩 적혀 있다. 표정기호나 설명이 아주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가령 거의 모두가 '포르티시모'인데 어떤 파트는 '피아노'거나 전원이 '피아노'일 때 파곳이 '포르테'다. 이런 식을 꽤 까다롭다

p264 음악은 구축하는 것입니다. 떠오른 생각을 차례로 이어놓기만 한다면 그저 음의 나열일 뿐이지요. 그것들을 한데 묶는 요소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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