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니스 - 거대 기업에 지배당하는 세계
팀 우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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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인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가 공산주의 체제의 경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냉전시대를 경험한 대한민국은 냉전시대의 한복판에서 공산주의 체제의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산업화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개개인의 소득도 올라 자본주의 맹점인 '부익부 빈익빈'을 눈감고 모르는 척할 정도로 이미 자본주의 경제 아래서의 자유경쟁에 깊숙이 빠져 있다. 우리 국민은 피와 땀의 댓가로 주어진 고소득에 만족하는 듯한 태도에서 반대론을 펼쳐내는 학자도 없다. 자칫 자본주의의 병폐를 부각시켜 경제 구조를 바꾸려 하면 '좌파' '공산주의자'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이다.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한다. 시장경제는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자연스러운 경제 원칙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 체계에 들어간다. 이것이 건전한 자본주의를 지탱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쟁이다.

경쟁은 효율을 만들고, 혁신을 불러온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는 중요한 맹점이 하나 더 생긴다. 자유경쟁 안에 답이 있다.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면 세상은 정체에 빠진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웅장한 정부관사, 거대한 기업 빌딩, 대규모 학교 건물과 병원 건물, 끝이 안 보이는 항만과 항공 허브, 그리고 초대형 도시들. 점점 커져가고 있는 이 모습을 보면서 누가 자본주의 경제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경제가 좋아 부의 축적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형빌딩도, 대도시도 건설되고 대형화된다는 당연한 논리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금 전 세계 경제가 경쟁 기회를 박탈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상적 성장’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의 저자 팀우도 『빅니스』론으로 동조한다. 이 모든 거대화는 건전성과 거리가 먼 왜곡 현상이다. 이런 성장은 실물경제의 성장을 동반하지 않는 금융 잔치다. 이런 성장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성장이다. 이런 성장은 지구 환경을 생각지 않는 지속불가능한 성장이다.

 

 

경제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규칙마저 어기면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기업뿐 아니라 병원도, 학교도 마찬가지다. 일단 덩치가 커지면 그 뒤에는 설령 방만 경영으로 위기에 빠져도 정부가 언제든 도와준다는 믿음이 있다. 또한 덩치가 있어야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정부도 큰 기업을 외면하지 못한다. 각국의 정부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안겨준다. 성장률이라는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공정한 경쟁, 건전한 경제 시스템에는 무관심해지고, 더 큰 기업을 만들어 더 큰 성장을 이룩하려고 한다. 지금 세계 주요국들의 성장률은 이런 식으로 달성된다. 실물경제가 나아져서 수치가 좋은 게 아니라 수치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약물을 투입하며 이룩한 기형적 성장이다. 기업들은 과독점 수준의 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M&A에 뛰어든다. 역사시대 이래 기업인수합병은 20세기 들어 가장 활발했는데 빈도와 규모 면에서 과거 어느 때에도 볼 수 없었던 수준에 이르렀다. 새로운 경쟁자는 M&A의 희생양이 된다. 아니 그들도 이제는 왜곡된 게임의 룰을 받아들여서 대기업에 팔아버리기 위한 수준까지만 혁신을 시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업 집중으로 인한 ‘거대함의 저주’에 맞닥뜨려 있다. 그것은 곧 부의 집중화, 빈부 격차의 심화, 거대 기업이 누리는 특혜 등 편중된 경제의 문제를 뛰어넘어 정치체제와 개인의 삶까지 위협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즉 자유 경쟁을 통한 건전한 시장이 아니라 부의 집중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할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고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꿰차고 있다.

이 책은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독점과 과점, 그리고 반독점의 역사를 냉철하게 돌아보면서 불평등한 경제구조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비교 분석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거대 기업이 어떻게 생겨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거나 방해했는지, 그로 인한 폐해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책에 따르면 어쩌면 사람들은 고급 안경과 선글라스 판매를 매우 경쟁적인 비즈니스로 여길지도 모른다. 대형 안경류 매장에 들어가면 아르마니, 레이밴, 티파니, DKNY, 버버리 등과 같이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안경류 중 일부의 수익률이 원가의 5,000퍼센트가 넘고, 세계적인 기업 룩소티카가 다수의 브랜드나 독점 특허권, 그리고 소매점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1년 이탈리아에서 창립된 룩소티카는 1990년에 이탈리아의 보그 아이웨어를 사들인 데 이어 레이밴, 선글라스 헛, 할인 소매점 렌즈크래프터스, OPSM, 펄 비전과 콜 내셔널, 그리고 2017년에는 주요 글로벌 경쟁사인 에실로를 인수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합병들을 무조건 승인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후 룩소티카는 다수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영향력을 발휘하여 소매점을 통제하며 도전자를 매섭게 징벌하는 종합적 전략을 써서 명품 브랜드 안경과 선글라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상품인 맥주는 어떠할까? 하이네켄, 스텔라 아르투아, 포스터스, 버드와이저, 암스텔, 레페 등 유명 맥주 브랜드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 않을까? 한때 지역 맥주 회사였던 벨기에의 인터브루는 30년을 거치며 전 지구적 차원의 기업 통합과 집중을 통해 거대 기업 AB인베브로 성장했는데, 하이네켄과 함께 전 세계의 주요 맥주 회사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은 맛으로 승부하는 수제 맥주 회사들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느슨한 법을 이용해 대형 수제 맥주 회사를 사들였고 이들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만들었다. 결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공을 거둔 수제 맥주 회사들도 AB인베브와 하이네켄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고, 경쟁은 둔화되어갔다. AB인베브는 심지어 수제 맥주를 비교 평가하는 웹 사이트까지 사들이기 시작해 맥주 시장의 경쟁을 더욱 방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 지구적 독점과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친 기업집중 사례로 화학약품업과 항공업, 이동통신, 제약업 등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서 기술 기업 독점을 겨냥한 사례, 즉 IBM, AT&T,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사상 최대 기업을 상대로 벌인 반독점 활동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그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에 공격적이고 교활하며 폭력적인 기계 같은 모습으로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쳐냈다. 사악한 컴퓨터 괴짜의 전형이자 탁월한 전략가였던 빌 게이츠는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직감한 뒤, 애플 매킨토시의 운영체제를 복제해 소비가 원하는 것 이외의 것을 묶음으로 내놓았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라는 작은 회사가 만든 최초의 웹 브라우저인 내비게이터를 복제한 익스플로러를 슬그머니 끼워 넣는 전략으로 새로운 독점사업 품목을 손에 넣었다.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폭주는 클린턴 행정부의 조엘 클라인과 유럽연합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고 기업 해체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문제는 합의를 통해 소송이 종결되어버렸다.

 

"어떤 회사가 일시적으로 지배적 위치를 점했다 해도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옛날 방식의 사악한 독점기업이 아니었다. 새로운 회사들은 모든 인간에게 달콤한 맛, 밝은 빛, 선의를 퍼뜨리는 데 헌신하고 있었다. 정보에 접근하고(구글), 싼값에 책을 사고(아마존), 전 세계적 공동체를 만든다(페이스북). 이에 대한 비용으로 비싼 값을 치르라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용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구글은 무료 이메일, 무료 지도 애플리케이션, 무료 저장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비즈니스라기보다 자선단체에 가까워 보였다. 당신이라면 적십자를 고소하겠는가?"

- 「세계 제국 건설에 나선 거대 기업들」 중에서

 

 

그 이후로도 경쟁을 조절해야 할 정부 관료들이 계속해서 주요 기술 기업들의 반경쟁적 합병 건을 승인해주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이다. 2004년에 사업 시작과 함께 주요 경쟁업체인 마이스페이스를 신속하게 해치운 페이스북은 단기간에 소셜 네트워킹 부문을 장악했다. 2010년대 들어 페이스북은 또 다른 신생 기업인 인스타그램의 도전에 직면하자 10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은 이 인수 작업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렇게 페이스북은 90건 이상, 구글은 최소 270건의 인수 작업을 했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2010년대에 전 세계의 정부들은 공룡 기업이 모두를 사들이고, 잠재적 위협으로 여겨지면 누구든지 매수하는 행태를 방지하거나 멈추게 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기술 산업계는 소수의 거대 트러스트로 재편되었다. 미국의 경우 검색과 관련 산업은 구글이, 소셜 미디어는 페이스북이, 온라인 상거래는 아마존이 장악해버린 것이다. 다른 경쟁기업들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약해지며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와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거대 기업이 독점적 권력을 갖게 되는 경우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목표다. 그것은 곧 반독점 프로그램과 독점으로 발생한 수익을 어떻게 재분배할지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난 세기의 교훈을 잊지 않고 되새겨봐야 한다.

이 책은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이야기 구조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고, 지난 세기에 이뤄진 부의 집중 현상과의 투쟁, 그리고 그 정치적 결과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1930년대의 독일과 일본이 각각 어떻게 파시즘과 군국주의로 치달았는지에 주목한다. 당시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독점기업과 국가 대표급 기업을 육성했는데, 이는 결국 경제 붕괴와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국제적 카르텔을 형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럽의 질서자유주의와 영미권의 반독점 전통이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미국의 법학자 루이스 브랜다이스와 유럽의 질서자유주의자들은 새로운 생각을 제시했는데, 사적 권력과 국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상은 전후 시대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60년대 무렵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제조업체가 된 IBM은 1969년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되었는데, 그 결과 개인용 컴퓨터 혁명으로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1970년대에 지구상의 최대 기업으로 10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던 독점기업 AT&T가 해체되면서 전화 자동응답기뿐 아니라 가정용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연결시키는 모뎀 등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을 팔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이로 인해 AOL이나 컴퓨서브 같은 온라인 서비스 산업이 가능해졌고, 집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양산해냈으며, 실리콘밸리의 창업 호황으로 이어졌다. 이는 반독점법이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이 기업의 독점과 카르텔화를 받아들인 대가는 1930년대 들어 더욱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역사가들은 독일의 주요 카르텔과 독점기업들이 독일의 나치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는지, 아니면 공범이었는지 그 정도와 규모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해 보이는 것은 독일의 경제구조가 독일이 독재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정한 조건을 만들었고 또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네 가지 측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독일의 경제 공황이 더욱 극심해지는 데 기여했다는 점, 둘째, 1930년대 초반 히틀러가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 중공업계가 조력했다는 점, 셋째, 독일 경제가 계획경제로 전환된 점,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독일의 독점기업들이 구체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 「세계대전의 불씨가 된 경제구조」 중에서

 

 

초국적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 바이오 산업이 코로나 19로 인해서 크게 각광을 받자 그간 인수합병에 열을 올렸던 회사들이 혜택을 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더 큰 인수합병이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고 기업이 커질수록 가질 수 있는 파워가 막강하기 때문에 바이오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들의 합병이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같이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기업끼리도 합병이 발생되고 있다. 국가 간 산업끼리 합병이 되면 개별 국가도 건드리지 못하는 초거대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반독점법은 굉장히 일리있는 법이다. 뭔가 그들이 자유롭게 제공하는 듯 하지만 대부분 락-인 방식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다른 것이 나오기 전에 싹을 자른다거나, 인수를 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기업이 되면 국가에서조차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통제를 할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무엇이 옳은가는 지금 따진다 해도 도움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기업과 개인, 기업과 국가간의 조화가 이루어지는가에 집중시켜 다시 한 번 돌이켜볼 문제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정책이나 구조는 누군가 불편한 채로 계속되면 결국 피해는 일반 소비자, 국민들이 모두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게 옳은 방식일까? 반독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있는데도, 세계가 좋은 방향으로 논의를 해가고 있는데도, 우리 기업,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우리 경제계나 우리 학계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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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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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로' 작가의 글은 다르다. 이 소설을 읽고 느낀 독자의 감정은 부러운 글솜씨다. 사실 권여선 작가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 무거운 주제다. 더욱이 과거 힘들고 괴로운 기억들을 무거운 글과 어두운 분위기의 언어가 아닌 우리 시대 오늘의 언어로 형상화해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하고 감동 받을 수 있는 글로 만든 것은 역시 '프로'답다고 느낀다. 그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밝고 명랑한 미래를 위한 힘 있는 성장소설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과거를 오늘에 되살리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가장 객관적으로 환부를 들여다보고 소설을 읽음으로써 치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프로'다. 그렇다고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이 '프로'답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혹시 오해할까 조심스럽게 사족을 붙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토우의 집』은 권여선 소설가가 이룬 가장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장독 뒤에 숨어서’라는 제목으로 계간 『자음과모음』을 통해 2014년 봄부터 가을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우리가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고통과 상실의 현장을 다루고 있다.

『토우의 집』의 주 배경은 큰 길 곁으로 골목마다 채국채국 집을 지어 머리를 치켜든 다족류 벌레처럼 보이는 삼벌레고개이다. 소설은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 이 산자락에 자리한 마을에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펼쳐낸다. 주인공 ‘안 원’에게는 언니 ‘영’과 동생 ‘희’가 있다. 이 세 자매는 주인집에 세들어 살고 있으며, 주인집 아들 ‘은철’과 마을의 비밀을 조사하는 스파이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원이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감옥에 갇혔다는’ 소문이 남긴 채, 세 아이들의 이름처럼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인혁당 사건’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은 ‘토우가 되어 묻힌’ 사람들의 자리, ‘토우의 집’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공간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그것을 상실하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뭔가가 있는데, 이를 부당하게 빼앗긴 사람들이 겪는 상처에는 무한한 사과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마음이 집필 동기가 됐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삼벌레고개 어린 스파이들의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내려간, 고통에 관한 고백이다.

 

 

산꼭대기에 바위 세 덩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 ‘삼악산’이다. 그 남쪽 면은 경사도 완만하고 바위도 적어서 산복도로를 냈다. 그리고 애벌레처럼 그 도로 옆으로 집들을 지었다. 우물집 둘째아들인 은철이네 집에 새댁네 식구가 이사를 온다. 새댁네 가족은 ‘안 영’ ‘안 원’ 두 딸까지 넷이다.

‘은철’과 새댁의 둘째딸 ‘영’의 직업은 ‘스파이’. 마을 우물에 빠져 죽은 처녀들의 수가 왜 ‘구십삼’인지 밝혀내고, 벽돌을 갈아 만든 독약으로 누군가를 벌하기도 하며, ‘새댁’ 혹은 ‘누구 엄마’로 부르고 불리던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낸다. 하지만 ‘개발기술’과 ‘귀밝이술’의 발음이 똑같은데 어떻게 어른들은 그걸 구분해내는지, 어른들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 투성이이다. 이 소설에는 아름다운 우리 고유어가 많이 등장한다. 물론 조금만 나이 먹었다면 뜻은 대충 아는 우리말들이다. '토우'라는 우리 선조들이 빚어냈던 흙으로 만들어 구운 여러 형상물이다.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토우(土偶)는 흙으로 만든 물상 또는 동물상(動物相). 장식적(裝飾的)인 용도(用途) 외(外)에도 풍요(?饒)와 다산(多産)을 기원(祈願)하는 주술적(呪術的)인 의미(意味)도 지닌 것으로 풀이돼 있다. 토우는 단어 자체도 한자어지만 굳이 우리말을 찾아 쓰지 않아도 뜻을 다 아는 고유어화돼 있다. 토우로 형상화된 사람들은 지난 역사에서 피해자가 된 많은 사람들, 민초들을 의미하지 않을까. 작가의 말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된다.

 

"나는 그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내 몸에서 나온 그 어린 고통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고통 앞에서 내 언어는 늘 실패하고 정지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어린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위해 이제껏 글을 써왔다는 걸. 그리하여 오늘도 미완의 다리 앞에서 직녀처럼 당신을 기다린다는 걸." (「작가의 말」 중에서)

 

 

이처럼 저자는 그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성장통에 담아 오늘의 우리 시대에 토우로 형상화시켜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위한 행동들의 장당화를 추구한다.

마을 사람들의 고민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고, 다른 듯하지만 비슷하다. 커가는 아이들, 남편의 월급, 새로 이사 온 새댁의 가족사 등. 마을 여인들의 하루 이야깃거리가 되었다가 인생의 큰 고비가 되었다가 운수패를 두고 나면 다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는 남자들이 한 명씩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번번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삼벌레고개는 작게 진동한다.

원이네는 막내딸 ‘희’가 태어나면서 다섯 가족이 된다. 딸들의 이름을 이어붙이면 ‘영원희’. 하지만 가족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김밥을 몇 줄 살뜰히 챙겨 산에 오르려던 어느 날, 덕규는 처음 보는 사내들의 부름을 받고 따라가 원이가 교복 입을 나이가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시종일관 큰 요동 없이 차분하게 진행되는 이 소설은, 삼벌레고개 마을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 아래를 고요히 흐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위태롭다. 밥을 먹는 것, 학교를 가고 출근을 하는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 내부의 균열과도 같은 고통을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덕규가 양복 입은 사내를 따라간 것처럼.

 

 

저자는 이 소설로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김동리를 기념하기 위한 상,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욕심 없이 평온하게 이어가는 우리 선조들의 삶(이 작품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정도)이 '가장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심정, 같이 어울려 사는 삶을 바라는 한국적인 삶을 우리의 언어로 빚어냈기에 수여된 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故) 김동리 선생의 작품 세계와 잘 맞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장독 뒤에 숨어서’라는 제목으로 계간 <자음과 모음>을 통해 2014년 봄부터 가을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고통과 상실의 현장을 다루고 있다. 토우의 집 배경은 삼악동이다. 삼악산 남쪽 면을 복개해 산복도로를 만들면서 생겨난 동네였다. 큰 길 곁으로 골목마다 채국채국 집을 지어 머리를 치켜든 다족류 벌레처럼 보인다고 해서 삼벌레 고개라고 불린다.

소설은 1970년대 일곱 살 동갑내기인 은철과 원의 시선을 통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펼쳐낸다. 김순분이 주인인 우물집엔 네 가구가 살았는데 도합 열세 식구나 되었다. 어느 날 새댁과 남편, 딸 둘(영과원)이 이사를 오게 되었다. 새댁은 펜에 펜촉을 끼워 남성적인 글씨체로 한문을 휘갈기는 걸 보고 복덕방장이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쏟아놓는다. 순분네 아들 금철은 동생 귀에 껌을 구겨 넣는 장난을 하고 병원에 다녀 온 뒤로 매타작은 종적을 감추었다.

 

 

 

역사의 아픈 기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해 나간다. 이 책에 나오는 유신정권은 1972년도 유신헌법이 발효되면서 출범한 정권이다. 실질적인 영구 집권을 목표로 발효된 유신헌법에 격렬한 반독재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서 진압하였지만, 결국 많은 희생을 냈고, 몇 년 뒤 유신 체제도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유신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독재정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붙잡아 가두고 심지어는 사형으로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입을 막으려 했다. 정부의 눈밖에 날 경우 죄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뒤집어씌울 때다. 이 중 한 사건이 소위 '인혁당 사건'이다.

인민혁명당 사건을 말한다. 유신정권 당시 정치권력에 종속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불법이 낳은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 시기에 따라 1차 인혁당 사건(1964년)과 2차 인혁당 사건(1974년)으로 구분된다. 1974년 4월, '2차 인혁당 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소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중앙정보부가 1974년 유신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을 수사하면서 이 배후·조종세력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 이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 내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사건을 말한다. 중앙정보부는 1974년 4월 25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이 민청학련의 배후에서 학생시위를 조종하고 정부전복과 노동자, 농민에 의한 정부 수립을 기도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법원은 1975년 4월 8일 도예종 등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판결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이 소설은 ‘토우가 되어 묻힌’ 사람들의 자리, 역사적 비극의 공간을 그리고 있다.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내려간 고통에 관한 고백이다. 직접 책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고통'의 본질은 '인혁당 사건'에 있음을 이제 우리는 안다. 그 시절 암울한 분위기의 사회와 그 속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낸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삶이 그려져 토우의 집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아득해 모르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토우의 집은 깜깜한 무덤

 

저자 : 귄여선

 

1965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하대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상처와 일상의 균열을 해부하는 개성있는 작품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도 제3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사랑을 믿다'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감정과 그 기복을 두 겹의 이야기 속에 감추어 묘사하여 호평을 얻었다. 저서로는 소설집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 숲』, 『안녕 주정뱅이』, 『아직 멀었다는 말』, 장편소설 『레가토』, 『토우의 집』, 『레몬』, 산문집 『오늘 뭐 먹지?』가 있다.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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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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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일하고 저녁 퇴근 후에는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든지, 여흥을 위해 술을 한 잔 한다든지, 또 때로는 영화 관람이나 콘서트에 가는 등 우리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아름다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정을 나누고 사랑을 하며 좀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열심히 일에 매진한다. 일도, 여가도 혼자서 즐기기보다는 역시 함께 어울려 즐겨야 기쁨이 크다. 또 함께 어울려 나누는 정은 삶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어느 날부터 우리 모두는 잃어버렸다. 가끔씩 ‘잠시 멈춤’을 하고 또 때에 따라서는 ‘거리 두기’가 방역의 기준이 돼 단계가 올랐다내렸다를 계속하며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우리의 올 한 해 일상은 그렇게 잃어버렸다. 내년을 기약하지만 언제쯤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잠시 멈춤과 거리 두기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생활 양상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대면이 일상화 되고, 거의 모든 문제를 서서히 혼자 하게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이라 해서 컴퓨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의 편리한 점만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필수적으로 비대면 시대라는 말에 두려움도 느낀다. 아날로그 감성을 갖고 최첨단의 디지털 문화에 공감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만 종료된다면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다면 그때 가서 맞춰 살면 되니까. 그것이 삶이니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요일별로 줄을 서다 지금은 그런 일은 없지 않은가. 이미 변해버린 지구 환경 속에서 계속 당황하고 우울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니. 다가올 걱정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는 게 먼저니까.

 

 

COVID-19로 '집콕'이란 말이 널리 퍼졌다. 이번 팬데믹으로 처음 나온 신조어는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게 코로나 때문이다. 방역을 위해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집안에 들어앉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생업도 학업도 불가피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사람들의 모임이나 집합을 꺼리다보니 자연히 집밖에는 갈 데도 없고, 갈 수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비자발적 칩거이다.

'집콕'이란 한때 유행했던 '방콕'에 이은 신조어로 컴퓨터 인터넷 등에서 자주 쓰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게 된 말이다. 원래 우리 선조들이 쓰던 '두문불출(杜門不出)'이란 말도, 칩거(蟄居)란 말도 모두 한자어로 요즘 말로 하면 자발적 집콕인 셈이다. 두문불출이란 말이 잘 쓰이지 않은 이유는 요즘 우리가 하는 집콕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발적인 뜻은 같지만 말의 어원이 정치적인 뜻을 담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킨 뒤 1392년 7월 16일에 공양왕의 선위 형식을 빌려 조선 국왕에 즉위하자 고려의 유신 72인이 끝까지 고려에 충성을 다하고 지조를 지키기 위하여 이른바 부조현(不朝峴)이라는 고개에서 조복을 벗어던지고 이곳에 들어와 새 왕조에 출사하지 않았다. 이때 조선 왕조는 두문동을 포위하고 고려 충신 72인을 불살라 죽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칩거나 은둔도 자발적이긴 하나 정치적 의미보다는 사회로부터의 피난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른 듯하다.

 

 

이 용어들의 뜻을 굳이 말하는 것은 이 책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의 저자 정재혁이 '능동적' '자발적' 집콕을 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미 5년 전부터 능동적으로 비대면 집콕 생활을 실천해 왔다고 한다. 저자는 그만의 노하우로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법에 대해 차분히 귀띔한다. 일반인들은 집에만 있는 시간이 괴로운데 저자는 자신이 실천해보니 꼭 괴로운 것만은 아니다라는 점을 이 책에서 피력하기 때문이다. '비대면'도 사회적 용어이지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 아니다. 사람간 접촉이 가장 큰 전염 원인이기 때문에 사람간 접촉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방법은 비접촉이고 비대면이다. 저자의 비대면 실천은 능동적, 자발적이지 코로나로 인한 비자발적 집콕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를지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비대면이 한시적으로 가장 좋은 방역 활동 실천 방법이니 '집콕' 선배인 저자의 말은 일상이 예전대로 돌아가기 전에는 유용할 수 있으니 경청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저자의 집콕 생활 중 하나인 동네 산책과 빵 만들기, 반려견과의 놀이, 해시태그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즐길거리 찾기 등 다소 사소한 실천들이지만, 약간의 주의와 관찰만 곁들인다면 제법 새로운 모험과 도전, 어깨가 들썩이는 항해와 발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봄이 아닌 코로나가 찾아왔던 지난 봄. 하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시절은 일상에 해시태그를 달았다. 만남이 제한된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21세기 우리는 와이파이 망 안에도 살고 있다. #를 붙여가며 별 탈 없이 어제와 오늘이 지속된다. 집에서 라이브, 집에서 영화, 집에서 스포츠, 심지어 술자리…. 디지털, 웹의 역사도 반 세기를 향하고 있으니 니름의 역사가 쌓일 만도 하다. 사람은 참 뭘 하지 못해 안달난 존재다. 얼마 전 어느 기사에서 일본의 SF 소설가 오가와 사토시는 “코로나는 인류 최대의 즐거움 중 하나인 ‘집회’를 앗아가버렸다”고 성을 냈는데, 지금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만남으로 가득하다. 나조차 #에 접속해 라이브 공연을 보고, 영화를 감상하고, 심지어 몇달 전에는 처음으로 랜선 인터뷰까지 했으니, 인간은 웬만해선 어떤 상황에서든 무언가를 하려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정전이 되면 우린 오래전부터 촛불을 찾곤 했다.(p. 51~52)

 

 

저자는 서서히 얘기를 풀어간다. 자신의 집콕 생활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현재 일상의 멈춤과 거리 두기를 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말을 주기 위해서다. 또 그 희망의 메시지에는 슬기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을지 모른다. 독자도 이 책을 열심히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멈춤’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이지만, 결코 물러서는 걸음이 아니었다."

많은 뜻을 내포한 이 한줄의 문장에서 어느새 저자는 코로나 탓에 갑작스러운 거리 두기 일상을 보내느라 골머리를 앓는 이들에게 슬며시 자신이 먼저 겪어 익숙한 ‘비대면 집콕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멈춤’을 통해 알게 된 고마운 일상과 의미들에 관해. 에세이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언제나 가족과 연인, 그리고 떠들썩한 모임을 찾게 마련인 우리에게 혼자 지내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고 귀띔한다. 홈트레이닝과 랜선 술자리, 홈터파크 등의 트렌드는 일시적 위안일 뿐이다. 독자로서는 도무지 재미 있거나 즐겁지 않을 것 같은데 저자로서는 나쁘지 않나보다. 저자도 역시 ‘멈춤’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외로웠으며,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겪고 느끼고 관찰해서 깨달았던 저자의 일상은 답답하기만 한 코로나 시절을 힘겹게 통과하는 우리에게 반가운 힌트를 줄 것으로 믿는다.

 

 

"'오프'라는 말을 좋아한다. 치장을 하지 않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랑하지 않아도 기죽지 않는 수더분한 오프의 시간을 좋아한다. 오프라는 말은 요즘 유행하는 아날로그의 오프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유행되려 할 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자리'로서의 오프를 좋아한다. 벌써 5년째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지만, 내게 그런 오프의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았다. 오늘도 종일 집, 그리고 아파트 단지 안만 어슬렁거렸지만 오프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오프라는 건 내게 '온' 바로 옆자리 - 너와 그들의 곁, 그리고 세상과 나 사이에 작동하는 말이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보내는 일상에 그런 스위치는 애초 성립할 리 없다. 매일이 무언가를 하기 위함이어떤 애씀의 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바보 같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무게, 그렇게 '온'을 갈망했던 날들에 '오프'는오히려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었따. 그곳을 다시 찾는 오후였고, 그 지긋지긋했던 마감 언저리의 일상을 다시 서성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보 같은 걸음으로 5년여. 나는 스위치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p. 20~21)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 31편을 통해 ‘마주 오는 누군가를 피해 걷고, 주위 인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자신이 직장 생활을 했던 때는 알 수 없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와 성장을 덤덤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내 가까운 이웃일 수도 있는 그의 고백이 여전히 코로나 시절을 감당해내야 하는 우리에게 뜻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책에는 《바자》와 《싱글즈》 등 여러 잡지에 게재되었던 저자의 흥미로운 칼럼들도 함께 실었다. 표지 그림은 에드워드 호퍼의 《ROOM BY SAE》로, 저자의 기호와 책 내용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이미지다.

 

 

저자 : 정재혁

 

저자는 5년 전 뜻밖의 병원 신세를 지면서 직장을 관두고 집에 머물러야 했다. 치료를 반복하며 가족의 보호를 받아야 했던 순간에는 당혹스럽고 열패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대로 멈춰 지낼 수만은 없었다. 불가능할 줄 알았건만 다시 크고 작은 매체에 글을 쓰고, 낯설기만 했던 동네 산책에 나서고, 제빵 기술을 배우거나 해시태그의 도움을 얻어 온라인 공연 관람에 심취하기도 하면서 그는 서서히 혼자만의 일상을 만끽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기회도 얻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했는가 하면 《미스터 트롯》에 심취한 어머니와 서먹했던 이웃의 존재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전문지 《씨네21》, 여행지 《AB-ROAD》, 남성지 《GEEK》, 패션지 《VOGUE KOREA》 등에서 기자로 10여 년간 근무했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7년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PUBLY’에서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 ‘쓰는 시대의 도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행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게스트 통역 업무, 교통방송 DMB 채널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본어 프로그램 레귤러 패널과 일본문화원 리포터 경력이 있다. 저서로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이 있으며,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를 번역했다. 현재는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관한 사사로운 글을 쓰면서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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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 지음 / 선한이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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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시작된 COVID-19 사태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채 한 해를 넘기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예전 일상은 추억으로 가슴에 묻힌 채 그리워하고 있다. 이 사태가 있기 전 몰랐던 평범한 일상들의 소중함. 서로 담소를 나누고 위로와 사랑을 나누었던 시간 모두 그립고 그런 추억을 함께한 사람들이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온라인 세상을 들여다보면 각종 매체 속에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 속에 타인을 향한 비방과 분노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 많은 지 깨닫지 못한 채 자신 몫 챙기기에 바쁘다.

비난과 분노가 세상에 가득 차면 얼마나 살기 힘들지 알지 못한 채 분노에는 더 큰 분노를, 비난에는 상상을 초월한 비방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따뜻한 이웃들, 선한 이웃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벌써 아귀다툼과 서로의 이익만 탐하는 전쟁터로 변했을 테니까. 큰 범죄만 주로 다루는 매스컴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즐기려는 일부 사람들의 욕망만을 좇아 세상이 움직인다면 결코 보이지 않을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바로 우리 이웃 이야기, 선한 이웃 이야기는 찾아보면 너무 많다. 바로 내 이웃이고 선한 이웃의 이야기다. 이 책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는 그런 선한 이웃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기획하여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주제로 공모전을 통하여 선정된 이야기를 모아 출간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세상이 점점 메말라 가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많아지는 현 시대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위로가 필요한 시대이기에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아직 우리 사회가 각박한 세상이 아닌 평범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라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들이 차고 넘쳐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출판사는 약 3주간의 기간에 걸쳐 실시한 결과 다양한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총 170편이 모아졌고 우선 9편을 선정했다. 모든 글이 훌륭하고 귀한 내용이지만 한정된 글만 책으로 묶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는 게 출판사 측이 말이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채택된 글들이 채택되지 않은 귀한 글들의 감동을 대변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힌다.

 

 

책에 수록된 총 9편의 글 하나하나가 참으로 귀하고 감동적이다. 위로가 필요하고 주변 이웃들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귀한 감동을 줄 것이라고 독자는 확신한다. 또한, 우리 선행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우리 사회가 선하다는 점을 알리는 일에 동참하기 위하여 이 책의 이익금은 모두 미혼모를 위하여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감동을 더하는 이야기다. 미혼모의 삶은 힘들지만, 이들의 아이를 향한 헌신과 희생, 사랑은 주는 사람들의 뜻은 모두 귀하다. 한 생명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삶, 그분들의 귀하고 소중한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훨씬 큰 감동을 느끼리라 믿는다. 세상이 점점 메말라 가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많아지는 시대에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로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코로나로 2020년은 어느해보다 힘든 시절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이런 위로와 감동, 공감, 용기의 글들이 세상에 필요하다. 이 책의 발간 취지에 독자도 적극 공감하고 응원한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세상을 사는 지혜와 조언이 되기도 했다. 성탄절과 연말, 새해에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아름답고 여유로운 삶이란 자신의 것을 타인과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나눔이 어디선가는 생명을 살리는 힘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힘내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한 선교사의 '사랑이라는 믿음 하나로' 제목으로 쓴 글이 인상적이다. 이국 땅에서 본인이 받은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분의 이야기다. 처음 읽을 때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 나서 여운과 울림, 감동이 컸다. 인도에서 젊은 나이에 자신을 위한 모든 것이 구축된 한국생활을 청산하고 빈민가에 있는 인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진해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현재 COVID-19 상황에서 이방인의 삶만으로도 쉽지 않을 텐데 묵묵하게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삶을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마터 테레사 수녀를 떠올리게 한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존경과 감사의 마음도 일어난다.

 

떠난 이유는 단 하나. 사랑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와야 했던 이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으리요..글서 ‘사랑’이라는 믿음 하나로 오늘도 나는 인도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사랑...지금이 바로 ‘사랑’이 필요할 시기가 아닐까...(p. 37)

 

나의 단 한번 뿐인 인생의 한순간만이라도 사랑이 필요한 곳에서 함께 울고 함께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그 ‘사랑’을 전하면 전할수록 그 사랑이 더해지고 내 삶에 기쁨·평안·소망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나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사랑으로 믿음을...믿음으로 사랑을...표현하고 고백하게 되었다.(p. 39)

 

 

또 '층간소음 극복기'를 쓴 짧은 글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 소음이 발생하면 서로 이해하기보다는 불평 불만이 생기고 잦은 다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심한 경우 분노를 참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일들이 그것이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층간소음을 극복하는 데는 이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알게 된다.

결벽증이 있는 분이 퇴근하고 집에 가면 늦은 시간에 청소를 함에 따라 아래층 사람과 다툼이 생겼다. 당연히 아래층과 심한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이 분은 본인의 질병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사과하면서 아래층 사람과의 다툼과 갈등을 해소하는 간단한 일이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극복 과정도 서로의 단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결책 등을 논의하면 간단하게 해소될 문제가 상상 이외의 큰 문제로 번지는 일을 막기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갈등을 해결하면 쉽게 풀릴 일이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그 관계는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 간의 대화와 이해라는 것을 말이다.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니, 관계는 금방 회복됐다.(p. 96)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자신을 사랑하듯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도 생각나고, 남을 도울 때 아무 도움을 바라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도 생각난다. 우리는 그런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 9편의 글에서 받은 감동은 에필로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일.

그리고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는 일.

 

 

한 번뿐인 인생.

우리 주변의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면

우리의 인생은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이웃.

우리의 가족.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조금만 더 희생하고,

조금만 더 배려하고,

조금만 더 인내하면

우리로 인하여 우리 주변이 참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일에 우선 저부터 먼저 실천하겠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절대 소홀히 않으며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사랑당신이 있어 오늘 하루도 참 행복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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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 깊고 단단한 삶을 위한 방법
이솜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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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퍼인드』를 대하며 독자의 머릿속에는 우울증의 원인을 찾고 치유를 위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프랑스 파리의 정신과 의사 꾸뻬 씨가 전하는 특별한 행복론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다. 현대인의 우울한 마음의 원인을 진단하는 책들을 펴내며 작가로서도 명성을 얻고 있던 정신과 전문의 프랑수아 를로르가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만족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가는 시대, 복잡한 현대인의 심리의 핵심을 짚어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마음을 움직인다.

성공한 정신과 의사 꾸뻬 씨. 그의 진료실은 언제나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어느 날, 꾸뻬 씨는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마음의 병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그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꾸뻬 씨는 진료실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지 ‘행복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어느덧 그의 수첩엔 행복의 비밀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다.

이후 꾸뻬 씨는 '인생' '우정' '시간' '사랑' 여행을 떠난다. 물론 행복 여행이 대단한 인기를 얻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가 연작 형식으로 쓴 소설들이다.

 

 

『퍼인드』의 주인공 정식은 특출난 재능도 없고, 공부에 뛰어난 머리도 없으며, 재력도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스물일곱 청년이다. 정식은 주변 친구들과 달리 취업도 하지 못한 채 의욕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꿈속에서 한 노인을 만난다. 삶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던 정식에게 노인은 인생의 방향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마음가짐을 바꾸고 1년만 버텨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잠에서 깬 정식은 노인의 말대로 스스로 자아상을 그리기 시작하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그의 인생은 점점 바뀌어가는데…. 1년 후 정식은 노인의 말대로 달라져 있을까?

『퍼인드』는 삶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쉽고 지루하지 않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에서 벗어나 소설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주인공 정식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보면,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성장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삶을 경영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을 책 속 ‘MIND UP’ 부분을 통해 고지시켜준다.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면서 힘든 순간을 마주한다. 그러면 방향을 잃은 아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삶의 한복판에 우두커니 멈춰 서게 될지도 모른다. 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유 없이 불안과 우울감으로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거나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매일매일을 괴로움 속에 빠져 지내기도 한다. 그럴 때 나를 일으킬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에서 다소 냉소적이지만 삶의 벽 앞에 무기력하게 지쳐 있는 정식은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하루 종일 뭘 해야 할지 몰라 집 안에 박혀 있으면서도, 언젠가 자신의 목표를 찾아내 달라질 모습을 기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식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꿔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나는 안 돼’ ‘나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야’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오히려 ‘어렵더라도 도전해볼까’ ‘그래도 한번 해보는 게 좋겠지?’라고 마음먹는다면 조금은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없다’가 아닌 무엇이든 ‘있는’ 삶으로, 나만의 성장 가치를 찾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위기에 빠진 사람일수록 기댈 무언가가 필요하다. 저자가 책을 쓴 계기 역시 자신이 경험한 실패와 극복의 과정을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작은 것을 ‘감사’하는 태도로 받아들이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순간순간의 고비를 극복한다면, 비로소 깊고 단단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처럼 정식은 '나'를 찾는 데 성공하고 독자들은 희망을 선물 받을 것이다. 독자들은 또 이 책에 나오는 기억해야 할 여러 문장을 필사해가며 꼼꼼이 읽는다면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각종 어려움과 난관 극복의 희망 메시지로 활용할 수도 있고, 행동이 뒤따른다면 분명 한 뼘씩이라도 성장을 거듭하며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독자는 믿는다.

 

 

독자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심리치유서를 읽으면서 각 내용이나 기술 방법 등은 다르지만 모든 책에 깃들어 있는 정신이 있다. 그것은 '감정의 순화'이다. 독자가 임의로 붙인 말이어서 적절할지 모르지만 긍정적 감정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은 분명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감사'의 마음을 얘기하는 책이 많다. '감사하라'는 말은 성경에도 나온다고 한다. 아마 '작은 일'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뜻인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이 늘 머릿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으면 사람을 대할 때 배려의 마음이 따라오고, 친절의 마음도 뒤따른다. 이렇게 감정은 습관처럼 붙어다닌다. 긍정적 감정은 긍정적 마음끼리, 부정적 감정은 부정적 마음끼리. 이렇게 살아간다면 매우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에 나오는 말 중 기억에 남기거나 필사해 둘 필요가 있는 말을 몇 개 뽑아 적어본다. 저자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의 일부이다.

 

* 인생의 방향은 스스로 결정한다.

* 상황은,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해석'이 만든다. 상황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현재에 있다.

* 감사는 능동적으로 하라. 내 시선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옮겨놓을 수 있다.

* 승자효과를 기억하라. 이기는 경험은 계속 이기게 하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

* 돈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과 같다.

* 신념이 무서운 이유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져서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땐 그것이 원래 내 것이였던 것 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 나의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우선은 공부하면서 정리한 내용들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한다.

내가 아는 것과 경험한 것, 내 안의 모든 것과 세상을 컬래버레이션한다.

 

 

저자 : 이솜

 

열등감과 불만으로 가득한 ‘말 많은 보통 아이’로 자랐다. 20대 중반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접한 글쓰기에 재미를 느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소설 공모전에 응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동안 방황하다가 그럼에도 쓰는 게 좋아서, 방향을 바꿔 에세이를 썼고 작가가 되었다. 진짜 꿈은 좌절로 인해 버려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꿈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버려진 통에서 건져내어 품에 안는 순간, 꿈은 새롭게 재탄생된다. 수년간의 실패 덕분에 소설형 자기계발서인 이 책에 도전할 수 있었다.

 

헛짓은 없으며 오직 해석만 있다고 믿는 사람

실패도 언젠가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실패의 기억이 새로운 기록이 될 때까지 하는 사람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지런히 오늘도 쓰는 사람

인스타그램 @happysom0.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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