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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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문학은 떨어질 수 없다고 흔히 말한다. 특히 문학인들은 여행과 불가분의 관계인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작가들 대부분은 문학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영감을 여행에서 얻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류 최초의 서사시로 알려졌던(지금은 바뀌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어드』 『오디세이야』에서도 여행의 유래를 찾는다. 『오디세이야』는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략 후의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해상표류의 모험과 귀국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를 40일간의 사건으로 처리한 것이다. 즉 사건의 전개 자체가 여행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과 여행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은 세계 문학기행이다.

“소설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고, 여행을 떠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소설과 여행을 사랑하는 작가 함정임의 에세이다. 세계적 문학 거장들의 문학적 고향을 두루 돌아다니며 문학기행을 적어 놓았다. 프루스트의 파리,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 카뮈의 루르마랭과 박완서의 아치울 마을, 한강과 박솔뫼의 광주까지 대상이다. 저자는 “밤낮없이” 작가들의 공간을 기웃거리며 불후의 작품을 써낸 그들을 평생 사로잡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한다. “누군가의 문학이 비롯되는 원형들, 삶이 문학이 되는 진실한 힘들”을 발견하기 위해 그는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떠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이 끝나는 부분에 「에필로그」를 통해 자신의 어렸을 적을 기억해낸다. "소설을 알기 훨씬 전부터 지도와 함께 살았다. 처음 지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한글을 막 깨쳤던 예닐곱 살 무렵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숙제를 마친 오빠와 지도를 펼쳐놓고 지명 찾기 놀이에 열중했다. 지도는 광활한 우주였고, 지명은 셀 수 없이 퍼져 반짝이는 창공의 별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별들을 훗날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낯선 세상 속으로 떠나는 것이 삶이 되어버린 것은 지도 찾기의 설렘과 황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도는 내게 미지의 언어이고, 소설이고, 삶이다."(p.335)

저자가 왜 어렸을 적 기억까지 끄집어내 여기에 적었을까. 독자가 단박에 알아채기에는 무리겠지만, 지금 작가의 삶을 사는 저자의 어린 꿈이 현실이 되는 것처럼 문학에서도 그런 점이 반영된다고 믿어서일 것 아닐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엠마는 노르망디 시골 의사 아내다. 엠마는 한 번도 파리에 간 적이 없지만, 파리를 향한 꿈을 과도하게 앓다가 죽어버린다. 엠마에게 파리를 꿈꾸게 한 것은 소설이고, 수도 파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알려준 것은 파리 지도다. 엠마는 손가락 끝으로 지도 위를 더듬으면서 수도의 여기저기를 가고 또 가본다." 플로베르는 지도를 향한 지리학자의 사명감과 사랑을 품었던 작가임에 틀림없다. 저자 함정임의 추정이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그의 상상력은 설득력을 가진다.

 


 

프루스트를 생각하며 파리로 향하는, ‘여기가 아닌 그 어딘가’를 꿈꾸며 작가와 작품을 쫓는 마음이 자신에게는 일종의 불치병이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옛날 나의 가슴을 뒤흔들었던 소설이든, 막 작가의 손을 떠나 아직 인쇄소의 잉크 냄새가 나는 소설이든” 그에게는 “모두 노벨라 파라디소, 소설로 만나는 천국이다.” 시, 소설 가릴 것 없이 탐독하는 문학 애호가 함정임은 '밤낮없이' 여러 창작 현장을 기웃거리며 불후의 작품을 써낸 ‘그들’을 평생 사로잡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한다. 센강의 미라보 다리에서는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사랑의 추억과 실연의 아픔을, 시카고와 파리에서는 헤밍웨이 소설의 단서를, 그레이트넥에서는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를 둘러싼 비극적 운명을, 파리, 카프리, 산레모를 거쳐 포르부에서는 벤야민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상상하고 그리워한다.

현장의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아우라)”에 압도된 저자는, 시간을 초월해 나타나는 작품의 “구체적 장면들”에 붙들려 꼼짝하지 못한다. 책장 너머 생동하는 작가의 숨결을, “누군가의 문학이 비롯되는 원형들, 삶이 문학이 되는 진실한 힘들”을 발견하기 위해 그는 태양의 저쪽과 밤의 이쪽을 숨 가쁘게 가로지른다. 이 책은 목차만 보아도 황홀할 만큼 다양한, 특히 위대한 문학 속의 장소가 열거돼 있다. 독자들은 가본 곳이라면 아름다운 기억을 꺼내볼 수 있고,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은 동경의 대상이 될 정도로 그때나 지금이나 문학적인 분위기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끔은 격정적으로 끌어 올리기도 한다.

 


 

저자는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런던이나 뉴욕, 더블린이나 파리에 갈 때, 그곳을 무대로 쓴 소설 한 권씩을 품고 가라고 권유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더블린에는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뉴욕에는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과 『브루클린 풍자극』을, 런던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나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또는 『두 도시 이야기』를.” 어떤 작가와 작품을 대상으로 하든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보고 듣고 읽고 품어야 한다.” “소설 따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세상”에서 자칫 헛되게 보이는 이 황홀한 여정은 그에게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힘이 되어준다.

“소설 따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세상”이라지만, 함정임은 “소설을 쓰는 일이, 그것으로 살아가는 일이, 비록 천 개의 바늘 끝이 머리 한쪽을 수없이 찔러대는 고통에 시달리는 일이라 해도, 황홀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아니, 나아가 “문장을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축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소설이 줄 수 있는 것. 소설이라는 장르가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맑고 투명한데, 찌르듯 아프고, 아프면서 아름다움에 몸을 떨게 만드는 힘.”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으로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유년의 우주가 깨어 일어”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나’, 고적한 작은 마을에서 파리 귀부인의 삶을 꿈꾸다 비극적 최후를 맞는 『마담 보바리』의 ‘엠마’, 번화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습한 뒷골목을 배회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 휴양지에서 만난 소년의 치명적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죽음으로 치닫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의 ‘아센바흐’ 등 끝없이 이어지는 문학 속의 장소에 매료된다. 그리고 저자는 그리워지면 꼭 찾아간다.

“소설 덕분에, 이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매번 새롭게 지금 이곳에 태어나거나 도착하는 인물이 되고, 독자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불멸의 이름이 된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 없이 행동에 옮긴다. “현실이 수많은 소설을 낳지만, 때로는 소설이 현실을 보완하며 풍요롭게 이끌어가기도 한다.” 앞서 호명한 이름들이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 저자 함정임의 문학관(觀)이자 여행관인가 보다. 소설을 읽기에 이보다 더 충분한 이유가 있을까. “읽고 쓰다보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게 된다. 작가와 작품이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그곳, 현장 속으로.”

 


 

아차산 자락 아치울 마을에 새로 지은 선생님 댁을 생각하면, 나는 제일 먼저 박하차가 떠올랐다. 박완서 선생님은 새로 가꾼 뜰에 박하를 심었고, 손님들에게 그 박하잎을 우려낸 차를 내주었다. 선생님은 이사한 뒤 한동안 매일 아침 거실 창가에서 목도하는 일출 장면을 경이롭게 들려주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흥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그 장관을 내가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일출보다는 박하차의 향기가 뇌리에 박혔다.(p.189)

 

저자 : 함정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불문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 재직중이다. 대학에서 프랑스 시와 현대 부조리극에 경도되었고, 거리와 광장보다는 도서관과 지하 소극장을 전전했다. 그때 대학 문학상에 시가 가작으로 뽑히는 바람에 제도권 문학지의 청탁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문학지의 기자가 되었다.그 후 계간지 편집장과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일하며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문 편집했고, 프랑스 대사관 도서과에 다년간 협력했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에 장편소설을, 인터넷 서점 예스24 웹진 '북키앙'에 미술 에세이를 연재했다. 2004년 한신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밤은 말한다』, 『동행』, 『행복』, 『당신의 물고기』, 『아주 사소한 중독』,『버스, 지나가다』,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당신의 물고기』, 『네 마음의 푸른 눈』, 『춘하추동』,『저녁식사가 끝난 뒤』, 번역서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실베스트르』를 펴냈고, 산문집 『하찮음에 관하여』, 『하찮음에 관하여』를 냈다. 그리고 유럽묘지예술기행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파리기행 『인생의 사용』, 미술에세이 『나를 사로잡은 그녀, 그녀들』, 에세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을 출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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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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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사의 권한은 막강하다. 법을 공부한 적도, 법에 가까이 가본 적도 없는 독자로서는 법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검찰권으로 대변되는 검사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는 데 별다른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마 산업사회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산업화(경제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데 검찰을 앞세워서 처벌했기 때문에 검찰의 권한이 강화된 것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법적으로 문제되는 각종 범죄는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사회에서 법을 잘 알 뿐만 아니라 뛰어난 두뇌를 가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조선시대 과거보다 어려운 시험이라는 사법시험(이전엔 고등고시) 제도로서 엄격히 구별해 선발하기 때문에 사회적 신분 보장은 물론 특수한 직책 보장도 법적으로 갖추고 있다.

물론 지금은 '로스쿨 제도'로 바뀌었으나 잘잘못은 독자도 모르고, 필요에 의해 변경했다고 믿는다. 검찰 권한의 약화를 위해 도입한 장치인지 독자는 잘 모른다는 뜻이다. 또 사실 여기서 그 문제는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검찰' 하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독자가 꺼낸 말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등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와 의무를 헌법으로 규정하듯이 검사 역시 헌법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막강한 권력은 잘못 쓰면 그 피해는 많은 국민들에게 가기 때문에 헌법으로 규정해놓고 의무도 주어지는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막강한 권력은 기소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다. 검찰에게 수사권에 기소독점권마저 주었기 때문에 경찰은 검찰의 하부 조직인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진정 검찰을 권력기관으로 규정하는 또다른 이유는 이른바 '정치 검사' 때문이다. 권력의 맛을 알았는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 더 큰 권력으로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검사가 정치에 관여하고 중립적이지 못할 때 벌어지는 폐해는 우리가 1987년 이전까지 당해온 각종 불합리한 정치 검사의 권력에 의해 자행된 것들에서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권력 편에서 피의자를 처벌하고 하지 않는다며 '권력의 시녀'란 명예롭지 못한 별칭도 얻은 바 있다. 헌법기관으로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면 거기에 따라 독립적이고 정치 중립적인 본분에 입각해 처벌해야 한다. 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헌법을 위배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기관에 있어도 맡은 보직에 따라 권한의 크기는 달라진다. 즉 검찰 내에서도 어디 검사이냐, 어느 부서이냐에 따라 권력의 크고 작음이 발생한다. 다루는 임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지방청 검사라고 해도 서울지검이냐 다른 지방 검사냐에 따라 검찰직 승진에 차이가 난다. 심지어는 서울지방검찰정 검사는 승진의 '0순위'라고 불리우는 때도 많았다. 어쩌면 지금도 내부적으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때 타 지방 검사들은 위화감도 있을 거고, 윗 사람을 잘 사귀어 두거나,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승진의 기회가 점점 멀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줄서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슬기로운 검사생활』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고 하고 있는 뚝검(정거장 검사)이 쓴 첫 책이다. 검사라는 직업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음모를 파헤치거나 거악 척결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이 세상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주된 일이다. 때문에 이 책에는 거창한 서사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모두가 단순하게 사건이라 부르는 일을 각 개인의 우주가 담긴 사연으로 읽어 가며 묵묵히 해결하는 검사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울 지검 검사라고 부서에 따른 일의 과다가 있을 것이고, 권력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반 수사 검사는 너무 많은 일에 시달리면서도 승진의 기회는 적지 않을까 하는, 독자의 생각은 법, 검찰을 잘 모르는 독자만의 오판이기를 바란다. 여느 검사나 처음 시작할 때는 정의 구현과, 범죄자 처벌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뚝심 있는 검사가 되겠다며 스스로에게 뚝검이라는 별칭을 지었던 '검린이'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단순히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커다란 벽을 만난다. 그 속에서 저자는 넘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깨우치며 조금 더 단단하고 성숙해졌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러한 소소한 사연으로 성장해 가는 검사 이야기임은 물론 공소장에는 다 담지 못했던 마음이 그득하게 적혀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법을 수호하는 검사의 뒷이야기를 통해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도록 쓰였다.

 


 

이 책의 저자인 뚝검은 2013년 바뀐(개선된)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6년 검사로 임명됐다. 사시(사법시험) 출신이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차이가 있지 않을까 독자는 생각해본다. 검사나 변호사들이 언론에 노출된 직위로 승진할 때나 국회의원 입후보 또는 정부 고위 관료로 픽업될 경우 대부분 '사시 몇 기'가 꼭 따라다닌 것을 보았다. 아마 군대 기수처럼 자체 서열의 기준이 되나보다. 그렇게 저자는 검사로 5년을 살았다. 그 앞에 붙는 검사라는 직함이 무거워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술회한다. 검사로서 내리는 온갖 결정들의 질량이, 쌓여가는 경력의 제곱만큼씩 늘어나 가슴을 짓눌렸다고도 말한다.

"성실하게 살아온 삶이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눈 내리는 설원을 하염없이 걷다가 돌아보니, 걸어온 흔적일랑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심정. 쉼표가 필요했다."(p.4~5)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밝힌다. "이 글은 검사로서 보낸 시간들과, 그 시간들이 겹쳐 흘러나온 공허를 이겨 내고자 그간의 궤도에서 벗어나 지나간 시간들을 잡아보려는 일련의 기록이다. 빈손에 무엇이 잡힐지는 물고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처럼 알 수 없다. 이 글의 끝이 대책 없는 결정에 후회한다는 자조일 수도 있고, 별 소득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한탄일 수도 있으며 가슴속까지 단단히 채운 모습으로 허탈과 우울에 젖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일 수도 있다. 이제 나를 스친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그 끝을 나도 모르니 심장이 뛴다."(p.6)

 


 

저자가 책을 쓴 이유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다. 다만 검사로서 일한 과정에서 얻어진 우리나라 검사들의 업무 과다, 또는 업무상 피로감으로 인한 '번아웃' 등의 이야기를 주로 늘어놓았기 때문에 말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구체적이지 않은 데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는 한다. 굳이 밝히지 않은 일을 의혹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가을, 우연히 마주한 글을 보며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 거대한 음모와 맞서고 거악을 척결하며 어느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이 열정으로 충만한 검사가 아니라 따듯함으로 억울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검사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의 글로 바라보게 되는 검사의 모습은 일반 회사원과 너무나 닮았기에 묘한 동질감까지 일으키게 만들었다. 우리는 단순히 언론에 노출이 되는 사건들에 대해서 쉽게 생각을 한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운이 좋지 않아 벌어진 일들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사람의 일이기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한 사건들 속에서 누구 하나 억울함이 없으면 좋겠다고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검사들이다. 그들이 지위와 위치만 생각하여 편견으로 쌓아 올린 일반화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 낼 수 있는 이야기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다소 감정이입된 문학적 표현들이 엿보인다. "검사생활 동안 함께 근무했던 모든 분들 그리고 저마다의 인생을 내보여 준 사건당사자들까지. 그들이 저에게 내어 준 시간들이 저를 가만히 뒤따르며 제 등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 이 글의 끝은, 행복이었습니다."(p.299)

 


 

이 책의 1부에서는 뚝검의 검린이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로 사건을 통해 넘어지고 깨우치는 그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우리가 쉽게 ‘검사라면 이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편견을 조금씩 무너트리는 에피소드가 곳곳에 있어, 검사들의 뒷이야기를 몰래 관람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2부에서는 저자를 찾아온 수많은 사연들이 등장한다. 합의금의 일부를 쥐여 주었지만 또다시 범죄의 발을 들인 중고나라 사기 이야기, 동물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던 수봉이(가명) 이야기, 우리의 테두리 밖에 사람이라 아쉽게 세상을 떠난 외국인 근로자의 이야기, 무고로 시작하여 세 사람의 인생이 비극으로 치닫게 된 이야기 등. 저자에게 찾아온 사연들을 만나며 함께 가슴 아파하고 올바른 법을 구현하기 위한 고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3부에서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그것을 조심스럽게 밝혀내는 검사의 모습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거짓으로 누명을 쓰려 했던 이야기,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는 죽은 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이야기, 마약에서 DNA를 발견하자는 기지를 발휘했던 이야기 등. 거짓에 반기를 들고 억울한 사람 편에 서서 싸우는 검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4부에서는 이상적인 검사의 모습을 추구하려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뚝검을 스쳐 간 변사 이야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안인득 사건, 여성 스토킹 사건을 주거침입죄로 물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뻔뻔하다 못해 피해를 입은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한 손님의 이야기 등. ‘단순 검사’가 아닌 ‘슬기로운 검사’로 단단해지는 과정의 이야기를 적었다.

 

저자 : 뚝검(검사 정거장)

 

2013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3년간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6년 검사로 임관했다. 부산서부지청과 진주지청을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고 있다.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초록이 푸른 여름이 왔는데도 겨울만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트랙을 벗어나기로 했다. 봄이 오길 기다리며 천천히 걷는 동안, 법복을 입은 시간 속에서 다양한 우주와 서사를 마주하며 잠겼던 생각과 느꼈던 마음을 책으로 엮어 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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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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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현존 작가 중 가장 많은 추리소설을 쓴 '추리소설계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분이 이 책 『조인계획』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는 상대적으로 추리소설이 많지 않은 국내에도 추리소설 붐을 일으킬 정도로 한국의 독자도 많다. 전 세계 누적 판매 1300만 부를 기록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비롯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작가'라고도 불리울 정도다. 독자는 추리소설을 그다지 즐겨 읽지 않았다. 범죄와 연루된 소설을 읽는다는 게 범죄 많은 시대에 신문이나 TV, 영화를 통해 보이는 범죄만으로도 지긋지긋한데 소설로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뭐 사회 정의에 반하기 때문에 멀리 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사회가 흉포화해가는 범죄로 골치가 아픈데 책으로까지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단순한 이유였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을 읽고 추리소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여 전의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보낼 시간이 많아 무료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우리 집으로 배달됐다. 제목이나 책 생김새가 멋졌다. 읽기 시작했다. 오후 식사 후 읽기 시작했는데 저녁을 먹지도 않고 빠져들었다. 그리고 조금 급하게 새벽까지 단숨에 모두 읽어치웠다. 이후 추리소설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다시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출판사가 가끔은 바뀌지만 꾸준히 출판되었다.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그의 팬이 될 만큼 읽었다.

 


 

이 작품 『조인계획』은 그의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과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등 두 차례의 동계올림픽을 치른 일본은 동계올림픽 강국이다. 이 소설은 그 사이 어느 때쯤 집필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특히 스키 종목에서도 뛰어난 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등 강세 종목으로 스키점프를 들고 있다. '조인(鳥人)'이라는 말도 스키점프 선수가 내닫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최대한 멀리 날기 위해 몸과 스키를 평행선으로 만들어 바람의 저항을 덜 받고 멀리 날기 위해 하는 동작을 두고 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같다.

이 소설은 ‘동계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점프를 소재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과 승리를 향한 광기를 그렸다. 스포츠와 과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놀라운 트릭과 반전을 선사하는 한편, ‘인간성과 맞바꾼 승리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패배보다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대문학〉에서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조인계획』은 지난 2007년부터 15년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요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겨온 양윤옥이 번역을 맡았다.

 


 

‘조인(鳥人)’이라 불리는 스물두 살의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 아키라가 합숙 훈련 도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며칠 뒤 경찰에 익명으로 날아든 한 통의 밀고장. ‘범인은 스키점프팀의 미네기시 코치다. 즉시 체포하시오.’ 미네기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지만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고, 동료 선수와 스태프 모두는 충격에 빠진다. 살해 동기와 결정적 물증을 찾지 못해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네기시는 자신을 지목한 탐정, 즉 밀고자를 알아내기 위해 유치장에서 혼자만의 추리를 시작하는데……. 이제 니레이 살인 사건 이면에 숨겨져 있던 끔찍한 ‘계획’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낸다.

『조인계획』에서는 압도적 기량을 자랑하던 천재 선수의 죽음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직감을 가진 형사와 그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범인이 팽팽하게 대결하는 가운데, 니레이에 밀려 만년 2인자를 면치 못하던 사와무라, 이전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으나 니레이가 죽은 후 그와 꼭 닮은 점프를 선보이며 단숨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스기에 쇼, 그리고 절대적 1위가 사라진 상황에서 자신의 유불리를 계산하며 신경전을 주고받는 동료 선수들의 미묘한 심리와 갈등이 입체적으로 그려지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달리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니레이를 독살한 범인의 정체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밝혀진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누구보다 니레이를 아꼈던 코치가 왜 그를 죽였는가? 어떻게 아무 의심도 받지 않고 독을 먹일 수 있었는가? 그리고 범인을 폭로한 밀고자는 누구인가? 이 소설은 살해 동기를 수사하는 경찰과, 범행 과정에 허점은 없었는지 되짚으며 밀고자를 뒤쫓는 범인의 시점을 중첩시켜 양방향에서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그러다 결말에 이르면 사건에 얽힌 모든 갈등과 비밀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상상력의 K점(임계점)을 훌쩍 넘어 충격적 반전을 선사한다. 과학과 추리의 절묘한 조화, 새하얀 설원을 내달리는 듯한 속도감과 짜릿한 반전, 끝없이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 본성과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까지, 신인 작가(집필 당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미스터리 제왕’의 탄생을 예고한 『조인계획』.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으로 평가된다.

 


 

1989년, 일본 최고의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 아키라가 사망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사인은 독극물 중독. 부검 결과 독극물은 아코니틴, 맹독이다. 니레이가 평소 복용하는 비타민제 중 다섯개의 캡슐에서 독극물이 검출되면서 이 죽음은 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으로 규정되어 수사가 시작된다. 형사들이 탐문한 결과 니레이의 부탁으로 비타민제를 보관하고 있던 레스토랑은 오전 9시부터 9시 40분 동안 직원이 없는 상태이고, 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두기 때문에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매끄럽지 않다. 독극물이 검출된 비타민 캡슐은 총 여섯 개. 니레이를 빨리 죽이고 싶었다면 어떤 캡슐을 먹을지 모르니 전부 독극물을 섞어놓아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독극물을 섞어놓은 시각을 확정하기 쉬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독극물 캡슐을 이렇게 어정쩡한 갯수로 만들었을까? 뭔가 딱 떨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은 중반이 되기도 전에 범인을 확정해 놓고 서술한다. 다른 추리 소설에서 보기 힘든 구조다. 범죄가 발생하고 범인을 잡기 위한 과정을 그리는 게 추리소설의 일반적 경향인데 이 소설은 그런 구조를 과감히 깬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독창성에서 기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독자가 추론해야 할 것은 범인이 아닌 범인의 살해 동기와 범인의 트릭에 속아 넘어가지 않은 밀고자가 된다.

 


 

소설 속 범인은 독자와 함께 그 밀고자를 찾고자 추리를 시작하는데, 소설은 형사의 수사, 범인의 추리,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 새롭게 대두되는 제3의 밀고자 등 마지막까지 물음표를 놓지 않는다. 또 소설에서는 스포츠계의 다양한 형태의 '킹메이커'들이 등장한다. 스키점프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부모를 여읜 니레이를 훈련시키고 돌봤던 당숙 후지무라,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니레이에게 모두 쏟아부으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절대 일인자로 만들고 싶어했던 미네기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인간성 따위는 서슴없이 버릴 수 있기에 아들 쇼의 개성은 무시해버리는 스기에 다이스케 등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독창성 있고 합리적이다.

이렇듯 자기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허위의 욕망덩어리들 앞에, 도대체 판단이 서지 앉는 순수한 욕망을 가진 사람이 등장했으니 그가 니레이다. 그는 1등도, 명예도, 돈도 관심없다. 오로지 하늘을 나는 그 순간을, 더 멀리 더 높이 나는 것을 욕망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니레이의 욕망을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다만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공동체 사회에서 그의 관심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다. 악의는 없으나 동료의 상실감을 공감할 줄 모르고, 상대의 성취에 축하해 줄지도 모르는 공감능력의 결여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미숙한 차원을 넘어선다. 그가 자신이 실질적, 감정적 대용품이 되어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등 지상주의'에 대한 작가의 일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운동 선수에게 도핑은 끊임없는 유혹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첫 작품 발표 이후 20년이 조금 넘는 작가 생활 동안 35편이라는 많은 작품들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문장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1958년 2월 4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곧바로 일본 전자회사인 '덴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틈틈이 소설을 쓴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85년 『방과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전업작가가 되었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그의 특이한 이력은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서도 인터넷의 무료메일, 게시판, 불법 휴대전화, FAX, 비디오 카메라 등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해 무사히 몸값을 받아내고 유괴를 성공해내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방황하는 칼날』,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 『레몬』, 『환야』, 『11문자 살인사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 『호숫가 살인사건』, 『브루투스의 심장』, 『한여름의 방정식』, 『몽환화』, 『그 무렵 누군가』,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인어가 잠든 집』, 『살인의 문』, 『백야행』, 『기린의 날개』, 『한여름의 방정식』, 『신참자』,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다잉 아이』,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학생가의 살인』, 『오사카 소년 탐정단』, 『천공의 벌』, 『붉은 손가락』 등이 있다. 『방과 후』, 『쿄코의 꿈』, 『거울의 안』, 『기묘한 이야기』, 『숙명』, 『백야행』, 『갈릴레오』등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작품들이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비밀』, 『변신』, 『편지』,『용의자 X의 헌신』, 『더 시크릿』등 10여편이 영화로 제작되는 등,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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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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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25개국 125개 미술관에 소장된 219명의 명화를 요일마다 한 작품씩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월요일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빈센트 반 고흐의 「분홍색 장미가 있는 꽃병」을, 일요일은 위안을 전하는 로트레크의 「침대」를 소개하는 식이다. 예술 분야 스테디셀러 『1페이지 미술 365』의 김영숙 작가가 매일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며 수집한 365편의 눈부신 명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219명의 예술가가 탄생시킨 명화를 요일마다 7가지 테마로 나누어 보여주며 독자들의 삶에 생기를 부여한다.

월요일에는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그림, 목요일에는 잠시 휴식을 선물하는 명화, 금·토요일에는 설렘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회화를 감상하다 보면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25개국 125곳의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다. 명쾌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해설, 좋은 작품을 더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선명한 인쇄, 들춰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 모여 만들어진 평생 간직하고 싶은 ‘단 한 권의 미술관’.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일상에 환기가 필요한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매일 아름다움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눈앞에서 명화를 감상하듯 선명한 인쇄로 만나는 독자들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자 낯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멋진 기회다. '내 손 안의 미술관'이란 표현이 실감난다. 소장본으로서의 가치도 크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차례에도 신경을 많이 쓴 점이 역력하다. 특히 인쇄 종이가 번들거리는 아트지가 아닌 질감이 묻어나는 듯한 빛을 흡수하는 아트지를 사용해 감상 느낌을 높였다.

 

[MON] 에너지 :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빛의 그림

[TUE] 아름다움 : 눈부신 기쁨을 주는 명화

[WED] 자신감 : 나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색채들

[THU] 휴식 : 불안과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시간

[FRI] 설렘 : 이색적인 풍경,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SAT] 영감 : 최상의 황홀, 크리에이티브의 순간

[SUN] 위안 :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그림

 


 

219명의 예술가들이 빚어낸 365점의 눈부신 명화 그리고 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와 지식이 함께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된 것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마다 생동감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은 여행을 가지 않고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스페인, 독일, 북유럽, 러시아 등 총 25개국 125곳의 미술관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매일 한 작품씩, 365편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이 한 권의 미술관은 관람하는 이의 삶의 곳곳에서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보다 많은 그림 중에서 한 번은 꼭 만나봐야 할 365점을 엄선해 에너지, 아름다움, 자신감, 휴식 등 7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다.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설레는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 한 주를 마무리하는 일요일까지, 일상을 색채로 물들이는 명화와 작품의 이해를 돕는 미술 지식은 그저 흘러가기 바빴던 일상의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날씨나 계절이 바뀔 때, 어떤 장면을 마주할 때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면, 혹은 그림 하나로 내 안의 영감이나 아이디어에 활기를 얻는다면 행복한 날이 더 행복해진다. 매일 더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것. 이것이 그림의 힘이다.

 

고흐는 밤하늘과 강을 짙은 코발트색으로, 별빛과 멀리 마을의 불빛들을 보색인 노랑으로 그려 강렬하게 대비시켰다. 별의 형태나 크기는 비록 과장되어 있지만 별들의 위치는 정확해서, 자세히 보면북두칠성임을 알 수 있다. 왜곡과 과장이 심한 그림이지만 그는 꼭 현장에서 직접 그 장면과 대상을 관찰하면서 그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p.34)

-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빈센트 반 고흐, 023) 중에서

 


 

“아직도 나는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한다.” 클로드 모네가 남긴 말이다. 아름다움에 기준은 없지만,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명화에는 각자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설렘과 기쁨, 위로와 감동, 행복과 환희 등 다채로운 감정이 그림 한 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고급 아트지에 그림을 더 크고 시원하게 담아 선명하게 인쇄했다. 처음에는 전시를 관람하듯, 오직 그림만을 차례차례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작가의 붓 터치 속 섬세한 이야기가 전해질 것이다.

그다음에는 글과 그림을 함께 음미한다면 낯선 아름다움과 내 안의 예술 세계가 확장되는 앎의 즐거움까지 포착할 수 있다. 『365일 명화 일력』의 소장본이며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책은 모든 순간, 소중한 모든 이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파리의 유흥가에서 일하는 그녀들은 손님들의 짓궂은 농담이나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돈이 된다면 머리카락까지 팔아치울 정도로 가난했던 그녀들에게 따스한 위안의 말을 건넬 수 있는사람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뿐이었다. 내일은 오늘 같지 않은 날이리라 기대하며, 그녀들이 잠을 청한다.(p.18)

- 「침대」(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007) 중에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크게 감동받은 그림으로, 그녀가 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노예 시장에 선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미국인들에겐 지우고 싶은 과거를 상기시킨다 하여 전시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술작품은 때로 직시하고, 반성하고, 지켜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p.214)

- 「가장 높은 경매가를 부른 사람에게로」(해리 허먼 로즈랜드, 191) 중에서

 

저자 : 김영숙

 

고려대학교 서반아어문학과를 졸업한 후 주한 칠레 대사관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취미로 좋아한 그림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져 늦깎이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미술사를 공부했고, 활발한 강연과 함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수만 년을 거슬러 현재에 다다른 예술 작품들 속에서 아름다움과 재미, 감동을 짚어내어 지식의 저변을 넓혀주는 미술 에세이스트이다. 세종문화회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법제처, 용인문화재단 등을 비롯한 공공단체나, 여러 기업과 갤러리, 도서관 등에서 미술사를 강의했고, 미술과 관련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미술관에서 읽는 세계사』, 『미술관에서 읽는 서양 미술사』, 『피렌체 예술 산책』, 『그림 수다』, 『빈센트 반 고흐』(전2권), 『클로드 모네』 등 미술과 여행 관련, 다수의 책을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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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 FIC-PICK 1
윤이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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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우주를 향한 가장 따뜻한 시선, 주목 받는 여성 작가들의 근미래 SF로맨스 소설집이다. 이 소설들은 디지털 시대 발전으로 인간미가 사라져가는데 인간의 로맨스는 지속될까에 대한 작가들의 상상력을 빌어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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