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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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생일대의 기쁨이고 행복감이다. 특히 서울에서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아마 평생 벌어 한 번 있을까말까한 큰 성취다. 지나치게 비싼 집값 때문에 '거품' '부동산불패' 등의 수많은 신화와 논란 속에서도 결코 부동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저금리 시대로 들어갈수록 집값은 오히려 뛰는 등 시장 논리로서도, 투기 논리로서도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적절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인구 많고 땅 좁은 대한민국에서 서울 집값은 원래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욱이 산업화 시대를 거치고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가 개발 정책을 펴면서 자고 일어나면 뛰는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각종 세금 부과 정책이나 걍력한 규제 대책도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오늘이 제일 싸다던데…"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돌고 있다.

 

 

서울 시민들은 거의 절반 가량이 집 없이 남의 집을 빌리거나 임대료를 내고 산다. '내 집' 마련할 때까지 허리띠 졸라매고 사치품은 물론 생활 필수품마저 안 사며 집 사는 데 올인한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뛰는데 월급 받아 집 사는 것은 당초부터 불공정 게임일지도 모른다. 집 가진 사람은 자고 일어나면 부자가 되고, 집 없는 사람은 자고 일어나면 거지가 되는 악순환 속에 빈부의 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에 이어 이젠 지방 대도시 중심으로 서울과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전제가 부동산 혼란 속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이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의 저자 김민정은 자고 일어나면 "내가 화제의 ‘벼락 거지’가 되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인 직장인이다. 평범하게 일하고 차곡차곡 저축해 왔지만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하루아침에 전세는커녕 월세 난민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려왔다. ‘영끌’ ‘몸테크’ 등 부동산 대란 속에서 무주택자들의 애환이 담긴 신조어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으거나 극악의 주거 환경을 몸으로 때우며 먼 미래로 삶을 유예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구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도 쉽지 않은 ‘내 집 마련’을 해낸 ‘1인 가구’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울 인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1인2묘 가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는 뭐든 혼자서 해내려던 저자가 내 집을 마련하고, 고양이 두 마리, 친구들을 만나며 ‘따로 또 함께’의 삶으로서 비혼 라이프를 갱신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새로운 오늘에 대한 기록이다. 비혼을 결심하고 1인 가구로서 내 집 마련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자신의 집에서 그녀는 과연 행복하게 쭉 잘 살고 있을까? 유튜브 화제의 채널 ‘1인2묘 가구’의 내 집 마련 분투기와 그 후의 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공감과 거부감을 함께 준다. 부동산 문제와 혼자인 직장 여성의 문제, 세상에 대한 시선, 사회 인지 능력 등은 많은 공감이 가고 한편으론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비혼주의'라는 말엔 거부감이 든다. 물론 저자는 책에서 비혼주의자라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지만 비혼에 우호적인 글을 쓴 것으로 보아 '아직은 비혼주의'임을 은근히 내비치는 것엔 동의하지 않고 싶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1인2묘 가구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동화라면, 흔한 성공담이라면 이쯤에서 이야기는 최종장을 맞이한다. 하지만 ‘1인2묘 가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내 집 마련 이후, 드레스룸을 만들고 인테리어 소품들로 로망을 실현하며 집을 채워 가던 저자는 어느 순간 집 안에서 고립되고 만다. 드레스룸은 옷들의 블랙홀로 전락하고, 일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반복하면서 '옥천 허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문 앞에 택배가 쌓이고…. 저자는 이때의 자신을 아파트 앞 거치대에 방치된 자전거들 같았다고 표현한다.

방황하던 저자는 잠시 일을 그만두고 집 안에 가만히 머물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돌보기 시작한다. 화이트 인테리어를 둘러싸고 고양이와 기 싸움을 하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드레스룸을 정리하고 서재로 바꾸기도 하면서 저자는 깨닫는다. 버지니아 울프가 외쳤던 ‘자기만의 방’은 ‘자기만의 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1인2묘 가구’가 새롭게 정립한 가훈은 다음과 같다. 주 30시간 노동 준수하기, 현대 기술에 적당히 외주를 주고 집안일에서 해방되기, 내가 먹을 요리에는 고기 듬뿍 넣기, 매일 밤 잠들기 전 회사 탈출 궁리하기. 저자가 이 원칙들을 어떻게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지는 책 속 특별 코너에서 구체적인 팁과 함께 확인하면 된다.(〈미니멀 옷장을 유지하는 방법〉, 〈작은 주방은 언제나 심플하게〉, 〈나만의 소비 원칙들〉 등.)

 

 

비혼이라고 하면 으레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단골 질문들이 있다. ‘눈앞에 진짜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도 결혼 안 할 거야?’ ‘혼자서 살다가 아프면 어떡해?’ ‘모든 걸 다 혼자서 해결하는 거야?’ 등. 이미 비혼의 길을 걸어가고 있거나 고민 중인 여성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뾰족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의 느낌뿐이지만 저자 자신도 아직 고민 중인 문제인 것 같다. 다만, 그 고민과 시행착오의 여정을 독자들과 솔직히 나누고 싶은 듯하다. 진짜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할 수도 있지. 잼 뚜껑이 안 열리면? 같이 열 수 있는 친구들을 찾으면 되지. 아니, 그것보다 노인, 장애인, 아이 모두가 좀 더 쉽게 열 수 있는 잼 뚜껑을 만들면 좋겠네.

‘관은 1인용!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가족에 관한 생각에 대변혁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어머니의 죽음, 페미니스트 모임, 새로 생긴 동네 친구 등이 계기가 되어 집에 4인용 테이블을 들이고 자신만의 느슨한 가족을 찾아 나선다. 제도 밖의 새로운 가족을 꾸려야 하기에 비혼이야말로 가족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지금껏 찍어 왔던 무수히 많은 점을 선으로 이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렇게 저자는 유튜브 ‘1인2묘 가구’ 채널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책도 태어나게 되었다. 온전히 독립적이면서도 때로는 함께하는 삶을 위해, 오늘도 ‘1인2묘 가구’는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시간을 가꾸고 키워나가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집주인 대신 다음 세입자 구하기, 친절한 용달 업체 수소문하기, 밤낮없이 쌍욕을 해대는 옆집 남자에게 사과 한 봉지 들고 부탁하기…. 저자가 14년 동안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세입자로서 시달려 보니, 집 없는 자와 집 없는 ‘여자’가 겪는 설움은 달랐다. 내 집 마련은 딴 세상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저자가 혼자 사는 여성이야말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다.

집을 사겠다는 결심 이후, 2년간 많게는 파이브잡까지 뛴 끝에 드디어 운명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남향, 고층, 20평 이상, 서울과의 근접성까지 이상적 조건을 모두 갖춘 집이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면서 욜로, 소확행, 플렉스에 빠져 살던 저자가 이렇게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실제로 이룰 수 있었던 건 먼저 내 집을 마련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부동산 관련서도, 성공담도 아니다. 다만, 전국의 수많은 1인 가구 중 하나로서, 저자의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동료 1인 가구들에게 발신하는 메시지이다. 이 책은 많은 집 없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교과서로 읽힐지도 모른다.

 

저자 : 김민정

 

1985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19세부터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서울과 경기도를 전전하다가 자취 14년 차에 내 집을 마련했다. 현재 고양시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직업은 방송작가, 정체성은 페미니스트. 2019년부터 ‘1인2묘 가구’라는 비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 1인2묘 가구, 인스타그램 : @KMJCAT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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