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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평점 :
제목 : 문장의 온도
작가 : 이덕무
번역 :
출판사 : 다산초당
읽은날 : 2018/07/14 - 2018/07/21
분류 : 일반
다른 책과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종류의 책이 베스트 셀러로 올라가서 1위를 할 것 같지 않다.
책은 무척 좋다.
정조시대에 살았던 책벌레 이덕무 선생님의 글과 책을 정리해서 해석을 부친 책이다. 어떤 이론이나 논리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관찰하고 생각하여 글가는대로 쓴 수필이다. 그런데 그 수필이 범상치 않다. 통찰력이 넘치고, 글빨이 대단하다.
일상에 대해 대단한 관찰을 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나오기 쉽지 않은 글들을 쏟아낸다.
우리나라의 르네상스 시기라고 하더니 정말 그에 걸맞게 대단한 작가가 나왔다.
누구는 이덕무 선생님이 2만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말이 2만권이지 매일 1권씩 50년을 읽어도 2만권이 되지 않는다. 참으로 대단한 양반이다.
현대에 같이 산다면 꼭 만나보고 싶은 분이다.
나도 이렇게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p5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바로 소소한 일상이다
P15 그림을 그리면서 시의 뜻을 모르면 색칠의 조화를 잃게 되고, 시를 읊으면서 그림의 뜻을 모르면 시의 맥락이 막히게 된다
p35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p37 매화가 있는 감실가운데 유자를 놓아두는 것은 매화를 모욕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매화는 맑은 덕과 깨끗한 지조가 있다고 하는데, 어찌 다른 물건의 향기를 빌려 매화를 돕는단 말인가
p43 쇠 절굿공이도 오래 사용하게 되면 손상되고 닳아서 짧아진다. 이로써 시원스럽게 이기는 자 역시 보이지 않는 손실을 입게 됨을 알 수 있다.
P73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자연만물이 조물주의 손에서 나왔을 때부터 이미 완전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의 손에 들어왔을 때 자연은 뒤틀리고 어긋난다
p78 그 끈끈한 성질을 취하고 그 더러움은 잊어버린다
p80 널리 알면서도 편찬하거나 저술하지 못하는 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이나 다름없다
p83 본래부터 그 새에게는 일정한 빚깔이 존재하지 않는데, 먼저 내가 눈으로 빚깔을 정했을 뿐이다. 어찌 눈으로만 결정했는가? 보지 않고도 마음속으로 그 빚깔을 정한다
p90 문헌 기록에서 본 지식 정보를 해석하고 기록하는 작업이 한 축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얻게된 지식 정보를 직접 탐구하고 실험하는 작업이 또 다른 축이다
p129 인간의 몸과 정신은 본질적으로 일체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과 습성과 행태를 알려고 한다면 철학과 의학을 모두 배우고 익히고 깨쳐야 한다
p148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속물 티를 벗기는 커텽 오히려 속물에 가까워지지 않나 하는 걱정이 된다
p151 망령된 사람과 더불어 시비나 진위나 선악을 분별하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낫다
p153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이목국심서의 철학이다
p198 예전에 한 어린아이는 별을 보고 달가루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말은 예쁘고 참신하다
p204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바로 루쉰이 남긴 말이다
p206 답답하게 맺힌 감정을 활짝 풀어버리는 데는 소리질러 우는 것보다 더 좋은 치료법이 없다네
p239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고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다. 이것은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지극히 드문 일이다. 이런 기회는 일생동안 다 합해도 몇 번에 불과하다
p249 이것이 어찌 대수롭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크게 보면 살기의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p256 본분을 지키니 편안하다. 형편이 닿는대로 사니 즐겁다. 모욕을 참으니 관대하다. 이것을 가리켜 대완이라 한다
p257 어찌 내가 천하에 귀한 경서인 한서로 이불을 삼고 논어로 병풍을 만든 것만 하겠는가
p266 누가 이덕무를 두고 청량한 선비라고 했는가? 차라리 비분강개한 선비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대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선비의 삶이란 이렇게 처절한 것인가?
p280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인 이수과의 지봉유설에 대해 남창 김현성은 "공의 뜻은 처음부터 저술에 있지 않고 유희 삼아 적어둔 것을 책으로 엮었다"고 했다
p305 그렇게 오십 년을 해도 일만 팔천이백오십 권으로 아직도 이만 권이 넘지 않았다. 그런데 이덕무는 불과 쉰 셋의 나이로 사망했다. 참으로 지독한 간서치, 곧 책만 보는 바보였다
p310 형상 밖의 아득하고 어렴풋한 것과 가슴 속에 쌓인 기운을 마음으로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P312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손에 쥔 붓끝은 문득 안개와 구름으로 물든다. 눈내리는 밤에 시를 으류조리면 종이 위에 이미 싸락눈을 흩뿌려 놓은 것만 같다. 이것이야말로 천취를 잘 얻었다고 할만하다
p318 옛 사람을 그대로 답습한 글을 인면창, 즉 사람의 몸에 나는 종기나 부스럼이라고 한다. 무슨 물건을 치료약 대신 사용해 재빨리 그 사람의 입을 막아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p326 이덕무가 이만 권이 넘는 서책을 읽고, 세상의 온갖 서적을 두루 탐독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 문화적 기반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p342 중국 위나라 사람 동우는 삼여지설에서 밤과 비오는 날과 겨울철, 이 세 가지 여분의 시간이야말로 마음을 하나로 집중해 독서할 수 있는 좋은 때라고 말했다
p345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볼온한 것이다
p357 무릇 번거롭고 속된 세상을 발아래에 두고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신선이 되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