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 『오딧세이』를 처음 봤을 땐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우선 작가에 대해 잘 몰랐고, 책 표지도 요즘 각광 받는 SF 소설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이름을 『오딧세이』로 정한 것도 신화적 소재를 끌어오기 위한 것쯤으로 여겼다. <오디세이>처럼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움에 가득한 일이라는 것은 현실엔 흔치 않은 법이다. 이것은 문학이나 예술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매력적인 소재가 없을 것이다.

진실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란, 그 자체로 내재된 복잡다단한 모순과 다층적인 구조들 덕분에 겹겹이 둘러쳐진 황금의 베일들 속에 내밀히 숨어서 감동과 신비로움을 모두 갖춘 소재는 신화에 많기 때문이다.

신(神)의 이야기란 언제나 인간에게 옷깃을 여미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어 내야 하는, 긴장과 경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작가 입장에선 유혹적인 소재임이 분명하다.

‘장중함과 신비로움’,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 ‘다층적인 구조들’, ‘황금의 베일들’, ‘신의 이야기’, ‘긴장과 경건’, 이 단어들이 표현하고 있는 의미들을 모두 견디어내려면 무엇보다도 소설이 풍부해야 한다. 소설의 길이도 길이겠지만, 구조와 형식, 플롯과 내용의 다양함과 방대함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즉 소설이 ‘거대한 고래 한 마리’처럼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이 제목을 처음 사용한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 저자는 호메로스로 전해진다.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오디세이(Odyssey)>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가 기원전 약 700년경에 쓴 작품으로, <일리아드(Iliad)>와 함께 그리스ㆍ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으며 당시 그리스 영웅들의 귀국담을 노래하여 그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표현하고 있는 장편 서사시(敍事詩)이다. 그 이름이 시사하듯, 이 시는 지혜로 이름이 높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Odysseus)-로마식으로는 '율리시즈(Ulysses)'-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오디세이아(Οδ?σσεια)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며 오디세우스는 '증오받는 자'라는 뜻을 가진다. <일리아드>의 후편에 해당하는 <오디세이>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까지 겪은 온갖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일리아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문자 24개를 딴 24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1만 2,110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6각운(Hexametre)으로 작곡되었다.

시 속에 묘사된 정황들을 미루어 볼 때 <일리아드>보다 뒤늦게 나온 작품으로 추측된다.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서 잘 알려진 트로이전쟁의 영웅인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모험과 귀향을 다룬 것이다. 때문에 서양 문학사에서는 모험담의 원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작가 한율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마존과 나일강이 한 바다로 흐를 수 있을까?" 그 바다가 바로 한율의 『오딧세이』이다. 『오딧세이』는 200자 원고지로 9,300매의 분량이라고 한다. 작가 한율의 말에 따르면 『전쟁과 평화』에서 「에필로그 제2편」을 빼면 길이가 똑같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하고는 길이가 똑같다고 한다. 아무튼 우선 그 작품의 양이 놀랍다. 14년을 썼다고 한다. 장편소설이다. 대하 장편소설이다. 총 18부로 구성된 『오딧세이』는 총 7권으로, 이번에 4권까지 출간되었고, 나머지 3권도 출간 예정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오딧세이』는 역사, 종교, 예술, 철학, 과학, 미학, 군사학, 건축, 테마파크, 영화방송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지식과 삶의 향연인 동시에, 신과 인간의 관계, 환상과 실재의 교차, 이 모든 것들을 장중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채워 그려낸 거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인 소설은 없었다. 각계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깊은 탐구, 14년의 집필 기간에서 보이는 끈질김으로 작가 한율은 새롭고 놀라운 세계를 탄생시켰다. 출판사 측의 주장을 책을 읽어나가며 확인할 일이다.



이 소설은 수없이 겹쳐진 황금 베일들의 구조적 넘실거림으로 연이어 이어진다. 한율의 『오딧세이』 읽기는 심원한 어두움의 바다를 처녀항해하는 탐험선의 새로운 항로 그리기와도 같다. 앞이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비밀스러운 베일이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독자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세계와 맞닥뜨린다.

『오딧세이』는 「서문」에 이은 「1부 전주곡」에서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 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도 도마에 대해, ‘의심 많은 도마’라는 그동안의 단편적 해석에서 벗어나, 편집증 강박증이란 어찌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 속에 믿음을 추구했던 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노력은,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편집적 강박적으로 해체시켰던 20세기에 대한 비유적 성찰로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려는 사전 정지작업, 바로 ‘전주곡’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2부 도화선」부터, 탐험선 ‘험난한 모험의 긴 여정’, 바로 소설 제목 그대로인 우리의 『오딧세이』호가 근해(近海)를 벗어나 원양 항해로 막 접어들게 되었음을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작가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이 『오딧세이』의 집필에 매달렸을까? 대단한 미학적 목적의식이 내재되어서일까? 아니면, 개인적 인생체험 때문일까? 그건 본인이 아닌 이상 제 3자 입장에선 완전히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소설 첫머리 「서문」의 문장 몇 가지로도 작가의 속셈을 어슴푸레하니 유추해 볼 수 있다.







『오딧세이』 작가 한율은 무엇보다도 풍부함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서문」을 읽다보면, 작가가 로망스 서사(Romance Epic)의 풍부한 장식성과 거침없는 자유로움에 끌려 있는 것과, ‘독자 제위께서는······.’하고 소설가의 말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전소설의 어투를 은근히 사랑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너무 좋아하면 먹기에 딱딱해질 거야.’라고 되뇌는 것처럼, 대단히 장식적인 문어체를 간간이 의도적으로 구사하며, 묘사적 생기발랄함으로 작가적 주관과 지면(紙面) 위 객관 사이를 넘나들며 문장을 흔들어대기도 한다. 『오딧세이』를 수사학적 입장에서, 때로는 바다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듯한 ‘고래’같은 풍부함으로 가득 채우고자하는 작가의 예술의지가 선명하다. 바로 ‘고래’와 마찬가지인 소설되기이다. 대양을 헤엄치고 있는 ‘하얀 고래’처럼, 완전히는 알아챌 수 없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그 무엇으로 『오딧세이』를 만들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문체에서도 나타난다.





‘표류하게 됨’이 싫었던 작가 한율은 소설 속 모험의 방법을 ‘상상’으로 하기에 이른다. ‘상상’이란 것의 의미는, 텅 빈 허공을 굳건하게 걸어갈 수 있는 실제적인 발걸음을 의미하므로……. ‘상상계 여행’이란 새로운 방법론을 구상했는데,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이란 책의 제목에서 영감 어린 단어를 빌려와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는 쥘베르 뒤랑(Gilbert Durand)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험의 방법은 절대로 시간 여행이 아니다. 다중우주니 평행우주니 하는 약방의 감초마냥 SF소설에 나오는 합리화를 쓰지도 않았다. 새롭다. 인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거울 반영의 대칭적 심리적 세계 속으로, ‘상상계’를 통하여, 뿌리가 서로 얽혀 있듯이 상호 만나고 있는 ‘세계’에서의 모험들이다.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아가야 하는 여행, 신비한 모험, 그리고 이 비천하고 비열할 수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 정중함과 장엄함에 참예하고픈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 『오딧세이』가 매력적으로 읽혀질 것이라 작가 한율은 확신하며 글을 써 나간다.




1권의 내용은 대항해의 시작인 만큼 전주곡과 사건의 전개 부분이다. 신문사 기자인 나는 향단고택 발굴과정에서 나온 고대 문서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문서는 종적을 감추었고, 그 전말을 추적하며 사건의 베일들을 차례로 벗겨낸다. 향단고택의 비밀을 깨닫자 친구 한수혁이 겪은 모든 일들이 사실이었음을 확신한다. 결국 나는 숙명같이 이끌린 이 이야기에 매달리며, 고대 인도와 향단을 잇는 연결고리인 「도마전언서」와 빛나는 ‘홍옥석(루비)’, 그리고 방송국에서 지리한 삶을 살던 수혁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을 글로써 풀어나간다.

이천 년 전 인도아대륙의 한 영역, 개혁과 투쟁, 그 결과인 전쟁의 패배. 상인 압바네스의 배를 타고 왕국을 탈출한 하바수네얀 공주는 한반도의 한 영역에 발길을 내딛는다. 그리고 장대한 시공간의 연결을 통해, 드라마 C스튜디오에서 시작되는 이천 년 후 주인공 한수혁의 이야기. ‘새로운 테마파크’를 만들자며 헨리 유가 내민 손을 잡은 수혁은 운명 지워진 모험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복잡하게 읽히면서 단숨에 읽어내기엔 쉽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신비로움과 전개될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단단히 그러나 서서히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저자 : 한율


소설가. 서울 상도동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에서 미학과 예술이론을 전공했다. 비평가로 글 쓰며 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방송국 공채를 준비하던 친구의 권유로 같이 시험을 쳤고, 미안하게도 친구는 떨어지고 본인은 붙게 되어 MBC미술센터(현MBC아트)에 입사한다. 방송미술국 무대디자이너(미술감독)로 재직하며 드라마와 쇼 세트를 디자인했다. 지금도 마음에 남는 드라마세트디자인으로 「수줍은 연인」의 레트로 감성 2층집, 「달콤한 스파이」의 펜트하우스, 「닥터 깽」의 오래된 병원, 그리고 퇴사하기 전 마지막 작품인 「얼마나 좋길래」의 달동네세트 등이 있다. MBC 재직 중 딴 궁리도 해 볼 겸, 영화드라마세트와 관련 깊은 테마파크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걸 연구하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 들어간다. 「테마파크 계획을 위한 영상건축기법의 연구」라는 논문으로 공학석사학위를 받고, 논문의 연구대상지를 모델로 한 「MBC영상테마파크계획안」을 가지고 회사에 복귀한다. 이런 테마파크에 대한 연구들이 『오딧세이』의 주무대인 제주테마파크 ‘피어나기’와 ‘F ZONE’ 만들기의 밑거름이 된다. 저자 한율은 각 권의 표지 일러스트와 타이틀 문자, 그리고 소설 본문 속의 삽화와 도면을 직접 그리고 디자인하였다.

MBC에서 이직할 당시 우연히 읽게 된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그 속의 경주양동마을 ‘향단고택’ 흑백사진들은 저자를 매료시킨다. 그렇게 운명처럼 찾아 간 ‘향단고택’의 모든 장소를 실제로 보는 순간, 온 정신이 경도되며 소설 창작의 첫 영감이 주어진다. 한반도 동남부 지역, 한 고택에서 시작된 섬세하고도 미묘한 실마리로써, 인류보편적인, 인류애에 입각한, 인간의 용기, 위대함을 노래하는,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마음먹는다. 써야 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결국 14년이 넘는 세월을 대하 장편소설 『오딧세이』에 바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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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자령 전투, 어느 독립군의 일기
정상규 지음 / 아틀리에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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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교육 받을 나이가 되면 자신이 속한 나라의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다. 교과서를 통해 자신이 속한 나라의 정당성과 선조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나라를 이루고 지켰는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주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굴곡진 삶이나 영예로운 삶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는 이유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판가름할 수 있다. 특히 나라를 빼앗긴 국민들은 자신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생각의 기회도 준다. 이때 살아 있는 역사 의식은 자신의 삶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교과서에 실려 있는 역사는 현재의 정치 상황에 의해 축소나 확대 왜곡되기도 한다. 이때 역사 의식은 개인의 삶을 변질시키고,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댓가를 치를 수도 있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제강점기 아래 우리 독립군의 활동, 특히 교과서에 기록되지 않은 독립군의 활동에 주목했다. 같은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새로운 사실을 배우기도 하고 지혜를 얻기도 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3년간 저자가 일본과 중국을 뒤져가며 찾아낸 어느 잊혀진 독립운동가의 기록을 최초로 공개한다. 2020년 올해 초 KBS1 〈독립운동의 숨은 영웅들, 한의사〉 다큐멘터리로 세상에 공개된 어느 독립군의 이야기.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대전자령 전투에 참전하며 수많은 독립군과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고 구해낸 어느 숨겨진 영웅의 이야기를 발굴 공개한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장면, 독립운동의 한 귀퉁이에 있는 독립운동이 재조명되는 순간에 독자는 설레는 기쁨으로 책장을 넘긴다.



2020년 1월 31일 밤 11시 40분. KBS1의 독립운동 숨은 영웅 '한의사' 편이 방영됐다. 심야에 방송된 데다 설 대목을 앞두고 경황이 없을 우리에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더욱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발생으로 어수선한 상황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 방송을 촬영하며, 부족하지만 그동안 찾아낸 한의사들을 알릴 수 있었다.

우리가 어릴 적 배운 근현대사 교과서, 저술서, 수험서는 사실상 '정치사'에 가깝다는 저자는 같은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배우기도 하고 지혜를 얻기도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가령 경제교역사, 종교사, 한인이민사 등이 그것이다. 한의사 출신 독립운동가는 근현대사를 지역별로, 직업군으로, 연령대별로 분석했던 '인물사' 기준의 연구 중에 우연히 발굴한 독립운동의 조각이었다.



이후 코로나가 세계로 퍼져 세계 각국의 관심사는 모두 코로나로 쏠리고, KBS에서 방송된 발굴한 부분이 시간 제약에 따른 기획물이라 조금은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저자는 책으로 펴내 자세하고 더 많은 내용을 알리기를 원했다.

저자에 따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의 본질적 속성 중 하나는 정복전쟁이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국경선이 수천 번 변경된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이 있으면 군대가 있고, 군대가 있으면 부상병을 치료하는 군의도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고려 시대는 ‘의공'(醫工)이, 조선 시대는 ‘의원'(醫員)이라 불리는 군의가 있었다. 군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근대식 군제 편제가 이뤄진 1883년 수도 방위 목적으로 ‘친군영’이 조직되면서 부대마다 군의를 두도록 한 것부터 시작됐다. 당시 군의는 국가고시인 과거시험 중 잡과에 합격한 의관들이 임명됐으며, 대부분 한의사였다.



이후 1890년대 들어 한국에도 서양의가 배출되면서 군의 조직에도 한의사뿐 아니라 양의사 출신 군의가 등장했다. 의병 전투와 독립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무렵, 독립군 내 군의는 대부분 한의사가 담당했었다. 독립운동의 성격상 연통제와 교통국의 역할로 한약방, 한약국이 자주 이용됐으며, 산을 넘나들며 약초를 캐러 다니고, 수많은 사람을 치료해주며 대화를 나누던 한의사의 직업적 특상이 주요 정보전달 및 연락책 역할로 독립군을 도울 수 있었음은 놀랍고 감동을 자아내는 발견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관련 자료의 부족으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한의사는 단지 7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과 함께 독립군의 3대 대첩으로 꼽히고 있는 대전자령 전투에 직접 참여했던 어느 한의사 출신 군의관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찾아냈고, 그 조각을 완성하기 위해 지난 4년간 국내뿐 아니라, 중국 연길 라자구, 목단강, 장백현과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 공문서사료관, 방위성을 찾아다녔다.

진행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결과는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저자는 "이것(책 발간)이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다고 해서 독립운동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걸, 오늘날 대한민국 후손들이 느끼는 부채의식 속에서 역사는 조금씩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나아가 수많은 독립투사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어도, 지금 대한민국을 살고있는 ‘우리’를 남겼다는 것을 부족하지만 보여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에 가려진 모든 선열께 이 책을 바친다는 일념으로 책 발간 답사를 대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75년이 지났지만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친일파가 독립군이나 애국지사로 기록되어 있거나, 독립운동을 하였음에도 기록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배워 놀랐다. 또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올해가 '청산리 전투' 100주년이라는 것뿐, 청산리 전투에서 죽어간 수많은 이름없는 독립군들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조상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특히 독자는 '대전자령 전투'라는 것도 처음 들었다. 이 놀라운 기록을 보는 순간 아직 후손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반성도 한다.



『대전자령 전투, 어느 독립군의 일기』에 따르면 주인공인 신홍균 선생은 한의사로 30세에 가족과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우리나라 독립군 3대 대첩으로 불리는 '대전자령대첩'에서 군의관으로 참여해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기여를 했다. 신홍균 선생뿐만 아니라 조카인 신현표 역시 독립군으로 활동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한국전쟁 후 남한에서 한의사 시험에 합격하고 의료재단까지 만들게 된다. 1912년 최운산 장군이 간도 지역에서 자위 부대를 창설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들을 데리고 만주로 떠났다. 가족 모두가 만주로 떠난다는 소식에 마을 이웃들은 자신의 작은 노리개나 반지, 음식과 찬거리 등을 싸서 주기도 했다. 만주로 왔다고 해서 바로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운산 장군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자신이 한의학으로 사람을 치료해 준다고 했다. 몇 년이 지나 군자금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도 거절당하기도 했다는 부분에선 독자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신홍균 선생의 일기를 보며 오직 나라의 독립을 걱정하고 독립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점이 낱낱이 적혀 있어 그때 우리 민족의 심정을 헤아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신흥균 선생은 의술이 독립군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싶어 외국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독립운동을 하는 데는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배반자도 생기고 독립군의 사기도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나라의 미래를 포기할 수 없었다.

1920년 일본군은 독립군의 국내 진입 작전 기밀을 입수하고 만주 국경지대 주변에 활보하는 독립군들의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기미 독립만세운동의 영향이었던 듯싶다. 이해 6월 7일 독립군 홍범도 부대와 최진동 부대의 소대가 각각 북간도를 출발해 간도를 거쳐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의 일본군 헌병 국경 초소 지대를 기습 공격 몰살시킨다. 이것이 '봉오동 전투'이고 최근 영화로도 상영됐다. 영화도 잘 만들어져 감동이 컸지만 당시의 활동과 전투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을 읽으며 가슴에 뭔가가 치밀어오르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에는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적혀 있고 오직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싸운 독립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극한의 상황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선열들의 뜻을 되새기며 대한민국의 미래 정신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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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김현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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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은 글 쓰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글을 적게 쓰고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다. 글을 길게 쓰기가 힘들어서도 아니다. 글이 짧아야 독자의 이해가 빠르고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짧은 글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 짧은 글은 문장이 단순히 짧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의미를 제대로 담아 짧은 글로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해 '글의 마법사'로 불리울 수 있다. 그러나 수식어가 많을수록 글(문장)은 길어진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단문을 선호한다. 가능한 한 접속사도 피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원활한 연결을 하는 접속사가 많아지면 의미 연결이 잘 돼 글을 읽기에 편하지만 자주 등장함으로써 오는 피로감 외에 등가와 반대의미의 접속사가 남발되면 글 전체 맥락 이해에 혼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류는 글의 효용성을 발전시켜 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방송이나 컴퓨터도 글이 기본이다. 문자의 발명 때와 달리 글을 말로 전달하는 것이 방송이며, 코드화해 전달하는 것이 컴퓨터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말로 전달하는 게 가장 호소력이 있지만 시공적으로 한계가 있어 인류는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전달할 때도 이 같은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은 문자(글)이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급속도로 문명이 발전될 수 있었고, 시공을 초월해 전달할 수 있는 문자는 활자를 통해 다중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있어 책의 발달, 문명의 발달로 이어졌다.

이른바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 시대의 현대 인류는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한다. 글을 쓰면서 얻는 사색의 힘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글을 쓰던 세대는 아직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펜으로 글을 쓴다. 전달하려는 뜻도 컴퓨터 세대는 컴퓨터를 사용해 전달하는 것이 직접 펜으로 써서 전달하는 것보다 편리하고 빠르기 때문에 이 방법을 택한다. 자연스러운 변화다. 다만 중간 단계에 어정쩡한 사람들은 스스로 그 고충을 떠안을 뿐이다. 그러나 보편화된 글 전달은 자칫 감정 전달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쉬운 예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할 때 직접 펜으로 쓴 글이 역시 컴퓨터로 자판을 쳐서 전달하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 컴퓨터는 한 번만 쳐두어도 다른 대중에게 전하기 쉽지만 직접 쓴 글을 그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 문자에 대한 매커니즘적 판단일 뿐이지만 인류에게 문자나 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역시 '사랑'이다. 이 책 『연애편지』의 김현문 저자는 사랑이 없다면 인류는 우주에서 정신의 미아가 된 채 도태되어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이 확실한 질서를 깨닫지 못하는 한, 그 둘을 하나로 이어주는 분명한 고리가 사랑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한, 인류는 공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나눈 편지를 바탕으로 살을 덧붙여 재구성한 사랑의 글이다. 저자는 사랑은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라고 한다. 사랑이 없다면 세상은 희망이 없고 차갑고 어둡고 쓸쓸할 것이라며 독자 모두가 맑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가을이 오면 누구나 느끼는 쓸쓸함, 외로움을 달래는 것은 사랑만큼 좋은 것이 없다. 사랑은 인간이 가진 것 중에 가장 따뜻한 마음이기 때문이리라.

이 가을에 사랑이 없다면 사람들은 희망이 없을 거라는 비약적인 논리가 다소 수긍이 간다. 140자에 기준을 둔 짧은 글들이 지루하지는 않을 테지만 깊은 울림을 줄지, 따뜻한 마음으로 바꿔줄지 기대된다.



저자는 문경 봉암사, 상주 원적사 등지에서 禪 수행을 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글에 무엇인가 깨달음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읽어가다 보면 단순히 연예편지의 느낌보다 더 근원적인 외로움이 느껴진다.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삶의 고통(?)에서 오는 쓸쓸함도 그 감정의 하나로 이해된다. 그래서 연애편지 속에는 어느 순간 나 스스로와의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주제에 어긋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저자의 글에 감화되어서가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도 삶의 외로움과 괴로움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는 공감에서다. 다만 살면서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사랑'임에 틀림없다는 점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저자 : 김현문


대학에서 독문학 전공. KBS 방송작가교육원 1기 수료. 문경 봉암사, 상주 원적사 등지에서 禪 수행. 문학춘추 신인상 수상. 前남도지역 미술담당기자. 신문사, 잡지사 등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명상과 미술평론 등 다양한 글을 연재. 前요가코리아, 행복채널 등의 잡지사 편집장.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글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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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
아솔 지음 / SISO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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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학과 문학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공통점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해석하는 결과가 다르다. 뇌에서도 각기 다른 부분이 작용한다는 것을 배워 알고 있다. 즉 이성이나 과학을 다루는 부분은 '좌뇌'에서 하고, 언어나 문학을 담당하는 뇌는 '우뇌'라고 한다. 성별 특성도 과학과 이성은 남성이 발달돼 있고, 언어능력이나 문학 등은 여성이 더 발달돼 있다. 물론 두 분야를 모두 잘 하고, 또 모두 못한 대신 다른 부분이 유난히 발달돼 다른 특성을 보이는 개인도 존재한다. 우리 뇌와 역할을 뇌의 담당 구분이 되는 것은 의학에서 필요해 편의상 구분했을 것이고, 성별 특성도 일반화의 오류 범위 내에서 단정지어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두 분야를 모두 잘 하는 사람은 이성과 감성이 고루 잘 발달된 뇌를 가진 사람쯤으로 생각해둬도 무방할 듯하다. 이 책은 과학자가 낸 시집이다. 논리의 세계부터 감성의 세계까지 자유로이 넘나드는 15년 경력 케미스트가 쓴 그의 첫 시집이다.

'시 쓰는 케미스트' 아솔의 첫 시집 『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다. 아솔은 케미스트답게 시도 객관적이고 또렷한 시선으로 썼다는 것이 평자들의 해석이고, 다른 시인들과 조금은 차이를 보인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 시집에 수록된 62편의 시는 사람으로부터, 일상으로부터, 자기 안으로부터 떠오른 영감들을 마음대로 써 내려간 것이자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시인의 내면이다. 때로는 시에 짤막한 글을 덧붙여 자기 내면을 명징하게 드러냈다. 아솔의 시는 과학의 언어처럼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됐다. 그는 시를 쓰며 과학적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과 시의 본질이 닮았음을 깨닫게 한다.




시를 쓰는 동안 그는 자신의 상처를 보듬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던 자신의 마음을 옳다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너’의 마음도 옳다고 받아들이면서. 아솔은 시를 쓰면서 뜻대로 통제되지 않던 마음과 미워하고 싶던 자신의 모습마저 당신엔 최선이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그의 자유분방한 시들을 읽으며 후회나 미련으로 얼룩진 과거를 놓아보는 여유를 찾길 바란다.



첫 시집 제목이 되기도 한 ‘모두가 옳다’는 시의 일부를 보자.


너는 나를 찾지 않았고

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를 너에게 보내지만

너에게서 돌아오는 게 없다

일방통행 길 위에 서 있다

너를 원망하고 미워했다

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

-< 모두가 옳다> 중에서





이 시집은 요즘 가을에 읽기 딱 좋은 시 모음이다. 일상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시어로 썼다. 그래서 단순한 일상을 시로 묶는 시인의 마음에 다가가기 쉽다. 이들 시에 쓰인 언어들도 일기처럼 일상의 언어가 많다. 특별히 아름답고 화려하게 수식하지 않았다. 일상을 표현하기엔 '언어의 연마'는 필요치 않은 듯한 느낌이다. 시인도 일기처럼 조금씩 쓰던 것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라고 밝힌다. 우리 삶은 있는 그대로 일상의 용어를 사용하면 시가 되는 것을 증명하듯... 이 시집의 시들이 일상에서 그대로 길어올린 '날 것'의 용어가 시가 되고, 시집이 되듯 우리 일상의 삶이 그야말로 시다.





과학자이자 시인이라는 시인의 삶이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한 독자가 있다면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이 시집의 시 두세 편을 읽어보면 "세상 사는 사람은 다 똑같구나"하는 자각이 든다. 자각뿐만 아니라 그 사람 일은 특별한 일일지라도 사는 것 다 같구나 하는 위로가 되고, 용기도 생긴다. 삶에 대해...




위로를 느끼고 따뜻함을 느낀다면 계속 읽어나간다. 몇 번을 읽고, 생각하며 읽고, 그리며 읽고, 머릿속에 형상화 하며 읽어도 일상의 무엇 이상은 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사는 냄새 그대로 온기를 실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따뜻함만 전해져 올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감동과 절절한 위로가 아닌데도 독자는 훈훈함을 느끼고 삶을 사랑해야겠다는 희망을 주고, 한 번 더 읽고 싶게 하고... 이런 것은 시인의 특별한 재주인가?

그렇다면 인정한다. 솔직함과 진정성, 삶에 대한 사랑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언어 전달자니까. 시인의 세계에는 과학자답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소중함을 느낄 뿐이지 더 좋고,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소유욕은 없다. 물건의 물성을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그 물건에 사랑이 담길까 하는 데 골몰할 뿐,

그 물건의 물성에 반하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바로 시인의 마음일 터이니, 과학자의 심성이라고 표현하면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간 것일까.

이 시집엔 62편의 시가 실려 있다. 어느 것 하나 튀는 표현의 대표작이랄 시도 따로 없고, 어느 것 하나 버려도 될 만큼 하찮은 시도 없다. 한 번도 못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독자는 없다는 말이 잘 어울릴 시집이다. 시인의 심성을 닮은 듯하다.





저자 : 아솔


윤아, 윤솔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시 쓰는 케미스트.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5년을 신약 개발 연구원으로 지냈다. 낮에는 연구를 통해 과학적 본질을 찾아가고, 밤에는 시를 쓰며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결과물을 엮어 첫 시집 『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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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 성숙하게 나를 표현하는 감정 능력 만들기
전미경 지음 / 지와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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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얘기지만 독자는 칼 구스타프 융을 존경한다. 얼마 전부터이다. 올해 갑자기 몰아닥친 '코로나 팬데믹' 영향인지 출판계는 '심리학'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의 거의 절반이 사람의 심리, 감정, 마음을 다루고 위로하는 에세이를 비롯,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존경 받는 칼 구스타프 융에 관한 서적도 굉장히 많이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 출판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외국에서 호평 받는 심리학 관련 서적이 번역돼 나오는 바람에 독자도 이쪽 분야에 대한 무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관련 서적들을 조금 열심히 읽었다. 이 때문에 심리학이나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이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는 이유에서 많은 책들이 출판돼 나왔을 것으로 무식한 독자는 추정한다.

융에 관한 번역서 몇 권을 읽어본 독자로서는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을 창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환자 치료 신념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그를 의사로서 존경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의사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본 것도 사실 얼마 안 된 일이다.

우리나라 의사나 심리학자 대부분도 칼 융을 환자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려 깊은 의사이고 심리학자라고 인정하는 것 같다. 최근 책들에 따르면 융은 틀에 박힌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경계했으며 개인에 대한 개별적 이해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권위보다는 환자를 생각했고 환자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면 다른 학파의 방법도 개의치 않았다. 오로지 환자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다한 노력만 그의 관심사였다. 독자가 칼 구스타프 융을 존경하는 이유다.




이렇게 최근 쏟아져 나오는 정신의학, 심리학 관련 서적들의 주요 용어는 대략 다섯 가지로 보인다.(정확한 통계가 아닌 독자의 느낌으로) 심리, 정신, 감성, 이성, 감정이 그것이다. '마음'은 순우리말로 책의 저자들이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하도록 많이 쓰였다. 때로는 감성의 뜻으로, 또 이성이나 감정의 의미를 대신하기도 했다. 에세이든 학문적 연구 서적이든 이 다섯 가지 용어에 대한 사전적 설명은 분명히 해두고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될 듯해 독자가 임의로 사전적 용어 풀이를 미리 한다.(단, 저자에 따라 일부 용어를 혼동해 쓰기도 하고, 엄격히 구분해 쓰기도 한다.)

1. 감성 :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철학] 용어로 사용될 때는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말한다.

2. 이성 :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다. [철학] 용어로서는 진위(眞僞), 선악(善惡)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 혹은 칸트 철학에서, 선천적 인식 능력인 이론 이성과 선천적 의지 능력인 실천 이성을 통틀어 이르는 말. 좁은 의미로는 감성, 오성(悟性)과 구별되어 이데아에 관계하는 더 높은 사고 능력을 말하기도 한다.

3. 심리 :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 심리학이란 생물체의 의식 현상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전에는 형이상학 안에 포함하여 생각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실험 과학의 경향을 띠고 있다. 발달 심리학ㆍ변질 심리학 따위의 여러 갈래로 나누며, 군사ㆍ산업ㆍ교육 따위의 실생활에 널리 응용한다.

4. 정신 /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을 말하며, 마음의 자세나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주로 일부 명사 뒤에 쓰여))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철학]에서는 우주의 근원을 이루는 비물질적 실재를 의미한다. 만물의 이성적인 근원력이라고 생각하는 헤겔의 절대적 정신이 대표적이다.

5. 감정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이 책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저자는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의 동물이라고 전제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힘든 건 바로 ‘내 감정’이다.

어떤 날은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은데, 다음 날은 바로 감정의 회오리에 휩쓸려 일을 망친다. 일상의 대화부터 사회적 관계까지 좌지우지하는 감정 역량의 문제. 이제 생각보다 기분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자는 게 저자의 집필의도다.

우리에게 ‘진짜 자존감과 가짜 자존감’이 무엇인지 알려준 전미경 저자의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를 통해 14가지 감정 능력의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순간 ‘욱하는’ 일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래된 묵은 이유가 있다.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고, 오랜 상처로부터 회복하게 만드는 감정 능력의 힘. 누구 앞에서나 자신 있는 사람이 되는 수업을 시작하자.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14가지 감정 능력의 비밀을 모두 하나씩 하나씩 밝히고 있다. 어떤 감정은 어떤 상태에서 발전되며 어떻게 치료, 치유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독자들이 읽고 이해해 실천할 수 있게 쉬운 말로 풀어쓴 셈이다. 저자는 수련의 시절부터 본인이 가진 지극한 내향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환자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자존감, 감정 능력 등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2030들의 문제를 그들 세대의 가치관으로 열린 태도로 이해하는 치료자로 평가받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세 가지 제목의 실례를 적시한다. 의사이자 중독정신의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치료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14가지 유형의 감정 이상 현상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치료나 치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다.

"많은 심리학 도서가 ‘부정 감정도 당신의 감정이기에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런데 ‘싫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도 화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화를 내는 감정 또한 소중하다’고 말해주면, 그 순간에 위로는 될지라도 해결책은 얻을 수 없습니다."

「에필로그_최종 목표는 나의 자유」 중에서





[1.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일까] 정체성으로서의 감정 이해하기

감정의 회오리에 휩쓸려 일을 망친다. 남들과 다른 포인트에서 갑자기 감정이 올라온다. 왜 그런 걸까. 감정은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감정 능력이 중요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오롯이 한 개인으로 존중받기를 바라는 우리의 욕망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가족, 친구, 동료,

선후배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상대와 동등하게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를 원하고, 이것이 억압될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1.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일까」 중에서




[2. 생각이 다르다고 마음까지 다치는 이유는] 상황과 기분 분리하기

아무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가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으면 아무 일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이 다르다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무엇이 상처를 주는 걸까.

"이런 일에 섭섭하다는 티를 내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자니 나만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두 사람과 정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들은 아니었던 걸까? 친구라면 적어도 누구를 섭섭하게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잘못된 행동을 한 건 친구들인데, 왜 내가 속상해야 하는 걸까?’"

「2. 생각이 다르다고 마음까지 다치는 이유는」 중에서





[8. 가끔 내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 나의 기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나만 불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의 사연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내가 관심을 받고 싶은 걸까?

“그 친구는 항상 하소연을 길게 해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짜증이 나요. 처음에는 위로도 해주고, 이런저런 조언도 해줬어요. 어떨 때는 너무 좋은 일이 생겼다며 마구 자랑하다가 어떨 때는 갑자기 울기도 해요.” 주변에서 숱하게 접하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일도 잘하고 능력이 좋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자기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은 경우입니다.

「8. 가끔 내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 중에서


[13. 외로울 순 있어도 무기력해지기는 싫다면] 소속감에 목매지 않기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옅은 외로움이 있다. 사람들과 같이 있다가도 문득 무기력해진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외로움을 다른 말로 바꾸면 저는 ‘내 세계가 줄어드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외로움을 없애는 법은 ‘남의 세계를 갖다 붙이는 일’이 아니라 ‘내 세계를 확장하고, 다른 세계와 연결하는 것’일 겁니다. 나의 세계를 오히려 침범하고, 내 세계의 자율성을 해치는 방식으로는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13. 외로울 순 있어도 무기력해지기는 싫다면」 중에서




오늘날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신입 사원과 부장님 사이에 ‘감정 소통’이 안 되는 게 회사의 가장 큰 일이고, 울먹이는 한 친구를 이해 못 하면 ‘인간 관계’ 전체가 모두 엉망이 된다. 이처럼 감정의 문제가 중요해진 이유는 점점 더 오롯이 한 개인으로 존중받고 싶은 욕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 과거에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소통하기를 원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물어보자. 내 기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가?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달라도 마음 상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감정을 키우지 않을 수 있는가? 나쁜 일을 겪어도 계속 곱씹지 않을 수 있는가? 당연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행동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감정은 나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순간 ‘욱하는’ 일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래된 묵은 이유가 있다.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는 놀라운 감정 능력의 비밀을 알려준다. 현대 심리 이론을 바탕으로 감정을 타당화하기, 1차 감정과 2차 감정을 구분하기, 외상 후 성장하기, 도구적 정서 활용하기 등 14가지 감정 역량을 키우는 책. 감정은 결국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제 비로소 ‘나’다운 인생을 시작해보자.



이 책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감정’의 문제를 파고든 책이다. 그는 흔히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는 데에만 집중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 능력을 키울 때,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타인과 공감하는 리더십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성 안드레아 병원, 제주 한라병원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천안에 있는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있는 저자는 청각장애우 환자들을 위한 수화 진료, 인도 뉴델리 현지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카리 초등학교를 직접 설립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책 내용은 이 같은 치료 경험과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치유의 말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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