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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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남북한 사이에 놓인 외줄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제3도시』는 가상의 도시이긴 하지만 지금 북측 지역에 있는 개성을 말한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남과 북이 만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던 강민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손으로 웃음을 막은 강민규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람들 틈에 섞였다."(본문 중에서)

 

남과 북의 관계는 언제나 긴장 관계에 있다. 외줄과도 같은 관계 속에 한가운데 놓인 개성공단.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개성공단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중소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기술로 건설된 개성공단에는 북한 근로자 5만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결제는 달러로 이뤄지고, CU 편의점에는 북한 종업원이 근무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남북한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이 매던 넥타이로 목이 졸린 상태로 죽은 한 사람이 시작된다. 남북한이 함께 공존하는 개성공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CCTV나 블랙박스가 없는 곳에서 살인 사건의 배후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제 3도시로 표현된 개성공단은 매우 정치적으로 조성된 공업지구이다. 남과 북 대치 상황에서 통일을 위한 작업의 하나로 평가되기도 하고, 단순히 남북 양측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두고 조성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하나로 북측 지역인 개성시 봉동리 일대에 개발한 공업단지이다. 개성공업지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2000년 8월 9일 남쪽의 현대 아산과 북쪽의 아태, 민경련간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여 공단 조성에 단초가 되었다. 그 이후 북측이 2002년 11월 27일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함으로써 구체화되었다.

개성공단 조성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하여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인 사업이다. 2002년 11월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 공포한 이후 12월 남측의 한국토지공사, 현대아산과 북측의 아태. 민경련간 개발업자지정합의서를 체결하였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착공식을 가졌고, 2004년 6월 시범단지 2만 8천평 부지조성을 완료했다. 2004년 10월에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04년 6월 시범단지 18개 입주업체 선정 및 계약을 체결하였고, 2004년 12월 시범단지 분양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의 첫 반출이 있었다. 2005년 9월 본 단지 1차 24개 입주업체 선정 및 계약 후 2006년 9월에는 본 단지 1차 분양기업 첫 반출이 있었다.2007년 6월에 1단계 2차 분양업체를 선정하였고, 2007년 10월에는 1단계 기반시설 준공이 있었다. 2010년 9월에는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하였고, 2012년 1월에는 북측 근로자가 5만명을 돌파하였다.

 

 

개성공단은 북측이 토지를 남측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토지임대기간은 토지이용증을 발급한 날로부터 50년이다. 토지임대차 계약은 남측의 개발업자와 북측의 중앙공업지구지도기관과 한다. 남측에서는 공단조성을 하는데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역할을 분담하였다. 즉 한국토지공사는 자금조달, 설계. 감리, 분양 등을 맡고, 현대아산은 시공을 맡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업계획 수립, 인허가, 대북업무 협의 등은 공동으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004년 4월에는 공장구역 1단계 100만평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하였다. 남측에서는 2007년 5월 ‘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법률’을 제정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2007년 12월에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출범하였다. 2010년 7월에는 ‘개성공업지구 기업책임자회의’가 창립되었다.

북측에서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은 2002년 11월 20일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430호로 채택되었고, 2003년 4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715호로 수정 보충되었다. 이 법은 모두 5장(제1장 개성공업지구법의 기본, 제2장 개성공업지구의 개발, 제3장 개성공업지구의 관리, 제4장 개성공업지구의 기업창설운영, 제5장 분쟁해결), 46개 조문으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수많은 법과 제도를 마련한 후 실행된 개성공단은 남북 양측 통치자간 합의해 이뤄낸 통일을 위한 단계적 절차로서 남북경제협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공업도시다.

 

 

개성공업지구법에 의하면 개성공업지구는 국제적인 공업, 무역, 상업, 금융, 관광지역이다. 공업지구는 공장구역, 상업구역, 생활구역, 관광구역으로 구분한다. 공업지구에 투자할 수 있는 자는 남측 및 해외동포, 다른 나라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이다. 북측의 기관, 기업소, 단체는 원칙적으로 공업지구의 사업에 관여할 수 없다. 투자를 장려하는 부문은 하부구조건설부문, 경공업부문, 첨단과학기술부문이다. 개발업자는 공업지구에서 주택건설업, 관광 오락업, 광고업 등을 할 수 있다. 기업은 북측의 근로자들을 종업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관리인원과 특수직종의 기술자, 기능공은 공업지구관리기관에 통보하고 남측 또는 다른 나라의 인력들을 채용할 수 있다.

 

원종대 사장은 공장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섰다. 출발 전에 개성 공단 주유소에서 파는 면세유를 차에 채우기 위해서였다. 출발하는 사장을 배웅한 직원들은 현관에 서서 출근하는 북한 직원들을 맞이했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 옆에 있는 보관함에서 꺼낸 명찰을 가슴에 달고는, 총화를 갖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갔다. 강민규는 북한 직원들의 출근을 지켜보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회의에 참석했다. 각자 할 일을 보고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 끝날 즈음 유순태가 자리에 앉는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데 여긴 개성 공단이라는 걸 명심하게.”

- 「낯선 땅에서」 중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3년까지 약 8년강 운영된 특별공업지구이다. '개성공단'은 당시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북한은 외화벌이, 대한민국은 인건비 절감) 향후 통일의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과거부터 계속되어온 북한의 무력도발 및 핵실험과 대한민국과 미군의 합동훈련에 대한 북한의 불만 등으로 인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크게 대립하였고 이로 인해 2013년, 2016년 두차례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2020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킴으로써 남과 북의 긴장관계는 극에 달하였다. 지금은 남북한의 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이 언제 재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남한과 북한은 외교적인 수단으로써 많이 사용되어 왔다. 심지어 공단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남과 북의 힘겨루기도 있었다고 후일담을 늘어놓는 사람도 많다. 태생부터 여러 조건이 열악한 급조된 도시이다. 생산 도시로서의 활력보다는 긴장의 분위기가 도시 전체에 깔려 있었을 것이란 추측은 쉽사리 가능한 일이다. 이런 팽팽한 긴장관계 속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도시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에 휩싸일 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저자는 '개성공단 안'이라는 특수하고 폐쇄적인 장소에서 살인사건이라는 극적인 상황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을 줄 것이라 예상했을 법하다.

 

 

이 지역은 살인자는 교묘하게 남과 북 사이에 숨었다. 살인 자체보다는 그 파장을 감추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블랙박스와 CCTV가 없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이상한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개성 공단에서의 죽음은 낯설고 외로워져서 금방 잊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다들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남북한의 외줄과도 같은 개성 공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배후는 누구일까? 그 진실을 파헤쳐간다. 저자는 매우 평화로운 남한부터 소설을 시작한다.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북한의 모습보다는 잘 아는 남한의 모습부터 조망한다. 선거도 치렀고, 진보 세력의 정권이 들어섰다. 그 얘기는 보수 정당의 실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위도 잇따르지만 남한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다. 저자는 시작부터 남한의 정권 교체와 진보와 보수의 반대적 입장을 내세우며 서서히 분위기를 잡아간다. 추리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듯 사건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독자의 눈이 사건 현장으로 바로 가면 '제 3도시'란 의미보다는 정치 소설이 되기 십상이다. 저자의 치밀한 구성력도 돋보인다.

 

신문로에서는 저절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강민규는 의뢰인과 만난 후 신문로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다가 그들과 마주쳤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하면서 보수 여당은 정권을 잃고 말았다. 새로 집권한 정권은 폐쇄됐던 개성 공단을 재가동시켰다. 그러면서 개성 공단의 존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보수 세력들은 거리로 나와서 북한과의 타협은 패배나 다름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금요 애국 집회’라고 불리는 시위는 매주 금요일에 청계천 광장 근처 일민 미술관 앞에서 열렸다. 강민규는 집회가 끝난 뒤 행진하는 행렬과 마주친 것이다. 강민규는 조용히 옆으로 비켜서서 그들을 지켜봤다. 선두에는 참가 단체들의 이름과 주장이 빼곡하게 적힌 플래카드가 섰고, 그 뒤로 태극기를 손에 든 참가자들이 따랐다. 참가자 대부분은 노인과 탈북자들이었다.

- 「의뢰」 중에서

 

 

북한(개성)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살인사건과 미스테리라는 기본적인 장르가 독특한 배경과 만나서 이 소설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추리소설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또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수사과정과 그 속에 숨겨져있는 여러 정치관계들, 또한 개성공단이라는 배경 그 자체가 가지는 입지적인 요인으로 인해 불러오는 특수상황까지. 이 모든것이 사건과 수사에 영향을 끼쳐서 전개가 알 수없게 흘러가는 것이 흥미로운 요소이고 저자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내용만 본다면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조금은 순탄하게 흘러갔으나 그 속에 개성공단, 북한이라는 배경을 정말 잘 녹아낸 듯하여 이 부분에서 크게 좋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재나 배경의 특수성과 구성의 탁월함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의 선택이 좋았음을 알 수 있다.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다.

 

 

남북한의 교류와 화합의 상징이지만 어디에도 낄 수 없기에 제3도시일 수 밖에 없는 개성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매우 새로웠다. 우리나라만이 지닐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추리소설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주인공과 용의자들과의 쫓고 쫓기는 긴장감이 잘 묘사됐다. 기존 남북한 합동수사가 주제라는 '공조'를 봤지만 주 무대가 남한이고 북한은 자료 화면에 의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영화 '백두산'도 실감나는 장면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세트장이고, 중국에서 찍었다는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인 데다 개성이어서 쉽게 영화화할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런 바람도 있다. 추리소설의 당연한 모습이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한 구성력도 뛰어나고 자료 수집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랜만에 극적인 추리소설 한 편 읽어 느낌도 좋다. 남북의 정치적 측면보다는 개성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이라는 점에서 훨씬 현실적이고 극적으로 쓸 수 있었으리라. 그 점도 저자의 능력이지만.

 

저자 :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 역사추리소설 『적패』를 비롯하여, 『명탐정의 탄생』, 『개봉동 명탐정』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살아서 가야 한다』 『달이 부서진 밤』 『미스 손탁』 『멸화군』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어쩌다 고양이 탐정』 『저수지의 아이들』 『남산골 두 기자』 외 다수가 있다. 그 밖에 [을지문덕 탐정록] 시리즈, 『조기의 한국사』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사건 실록』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등의 역사서와 함께 쓴 작품집 『로봇 중독』 『대한 독립 만세』 『일상감시구역』 『모두가 사라질 때』 『좀비 썰록』 『어위크』,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등이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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