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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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완독서평]


작년에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는 라이브를 유튜브로 보고 있으면서도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이름이 호명할 때조차 그 이름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렇게 이름조차도 낯선 작가가 태어난 나라를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바로 탄자니아를 찾아낼 수 있을까?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작품들을 읽는 기쁨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상에 대해, 그냥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읽어도 되는지 미안한 마음뿐이다.



문학동네에서 쏟아져 나오는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작품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번역들을 하시는지 정말 번역자들도 대단한 능력자들이시다. 책에 둘러져 있는 띠지에 있는 구르나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이제 친근함 마저 느껴진다.



<배반>의 시대적 배경은 1899년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사날리는 새벽 기도를 알리는 기도시보도 하지 못한 채 음중구(유럽인) 한 명을 발견하게 된다.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 시간 중에서 첫 번째 시간을 알리는 것을 잊었지만, 이슬람교에서 환대Hospitality는 알라 앞에서 실천해야 하는 의무 중 하나로 친절과 관대함으로 자신을 희생해 손님(이방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하사날리와 누나 레하나는 인도 출신 아버지와 음스와힐리 어머니와 결혼해서 낳은 초타라(혼혈)로 불렸다. 장사꾼 집안이었지만 그 동네에선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혼혈을 바라보는 따가운 눈빛은 언제쯤에;나 인간을 인간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될 수 있을까?



하사날리의 누나 레하나는 세 번의 청혼 끝에 아자드와 결혼했지만 계절풍과 함께 떠나버린다. 홀로 있는 레하나 앞에 마틴 피어스라는 음중구(유럽인)가 나타났고, 자신을 돌보는 레하나에게 마틴은 첫눈에 반해 버린다. 하지만 빠르게 빠져버린 사랑인 만큼, 그 사랑에서 빠져나오는 속도도 빨랐다.



영국에서 식민지 지배를 위해 파견된 군수 프레더릭 터너와 백인 농장주 버턴의 사상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그 시대에는 너무나도 당연시되는 생각들이었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보어인들처럼 아프리카 식민지에 있는 모든 현지인들을 쫓아내고 백인들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개소리들.



그리고 빠르게 6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아민과 아마도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듯한 '꼬마 이탈리아인' 라시드가 등장한다. 부모는 탄자니아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 라시드는 탄자니아가 독립을 하는 시점에 영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독립을 하기 위한 국가의 혼란은 당연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영국에 있던 라시드는 탄자니아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라시드의 모습에서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모습이 보여서 코 찡긋!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서 사랑 이야기로 끝날 줄 알았는데 책 제목처럼 <배반> 당했다. 어떻게 살아냈을까? 폭력적인 시대를 지나온 삶에 박수를 보낸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세계문학 #배반 #압둘라자크구르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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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6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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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프랑스 영화 중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작품이 있다면 <제르미날> 하고 <레 미제라블>이다. 민중들의 봉기를 보면서 가슴 벅참을 느꼈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화될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확 끌어당기는 몰입감과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의 치밀한 묘사는 정말 완벽했다.



에밀 졸라는 1871년부터 1893년까지 20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를 완성했다. 한 가족의 역사를 다룬 이 총서를 통해 에밀 졸라는 프랑스 제2제정(1852~1870년) 시대의 사회와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르미날? 이 낯선 단어는 프랑스 공화국 달력으로, 일주일이 10일로 구성되어 있다. 3월 21일부터 4월 19일까지를 말하고 '새싹의 달' 또는 '싹트는 달'을 뜻하는 봄을 상징하는 달이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모럴리스트(도덕가)였고 이상주의적 사회주의자였다. <제르미날>은 노동자 계급을 주인공으로 세운 최초의 소설로, 프랑스 북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과 저항, 투쟁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3월과 4월은 새싹이 움트는 봄! 청년 에티엔 랑티에는 <목로주점>에 나오는 제르베즈의 셋째 아들이다. 청년은 실직하게 되자 몽수 탄광의 광부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료들의 비참한 생활을 목도하게 된다. 에티엔은 탄광촌을 떠나지 못하고 사회주의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탄광촌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 과연 가능할까???



광부들의 척박한 삶과 극한의 노동강도는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것 같다. 땅속으로 수직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 어두운 수직 갱도와 그 갱도의 끝인 막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겨우 얹게 된 기계공 에티엔 랑티에에게는 그것도 감지덕지한 자리였다. 랑티에의 손에 먹을 수 있는 빵과 잠자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에밀 졸라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직접 자신의 발로 탄광에 찾아갔고, 직접 눈으로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탄광에 대해 그가 묘사하는 부분들은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소름 끼칠 정도로 충분히 상상하고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다시 찾아서 봐야겠다.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영화화한 클로드 베리 감독은 광부였던 아버지에게 이 영화를 바치는 헌사를 했다.



젊은 기계공이었던 에티엔 랑티에가 실업자로 지내다가 광부가 되면서 보여주는 탄광촌의 척박한 삶과 부르주아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의 극명한 대비는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얼마 전에 봉화 광산에서 매몰되었다가 221시간 만에 살아돌아온 두 광부의 뉴스를 기쁜 마음으로 보았었다. '두 광부가 살아 돌아왔고, 그것으로 되었다.'가 아니라 다시는 갱도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광부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은 <제르미날>의 작업 환경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에 맞는 환경일지 의문이 든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피로 자본주의는 굴러가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으로 2권으로 달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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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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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이사벨에게 귀족적인 생활은 고도의 지식과 자유가 결합된 것으로써, 지식은 인간에게 의무감을, 자유는 향락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스먼드에게 귀족적인 생활이란 완전히 형식적이며 의식적으로 계산된 태도였다. 그는 '오래된 것', '신성한 것', '계승된 것'들을 좋아했다. '사랑이란 거대한 꿈과 같다.'라고 했던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결혼이었기에, 그녀 이사벨은 어쩌면 꼭 행복하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쉽게 오즈먼드와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경멸하게 된 상황이 어떠할는지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아프고 슬프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남들에게 보일 나의 삶이 실패로 인식되는 것이 고통스러워 이를 참고 마치 연기하듯 살아간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쇼윈도 부부랄까.



너무나 괜찮은 혼처를 마다하고 진솔하다는 생각에 오즈먼드를 선택한 이사벨의 결혼 생활은 과연 어떠했는지 <여인의 초상(하)>에서는 크게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기어이 나를 찌푸리게 했다. 오즈먼드와 같은 캐릭터를 주변에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기에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으나 이사벨에겐 많이 실망스러웠다. 다만, 그녀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가슴이 아프다.



네가 돈이 없기 때문에 재산을 더 바라게 되는 거란다. 그녀는 방안이 어둡다는 것이 고마우리 만치 얼굴이 화끈거렸다.(본문 중에서)



오즈먼드의 딸과 이사벨의 대화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듯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 지인들이 이사벨에 해줬던 말을 이제 와서 스스로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자신의 선택이 남들에게 어찌 보일지 마음을 쓰는 이사벨에게서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사벨이 갈망했던 결혼 생활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음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헨리 제임스가 보여주고자 했던 결혼과 사랑 그리고 쓰디쓴 경멸에 대한 묵직한 주제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했던 자유로운 삶이 동반자로 하여금 더운 자유롭고 행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 그 실수를 인정하고 소중한 내 인생을 재정비하면 좋으련만, 이사벨은 안타깝게도 남들 눈을 더 신경 쓰는 듯 보인다.



남편의 속물적 삶의 형태를 탓하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의 눈을 신경 쓴 나머지 자신의 인생의 일부라도 속물과 다를 게 없는 이유로 정리하지 못하는 이사벨 역시 속물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리지. 지금도 지나가고 있고. 하지만 사랑은 남아. 우리가 왜 그렇게 많은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어쩌면 알아 낼 수 있겠지. 인생에는 많은 것들이 있어. 너는 아주 젊고" 라는 랠프의 유언은 마지막까지도 자유를 꿈꾸었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이라는 새장 속에 갇힌 이사벨에게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의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끝까지 짠~ 하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여인의초상 #헨리제임스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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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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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과연 그녀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사벨은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아가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녀의 이모는 영국으로의 여행을 제안하게 되고, 이사벨에게 여행은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지. 튜터 왕조 시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대저택 가든 고트. 영국으로 떠나는 그녀와 함께 헨리 제임스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녀 이사벨은 자유로울 삶을 중시하는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녀에게 반한 남자가 여럿 보인다. 저택 코트의 거주자이자 이모의 아들인 사촌 랠프. 그는 이사벨을 사랑하는 것 처럼 보인다. 랠프의 아버지 즉 이사벨의 이모부인 터치트치가 이사벨과 결혼할 것을 랠프에게 제안하지만, 병약한 그는 이사벨을 이성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며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그녀의 자유로움에 날개라도 달아주듯 자신의 유산 지분을 그녀에게 나누어줄 것을 아버지에게 부탁한다.



또 다른 남자 두 사람이 또한 이사벨에게 청혼한다. 귀족 워버턴경과 사업가 캐스퍼 굿우드가 바로 청혼자이다. 그녀가 가진 것이 없는 고아였기에 그들의 청혼이 더욱 진실돼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두 남자의 진심으로 보이는 청혼은 이사벨의 남다른 기준으로 거절당한다.



이사벨에게 귀족적인 생활은 고도의 지식과 자유가 결합된 것으로써, 지식은 인간에게 의무감을, 자유는 향락을 준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너무나 귀족적이거나 너무나 돈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녀가 유산을 받고 나자 그녀에게로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으니, 홀아비 길버트 오즈먼드였다. 이사벨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순수한 남자 오즈먼드를 선택했다. 아! 과연?



헨리 제임스의 작품 <여인의 초상>을 통해 한 인간의 소중한 인생에 대한 지향하는 바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심리를 본다. 누구나 반대하는 이런저런 상황의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보고 있는 독자로 하여금 금세 어떤 결말을 예측하거나 그 심리를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도록 써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이사벨의 친구도 친척들도 오즈먼드를 탐탁지 않아 했으나, 이사벨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어진듯 하다.



<여인의 초상(상)>을 읽으면서 '첫사랑은 깨진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대부분 어린 나이에 경험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내겐 너무나 멋진 사람인데 주변에서는 이래저래 못마땅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랑해야 하는 기준이 사랑을 하고 있는 당사자와 지켜보는 주변 사람의 시선은 너무나 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변 사람들의 객관적이 시선이 더 맞았구나 싶은데, 과연 이사벨의 선택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게 될지 매우 기대가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 권을 펼쳐본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여인의초상 #헨리제임스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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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 : 이국의 사랑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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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4개월마다 하나의 테마로 5편을 만날 수 있는 세계문학이 있다.



첫 번째로 공개한 시즌은 ‘여성과 공포’를 테마로 하는 다섯 작품 《프랑켄슈타인》, 《회색 여인》, 《석류의 씨》, 《사악한 목소리》, 《초대받지 못한 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나의 테마로 큐레이션 하는 방법은 너무나 신선했다. 고전이 된 세계문학을 새롭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두 번째로 공개한 '이국의 사랑'이라는 테마로 만나본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그녀와 그》, 《녹색의 장원》, 《폴과 비르지니》, 《도즈워스》는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낯선 작품들이었다.



낯선 작가의 검증된 작품을 이렇게 휴머니스트를 통해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 번째 시즌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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