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수필을 평하다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수필은 창작문학'이라는 저자 오덕렬의 평론집이다. 『창작수필을 평하다』를 읽어보면, ‘붓 가는 대로’라는 잡문론을 왜 버려야 하며, 어떻게 수필의 문학성을 높여, 수필을 창작문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평론가이자 수필가인 저자 오덕렬이 21편의 〈창작 · 창작적 수필〉을 엄선하여 평을 하면서 애써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수필은 창작문학이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 수필, 에세이, 산문, 생활수기, 신변잡기 등 그 명칭이 혼용되면서 수필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붓 가는 대로’의 잡문론이 한 세기를 지배한 결과다. 이에 수필가 오덕렬이 직접 21편의 〈창작 · 창작적 수필〉을 발굴, 거기에 현대문학 이론에 근거한 평문을 붙인 것이다.

이 때문에 『창작수필을 평하다』는 한국 수필계 최초의 〈창작 · 창자적 수필〉 평론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서 언급된 21편의 수필은 박연구 「외가 만들기」, 유주현 「탈고 안 될 전설」, 반숙자 「백일몽」, 정채봉 「스무 살 어머니」, 피천득 「수필」 등 각각 〈창작 · 창작적 수필〉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대표적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수필은 〈에세이(수필)〉 → 〈창작적 수필(에세이)〉 → 〈창작수필(에세이)·산문의 詩〉로 진화 ·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런 진화 · 발전 과정에서 진화의 특징을 말해주는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작품평’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21편의 작품과 그 평을 음미하다 보면 수필의 진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존 우리가 배운 수필에 대한 지식을 잠시 옆자리에 놔두고 배움의 자세로 이 책을 경청하고 싶다.

 

 

저자는 어떤 문제작이 발표되면 그 작품을 평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 작품에 대한 평자(評者)의 도리고 의무다. 그런데 우리 수필계에는 〈창작수필〉 평론 활동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수필 문단의 불행 중 하나다. 이에 창작수필 평론가인 저자가 〈창작 · 창작적 수필〉 21편에 대해 개별 작품 평문을 쓰고 작품의 질을 높였다. 단순한 덕담 수준의 평이 아닌, 현대문학 이론에 근거한 평문으로서의 격을 갖추어 평론가가 해야 하는 '작품에 대한 정확한 평'을 한 것이다. 이 일은 수필계 최초의 평론이며 이 글들을 모아 〈창작 · 창작적 수필〉 평론집을 냈다.

저자에 따르면 문학은 구체적인 형상(形象)이라 했다. 어떤 정서나 서사, 감정, 이성 등 인간이 생각해내는 추상을 형상(形象)화 시키는 게 문학이란 말로 읽힌다. 즉 예술가의 생각은 없는 것을 있게(BEING·EXIST)는 만들 수 없다. 다만 문장을 가지고 어떤 형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비유(은유·상징)를 창작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붓 가는 대로’를 주장하고 가르치는 일이 왕성하고, 세상은 여전히 수필을 ‘신변잡기’라 한다.

 

 

책에 따르면 '한국 산문의 詩 문인협회'는 〈‘붓 가는 대로’를 공개 부정, 폐기〉 및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운동〉 선언식을 지난 2015년 가진 바 있다.소설이 “소설(小說)이란 잔 나부랭이의 속된 말”(정주동: 《고대소설론》, 형설출판사, 1981. 11쪽.)이란 원뜻을 버리고 소설이란 명칭만 취하면서 현대문학의 길을 택하여 지금의 위치를 차지하였듯이, 수필 역시 수필(隨筆)이라는 명칭만 취하고, 현대문학 이론에 기초한 창작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 수필산문의 ‘창작적 변화’를 연구해온 선각자들이 있어서 지금은 수필이 〈창작·창작적 수필〉 시대를 맞아 산문의 꽃인 〈산문의 詩〉까지 진화하여 제3의 창작문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1세기가 넘게 이론 부재의 장르로 수필은 제대로 발전을 못했다. 타 장르에 비해 100년이 늦은 것이다. 이 책을 그동안 세간의 비아냥거림을 잠재우고 수필 쓰는 사람들을 ‘우물 안 개구리’에서 창작의 대명천지를 보게 할 것이다. 수필 평론가,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를 공부하는 수필가, 수필교실 선생님, 수필을 공부하는 문학도는 물론 수필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저자는 밝혔다.

 

 

1. 춘희 엄마의 이야기로 풀어낸 동백꽃 시정(詩情) / 정태헌 「동백꽃」

2. 허구적 사실의 소재 형식 / 목성균 「소년병」

3. 조각보 구성법에 의한 창작 / 피귀자 「조각보」

4. 은유적 동일성의 형상화 / 이현재 「유리창」

5. 액자 구성법의 창작 / 반숙자 「백일몽」

6. 여심(女心) 수필의 한 전형 창조 / 은옥진 「내 마음 깊은 곳에」

7. 한 형식 창조의 구성 작품 / 김선화 「순환(順換)의 톱니」

8. 한 문장 수필 형식의 실험 / 선정은 「용(龍)은 산을 넘고」

9. 대화적인 독백체 문장 세계 / 김광 「동굴洞窟에게」

10. 사투리 의물화의 독백체 언어 세계 / 김연분 「미꾸라지의 변」

11. 의물화 형식의 문장 세계 창작 / 권현옥 「나는 손톱입니다」

12. 아까시나무를 의물화한 창작작품 / 김영곤 「내가 사랑 받는 이유」

13. 사투리 문장법의 의인화 / 전미란 「하루살이」

14. 시적 정서의 산문적 형상화 / 정경희 「그 텁텁헌, 그 끈끈헌」

15. 상상력으로 사물과의 대화를 통한 〈소년기〉를 형상화 / 김열규 「어느 바다의 少年期」

16. 상상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창작적인 산문 / 변해명 「섬인 채 섬으로 서서」

17. 구성적 비유의 존재론적 형상물 창작 / 장금식 「따뱅이」

18. 서사 구성법에 의한 창작적인 산문수필 / 박연구 「외가 만들기」

19. 수필서사의 창조적 구성법에 의한 〈창작적인 산문수필〉 / 유주현 「탈고(?稿) 안 될 전설(傳說)」

20. 운문(시) + 산문(수필) 양식의 작품 / 정채봉 「스무 살 어머니」

21. 피천득의 「수필」은〈 수필〉이 아니고 〈산문의 詩〉다 / 피천득 「수필」

 

 

이 책의 마지막 21번째 평론은 금아 피천득의 「수필」에 평문을 붙인 것이다. 어떤 이는 피천득의 「수필」을 ‘수필로 쓴 수필론(隨筆論)’이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냥 ‘수필’ 작품이라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수필이 아니라 시(詩)라고도 한다. 이에 오 작가는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피천득의 「수필」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소개하면서 “피천득의 「수필」은 〈수필〉이 아니고 〈산문의 시〉다.”고 결론짓는다. 수필문단에서 피천득의 위치를 폄훼하는 것은 우리 수필문학의 전반을 폄훼하는 우를 범할 수 있으리라 독자는 생각한다. 그만큼 지난 세기 우리 수필문학계에서 피천득을 뛰어넘을 만한 수필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독자의 수필문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수필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독자의 생각에 별반 반기를 들지 않으리라 믿는다. 수필이란 문학도 사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를 통해 그의 글 「수필」을 처음 읽고 알았다.

그리고 시, 소설, 희곡으로 대별되는 문학에 대한 인식으로 수필은 늘 뒷전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면도 없지 않다. 이 책 『창작수필을 평하다』 저자도 이 점에 있어서는 독자와 인식을 같이하는 것 같다. 사실 수필은 문인들의 등용문으로 지난 세기 자리잡았던 각 신문사 신춘문예에도 수필은 자리가 없었다. 철저하게 배제돼 온 것이다. 이젠 우리도 수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참고로 독자는 어렸을 때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피천득의 '수필'이란 제목의 글 일부를 소개한다. 그 다음글은 사전적 의미의 수필이다.

"수필(隨筆)은 청자 연적(靑瓷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鋪道)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住宅街)에 있다. 수필은 청춘(靑春)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中年)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情熱)이나 심오한 지성(知性)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隨筆家)가 쓴 단순한 글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에세이(essay)는 중수필(formal essay), 미셀러니(miscellany)는 경수필(informal essay)이라 한다.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수필을 말하며 후자는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의미의 수필을 말한다. 요즈은 경중을 가리지 않고 에세이로 불리우는 것 같다. 중수필의 부재 탓인지, 경수필의 확장 탓인지 모르지만.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영어의 essay는 프랑스어의 essai에 그 기원을 둔다. 프랑스어의 '에세(essai)'는 '시도' 또는 '시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 말은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엑시게(exigere)'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창작수필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합의문을 결의했다고 지난 저서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하나, 에세이의 시조는 몽테뉴이고, 창작에세이는 찰스 램에서 싹텄다. 두 장르가 함께 발전하도록 힘쓴다.

둘, ‘붓 가는 대로’는 잡문(메모)론으로 단 한 줄의 창작론도 없다. 이에 우리는 이를 공개 부정, 폐기한다.

셋, 창작문예 수필문학이 제3의 창작문학이 되면서, 이제 변방문학 시대를 청산하고 문학의 중심부에 서게 될 날을 기대한다. 제3의 창작문학은 창작의 마루에서 <산문의 詩>로 태어날 것이니, 작품 창작과 이론 개발에 온 힘을 쏟는다.(p. 291)

기발한 아이디어다. 또 저자의 수필에 대한 애정과 관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다른 수필집에서 볼 수 없는 수필문학론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수필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독자는 저자의 수필이나 비평을 평할 수준이 못 되고, 새로운 수필 문학의 움직임에 응원을 보낸다. 아니,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우리 수필문단은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글, 좋은 책, 좋은 수필가를 만난 즐거움이 크다. 그리고 그의 글 중 기억에 남겨둘 몇 개 문장만 소개한다.

 

「소년병」은 회상 기억으로 쓴 창작 작품이다. 그러니까 망각의 강을 건넌 사실의 소재를 작품의 제재로 삼았다는 말이다. 허구적 사실의 소재―변질·왜곡된 정서적 경험 기억의 잔상을 창조적 구성법으로 작품화했다. 창작문예수필의 형식인 〈허구적 사실의 소재 형식〉의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허구적 사실의 소재 형식」 중에서

 

창작 작품을 읽는 사람은 작가가 창작한 상상력[허구]의 세계를 감상하려는 것이고, 에세이를 읽는 사람은 허구가 아닌 사실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 에세이를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작은 창작대로 분명한 창작의 모양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고, 일반 산문문학은 그것대로 분명하게 생각을 짓는 문학의 논리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한 문장 수필 형식의 실험」 중에서

 

창작문예수필의 태생적 특성은 창조적 실험 문학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개념은 몽테뉴의 에세이 개념인 ‘시도하다’ 혹은 ‘시험하다’에서부터 시작된다. 실험은 현대문학이 추구하고 있는 최선의 창작 개념이다. 창작문예수필 작가는 이 같은 창조적 개념을 가진 문학을 하는 사실에 종래의 ‘붓 가는 대로라는 잡문(메모)론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문학적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 「한 문장 수필 형식의 실험」 중에서

 

 


저자 : 오덕렬

 

평생을 교직에 몸담은 교육자이자 수필가로, 방송문학상(1983) 당선과 <한국수필> 2회 완료추천(1990)으로 등단하였고, 계간 <散文의詩>를 통해 ‘산문의詩 평론’ 당선(2014)과 ‘산문의詩(창작수필)’ 신인상 당선(2015)으로 산문의詩 평론가와 산문의詩 시인으로 재등단하였다. 수필집 <복만동 이야기> <고향의 오월> <귀향> <항꾸네 갑시다>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수필선집 <무등산 복수초> <간고등어>, 평론집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등을 펴냈다. 광주문학상과 박용철문학상, 늘봄 전영택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모교인 광주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임 시절 ≪光高문학관≫을 개관(2007)하여, 현재 은사님 16분과 동문 작가 103명을 기념하고 있으며, 문학관 개관 기념으로 ≪光高 문학상 백일장≫을 제정하여 매년 5월에 광주전남 중·고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을 편찬 중이며,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운동으로 <창작수필>의 문학성 제고와 <산문의詩>의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생일대의 기쁨이고 행복감이다. 특히 서울에서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아마 평생 벌어 한 번 있을까말까한 큰 성취다. 지나치게 비싼 집값 때문에 '거품' '부동산불패' 등의 수많은 신화와 논란 속에서도 결코 부동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저금리 시대로 들어갈수록 집값은 오히려 뛰는 등 시장 논리로서도, 투기 논리로서도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적절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인구 많고 땅 좁은 대한민국에서 서울 집값은 원래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욱이 산업화 시대를 거치고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가 개발 정책을 펴면서 자고 일어나면 뛰는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각종 세금 부과 정책이나 걍력한 규제 대책도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오늘이 제일 싸다던데…"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돌고 있다.

 

 

서울 시민들은 거의 절반 가량이 집 없이 남의 집을 빌리거나 임대료를 내고 산다. '내 집' 마련할 때까지 허리띠 졸라매고 사치품은 물론 생활 필수품마저 안 사며 집 사는 데 올인한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뛰는데 월급 받아 집 사는 것은 당초부터 불공정 게임일지도 모른다. 집 가진 사람은 자고 일어나면 부자가 되고, 집 없는 사람은 자고 일어나면 거지가 되는 악순환 속에 빈부의 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에 이어 이젠 지방 대도시 중심으로 서울과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전제가 부동산 혼란 속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이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의 저자 김민정은 자고 일어나면 "내가 화제의 ‘벼락 거지’가 되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인 직장인이다. 평범하게 일하고 차곡차곡 저축해 왔지만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하루아침에 전세는커녕 월세 난민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려왔다. ‘영끌’ ‘몸테크’ 등 부동산 대란 속에서 무주택자들의 애환이 담긴 신조어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으거나 극악의 주거 환경을 몸으로 때우며 먼 미래로 삶을 유예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구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도 쉽지 않은 ‘내 집 마련’을 해낸 ‘1인 가구’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울 인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1인2묘 가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는 뭐든 혼자서 해내려던 저자가 내 집을 마련하고, 고양이 두 마리, 친구들을 만나며 ‘따로 또 함께’의 삶으로서 비혼 라이프를 갱신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새로운 오늘에 대한 기록이다. 비혼을 결심하고 1인 가구로서 내 집 마련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자신의 집에서 그녀는 과연 행복하게 쭉 잘 살고 있을까? 유튜브 화제의 채널 ‘1인2묘 가구’의 내 집 마련 분투기와 그 후의 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공감과 거부감을 함께 준다. 부동산 문제와 혼자인 직장 여성의 문제, 세상에 대한 시선, 사회 인지 능력 등은 많은 공감이 가고 한편으론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비혼주의'라는 말엔 거부감이 든다. 물론 저자는 책에서 비혼주의자라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지만 비혼에 우호적인 글을 쓴 것으로 보아 '아직은 비혼주의'임을 은근히 내비치는 것엔 동의하지 않고 싶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1인2묘 가구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동화라면, 흔한 성공담이라면 이쯤에서 이야기는 최종장을 맞이한다. 하지만 ‘1인2묘 가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내 집 마련 이후, 드레스룸을 만들고 인테리어 소품들로 로망을 실현하며 집을 채워 가던 저자는 어느 순간 집 안에서 고립되고 만다. 드레스룸은 옷들의 블랙홀로 전락하고, 일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반복하면서 '옥천 허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문 앞에 택배가 쌓이고…. 저자는 이때의 자신을 아파트 앞 거치대에 방치된 자전거들 같았다고 표현한다.

방황하던 저자는 잠시 일을 그만두고 집 안에 가만히 머물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돌보기 시작한다. 화이트 인테리어를 둘러싸고 고양이와 기 싸움을 하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드레스룸을 정리하고 서재로 바꾸기도 하면서 저자는 깨닫는다. 버지니아 울프가 외쳤던 ‘자기만의 방’은 ‘자기만의 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1인2묘 가구’가 새롭게 정립한 가훈은 다음과 같다. 주 30시간 노동 준수하기, 현대 기술에 적당히 외주를 주고 집안일에서 해방되기, 내가 먹을 요리에는 고기 듬뿍 넣기, 매일 밤 잠들기 전 회사 탈출 궁리하기. 저자가 이 원칙들을 어떻게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지는 책 속 특별 코너에서 구체적인 팁과 함께 확인하면 된다.(〈미니멀 옷장을 유지하는 방법〉, 〈작은 주방은 언제나 심플하게〉, 〈나만의 소비 원칙들〉 등.)

 

 

비혼이라고 하면 으레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단골 질문들이 있다. ‘눈앞에 진짜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도 결혼 안 할 거야?’ ‘혼자서 살다가 아프면 어떡해?’ ‘모든 걸 다 혼자서 해결하는 거야?’ 등. 이미 비혼의 길을 걸어가고 있거나 고민 중인 여성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뾰족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의 느낌뿐이지만 저자 자신도 아직 고민 중인 문제인 것 같다. 다만, 그 고민과 시행착오의 여정을 독자들과 솔직히 나누고 싶은 듯하다. 진짜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할 수도 있지. 잼 뚜껑이 안 열리면? 같이 열 수 있는 친구들을 찾으면 되지. 아니, 그것보다 노인, 장애인, 아이 모두가 좀 더 쉽게 열 수 있는 잼 뚜껑을 만들면 좋겠네.

‘관은 1인용!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가족에 관한 생각에 대변혁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어머니의 죽음, 페미니스트 모임, 새로 생긴 동네 친구 등이 계기가 되어 집에 4인용 테이블을 들이고 자신만의 느슨한 가족을 찾아 나선다. 제도 밖의 새로운 가족을 꾸려야 하기에 비혼이야말로 가족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지금껏 찍어 왔던 무수히 많은 점을 선으로 이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렇게 저자는 유튜브 ‘1인2묘 가구’ 채널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책도 태어나게 되었다. 온전히 독립적이면서도 때로는 함께하는 삶을 위해, 오늘도 ‘1인2묘 가구’는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시간을 가꾸고 키워나가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집주인 대신 다음 세입자 구하기, 친절한 용달 업체 수소문하기, 밤낮없이 쌍욕을 해대는 옆집 남자에게 사과 한 봉지 들고 부탁하기…. 저자가 14년 동안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세입자로서 시달려 보니, 집 없는 자와 집 없는 ‘여자’가 겪는 설움은 달랐다. 내 집 마련은 딴 세상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저자가 혼자 사는 여성이야말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다.

집을 사겠다는 결심 이후, 2년간 많게는 파이브잡까지 뛴 끝에 드디어 운명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남향, 고층, 20평 이상, 서울과의 근접성까지 이상적 조건을 모두 갖춘 집이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면서 욜로, 소확행, 플렉스에 빠져 살던 저자가 이렇게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실제로 이룰 수 있었던 건 먼저 내 집을 마련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부동산 관련서도, 성공담도 아니다. 다만, 전국의 수많은 1인 가구 중 하나로서, 저자의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동료 1인 가구들에게 발신하는 메시지이다. 이 책은 많은 집 없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교과서로 읽힐지도 모른다.

 

저자 : 김민정

 

1985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19세부터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서울과 경기도를 전전하다가 자취 14년 차에 내 집을 마련했다. 현재 고양시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직업은 방송작가, 정체성은 페미니스트. 2019년부터 ‘1인2묘 가구’라는 비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 1인2묘 가구, 인스타그램 : @KMJCAT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융의 미래 - 팬데믹 이후 10년, 금융세계를 뒤흔들 기술과 트렌트
제이슨 솅커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금융의 미래는 역동적이고 파괴적일 것이다."

금융의 미래가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따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전율일 일만큼 어두운 예측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처럼 돈이 휴지조각이 된다는 말인지, 금융 시스템이 마비돼 은행 및 기타 금융 거래가 올스톱된다는 의미인지 예상하기조차 힘들다. 혹은 달러 중심의 세계 금융 시장이 위안화나 유로화 중심으로 개편된다는 뜻인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저자는 10년 안에 다가올 대부분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실 그 시작은 몇 년 전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였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금융은 독보적인 힘이 있어 언제나 기술의 중심에 있던 산업이었고, 결국 금융, 은행, 무역 사이에서 어느 쪽이 힘을 가지고 있는가는 곧 큰돈이 어디서 만들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의 미래에는 또 다른 시장이 나타나 신기술이 새롭게 보급될 것이며, 특정 주요 기술이 완전한 포화상태를 이룰 것이다.

모두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정체와 전망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앞으로 이 정체불명의 코인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금융의 미래』의 저자 제이슨 솅커는 이 책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이런 암호화폐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떤 역할을 할지, 그 가치는 어떤 변화를 겪을지를 밝혀내겠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걱정이 더해지는 것은 이같은 사실이 이 책 내용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

 

 

저자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금융의 미래는 여러 가지 ‘지속 가능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실제로, 금융과 세계 경제의 미래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부채, 최근 대규모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 지원 혜택의 고갈 등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부 역시 이런 흐름을 어떻게 타느냐에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조금은 겁나는 예측이고, 돈과 독자는 별로 친하지도 않아 애써 태연해보지만 세계 금융의 이상 변동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고 판단,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을 걱정할 뿐이다. 세계 경제의 변동, 특히 금융의 변동으로 피해를 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IMF와 2010년의 금융 위기.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최신 트렌드의 변화와 개발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러한 기술과 트렌드는 앞으로 10년 혹은 그 이후에도 금융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근거 자료를 뒷받침하여 이미 달라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변화해갈 금융의 변화를 그려 보인다. 이 책을 통해 남보다 한발 앞서 금융의 변화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금융은 더욱 역동적이고 파괴적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변할수록,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날의 도난 대상은 물건이 아닌 정보이다. 원격으로 도둑질이 가능한 세상이라 채권보다 암호화폐를 노리는 조직이 많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 궁금하다면 필독을 요구한다. 독자는 배우는 자세로 정독을 하고 싶다. 평소 관심이 크지 않은 거시경제의 금융, 국가경제의 금융, 세계경제의 금융을 배우고, 직간접으로 닥쳐올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ㆍ수익을 내기 위해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

ㆍ거대한 메뚜기 떼들이 일으키는 거품은 계속될 것인가?

ㆍ암호화폐는 앞으로 10년 안에 어떻게 발전하는가?

ㆍ엄청난 데이터 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ㆍ블록체인은 파괴적 기술로 남을 것인가?

ㆍ양자 컴퓨팅은 금융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ㆍ사이버 공격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ㆍ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ㆍ빠르게 증가하는 부채는 어떤 위험을 불러일으키는가?

ㆍ핀테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ㆍ미ㆍ중의 패권 다툼이 금융에 미칠 파급효과는?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부문으로 나눠 금융 시장의 동향, 기술의 동향, 장기적 위험, 세계의 동향을 살펴보고 미래를 분석한다. 저자는 금융 시장의 동향, 기술의 동향, 장기적 위험, 세계의 동향 등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미래를 분석한다.

제1부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동향과 최근 금융 시장에서의 변화, 그리고 이후의 금융의 미래에 대해 설명한다.

제2부에서는 핀테크 등 금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 신기술과 이 기술들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설명한다.

제3부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 부양을 위한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와 상황에 대해 논한다.

제4부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강력한 다툼에 대한 평가와 세계의 동향을 다루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지식 부족으로 저자의 주장이나 판단, 분석 등에 집중하고 읽을 수 있어 좋다. 매우 일목요연하게 구성되어 서로의 연관성과 분석한 결과가 읽으면 쉽게 이해하고 관련 지식을 습득해 스스로 판단하도록 배열돼 있어 경제나 금융에 대해 무지(無知)의 상태에서도 잘 배울 수 있도록 쓰여 있다.

 

 

코로나 이후 최신 트렌드의 변화와 개발속도가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혹은, 그 이후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독자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라는 말이 독자에게는 경제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계 경제 및 금융 경제의 현실과 전망, 그리고 과거의 반성까지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느낌이다. 그동안 경제 문제에 대해 피하듯이 무관심했던 독자 스스로 반성하면서 코로나 이후 '부의 흐름'에 개인의 입장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 지 가늠하는 훌륭한 독서였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세계 1위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팬데믹 이후 10년의 금융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다. 예측을 했다기보다 미래 금융을 독자가 예측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지만, 이미 존재했던 기술이고 패턴이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조명이 비춰졌으며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다. 비트코인 같은 것들은 사실 2009년 만들어졌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10년의 금융과 경재를 예측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이 책에 가상화폐, 암호화폐,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핀테크, 로보어드바이징, 로보칼립스 등의 많은 경제 용어들이 언급되면서 일부는 충분한 설명도 나와 있다. 이런 단어들이 생소한 독자는 새로운 경제 용어와 신기술들은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는 벅찬 과제도 부여받았지만 지금부터라도 따라가지 않으면 영원히 모르는 채 생을 마감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며 오싹한 기분까지 들었다. 공부하고(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것 외에 다른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장기적 위험 중 하나인 미연방 정부의 부채 증가 속도다. 세계 경제가 팬데믹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채를 늘리고 있다. 미 연방정부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 정부의 지불 능력 한계 시점이 2035년으로 보고 있다.(은퇴자 증가로 사회보장비용 등 여러 비용이 증가한다. 부채에 대한 이자, 실업률 등) 인구 감소는 재정 지원을 유지하는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 지난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연준, 유럽은행, 일본은행은 대차대조표를 확대해(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허상의 돈을 만들어 여러 자산(대출, 채권 등)을 매입했다고 강조한다. 역시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중앙은행들은 대차대조표를 확대했다. 마이너스 금리로 달려가고 있다. 이를 '양적완화'(중앙은행에서 신규로 대량의 화폐를 공급하는 것)라고 부른다.

미국의 양자 경제(양자 상태란 중앙은행이 모든 것을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 중앙은행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경기 침체 때 구매자의 역할을 하게 되어, 이것이 반복되면 최악의 상황인 중앙은행이 경제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

 

 

데이터가 기업의 자산이 되었으며, 핀테크 등으로 금융거래가 쉬워졌고 은행을 잘 이용하지 않던 많은 사람에게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예전보다 쉽고 간단하게 거래를 하게 됐고, 디지털에 무능한 사람도 기능을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디지털 금융거래 보안이 위험해 금융 당국이나 디지털 운용 담당자들이 보안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안은 이윤을 가져가 주지는 않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기업은 보안에 투자를 해야한다. (기업이 보안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당장이윤을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니. 또 대용량의 데이터와 많은 거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양자 컴퓨팅도 이 책에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필수불가결한 양자 컴퓨팅 도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암호화 보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코로나로 인해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정치에 이용될 것이며, 기본소득은 달콤해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야 하는 점을 들며 잘 살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정부가 걷은 세금으로 주는 것이니 주면 받고, 못 받으면 할 수 없고' 정도로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라는 점을 깨댣게 됐다.

기본소득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킨다는 점,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시회 전체에 끼칠 영향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게 됐다. '서둘러 도입할 필요는 없는' 제도로 생각하게 됐다.

 

 

이와 함께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돼온 미중 무역전쟁은 무역의 이름으로 벌이는 강대국간의 패권 전쟁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이 때문에 변화될 수 있는 상황에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모든 지식들은 개개인이 투자할 때, 미래를 예상할 때 사용되며, 이에 따라 기업을 분석하고 국제적인 투자를 할 때도 가이드라인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경제를 등한시 해왔던 독자에게는 필요성이 경고로 들리고 위기감도 일어나지만 세계 경제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으니 차근차근 공부를 더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을 읽고 앞서 열거한 것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고 '경제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든다. '경제는 모르니까', 혹은 '부자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등으로 얼버무리며 미뤄왔던 경제 공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은 보람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불황의 여파로 현재 인플레이션 비율은 예외적으로 낮다. 높은 실업률과 불황에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을 때, 돈을 쓰지 않는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보조, 구호, 및 경제보장 케어스법(CARES Act)에 의해 재난지원금을 받고도 사람들은 확실히 돈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인플레이션 발생을 억누르고 있다."(본문 중에서)

 

 

저자 :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PRESTIGE ECONOMICS와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FUTURIST INSTITUTE 회장.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금융 예측가이자 미래학자 중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43가지 평가 기준을 통해 블룸버그가 선정한 최고의 예측 전문가로 꼽혔다. 이 중 유로화, 영국 파운드, 러시아 루브르, 중국 위안화, 원유 가격, 천연가스 가격, 금 가격, 산업 철강 가격, 농산물 가격, 미국의 일자리 등 총 25가지 평가 기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가 내놓은 분석들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타임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에 실렸으며 CNBC, CNN, ABC, NBC, MSNBC, FOX, FOX BUSINESS, BNN, BLOOMBERG GERMANY, BBC 등에 출연한 바 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행사에 참석하며 민간 기업, 공기업, 산업 단체 등 다양한 행사장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일의 미래, 블록체인, 비트코인, 암호화폐, 양자컴퓨터, 데이터 분석, 예측, 가짜 뉴스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나토(NATO) 및 미 정부에서 자문 역할을 했다.

출간 도서로는 21권이 있고, 이 중 11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 이후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 『THE PROMISE OF BLOCKCHAIN』, 『FUTUREPROOF SUPPLY CHAIN』, 『THE FOG OF DATA』, 『ROBOT-PROOF YOURSELF』, 『FINANCIAL RISK MANAGEMENT FUNDAMENTALS』, 『MIDTERM ECONOMICS』, 『SPIKES: GROWTH HACKING LEADERSHIP』, 『READING THE ECONOMIC TEA LEAVES』, 『BE THE SHREDDER』, 『NOT THE SHRED』 등이 있다. 저서 『AFTERSHOCK』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래학자로 선정되었다. 현재 오스틴에 거주하면서 주와 연방 선거의 텍사스 당선인에게 조언해 주는 초당파적 기구 텍사스 기업 리더십협의회 소속 CEO 100명에 속해 있다. 전미법인이사회연합에서 정부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각종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다. 끝으로 텍사스 내 저명한 초당파 리더십 그룹인 텍사스 레퀴움 집행위원회의 재무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할 곳이 없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아줌마, 잔소리 대신 시를 쓰다
채유진 지음 / 내가그린기린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이 쓴 시와 시작 메모 형식으로 쓴 책을 독자들은 많이 봐왔다. '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독자들과 시인을 연결시켜주는 시작 메모는 시를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시맹(詩盲)'인 독자도 시인의 시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 종종 이런 책을 사본 경험이 많다. 시의 내용을 시인이 시 쓰기로 옮긴 이유와 내용을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시 낭독회에서 시인을 초대해 시의 강연을 통해 설명 듣는 것과 비슷해서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아 시와 독자, 시인과 독자를 가깝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 『말할 곳이 없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는 시와 시작 메모, 그리고 한 가지 더 추가한다. 시마다 하나의 질문을 덧붙인다. 매우 간단한 형식이고, 특별할 것도 없는 구성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직접 읽어보면 받는 느낌은 무척 다르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책은 채유진 시인이 쓴 시와 시작 메모, 그리고 독자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가 건네는 위로' '나이 마흔 잔소리 대신 시를 쓰다' '다들 먹고 사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세상의 한 조각이 되어' '말할 곳이 없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애쓰지 마세요' 등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주제어 겸 제목으로 정하고 시인의 시 5~10편씩 나누어 담았다. 50편의 시다. 그리고 50개의 질문을 덧붙였다. 이 질문이 시의 내용과 시를 감상하면서 느끼는 것, 주제어에 대해 사색해보기, 그리고 감상이나 질문의 응답을 글로 써보기 형식으로 돼 있다.

1장 첫 시 '섬'을 예로 들면, 시는 다섯 줄뿐으로 짧다.

 

당신이 떠나고

나는......

섬이 되었다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옆 페이지엔 산문이 조금 길게 쓰여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섬과 섬이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섬으로 살면서 섬인 줄 모르고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섬은 육지가 되고,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본래 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섬에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서 점점 더 멀어집니다.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섬이 되어 다른 섬을 멀리서 바라만 봅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뒷 페이지에 첫 질문이 나온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구체적 질문 같지만 광범위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쉽지 않은 질문이다.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스스로 '섬'이 되었다. 섬의 첫번째 상상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에 빠지면 빠질수록 아무도 오지 않는 외로움을 섬으로 비유한 것이다. 시의 생명인 은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시인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한 느낌을 담은 시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고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걱정과 감정 등으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전한다.

군더더기 없이 하얀 종이 위에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시를 읽으면서 저자가 시와 짧은 글, 생각해봐야 하는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면 공감하기는 어렵지 않을 터다.

시를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시인이 사람과의 관계, 행동, 상황, 감정들에 대해 얼마나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시인은 또 나이 마흔 잔소리 대신 시를 쓰다, 다들 먹고 사는라 고생이 많습니다 등 우리가 살면서 내뱉는 독백 같은 언어들로 제목을 정한다. 이도 일상에서 길어낸 시의 소재가 된다. 그리고 시가 되고 제목이 된다. 자신의 고민과 감정 표현에 익숙지 못한 독자들에게 시에 대한, 또 감정 표현에 대한, 그리고 솔직한 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다. 우리의 일상이 곧 시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사랑, 외로움 등 무게감 있는 언어만 시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골골송'이라는 재밌는 단어도 시어로 채택한다.

골골송이라니, 가족 중에 누군가가 오랜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 그러나 보기 좋게 독자의 느낌을 강타한다. 골골송은 '고양이가 기분이 좋거나 편할 때 내는 소리를 노래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친절한 주석까지 달았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사랑이 필요하다

 

기르는 고양이도 사랑받고 싶어서

아침마다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온다

 

마음도 살아있어

사랑받으려고 나에게 기댄다

 

사랑을 받는 고양이는 기분이 좋아

골골송을 부른다 (하략)

 

 

시인은 '프롤로그'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이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고 책 발간 취지를 밝혔다.

그리고 마지막 50번째 시 '희망의 빛'에서, 희망의 불빛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라고 주문한다. "아주 작은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희망을 바라볼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고 응원하면서...

 

어두운 밤에는

어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략)

마음에도 어두운 길이 있습니다

마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길입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작은 빛이 있습니다

희망의 별이 무수하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저자 : 채유진

 

누군가 “시가 뭐예요?”라고 묻는 말에, 그녀는 “말할 곳이 없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에는 평범한 아줌마 가면을 쓰고 정체를 감추고 있지만, 시를 쓸 때만큼은 그 가면을 벗고, 솔직하고 수줍은 소녀의 마음을 이 책에 꼭꼭 눌러 담았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외로움을 느끼고, 세상과 공감하고 싶지만, 말로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했기에 잔소리 대신 시를 쓰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 그녀는 ‘다들 먹고 사느라 고생이 많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너무 애쓰고 살아가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가, 자신의 글이, 깊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저서 《당신이 좋아집니다》, 《그리움의 연가》가 있다.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INKWRITER0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개성공단은 남북한 사이에 놓인 외줄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제3도시』는 가상의 도시이긴 하지만 지금 북측 지역에 있는 개성을 말한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남과 북이 만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던 강민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손으로 웃음을 막은 강민규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람들 틈에 섞였다."(본문 중에서)

 

남과 북의 관계는 언제나 긴장 관계에 있다. 외줄과도 같은 관계 속에 한가운데 놓인 개성공단.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개성공단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중소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기술로 건설된 개성공단에는 북한 근로자 5만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결제는 달러로 이뤄지고, CU 편의점에는 북한 종업원이 근무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남북한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이 매던 넥타이로 목이 졸린 상태로 죽은 한 사람이 시작된다. 남북한이 함께 공존하는 개성공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CCTV나 블랙박스가 없는 곳에서 살인 사건의 배후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제 3도시로 표현된 개성공단은 매우 정치적으로 조성된 공업지구이다. 남과 북 대치 상황에서 통일을 위한 작업의 하나로 평가되기도 하고, 단순히 남북 양측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두고 조성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하나로 북측 지역인 개성시 봉동리 일대에 개발한 공업단지이다. 개성공업지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2000년 8월 9일 남쪽의 현대 아산과 북쪽의 아태, 민경련간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여 공단 조성에 단초가 되었다. 그 이후 북측이 2002년 11월 27일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함으로써 구체화되었다.

개성공단 조성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하여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인 사업이다. 2002년 11월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 공포한 이후 12월 남측의 한국토지공사, 현대아산과 북측의 아태. 민경련간 개발업자지정합의서를 체결하였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착공식을 가졌고, 2004년 6월 시범단지 2만 8천평 부지조성을 완료했다. 2004년 10월에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04년 6월 시범단지 18개 입주업체 선정 및 계약을 체결하였고, 2004년 12월 시범단지 분양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의 첫 반출이 있었다. 2005년 9월 본 단지 1차 24개 입주업체 선정 및 계약 후 2006년 9월에는 본 단지 1차 분양기업 첫 반출이 있었다.2007년 6월에 1단계 2차 분양업체를 선정하였고, 2007년 10월에는 1단계 기반시설 준공이 있었다. 2010년 9월에는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하였고, 2012년 1월에는 북측 근로자가 5만명을 돌파하였다.

 

 

개성공단은 북측이 토지를 남측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토지임대기간은 토지이용증을 발급한 날로부터 50년이다. 토지임대차 계약은 남측의 개발업자와 북측의 중앙공업지구지도기관과 한다. 남측에서는 공단조성을 하는데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역할을 분담하였다. 즉 한국토지공사는 자금조달, 설계. 감리, 분양 등을 맡고, 현대아산은 시공을 맡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업계획 수립, 인허가, 대북업무 협의 등은 공동으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004년 4월에는 공장구역 1단계 100만평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하였다. 남측에서는 2007년 5월 ‘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법률’을 제정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2007년 12월에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출범하였다. 2010년 7월에는 ‘개성공업지구 기업책임자회의’가 창립되었다.

북측에서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은 2002년 11월 20일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430호로 채택되었고, 2003년 4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715호로 수정 보충되었다. 이 법은 모두 5장(제1장 개성공업지구법의 기본, 제2장 개성공업지구의 개발, 제3장 개성공업지구의 관리, 제4장 개성공업지구의 기업창설운영, 제5장 분쟁해결), 46개 조문으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수많은 법과 제도를 마련한 후 실행된 개성공단은 남북 양측 통치자간 합의해 이뤄낸 통일을 위한 단계적 절차로서 남북경제협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공업도시다.

 

 

개성공업지구법에 의하면 개성공업지구는 국제적인 공업, 무역, 상업, 금융, 관광지역이다. 공업지구는 공장구역, 상업구역, 생활구역, 관광구역으로 구분한다. 공업지구에 투자할 수 있는 자는 남측 및 해외동포, 다른 나라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이다. 북측의 기관, 기업소, 단체는 원칙적으로 공업지구의 사업에 관여할 수 없다. 투자를 장려하는 부문은 하부구조건설부문, 경공업부문, 첨단과학기술부문이다. 개발업자는 공업지구에서 주택건설업, 관광 오락업, 광고업 등을 할 수 있다. 기업은 북측의 근로자들을 종업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관리인원과 특수직종의 기술자, 기능공은 공업지구관리기관에 통보하고 남측 또는 다른 나라의 인력들을 채용할 수 있다.

 

원종대 사장은 공장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섰다. 출발 전에 개성 공단 주유소에서 파는 면세유를 차에 채우기 위해서였다. 출발하는 사장을 배웅한 직원들은 현관에 서서 출근하는 북한 직원들을 맞이했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 옆에 있는 보관함에서 꺼낸 명찰을 가슴에 달고는, 총화를 갖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갔다. 강민규는 북한 직원들의 출근을 지켜보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회의에 참석했다. 각자 할 일을 보고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 끝날 즈음 유순태가 자리에 앉는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데 여긴 개성 공단이라는 걸 명심하게.”

- 「낯선 땅에서」 중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3년까지 약 8년강 운영된 특별공업지구이다. '개성공단'은 당시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북한은 외화벌이, 대한민국은 인건비 절감) 향후 통일의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과거부터 계속되어온 북한의 무력도발 및 핵실험과 대한민국과 미군의 합동훈련에 대한 북한의 불만 등으로 인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크게 대립하였고 이로 인해 2013년, 2016년 두차례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2020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킴으로써 남과 북의 긴장관계는 극에 달하였다. 지금은 남북한의 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이 언제 재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남한과 북한은 외교적인 수단으로써 많이 사용되어 왔다. 심지어 공단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남과 북의 힘겨루기도 있었다고 후일담을 늘어놓는 사람도 많다. 태생부터 여러 조건이 열악한 급조된 도시이다. 생산 도시로서의 활력보다는 긴장의 분위기가 도시 전체에 깔려 있었을 것이란 추측은 쉽사리 가능한 일이다. 이런 팽팽한 긴장관계 속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도시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에 휩싸일 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저자는 '개성공단 안'이라는 특수하고 폐쇄적인 장소에서 살인사건이라는 극적인 상황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을 줄 것이라 예상했을 법하다.

 

 

이 지역은 살인자는 교묘하게 남과 북 사이에 숨었다. 살인 자체보다는 그 파장을 감추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블랙박스와 CCTV가 없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이상한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개성 공단에서의 죽음은 낯설고 외로워져서 금방 잊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다들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남북한의 외줄과도 같은 개성 공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배후는 누구일까? 그 진실을 파헤쳐간다. 저자는 매우 평화로운 남한부터 소설을 시작한다.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북한의 모습보다는 잘 아는 남한의 모습부터 조망한다. 선거도 치렀고, 진보 세력의 정권이 들어섰다. 그 얘기는 보수 정당의 실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위도 잇따르지만 남한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다. 저자는 시작부터 남한의 정권 교체와 진보와 보수의 반대적 입장을 내세우며 서서히 분위기를 잡아간다. 추리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듯 사건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독자의 눈이 사건 현장으로 바로 가면 '제 3도시'란 의미보다는 정치 소설이 되기 십상이다. 저자의 치밀한 구성력도 돋보인다.

 

신문로에서는 저절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강민규는 의뢰인과 만난 후 신문로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다가 그들과 마주쳤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하면서 보수 여당은 정권을 잃고 말았다. 새로 집권한 정권은 폐쇄됐던 개성 공단을 재가동시켰다. 그러면서 개성 공단의 존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보수 세력들은 거리로 나와서 북한과의 타협은 패배나 다름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금요 애국 집회’라고 불리는 시위는 매주 금요일에 청계천 광장 근처 일민 미술관 앞에서 열렸다. 강민규는 집회가 끝난 뒤 행진하는 행렬과 마주친 것이다. 강민규는 조용히 옆으로 비켜서서 그들을 지켜봤다. 선두에는 참가 단체들의 이름과 주장이 빼곡하게 적힌 플래카드가 섰고, 그 뒤로 태극기를 손에 든 참가자들이 따랐다. 참가자 대부분은 노인과 탈북자들이었다.

- 「의뢰」 중에서

 

 

북한(개성)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살인사건과 미스테리라는 기본적인 장르가 독특한 배경과 만나서 이 소설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추리소설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또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수사과정과 그 속에 숨겨져있는 여러 정치관계들, 또한 개성공단이라는 배경 그 자체가 가지는 입지적인 요인으로 인해 불러오는 특수상황까지. 이 모든것이 사건과 수사에 영향을 끼쳐서 전개가 알 수없게 흘러가는 것이 흥미로운 요소이고 저자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내용만 본다면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조금은 순탄하게 흘러갔으나 그 속에 개성공단, 북한이라는 배경을 정말 잘 녹아낸 듯하여 이 부분에서 크게 좋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재나 배경의 특수성과 구성의 탁월함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의 선택이 좋았음을 알 수 있다.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다.

 

 

남북한의 교류와 화합의 상징이지만 어디에도 낄 수 없기에 제3도시일 수 밖에 없는 개성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매우 새로웠다. 우리나라만이 지닐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추리소설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주인공과 용의자들과의 쫓고 쫓기는 긴장감이 잘 묘사됐다. 기존 남북한 합동수사가 주제라는 '공조'를 봤지만 주 무대가 남한이고 북한은 자료 화면에 의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영화 '백두산'도 실감나는 장면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세트장이고, 중국에서 찍었다는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인 데다 개성이어서 쉽게 영화화할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런 바람도 있다. 추리소설의 당연한 모습이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한 구성력도 뛰어나고 자료 수집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랜만에 극적인 추리소설 한 편 읽어 느낌도 좋다. 남북의 정치적 측면보다는 개성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이라는 점에서 훨씬 현실적이고 극적으로 쓸 수 있었으리라. 그 점도 저자의 능력이지만.

 

저자 :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 역사추리소설 『적패』를 비롯하여, 『명탐정의 탄생』, 『개봉동 명탐정』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살아서 가야 한다』 『달이 부서진 밤』 『미스 손탁』 『멸화군』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어쩌다 고양이 탐정』 『저수지의 아이들』 『남산골 두 기자』 외 다수가 있다. 그 밖에 [을지문덕 탐정록] 시리즈, 『조기의 한국사』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사건 실록』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등의 역사서와 함께 쓴 작품집 『로봇 중독』 『대한 독립 만세』 『일상감시구역』 『모두가 사라질 때』 『좀비 썰록』 『어위크』,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등이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