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평점 :
제목 : 역사의 역사
작가 : 유시민
번역 :
출판사 : 돌베개
읽은날 : 2018/07/02 - 2018/07/09
분류 : 일반
이 책은 역사책은 아니다. 역사 서술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서술을 이야기 하기 위해 역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들이 소개된다.
유시민 아저씨의 책은 언제나 기대가 된다.
예전보다 지식소매상으로서 솜씨가 더 좋아졌다.
어려운 내용을 이렇게 쉽게 써서 읽을 수 있게 해주다니 정말 감사하다.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이 책에 있는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읽기에 만만치 않은 책들을 잘 정리해서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니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에 실린 책들은 제목만 들어도 후덜덜하다.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사기처럼 큰맘 먹고 읽어야 하는 책들을 비롯하여 이름만 들어봤던 토인비와 랑케의 책들, 재미있게 읽었던 총균쇠나 사피엔스까지....
재미있게 읽었으니 이제 원전을 읽어봐야겠다. 좋은 번역서를 잘 만나기를...
P14 역사는 단순히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사실로 엮어 만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31 그가 사실인지 여부조차 확인할 길 없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신화와 전설과 민담을 마구잡이로 차용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p41 나는 들은 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 말은 책 전체에 적용된다
p48 역사는 역사가의 목적과 사실, 사실에 대한 해석과 역사가의 상상력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복합적 피드백의 산물이라고 본 카는 매우 간결하고 우아한 문장으로 그 생각을 표현했다. "역사는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p63 이 책을 저술하여 명산에 감추어 두었다가 제 뜻을 알아줄 사람에게 전하여 성읍과 큰 도시에 유통하게 한다면 이전에 받은 치욕에 대한 질책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니, 비록 만 번 도륙을 당한다 해도 어찌 후회할 수 있겠습니까?
p65 공자는 권선징악이라는 도덕규범에 따라 '깎을 것은 깎고, 보탤것은 보탠' 역사를 썼기 때문에 춘추의 내용에 대한 진위와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춘추필법' 그 자체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p85 그는 자신이 발견했다고 믿었던 역사법칙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7세기에 탄생한 이슬람 문명과 아랍사회의 현황 및 특징을 기록했고, 당시 아랍 지식인들이 인간과 문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정말하게 서술했다
p104 그들은 자기네가 생각한 답을 종교의 권위와 국가의 권력을 동원해 강제할 뿐, 그러한 답을 유추해 낸 근거와 논리가 타당한 지 여부에 대한 토론은 허용하지 않았다
p108 이슬람과 폭력의 연결고리는 교리 자체가 아니라 종교와 권력의 결합에 있다
P124 랑케가 중세 유럽의 역사를 껴안고 있던 시기에 카를 마르크소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을 썼고,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p135 국민주권은 19세기 유럽의 명백한 '지도적 경향'이었다. 괘종이 무엇을 쳤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공화주의자와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군주정을 옹호한 랑케 자신이었다
p140 랑케의 작업방식을 순수한 마음으로 추종할 경우 역사서술은 자칫 문헌 사료를 가위로 오려서 풀로 이어붙이는 편집작업으로 전락하며, 역사가는 이미 죽고 없는 사람들의 꼭두각시가 될 위험에 빠진다
p159 마르크스가 묘사한 문명의 변화양상을 우리는 오늘날 '세계화'와 '과학혁명'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p162 공산주의 혁명 이전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면 그 역사법칙을 보편적 진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88 역사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추적하지만 흘러가는 것은 사건만이 아니다. 역사가 자신도 사건과 함께 흘러가며, 그렇게 흘러가는 동안 역사가의 생각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p194 그는, 이완용은 그나마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이승만은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를 팔아먹으려 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p200 그런 인생이 좋아서 그렇게 살았던게 아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상황이 그런 삶을 요구했고, 그 요구를 피할 수 없어서 그렇게 살다 세상을 떠난것이다
p227 사실이 스스로 이야기한다는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 역사가가 이야기할때만 사실은 말을 한다
p231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살아남는게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P232 춘추필법은 역사가에게 해석이라는 칼로 사실을 난도질할 권리를 주었다. 반면 랑케필법은 사실 앞에서 역사가를 무장해제했다
p236 카의 주장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역사가는 독립한 개인이지만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대변하며, 역사가들이 선택하는 역사의 사실 또한 개인에 과한 사실인 동시에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실이다
p250 서구의 몰락은 '어마어마한 독서이력을 가진 천재만이 쓸 수 있는 최고수준의 횡설수설'로, 정식 출판이 아니라 쓰다만 초고처럼 보인다.
p258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거주지를 옮기거나 생활양식을 바꾸었다. 건조화의 도전에 직면하여 거주지도 생활양식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절멸했고, 거주지와 생활양식을 다 바꾼 집단은 이집트 문명과 수메르 문명을 창조했다
p263 지배적 소수자는 철학을 낳고, 그 철학은 때로 세계국가의 원동력이 된다. 내적 프롤레타리아트는 고등 종교를 낳고, 그 종교는 세계 교회의 형태로 자기를 구현한다. 외적 프롤레타리아트는 영웅시대를 낳고, 그것은 야만족 전투단체의 비극이 된다
p291 "당신네 백은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합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다이아몬드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우연히!" 또는 "운이 좋아서"
p297 그가 과학논문 쓰듯 역사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대륙간 문명 발전의 격차의 원인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어 인류사를 썼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책을 그런 식으로 쓸 수는 없으며, 모든 역사적 사건의 발생원인을 환경 하나로 환원할 수도 없다
p301 뇌배선이 달라지는 생물학적 돌연변이 덕분에 사피엔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핝다고 믿으며 협동하는 능력을 얻었다
p305 하라리의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농업혁명 이후 사피엔스의 생존방식에 대한 비판적 정서에는 나만 공감하는게 아니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