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홋타 슈고 지음, 정지영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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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상대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승부를 겨룰 때는 그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의 삶은 필수적으로 경쟁이 불가피하다. 삶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에 대한 것부터 만족감을 주는 수많은 재물을 확보할 때까지 수많은 경쟁이 상대자도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일제 강점기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어도 우리 역사를 배울 때부터 도저히 '일본'을 인정하기 싫었다. 우리 나라에 대한 두 차례의 엄청난 침략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야만적이고 참혹한 행위 때문에 후손으로서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증오를 느꼈다. 더욱이 이웃 나라인데도 말이다. 물론 두 차례의 치욕을 분석해보면 성격이 다르다. 첫 임진왜란 때는 그들이 나라 안에서 부족한 것을 나라 밖에서 구하고자 벌인 전쟁이나 다름없다. 오래됐기 때문에 용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의식주 해결이 제대로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담 너머 이웃집 창고를 엿보게 된다는 속담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두 번째 침략했을 때는 경우가 다르다. 일찍 서양에 개방한 덕에 그들은 열린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국민적 합의를 얻어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대영제국으로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유학 시켜 그들의 문명을 받아온다. 이를 자국 내 사정에 잘 흡수 발전시킨 것이 이른다 '메이지 유신'이다. 그들의 근면성과 섬세하고 일치단결하는 국민성으로 놀랄 만큼 빠른 성장으로 성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일본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아시아 유일의 선진국으로 국력을 키운 그들은 오래된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것도 아마 약육강식의 논리에 휩싸인 서양 문물, 특히 가장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대영제국으로부터 배운 바를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로 영향력을 행사할 명분으로 '동반성장'을 앞세우며 침략 지배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첫 번째 나라가 문을 닫아 걸어 외국 문명을 접하지 못한 낙후된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뱃속만을 채울 때, 즉 조선 말기의 나라는 일제 앞에서는 말 그대로 '고양이 앞에 쥐' 신세로 희생되었다. 온 국민이 식민피지배국의 위치로 바뀐 것이다. 대부분의 위정자들은 그들이 던져준 찌꺼기 일부에 감읍하며 그들의 명령대로 정치를 해가는 '개' 노릇을 자처했다.

 


 

자기계발서 『오늘도 딴 생각에 빠진 당신에게』의 서평을 하면서 웬 일본과의 오래된 감정 이야긴가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그것은 부적절한 일이란 것도 안다. 만일 독자들이 이런 지적을 한다면 일본에 대한 독자의 판단이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이 맞을 것이다. 독자 역시 역사적 편견을 갖고 일본인이나 일본을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졌으니 시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을 판단하는 데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나?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독자의 부족함이 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들의 침략 행위가 맞다는 판단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노력으로 나라를 선진국으로 올려 세웠고, 그들의 자긍심이 나쁠 이유도 없다. 또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독자도 생각한다. 자칫 질투나 폄하하는 비겁한 비난이나 불만에 불과할 것이다. 독자가 일본에 대한 과거를 먼저 지적하는 것은 반성을 위한 것임을 말하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먼저 한 것이다.

이 책은 훗타 슈고란 일본 학자가 자기계발과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과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집필한 자기계발서다. 특히 이 책은 자신의 사유는 맞지만, 사례로 사용된 각종 연구나 실험이 모두 자신이나 자신의 연구팀이 직접 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어느 학자가 주장한 일부분을 가져다 그대로 인용하기도 한다. 물론 인용한 부분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고, 이미 독자들로부터 검증된 내용이기에 아무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갖고 대하다 보니 이 책이 "일본은 남의 것을 잘 베낀다" 하는 시선에서 봤다는 반성이다. 이 책도, 이 책의 저자도 '약삭빠르다'고 판단했기에 독자는 그 잘못된 판단을 고백한다.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이 역시 자기계발을 통한 성장으로 좀더 나은 삶을 견지해가는 사람들에게 읽힌다면 이처럼 충실하고 간단하게 제시하는 책도 드물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 책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이란 제목의 〈머리말〉에서 인간은 누구나 다르고 사회적 위치도 다르지만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동시에 '24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물음은 인류의 영원한 과제"란 데서 시작된다. 저자는 시간의 가치를 강조한 말을 몇 개 소개한다. "사람들은 현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모른다.(괴테)" "시간 낭비만큼 커다란 손해는 없다."(미켈란젤로) "인생이란 지금 오늘을 말한다."(데일 카네기) "오늘 하루는 내일보다 2배의 가치가 있다."(벤저민 프랭클린)

 


 

이처럼 이 책은 24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방법은 "지금 눈앞에 놓인 일에 그저 집중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미래를 위해서도 아니고, 생산성과 효율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그저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증명된 이 답은 언뜻 당연하고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잘 실천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도둑맞은 오늘을 되찾아라"고 이 책에서 강조한다. 이 책의 주제이자 이 책의 집필 이유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6개 파트(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우리는 왜 소중한 오늘 하루에 집중하지 못할까?〉, 2부 〈24시간에 집중하기 위한 준비〉, 3부 〈최고의 하루를 만드는 5단계〉, 4부 〈집중력을 단번에 높이는 5가지 습관〉, 5부 〈하버드대학이 80년에 걸쳐 내놓은 인생의 답〉, 6부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조건〉 등이다. 각 부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몇 개의 키워드가 강조되고 있다. '하루' '집중력' '습관' '인생' '사람' 등이다. 키워드만 갖고서도 이 책이 말하려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잘 쓰이고 잘 짜여진 책이란 말이다. 여기에 각 부의 제목에 등장하지 않는 연관어는 '행복' '시간' '비용' 등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이 이 책의 주제와 관련되어 있다. 특별히 쓰인 전문 용어는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이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지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다음 문장을 전제로 갖고 있다. "할 것 많고 볼 것 많은 세상, 하루 종일 심심할 틈 없이 보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검색하며 정보를 모으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후회는 더 많이 밀려든다. 나하고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최선의 선택을 위한 정보 모으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느라 정작 실행할 시간이 없는 모순에 빠진다. 우리에게서 시간을 빼앗고, 비즈니스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로부터 어떻게 나의 하루를 지킬 수 있을까? 집중력을 흐트러뜨려서 나의 시간을 강탈하는 것들의 정체를 밝히고 집중력을 되찾으면 성과와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책의 1부는 '집중력'에 관한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미시간주립대학교 앨트먼 팀은 학생들 300명을 대상으로 집중력 실험을 했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길이의 팝업창을 띄워서 학생들의 집중력이 얼마 만에 끊어지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2.8초짜리 팝업창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실수하는 비율이 2배 높아졌다. 한창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면 어떻게 할까?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문자 메시지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라도 일에 집중하기 힘들고,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면 사라진 집중력을 되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온갖 다른 유혹거리들이 일순간에 밀려들고, 도파민을 자극하는 알고리즘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한창 생각을 짜내고 있을 때, 막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려는 찰나에 울리는 알림 소리에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일순간 잊어버린다. 운동을 하려고 헬스장을 갔는데, 중간중간 쉬는 타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운동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다. 결국 1시간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운동을 2시간을 들여서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생산성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고, 그만큼 소중한 1시간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로 나날이 발전해온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오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그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신경을 잡아끌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조회 수와 댓글이 늘어나는 숫자만큼 사람들의 집중력은 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에 집약된 인터넷과 인공지능은 겉으로는 사람들이 최상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정보를 처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매튜 킬링스워스와 대니얼 길버트의 연구에 의하면 50%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그것과 관계없는 것을 생각한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볼 것 많은 산만한 세상은 이제 우리의 집중력뿐 아니라 행복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하루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은 “몸과 마음이 지금에 집중하는 일”이다. 시간을 잊을 만큼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몰입했을 때 불안감은 사라지고 엄청난 충실감, 만족감, 행복감을 느낀다. 이제 빼앗긴 집중력을 되찾을 때이다.

 

 

2부는 '하루에 집중하기'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저자는 하루에 우리가 쓰는 24시간의 일상을 되짚어본다.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한 곳을 정하기 위해 1시간 이상 검색을 한다. 그러고 나면 수십 가지 메뉴 중에서 가장 맛있는, 가장 후회하지 않을 한 가지를 정하기 위해 온갖 블로그와 리뷰틀 검색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많이 모을수록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서너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검색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에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선택의 질을 떨어뜨리고, 멀티태스킹이 실수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멀티태스킹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정보를 너무 많이 모으면 오히려 판단을 잘 못한다는 것은 다양한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다른 각 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의 압 데익스테르후이스 팀은 중고차와 축구 경기를 이용해 2가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두 실험 모두 단시간에 결정을 내린 그룹이 정답률이 높았다고 한다.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많은 정보를 수집한 팀의 정답률이 떨어진 것은 매사를 간단하게, 대국적으로 생각하는 데 둔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또 이 책은 집중력, 행복도, 동기부여, 판단력, 결정력 등과 관련된 전 세계 심리학 및 행동과학자들의 30여 개에 이르는 실험을 통해 하루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면서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을 알아본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습관의 문제이듯이 집중력을 높이는 것도 습관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24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서 해야 할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일류 연구자들의 실험과 연구 결과, 그리고 저자의 통찰력을 더해 “오늘 하루에 집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3부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최고의 하루를 만드는 5단계〉를 제시한다.

① 해야 할 일과 안 해도 되는 일을 나눈다.

②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

③ 뭘 할지 헷갈릴 때는 그냥 끌리는 대로 선택하라.

④ 시간을 ‘비용’과 ‘돈’으로 계산하고 결정한다.

⑤ 집중력을 가장 높이는 일을 선택하라.

 


 

이어 4부는 〈집중력을 단번에 높이는 5가지 습관〉을 내놓는다. 이젠 습관화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이를 해빗으로 나눈다.

해빗 ① 최강의 습관 기술 ‘이프 덴 플래닝’.

해빗 ② 늘 해오던 선택과 반대를 선택하라.

해빗 ③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해빗 ④ 억지 동기부여에 힘을 쏟지 않는다.

해빗 ⑤ 내가 할 일은 내가 결정한다.

이 가운데 해빗 ④ 「억지 동기부여에 힘을 쏟지 않는다」에 설명을 들어본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의 가치를 결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저자는 전제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24시간을 보낸 결과, 설령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도 결코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했다', '노력해도 의미 없다', '인생의 선택을 잘못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자고 권유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몸에 밴 지식이나 경험이 분명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동안 충족감과 행복을 느낀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내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의미 부여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이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오늘날 미래의 결과를 신경 쓰면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는 미래와 계속 싸우며 인생을 허비하는 첫 번째 어리석은 자이다. 애써 좋아하는 일,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24시간을 보냈는데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본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거와 싸우는 두 번째 어리석은 자'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 중국은 모두 동양을 대표하는 문화의 종주국이다. 고대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의 선진화로 서양문화도 합쳐진 상태로 일본 문화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런 동양의 문화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나 저자는 겸손이 변명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는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늘 책임지는 자세로 임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마지막 6부에서는 「하버드 대학이 80년에 걸쳐 내놓은 인생의 답」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시피 하버드 대학이 '행복한 삶'을 위해 80년간 연구해온 프로젝트 결과의 일부를 한 권의 책으로 이미 내놓았다. 『좋은 삶』(Good Life)란 제목으로 이미 발간된 것으로 독자는 안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저자 홋타 슈고가 자신의 생각을 덧대 이 부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파트에서 저자는 "현대인들은 선택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따라서 선택이 빠를수록 집중할 시간이 늘어난다. 완벽한 선택을 하려고 오래 고민하는 사람은 오히려 결과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고 더 행복하지 않았다. 수많은 선택지를 모두 검증할 수도 없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쪽이든 내가 선택한 것이 옳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일관되게 강조한다.

 

저자 : 홋타 슈고(堀田秀吾)

 

일본 메이지대학교 법학부 교수이며 언어학 박사이다. 시카고대학교 박사 과정을 수료, 요크대학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전문 분야는 사회언어학, 이론언어학, 심리언어학, 신경언어학, 법언어학,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며, 특히 ‘법률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언어학, 심리학, 법학, 뇌과학 등 다양한 학술 분야의 지식을 융합해 연구 분석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메이지대학교에서 가장 듣고 싶은 수업’에 선정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어제와 똑같은 내가 싫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뇌가 좋아하는 공부 사전》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마라》 《따돌림으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방법》 등이 있다.

 

역자 : 정지영

 

대진대학교 일본학과를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수년간 일본 도서 기획 및 번역, 편집 업무를 담당하며 번역의 매력에 푹 빠졌다. 현재는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행복한 사람은 단순하게 삽니다》 《부자들의 인간관계》 《생각 정리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의 기술》 《기적의 집중력》 《오늘도 사소한 일에 화를 냈습니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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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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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구상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러시아 전쟁이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아이언돔도 뚫고, 7000여 발의 로켓으로 기습 공격함으로써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던 중동에서의 전쟁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서 지금까지 민간인 포함, 수만 명의 희생자를 냈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희생자는 어린이와 여성 등이어서 세계의 여론이 '전쟁 중단' 쪽으로 급선회하는 느낌이다. 이 내용은 오늘(12월 28일) 현재 지구상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지역에 대한 보도를 바탕으로 독자가 뉴스를 통해 들은 결과다. 이-팔 전쟁은 중간에 4일 정도 인질 협상으로 휴전이 되기도 했지만 현재 상태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궤멸을 내세워 소탕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조차 비현실적 목표라는 회의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가 오늘(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지난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50년만에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책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팔 전쟁을 계기로 그동안 벌여온 두 나라간 분쟁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48년 이스라엘 성립 이후, 1948년~1973년까지 4차례에 걸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에 전쟁을 벌였다. 지난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은 모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의 영토는 전쟁 전보다 확장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대인과 이슬람교인들의 종교 분쟁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팔 전쟁의 이면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저자 앤터니 로엔스틴은 밝히고 있다. 독자도 그동안의 중동 전쟁에 대해 들은 적이 많다. 우리나라 이야기도 아닌 데다 종교로서도 독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만큼 안타깝고 어두운 현실을 강 건너에서 불난 곳을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팔 문제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정세가 요동칠수록 국가의 역할과 안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느닷없는 폭격으로 온 가족이 말살되고, 평화로웠던 동네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자기들이 살던 땅에서 난민이 되어버린 사람들. 곳곳에 시신이 널브러진, 일상생활 속으로 고통과 죽음이 비집고 들어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비참한 광경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워야 할까? 해외 매체와 많은 지식인의 찬사를 받은 이 책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후 끊임없이 벌어진 분쟁 상황을 조명하면서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유대 국가의 위상을 갖게 되었는지도 살펴본다.

저자는 책의 〈서문〉인 「들어가는 말」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는 불법적인 감시와 차별, 통제 등 인권 침해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제시한다. 또한 이스라엘의 무기와 점령 기술이 전 세계에 어떻게 파급되고 있는지를 통찰력 있게 파헤쳐 독자 앞에 내놓는다. 저자 앤터니 로엔스틴은 20년 넘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보도해온 분이라고 한다. 으레 미국인이나 서방의 유력 기자나 칼럼니스트인 줄 알았는데 정작 오스트레일리아이지만 멜버른의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랐다고 털어놓는다. 조부모가 1939년 나치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도망쳐서 난민 신세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왔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이들 조부모는 열렬한 시온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장래에 유대인들이 곤경에 맞닥뜨리는 경우 이스라엘을 피난처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 자신이 유대인으로서 새로운 문서와 관련자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관해 보도를 시작했다. 저자는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 존재하는 유대인 공동체에 이런 정서가 넘쳐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팔레스타일을 겨냥한 공공연한 ㅇ니종주의와 이스라엘의 모든 행동에 대한 반사적인 지지가 불편해졌다고 말한다. 반대의 목소리를 비난하고 몰아내는 광신적 종교 집단처럼 느꼈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이런 배경으로 2005년 처음으로 중동을 방문할 무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관해 여전히 환상을 품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두 국가 해법(two-ststion ssolution)과 이스라엘이 유대 국가로 존재할 권리를 신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저자는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 첫 번째 여행 뒤 몇 년간 저자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동예루살렘이서 보도를 하면서 점점 팔레스타일을 옥죄는 이스라엘의 행태들 기록했다. 저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동예루살렘의 셰이크 자라 동네에서 살면서 이스라엘 경찰이 걸핏하면 팔레스타인인을 괴롭히고 모욕하는 모습을 보았다. 점령이라는 지루한 일상은 유대인이 아닌 이들에게는 억압적이었다. 유대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부끄러웠다. 이제 저자는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한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번 전쟁의 원인을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수백 발의 로켓포를 발사한 데서 찾고 있는데 반해 저자는 그보다 이-팔 분쟁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찾는다. 이번 전쟁은 수십, 수백 배의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가자에서 1만 3,000명이 훌쩍 넘는, 대부분 민간인과 어린아이인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고 표현한다. 전쟁으로 인해 희생됐다고 밝히는 이스라엘 군 측과 다소 느낌이 다르다. 결과를 보나마나 가자 지구는 잿더미로 변했다. 이렇듯 비극적이고 참담한 상황 앞에서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은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며 무기를 지원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깊은 뿌리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팔레스타인 실험실’이다. 이스라엘이 장벽과 드론, 감청 장비 등으로 가자를 에워싼 것은 가자에 꼼짝없이 갇힌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에 영원히 수용해두고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거라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갈등을 풀어야 할 상대국이자 이번 전쟁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에게 안타까운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독자는 다음 말을 듣고 더 이상 이스라엘에 관한 환상(?)에서 깨어나게 했다. "이스라엘은 지금 이 순간도 가자에서 초토화 작전을 수행하며 신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하고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에서는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데 사용된 자신들의 전쟁 무기를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사실 나라를 잃고 세계 각지로 떠돌아다니면서도 그들의 신앙을 버리지 않고 강한 정신력과 삶에의 의지로 2,000년 간 이어온 강인한 민족으로 유대인을 독자는 꼽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600만 명이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했고 종전 후 전승국 영국의 배려로 지금의 땅에 정착했다는 사실도 배워 알고 있다. 독자는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패배로 우리가 해방을 맞았다는 동병상련의 심정이 더해졌던 것. 그리고 이후 4차례에 걸친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강인한 정신력을 다시 한 번 일깨운 말을 들었다. 미국에 유학 간 유대인과 이슬람인들이 조국에 전쟁이 났다고 하자 재빨리 짐을 싸더라는 것이다. 유대인 유학생은 고국으로 돌아가 전쟁에 지원한다고 했고, 이슬람 유학생은 나라에서 자신을 찾을까 두려워 짐을 싸 피신하더라는 에피소드다. 누가 지어낸 이야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전쟁의 결과는 에피소드가 사실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4차례의 전쟁을 모두 승리한 이스라엘은 드디어 지금의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지구 두 곳을 자신들이 점령 하에 팔레스탄일들이 살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정작 유대인의 후예라는 이 책의 저자 앤터니 로엔스틴은 자신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유대 국가의 비열하고 잔인한 행태를 맹렬하게 비판한다. 거의 20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저자는 미국, 영국, 중동 및 오스트레일리아의 언론매체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전쟁이 다시 발발한 지난 10월 7일 이후 저자는 전 세계에서 수천 통의 메시지를 받았으며, 수많은 언론매체가 그를 인터뷰하고 있다. 로엔스틴은 현재 주요 글로벌 방송사와 함께 이 책의 영화 버전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책의 표제어 역시 영화 제목으로 더 어울린다는 느낌도 든다. 이 책은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피노체트의 칠레, 차우셰스쿠의 루마니아, 수하르토의 인도네시아, 그리고 1994년 집단 학살 전후의 남수단, 르완다의 권위주의 정부를 포함하여 지난 75년간의 방위 동맹에서 이루어진 비밀스러운 관계를 자세히 보여주는 새로운 문서를 공개하고, 이스라엘이 어떻게 무기 산업과 정교한 감시 및 정보 장비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었는지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이 책을 팔레스탄인인이나 이슬람인 혹은 미국인이 썼다고 하면 못 믿을 일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내놓고 자신의 민족이 유대인을 앞세워 비열한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행위에 신뢰감이 간다. 유대인의 비열함은 팔레스타인 점령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통제한 위정자들의 경험이며, 많은 나라에서 이스라엘을 성공 모델로 삼아 모방하기를 원한다고 하니 비열한 행위를 배워 옳지 않은 데 쓸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충수를 두면서까지 막으려는 저자가 '용기 있는 유대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요점은 팔레스타인은 '완벽한 실험실'이 되었다는 내용이지만 그동안 해온 이스라엘의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아 유대인은 정말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많은 점을 우리에게 시사한다고 생각된다. 그들은 더 이상 정의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정의를 외치고 어떤 굴욕을 견디면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는 '참된 유대인', '용기 있는 유대인'을 대하는 듯한 느낌에 이 책을 읽은 보람이 더 커진다. 이런 문제를 짚어낸 책이 없었다는 점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분쟁의 새로운 변곡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필요하다면 기꺼이 팔게요!」, 2장 「더없이 좋은 사업 기회」, 3장 「평화를 가로막다」, 4장 「이스라엘 점령을 세계에 판매하다」, 5장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스라엘의 지배」, 6장 「휴대전화에 심어진 대중 감시」, 7장 「왜 팔레스타인인을 좋아하지 않을까?」 등이다. 어느 곳을 펼치더라도 저자의 주장은 일관된 내용의 다른 표현이다. 저자는 현대사에서 이스라엘의 50년 이상 된 팔레스타인 점령은 가장 길다고 말한다. 식민지 시대도 아니니 일시적으로 전쟁을 하고 끝났으면 점령했다 전쟁 수단을 지우면 다시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이웃 나라로서의 숙명일진대 이스라엘은 점령 후 신무기 실험실로 점령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9·11 테러 공격은 이스라엘의 방위 산업에 박차를 가하여 유대 국가가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인들과의 분쟁을 홍보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가 이스라엘의 감시 기술, 국경 장벽 보안, 드론, 안면 인식 및 사이버 해킹을 원하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이스라엘에 막대한 재정적 성공을 가져다주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또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를 포함하여 고도로 군사화된 사회에 대한 비전을 국가에 질서를 부여하는 이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정교한 무기와 감시를 위한 완벽한 실험실로 사용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점령 지역에서 분쟁이 생길 때마다 이스라엘의 정부 관리와 방위 산업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거나 죽이는 데 사용되는 새로운 유형의 무기를 홍보한다. 이 광고는 전 세계의 주요 무기박람회에서 사용되며 판매 창출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내러티브 홍보에 효과적인 소셜 미디어 전투를 폭로하면서 이스라엘 방위군의 정보기관인 유닛 8200의 활동 방식을 들여다보고, 이스라엘 감시 산업과의 핵심 연결고리를 깊이 파고든다. 지금 이스라엘은 탈무드나 토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오늘날 가자는 이스라엘의 독창적 지배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완벽한 실험실이다. 가자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무한정 가둬둔다는 종족민족주의의 궁극적인 꿈이다. 가자를 둘러싼 장벽은 1994년에 처음 세워진 이래로 다양하게 업그레이드되었다(2001년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 파괴되기는 했지만). 오늘날 가자 주민들은 최신 기술과 기법을 시험하는 통제 실험을 강요당하고 있다. 하지만 가자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점차 세계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다. 팔레스타인 건축가 야라 샤리프(Yara Sharif)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도시의 팔레스타인화가 벌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파괴와 말살만이 아니라 극적인 기후변화에 의해서도 일어나고 있다.’(p.110)

 

저자 : 앤터니 로엔스틴(Antony Loewenstein)

 

독립 언론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 영화감독, 그리고 ‘디클래시파이드 오스트레일리아(Declassified Australia)’의 공동 창립자. <가디언>, <뉴욕 타임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등 여러 매체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알약, 가루, 연기 : 마약과의 유혈 전쟁의 내막』, 『재난 자본주의 : 재앙에 편승한 돈벌이』, 『나의 이스라엘 문제?? 등이 있고 에세이 모음집 『시온주의 이후』를 함께 엮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재난 자본주의?와 알자지라 잉글리시 영화 ?서아프리카의 오피오이드 사태?, ?코로나를 틈탄 습격?을 만들었다. 2016~2020년에 동예루살렘에서 활동했다. 웹사이트는 ‘https://antonyloewenstein.com’이다.

 

역자 :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The LEFT』, 『노동계급 세계사』,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불안한 승리』, 『21세기를 살아가는 반자본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E. H. 카 러시아 혁명』, 『핀란드 역으로』, 『미국민중사』 등이 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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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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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던 독자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에 앞서, 책의 소개글을 보려 대형 온라인 서점을 찾았다. 제호에 쓰인 문구를 입력하고 나서야 이 책의 초판본이 1993년 출간된 사실을 알았다. 저자 역시 독자에게는 낯설어서 약력을 찾아 읽었다. 저자 오세영은 이제 70세 가까운 오랜 작가 생활을 해온 분이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직장 생활을 한, 지난 30년 간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지냈다. 읽은 책이라고는 업무와 관련되거나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진 책 10권(일년 기준) 미만이었지 싶다. 이 책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나 저자에 대해 무지했던 이유다. 이젠 직장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이유로 학창 시절 많이 읽었던 책을 중심으로 다시 독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나마 그때의 열정에는 못 미치지만 조금씩은 회복되는 기분에 마음도 편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왕래가 없었던 프랑스와 우리 조선시대의 한 장면을 연결시켜 당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보려는 저자의 의도가 새롭고 신선하다. 출판계의 관례는 잘 모르지만 이번 출판사 측에서는 '신간'으로 소개된 점은 어쩌면 저자가 다시 썼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은 '프랑스 대혁명(1789)'과 조선 순조 때 '홍경래의 난(1811)'이다. 또 인물로 보자면 나폴레옹과 홍경래라고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조선시대 '홍경래의 난'은 실패했기에 '난'으로 기록되고, 프랑스의 '대혁명'은 성공과 함께 세계적 영향을 미친, 세계사를 바꾼 사건이다. 저자는 두 사건의 성격이 '민중 봉기'라는 점에서 한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시점 역시 두 사건의 차이가 불과 32년에 불과하다. 거의 동시대로 엮자면 대혁명 이후 등장한 나폴레옹과 조선시대 '난'의 주역 홍경래가 적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건을 하나의 연결선상에 놓고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홍경래와 나폴레옹이 직접 만난 적은 없을 듯하다. 수교도 없던 시절 홍경래는 어떻게 나폴레옹을 만날 수 있었을까?

 


 

저자가 택한 방법은 실패한 민란에서 홍경래 수하에서 그의 사상과 봉기에 뜻을 같이한, 믿을 만한 인물 '안지경'을 내세운다. 역사에 실패한 민란으로 기록된 ‘홍경래의 난’이 결코 실패로 끝난 것이 아니라면?이란 상상력은 프랑스 대혁명과의 관련으로 쓰여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르적 결단은 대단한 저자의 실험 정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안지경은 조선 말 '세도 정치'로 정국과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점 민중 봉기로 혁명을 일으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해야 한다는 혁명 정신의 홍경래를 곁에서 보필한 사람이다. 홍경래의 책사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민중 봉기를 준비했던 주인공 ‘안지경’은 역사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관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관군을 피하다 다다른 곳은 대서양 한가운데 있는 ‘세인트 헬레나 섬’. 그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운명이 ‘안지경’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조선 청년 ‘안지경’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소설은 앞서 언급한 대로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각기 다른 지역, 각기 다른 인물들의 만남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간 '팩션[Faction : Fact+Fiction'이다. 특히 19세기 초 조선과 주변 국가들, 유럽의 정세까지 상세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저자의 대학 때의 전공이 역사인 점을 안다면(약력) 쉽게 추정 가능하다. 저자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역사 전공자로서 역사에 대한 지식과 흐름을 잘 짚어내고, 작가로서의 역사 기록 틈새를 상상력으로 엮는다면 의미 있고, 재미 있는 작품의 동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실현해 낸 작품으로 독자는 판단된다. 역사소설로서의 탄탄한 재미는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와 절절한 '로맨스'까지··· 이 소설은 독자들이 한 번 손에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할 여러 요소들이 잘 버무러져 있다.

 


 

전혀 관련 없는 두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려면 역사 기록으로는 쉽지 않다. 역사는 이미 일어난 일을 쓰고 기록하는 일이기에 기록에 남지 않았다면 다른 사건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학적 상상력은 역사 기록에 남지 않은 부분에 집중하면 틈새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연결고리를 읽어낼 수 있다. 다만 어떻게 구성해서 '사실인 것처럼 꾸민 허구'라는 소설적 특성 때문이다. 많은 역사 소설이 이렇게 탄생한다. ‘홍경래의 난’과 ‘프랑스 대혁명’, ‘홍경래’와 ‘나폴레옹’은 역사 기록으로 볼 때는 아무 관련이 없다. 물론 실존 인물이기에 이는 확실한 사실이다. 그런데 둘 사이를 엮는 매개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연결이 되는지, 되지 못하는지가 결정된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 틈에 ‘안지경’이란 소설 속 인물을 저자가 창조해냄으로써 자연스럽고 지역의 다른 점을 오히려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약력에 따르면 저자는 『베니스의 개성상인』, 『자산어보』 등으로 우리에게 ‘팩션(Faction, Fact+Fiction)'이란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가로 이 소설에서 팩션의 정점에 오른다. 이 소설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의 설명으로 꽤 합리적으로 수식하고 있다. 소설 속 안지경이 쫒겨 다니다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며 가까스로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서도 멀리 떨어진 영어 이름으로 들리는 ‘세인트 헬레나 섬’이다. 서아프리카 바다는 대서양으로 불리운다. 아프리카 대륙이 대부분 적도 아래에 있으니 굳이 나누자면 '남대서양'이다. 이곳의 섬이 왜 이 소설에 등장할까? 더욱이 조선시대 사건을 다루는 이 소설에서 어쩌면 가장 멀리 있는 세인트 헬레나라는 지명이 등장하는가? '세인트 헬레나'라면 일부 독자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이다. 바로 프랑스의 영웅으로 받들여지고 '프랑스의 위용'을 만천하에 떨친 인물이지만 영국과의 해전을 끝으로 끝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폴레옹이 갇혀 있던 섬이다. 세인트 헬레나 섬은 사실 나폴레옹 때문에 세계사에 등장한다고 봐야 할 정도로 이름 없는 섬이다. 이 섬의 기록 상의 첫 정착자는 포르투갈인 페르난도 로페즈라고 〈위키백과〉는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엘바 섬을 탈출한 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자, 빈 회의는 그의 신변 처리를 영국에 일임하였다. 영국은 나폴레옹의 망명 수용을 거부하고 보호를 명목으로 세인트 헬레나 섬에 가두기로 하였다. 나폴레옹은 1815년 10월 세인트 헬레나에 도착, 1821년 5월에 사망할 때까지 섬 중앙의 롱우드 하우스에서 살았다.

 


 

역사를 공부했던 저자가 세인트 헬레나 섬의 존재를 나폴레옹을 통해 알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영웅이 비참한 말로를 그려봤을지도 모른다. 이 섬에서 죽었을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은 인물이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만들어낸 프랑스 공화정의 공포 정치를 되집어 결국 자신이 다시 황제에 오른 한낱 장교 출신 군인이었지 프랑스의 힘을 드높인 공로로 당시 프랑스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물론 러시아로 진군해 실패하고 엘바 섬에 잠시 유배됐다가 탈출해 다시 재기한 나폴레옹은 지금도 '프랑스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프리카 서부 해안의 이름 없던 섬, 세인트 헬레나는 왜 영어이름일까?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독자 역시 이 섬이 대서양이라는 사실만 알았고 당연히 프랑스 인근이나 영국 인근이었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를 읽으며 백과사전이라도 다시 찾아보자고 들춰본 이후 대영제국 식민지였던 것을 알게 됐다. 워털루 전투에서 크게 패하면서 결국 나폴레옹은 재판도 없이(불법으로) 이곳에 유배했고, 영국은 당시 이 섬 행정관에게 철저한 감시를 명령했다.

대우 또한 나폴레옹과 그의 유배를 시중 든 사람들에게도 참혹한 대우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섬은 122km2. 인구 약 6,000(1991)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어쩌면 1,000명도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업과 항로의 기지로만 쓰였을 듯하다. 이 섬은 화산성의 섬으로 해안에는 벼랑이 많고, 열대에 위치하면서도 무역풍과 해류의 영향으로 기후는 쾌적하다. 1502년 포르투갈인 항해가 주앙 다 노바가 인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처음 발견하여 포르투갈령-네덜란드령 등을 거쳐 1673년 영국 동인도회사의 소유가 되었고, 1834년 영국 국왕의 직할식민지가 되었다.

세인트헬레나라는 이름은 나폴레옹의 유배지로 역사에 기록됨으로써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은 1815년 10월 영국 군함에 호송되어 1821년 5월 사망하기까지 섬의 동쪽 해안에서 유배생활을 보냈다. 그는 독서와, 측근자이며 프랑스 역사가인 E. 라스카즈에게 회상록을 구술하는 것이 일과였는데, 라스카즈가 발표한 『세인트헬레나 회상록』(1823)은 ‘나폴레옹 전설’을 낳는 데 큰 구실을 하였다.

 

 

이 섬은 유럽의 아시아 항로가 희망봉을 돌았던 시대에는 기항지·보급항으로서 중요시되었으나, 수에즈 운하의 개통으로 그 가치를 상실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영국의 해군기지가 되었고 현재는 어센션섬과 함께 원거리통신의 중계지 구실을 하고 있다. 어센션섬은 1922년에 고프·인익세서블·나이팅게일·트리스탄다쿠냐섬 등을 포함하는 트리스탄다쿠냐제도는 1938년에 세인트헬레나 섬의 속령이 되었다.(두산백과) 저자가 소설을 통해 그 섬으로 독자들을 안내한 셈이다. 독자들을 저 멀리 남대서양의 ‘세인트 헬레나 섬’ 한복판에 있는 낯선 이름과 섬에서 일어난 사건 등을 알게 된다. 저자는 책 뒷 부분에 〈작가의 말〉을 통해 프랑스대혁명과 홍경래의 난에 대한 언급이 있다. "조선사에서 제일 큰 민란인 홍경래의 난과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프랑스대혁명은 비슷한 시기에 각각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발생했다. 둘 다 독재 왕정과 신분 차별에 따른 억압에 반발해서 민중이 봉기를 한 사건이다."(p.345) 저자는 그러나 홍경래의 난은 불과 수개월 만에 진압이 된 데 비해서 프랑스대혁명은 세계사의 큰 영향을 미쳤고 민주와 인권의 상징이 되었다고 덧붙이고 있다. 왜 홍경래의 난과 프랑스대혁명은 비슷한 상황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다른 결과를 낳았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이 소설이 비롯됐음을 저자는 털어놓는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진심으로 관심을 둔 것은 홍경래의 난이 왜 실패했을까라는 말과 등치된다. 사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홍경래의 난에 맞춰져 있다. 짧은 기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민중 봉기였다는 점을 저자는 더 부각시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독자의 생각도 덧댈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홍경래의 난은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폐해가 드러나고 있었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무너졌고, 탐관오리가 날뛰면서 백성들의 삶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었다. 여기에 지역 차별이 더해지면서 홍경래 등 몰락한 양반과 평안도 농민들이 봉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홍경래가 꿈꾼 세상에 대해 관심을 드러낸다. 그는 역성혁명을 꿈꾸었을까, 아니면 세도 정치를 몰아내고 탐관오리를 징치하는 것에 만족했을까.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고 믿었을까. 그와 관련해서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역모와 관련된 기록이라 관에 의해 말살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애초부터 홍경래가 별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속내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굵직한 역사적 장면에 빠진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을 환상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채워나가며 팩션 장르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소설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는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혁명과 지배, 평등과 차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혁명을 이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어려움과 새로운 인물들과의 만남, 그리고 복수와 로맨스 등 흥미의 요소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예상치 못한 반전도 묘미가 있다.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적 상상력도 함께 키워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혁명을 힘있게 이끌고 나갈 세력을 양성해야 한다. 농투산이들이나 시정잡배들을 가지고 혁명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는 없다. 또한 노쇠한 유학자나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불만 세력들이 새로운 세상을 이끌 수 없다.(p.19)

 

과연 모든 백성이 똑같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할까. 차별 철폐의 횃불을 들고 봉기를 단행한 지금도 솔직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어느 시대, 어느 왕조에서건 지배층과 피지배층은 나뉘어 존재하고 있었다.(p.74)

 

저자 : 오세영

 

195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서의 행간을 채우는 일을 즐겼던 오세영에게 역사를 이야기로 꾸미는 역사 작가는 잘 어울리는 직업인 셈이다. 오세영에게 역사는 내일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소설은 역사를 쉽게 풀어쓰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그는 역사학계에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문단에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러나 시대와 삶에 커다란 의미가 있는 소재를 발굴해서 독자들을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베니스의 개성상인』,『구텐베르크의 조선』, 『원행』, 『만파식적』, 『타임 레이더스』, 『화랑서유기』, 『포세이돈 어드벤처』, 『창공의 투사』, 『소설 자산어보』, 『콜럼버스와 신대륙 발견』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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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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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뒤늦게 추리·미스터리 소설에 흥미를 느끼고 책을 읽었다. 대략 3~4년 전쯤이니 일년에 대여섯 권씩 계산해도 스무 권 가까이 읽은 셈이다. 우리 나라 미스터리 소설은 아쉽게도 많지 않아 두 권인가 기억될 뿐이다. 주로 일본 소설이 많았고, 대부분 영미 소설이었다. 독자로서는 읽어본 범위 안에서 심리적 묘사가 잘 된 것은 일본 소설이고, 스케일이 크고 사건 중심으로 쓴 작품은 영미 소설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일이 제목이나 작가 이름을 말할 정도는 못 되니 사실 많이 읽은 편은 아니다. 또 독자가 읽은 미스터리 소설 상당 부분은 판타지와 결합된 작품인 점을 감안한다면 순수한 미스터리 작품은 몇 권 읽지 못한 셈이다. 이 책 『이토록 완벽한 실종』의 저자는 이미 30여 권의 소설 작품을 쓴 작가이라 하니 이름 정도는 기억에 남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저자가 집필한 책 목록을 눈여겨 살폈으나, 출간한 책의 목록 중에서는 독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독자의 과문한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겨우 3~4년 스무 권 정도 읽고 '제법 읽었다'고 생각한 사실이 새삼 쑥스럽다. 이 소설의 저자인 줄리안 맥클린은 장르 불문, 어떤 작품을 출간해도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라니 일단 소설의 흥미는 보장된 것으로 알아도 손해 볼 일 없다는 마음으로 책을 대했다.

저자 맥클린은 특유의 다차원적인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몰입도 높은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에 구미도 당겼다. 또 출판사 측 소개글에도 독자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압도적 흡입력의 짜릿한 '미스터리로맨스'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최근 책과 드라마, 영화까지 각종 매체에서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라는 각 장르는 양극 지점에 위치하여 서로 닿지 않을 듯하지만, 이 작품 『이토록 완벽한 실종』은 독자들에게 두 장르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직 미스터리 로맨스의 전율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가슴 저릿하게 애틋하면서도 소름 돋는 미스터리 반전이 담긴 이 책을 독자들과 함께 읽기를 바란다.

 


 

이 소설은 남편의 실종을 기점으로 딛고 있던 세상이 무너진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딘', 딘과 엮인 '멜라니 브라운'이라는 여성 등 세 사람의 시선이 교차로 진행된다. 각 캐릭터에 완벽한 서사가 켜켜이 쌓여, 결말로 향하며 독자들에게 로맨스와 미스터리적 쾌감이 동시에 폭발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구축의 장인이라 불리는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빈틈없는 서사의 미스터리 로맨스를 탄생시켰다. 다각적인 캐릭터들이 각자의 서사를 조금씩 드러내면서 독자들에게 작고 미묘한 의심의 불을 지핀 다음, 교묘하게 연결해 내어 종국에서 불길을 삼키는 방식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적잖이 입체적이면서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단면을 그대로 담은 캐릭터들의 가슴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과 미스터리를 담았다. 거기에 미스터리 소설의 핵심이라는 엄청난 반전, 그리고 끝내 모든 캐릭터와 독자들까지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의 한 획을 긋는 것으로, 저자 맥클린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넉넉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지낸 올리비아가 생애 가장 열망한 단 한 가지는 한눈에 반해 모든 걸 내어줄 수 있을 거 같은 남자, 딘이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라 심리치료사의 길을 걷기까지 그가 이겨낸 모든 그의 삶과 단단함까지 사랑한다. 집안의 반대에도 결혼을 강행하여 상담사로서 고통스러워하는 딘에게 그의 오랜 꿈이었던 파일럿이 되는 것을 제안하고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낸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세상 모든 불행을 끌어안고 살았던 지난 세월을 어렵게 이겨낸 딘이 가장 이겨내고 싶은 단 한 가지는 장벽이 너무나 견고해 보이는 눈앞의 여자, 올리비아다. 태어난 순간부터 너무나 다른 환경을 살아온 그녀는 모든 걸 갖추었고 그에 비해 그의 삶은 그저 하루하루 견뎌내는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그녀와 딘 사이에 가장 두터운 장벽은, 딘이 지금 가진 이 비밀이다. 이걸 묻고 그녀와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남자와 함께라면 세상 그 어느 것도 더 필요하지 않았던 올리비아의 삶이 어느 날 한밤중의 전화 한 통으로 무너진다. 딘이 비행 도중 사라졌다. 비행기 파편조차 남지 않은 남편의 실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올리비아는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딘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제야 그녀는 그의 사망을 받아들인다. 이후 나름 안정적인 새로운 삶을 꾸려가던 올리비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두 명의 형사가 찾아온다. 이 작품의 진정한 발단 단계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편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다. 실종된 남편의 사망신고서까지 접수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살인사건 용의자로 떠오른 것이다.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면 이처럼 반가운 일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꿈이냐, 생시냐'라고 아무나 얼싸안고 좋아할 경사 아닌가? 한데 묘하게도, 얄궂게도 살인 사건 용의자라니... 실종된 자리에서 돋아난 이 불가해한 사실들은 올리비아의 딘을 향한 강렬한 사랑, 심지어 그녀가 굳게 믿고 있던 세계를 완벽하게 뒤흔들고 만다.

소설은 어차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허구의 사실을 형상화해 독자들에게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설득력을 가져야 읽힐 터다. 독자들의 눈을 잡아두려면 현실성 있는 허구의 팩트를 나열하더라도 독자들이 빠져드는 '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자의 머릿속의 사건이나 관념들이 독자들에게 현실성 있는 사실로 받아들여지려면 사건의 묘사가 중요한 요인이다. 남편 딘은 심리상담사이지만 파일럿이 꿈이었다는 사실은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제격이다. 이곳은 말로만 들어도, 사실 확인보다 오히려 과학적 상상력이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다. 과학 기술의 총집합체인 항공기가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교신이 끊어진 후 조종사는 실종되고, 항공기 기체 잔해도 발견되지 않은 묘한 곳이다. 이곳은 실재하는 곳으로 독자들도 많이 들어 익숙한 지역이다. 이렇게 말로만 듣던 곳은 어떤 사건의 중심에 있게 되면 실제로 벌어지는 신비에 독자들은 빠져든다. 일말의 공포감도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한 요인이다. 이곳처럼 신비감과 독자들의 동경심을 자아낼 곳도 드물다.

 

 

올리비아에게는 '첫사랑'이라 해야 할 순수한 사랑은 '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올리비아의 사랑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멀어져간 사람은 '딘'이다. 올리비아의 사랑은 순수했고, 그렇기에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올리비아 삶의 전부였던 딘이 갑자기 죽었고 그 사실을 올리비아는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처지다. 이 책의 첫 문장은 "그 때 그 말들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이다. 올리비아의 후회 가득한 말이고 혼잣말이다. 재력가인 부모가 반대한 결혼한 올리비아는 딘과 함께라면 꿈꾸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불우한 환경을 딛고 자란 딘을 더 높이 평가하고 존경했다. 딘을 사랑한 올리비아는 그를 위해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이주하며 딘의 어릴 적 꿈인 조종사의 꿈까지 이루게 한다. 그리고 그와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고 실제로 모두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행복의 중심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비행기 실종 신고에 따른 남편 딘의 증발(?). 살아 있기를 바라며 올리비아는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딘의 실종, 사망을 확인하지만 사실을 확인하기에는 쉽지 않다. 조종사의 시체나 비행기 잔해마저 발견되지 않으니 추락한 것인지, 납치된 것인지도 모른다. 관련 문서들을 찾아 읽어보지만 완벽한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없다. 사망이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태니 결국은 관련 법에 따라 사망신고를 접수하게 된다. 이때 한 여성(멜라니)가 이야기에 등장한다. 멜라니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입자물리학 학생이다. 멜라니는 최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일에 흥미가 떨어졌고 그로 인해 논문 작업에 차질이 생기자 학과장의 권유로 상담실을 찾게 된다. 그리고 상담사인 로빈슨 박사에게 깊이 끌리게 되며 고백을 한다. 로빈슨 박사는 흔히 일어나는 '성적 전이(Erotic Transference)'이라며 밀어낸다. 하지만 결국 상담사 역시 자신의 힘든 상황으로 인해 상담사의 규칙을 어기게 된다.

잘생긴 그(로빈슨)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그의 뺨 위에 손을 올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우리가 상담을 계속할 거라면 제가 선생님을 이름으로 불러도 될까요? 로빈슨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형식적이고, 딱딱한 느낌이라서요. 저를 브라운 양이라고 부르지 않고 멜라니라고 부르시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누구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요, 멜라니. 그렇게 하는 게 좋다면 제 이름을 부르셔도 괜찮아요. 다음 주부터는 저를 딘이라고 부르세요."(p.133~134)

 


 

두 사람(로빈슨과 멜라니)의 등장으로 사건은 급진전하지만 올리비아에게는 오리무중이다. 읽던 작품을 잠깐 눈을 떼고 되짚어본다. '실종 사건' 처음부터 딘은 죽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이 위로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던 멜라니와의 관계를 감추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그럴 만한 이유는? 저자 줄리안 맥클린의 소설적 상상력과 구성의 완벽함으로 자칫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던 사건의 진행 과정, 이유와 원인 등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멜라니가 죽음에 이르렀음에도 그녀를 유기하고 너무도 완벽한 사랑의 주인공 '올리비아'를 보호하겠다는 핑계로 계략을 꾸민다. 이를 위해 딘은 버뮤다 삼각지대의 공공연한 사고를 위장한 것이다. 원인도 모를 뿐만 아니라 불가사의한 행방불명. 원래 버뮤다 삼각지대는 그래서 널리 알려진 곳이고, 아직 불가사의한 사건·사고가 미확인된 채 남아 있는 곳이다. 지구 자기장 등 각종 과학적 가설도 아직은 증명되지 않은 곳이니까. 딘의 계략은 과학적 입증이 불가능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의 '초저공비행'이라는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딘은 계략의 미스터리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신도 조작하고, 인기스타 마이크 미첼의 버뮤다 삼각지대 사고 발언까지도 세심하게 짜 맞춘다. 실종된 것으로 위장하고 20년 간이나 여전히 자기가 좋아하던 요트선장의 일을 하고 살았다.

딘이 자라온 환경의 탓보다 그에게 주어진 신의 은총(외모, 언어능력, 영리함, 뛰어난 손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취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순수한 사랑의 완전한 실행자 올리비아마저 희생양이다. 그러나 그의 악마적 발상이나 실행은 말 그대로 범죄 행위에 지나지 않은 파렴치한의 행동이다. 파렴치한 범죄 행위는 결코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올리비아) 앞에서는 결국은 무너져 내린다.

딘이 사라졌을 무렵, 올리비아에게는 그토록 기다리던 새 생명이 찾아와있었다. 생사를 알 수 없어 모두가 다신은 남편을 만날 수 없음을 인지시키고자 했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올리비아를 위로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사라져버린 것이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언젠가 딘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며 홀로 딸 로즈를 키운다. 그러다 딘을 만나기 전, 남자친구였던 가브리엘과의 인연이 다시 시작된다.

 


 

모든 사건은 가브리엘을 다시 만난 순간부터 해결의 조짐을 보이도록 철저히 저자 맥클린의 머릿속에서 구상돼 있었다. 4부로 이루어진 이 책 3부에서는 딘이 실종된 이후부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들이 찾아온다. 시간이 지난 후, 올리비아는 전 남자친구 가브리엘과 제 2의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경찰이 찾아오면서 소설은 다시 반전을 맞는다. 올리비아는 '이토록 완벽한 실종' 상태에 있는 딘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가브리엘은 올리비아가 딘이 돌아오게 된다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올리비아는 딘과 가브리엘을 향한 사랑이 다름을 알고 있다. 어떤 것도 잴 수 없던 뜨거운 사랑과 조금 더 이성적인 사랑. 올리비아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랑은 어떤 것이 될까.

로즈(딘과 올리비아 사이의 딸)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생명체였다. 모든 면에서 그랬다. 조그맣고 예쁜 코, 사랑스러운 주근깨,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약간 비뚤어진 미소까지. 로즈를 보고 있으면 딘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로즈는 딘에게서 받은 도톰한 입술과 시선을 사로잡는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둘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가브리엘 앞에서 꺼낸 적은 없지만, 가브리엘은 딘을 만난 적이 있었고 사진을 보기도 했다. 당연히 그도 로즈가 딘과 얼마나 닮았는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그는 로즈를 친자식처럼 사랑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가브리엘을 존경했다. 내 인생에 그가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이건 고요한 사랑이었다. 아마도 조금 더 이성적인 사랑.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는 나를 품 안으로 당겼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금 이 기분은 과거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를 놓아주는 건 달콤하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선물 같았다.(p382)

 

저자 : 줄리안 맥클린

 

줄리안 맥클린은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컬러 오브 헤븐Color of Heaven》 시리즈를 포함해 서른 권 이상의 소설을 썼다. 로맨스 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리타상 최종 후보에 네 차례 올랐으며 북셀러 베스트와 《로맨틱 타임스Romantic Times》의 리뷰어 초이스를 포함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렸고 열두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줄리안 맥클린은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의 킹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노바스코샤 울프빌의 아카디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는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에서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남편, 딸과 함께 캐나다 동부 해안 호숫가 집에서 살고 있다.

 

역자 : 한지희

 

재미 삼아 번역한 원고로 호기롭게 출판사 문을 두드려 번역에 발을 들였다. 취미를 업으로 삼는 삶이라니. 늘 그렇듯 운이 좋았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을 미리 염탐한다는 짜릿함에 매료돼 기획안을 만들고 번역을 한다. 두 세계의 고랑을 자연스러운 언어로 메우는 번역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옮긴 책으로는 《낯선 마을이 너를 부른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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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히사이시 조.요로 다케시 저자, 이정미 역자 / 현익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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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일본 음악계에서 '천재' 알려진 히사이시 조와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대담집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음악에 대한, 음악을 좋아하는 인간에 대한 깊은 학문적 성찰과 이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책이다. 독자는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 지는 5년 여에 불과해 아직 초보이고 이해도 깊지 못하지만 이 책에 관심을 둔 것은 이 책에 표기한 몇 개의 제목 때문이다.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음악에 감동하는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에 대한 두 저자의 대담 내용에 관심이 갔던 것이다. 특히 히사이시 조는 일본 현대 음악가로서는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스튜디어 지브리를 대표하는 많은 명작의 음악 감독으로서 더 잘 알려진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와 대담을 가진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는 독자로서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지만 뇌과학자로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두 거장의 대담은 예술과 창작,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며 지적 자극을 선사하고 있으며 이들의 감각적인 문장은 삶과 예술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간은 왜 음악을 만들고 예술과 감각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큰 주제 안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대담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 과학, 철학, 사회학, 인문학, 곤충의 생태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독자들에게 풍성한 지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폐부를 찔러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사랑하며 그의 음악적 사상을 엿보고 싶은 독자와, 음악과 인간을 잇는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연결고리에 흥미를 느끼는 클래식 애호가라면 꼭 읽어 볼 것을 권할 만한 책이다.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아 작곡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다채로운 영상미에 감동과 몰입감을 극대화해주는 아름다운 음악이 더해져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환상적이고도 서정적인 스토리에 더해진 음악들은 이젠 지브리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있다. 그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등 지브리의 전성기를 빛낸 작품들의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특히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로 쓰인 〈인생의 회전목마〉는 한국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히사이시 조는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외에도 여러 영화음악을 비롯한 작곡 활동을 이어 가는 한편 뛰어난 연주자이자 지휘자로서의 기량도 아낌없이 뽐내며 명실상부 현대 클래식 음악의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활발한 음악적 행보를 지속하며 늘 ‘좋은 음악’을 고민해 온 그가 이번에는 저명한 뇌과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를 만났다.

히사이시 조와 요로 다케시의 만남과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 펴낸 이 책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음악과 인간을 잇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결고리를 조망한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 좋은 음악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감각이 필요한지 등 다양한 화제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두 저자의 이야기는 유쾌하게 술술 읽히면서도 독자들에게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두 거장은 이 책에서 음악과 예술에 대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나눈 지적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고의 폭이 넓어진 것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이 점이 이 책의 특장점이다. 특히 히사이시 조의 팬들에게 이 책은 그가 지향하는 음악과 작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들, 작업 과정의 내밀한 사유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히사이시 조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로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지만, 뇌과학자와 만나 나눈 대담에서의 이야기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음악과 사람이 왜 친숙하고, 음악을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등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히사이시 조는 뇌과학과 곤충 연구를 중심으로 한 해부학, 그리고 사회·문화적 비평에 있어서 요로 다케시의 전문 지식과 견해를 존중한다. 또 요로 다케시 역시 히사이시 조가 음악 이론과 작곡법, 녹음 현장에 대해 논할 때 적극적인 경청으로 논의를 풍요롭게 한다. 같은 주제 안에서도 과학의 시선과 음악의 시선으로 서로 다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에서 두 저자의 시너지는 톡톡히 빛을 발한다.

 


 

이 책에서 요로 다케시는 〈프롤로그〉를 히사이시 조는 〈에필로그〉를 각각 썼다. 요로 다케시는 〈프롤로그〉에서 "히사이시 씨의 조리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좋은 음악을 듣는 기분입니다. 히사이시 씨와 대화하며 음악과 언어가 깊은 차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p.5)라고 말하고 있어 존중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음악과 함께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대화해 보면 알겠지만 히사이시 씨는 아주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차근차근 생각하고 그 결과를 잘 다듬어서 표현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대화를 나눠도 질리지 않습니다. 그와 대담을 나누다 무릎을 탁 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히사이시 조 역시 〈에필로그〉에서 요로 다케시에 대한 존경과 칭송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모든 이야기는 나선을 그리듯 연결되어 있어서, 대화가 무르익어감에 따라 세계의 인과관계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는 듯한 스릴과 서스펜스를 느꼈습니다. 그 내용이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있어서 저는 그저 감동과 설렘을 느끼며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요로 씨는 잠시 침묵했다가 '오래 들을 수 있는 것, 시간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음악가라면 누구나 품은 의문이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보내는데 요로 씨는 몇 초 만에 산뜻하게 즉답을 내놓으신 겁니다."(p.264~265)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음악에 감동하는 인간」, 2장 「감수성이 움트는 감각의 토양」, 3장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4장 「인간의 의식과 말」, 5장 「공감과 창조」, 6장 「모든 인간은 예술가다」 등이다. 이들 6개 장에서는 각각 10~15개의 소제목들로 대담의 핵심 내용이 흐트러지지 않게 지지하는 역할을 하며 장의 주제에 맞게 수렴되어 가고 있다. 내용 자체만으로 '잘 빚어진 항아리'를 생각나게 한다. 읽고 이해를 하고 나서도, 다시 읽어보면 다른 아름다운 의미가 깃들어 있는 대화를 나누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진행 과정은 잘 계획되고 방대한 두 저자의 이야기를 다른 분야로 확대시켜 독자들의 지적 충족의 관심을 끈다는 점에서 편집 기획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장 「음악에 감동하는 인간」에서는 인간이 왜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가?를 두 거장의 대화를 통해 이끌어내고 있다. 두 거장이 자신의 분야에서의 의견이나 이론 지식을 서로에게 제시함으로써 서로의 의견이 같아질 수 있다는 결론으로 수렴되고 있어서이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언어는 꼭 필요한 요소지만, 세상에는 언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형태의 예술은 바로 그 빈 부분을 채우고 표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책에서 요로 다케시는 ‘오늘날 사람들의 나쁜 버릇은 무엇이든 언어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현대 사회는 언어로 대표되는 인간 의식의 영향력이 비대해져 상대적으로 몸의 감각이 경시되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의 의식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고층 빌딩 사이에서 생명력이 박동하는 자연의 감각은 설 자리를 잃어 간다. 두 저자는 그러한 의식 중심주의의 풍조를 경계하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각을 깨우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원래 주제로 다시 돌아가서, 2장 「감수성이 움트는 감각의 토양」에서 마지막 소제목 '음악을 가장 감동적으로 듣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음악은 당연히 공연장에서 듣는 것이 가장 감동적일 것이다. 옛날의 앨범, 요즘의 CD로 듣는 것은 사실 정화된 음질을 위해 다양한 소리를 제거하고 듣는 것이라서 현장감이 없어서 감동이 덜 한다. 그래서 '감동적으로 듣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두 저자는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감동적이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연장 가기 전이나 혹은 공연장에서의 작은 '경험'이 감동을 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에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예를 들어 표를 구하지 못해 쩔쩔 매다가 가까스로 극적으로 표를 구해 공연장에서 직접 음악을 감상했다면 그것은 감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저는 음악에서 그런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 버튼을 몇 개 누르면 쉽게 받을 수 있는 음악에는 마음이 담기지 않아요. 금방 질리고 말 거예요. 무엇이든 그렇지만, 스스로 움직이고 노력해서 얻어낸 것은 쉽게 버리거나 그만둘 수 없어요. 처음에는 다운로드해서 들어도 좋으니, 그것을 계기로 그 뮤지션의 팬이 되어 CD를 사고, 콘서트가 언제 어디에서 있는지 스스로 알아보고, 표를 사고, 들으러 가기를 바랍니다. 음악을 가장 감동적으로 듣는 방법은 그렇게 스스로 노력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그 음악은 들을 수 없게 되지요."

이에 대해 요로는 "그렇습니다. 스스로 뛰어들어야 해요. 요즘 사람들은 미리 깔린 선로나 포장된 길만 가기 때문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죠. 포장도로 위에서는 재미를 찾을 수 없어요. 가끔 초등학생들을 곤충채집에 데려갈 때가 있어요. 저는 그저 곤충을 잡고 싶어서 나가는 거고, 아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돌보지만요. 대략 스무 명 정도의 아이들을 데려갑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 마음대로 곤충이 있을 법한 풀숲 같은 곳에 들어가지요. 잠시 있다가 돌아봐 보면, 아이들이 전부 길 위에 있어요. 산에 곤충을 잡으러 갔는데 길어서 벗어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길은 곤충이 걸어 다니는 곳이 아니야. 곤충을 잡으려면 깊에서 나와야지'라는 기본 중의 기본부터 말해줘야 해요."(p.103~104)

 


 

이 책은 또 음악을 큰 주제로 삼고 있지만 감각에 대한 논의의 범주를 청각에만 제한하지 않고 시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모두 언급하며 몸의 여러 감각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내·외부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뿐만 아니라 6장 「모든 인간은 예술가다」의 마지막 소제목 '야생의 사고'에서 요로는 "다들 제가 이야기하는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불안한가 봐요. '어떻게 그렇게 태평하세요? 신기하네요.'라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걱정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지 그게 훨씬 더 신기합니다. 살아남았으니 안심하자는 건 틀린 말이에요. 살아 있는 상태는 곧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니까요."

이와 관련, 히사이시 조는 의식의 틀에 갇힘으로써 발생하는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잊고 있었던 몸의 감각을 다시금 되살리자는 방안을 제시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에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인간은 원래 민감한 반응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그 감각을 얼마나 간직한 채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지금 감각은 명백히 쇠퇴의 길에 들어섰지요. 우리의 안테나가 무뎌졌어요. 거기서 비롯되는 문제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고요. 역시 야생의 사고로 돌아가서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것을 일깨우는 생활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p.262)

감각을 되찾는 일은 ‘살아 있음을 온전히 느낀다’라는 측면에서 삶에 대한 태도와도 관련이 깊다. 이 책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노년에 접어든 두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응원 섞인 조언이자 인간의 삶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다. 생의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 살아가는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는 인생은 아름답다.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우리가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이자 음악을 듣는 이유가 아닐까.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두 사람이 긴 세월 각자의 분야에 매진하며 쌓은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이 대담집은 예술과 음악을,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음 하나를 시간 속에 톡, 놓습니다. 거기서 여러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시간 속에 음악을 구성하는 건축 작업이 시작된 순간부터 쭉 객관적인 대상으로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음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지만요. 그런 점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은 시간 속에 객관적으로 구축한 걸작이기에 시대를 넘어 보편적으로 좋은 음악이 될 수 있었다고 봐요.(p.127) - 「제3장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저자 : Hisaishi Joe (히사이시 조, 久石讓)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지브리 작품들의 OST를 탄생시킨 세계적인 영화음악가이자 작곡가. 공연과 지휘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명작들의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에서도 감동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 베니스영화제 최우수 영화음악상,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음악상 등을 수상하며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요 저서로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가 있다.

 

저자 : 요로 다케시 (Takeshi Yoro,ようろう たけし, 養老 孟司)

일본에서 대표적 지성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요로 다케시는 1937년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곤충채집에 열정을 쏟아 대학에서 곤충 연구를 희망했지만, 최종 진로는 의과대학을 선택했다. 1962년 도쿄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해부학을 전공하면서 해부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오랫동안 도쿄대 의대 교수를 지내다가 1995년에 퇴임한 후, 지금은 도쿄대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사회시민단체 모임을 주도하고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뇌’를 주요 화두로 삼는 요로 다케시의 세계는 자연과학뿐 아니라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함으로써 각계각층에 새로운 ‘앎’을 전파하고 있다. 특히 요로 다케시의 저서는 전공인 해부학, 과학철학에서 사회비평, 문예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담론을 형성해 일본 문화계에 ‘요로 열풍’을 일으켰다. 저서로는 『바보의 벽』, 『신체를 보는 법』, 『유뇌론』, 『죽음의 벽』 등이 있다. 특히 『바보의 벽』은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신체를 보는 법』은 산토리 학예상을 요로에게 안겨주었다. 그중 『바보의 벽』은 ‘요로 철학’의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일본에서만 400만 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역자 : 이정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테니스 전술 교과서』,『배드민턴 전술 교과서』,『하버드 스탠퍼드 생각수업』,『7일 마스터 주식 차트 : 이해가 잘되고 재미있는 책!』,『자산이 늘어나는 주식투자』,『가격 경제학』,『주식 데이트레이딩의 신 100법칙』,『나의 첫 경제 공부』,『주식투자 1년차 교과서』,『줄서는 미술관의 SNS 마케팅 비법』,『사운드 파워』,『패권의 법칙』,『성공하는 말투 실패하는 말투』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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