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김현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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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은 글 쓰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글을 적게 쓰고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다. 글을 길게 쓰기가 힘들어서도 아니다. 글이 짧아야 독자의 이해가 빠르고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짧은 글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 짧은 글은 문장이 단순히 짧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의미를 제대로 담아 짧은 글로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해 '글의 마법사'로 불리울 수 있다. 그러나 수식어가 많을수록 글(문장)은 길어진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단문을 선호한다. 가능한 한 접속사도 피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원활한 연결을 하는 접속사가 많아지면 의미 연결이 잘 돼 글을 읽기에 편하지만 자주 등장함으로써 오는 피로감 외에 등가와 반대의미의 접속사가 남발되면 글 전체 맥락 이해에 혼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류는 글의 효용성을 발전시켜 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방송이나 컴퓨터도 글이 기본이다. 문자의 발명 때와 달리 글을 말로 전달하는 것이 방송이며, 코드화해 전달하는 것이 컴퓨터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말로 전달하는 게 가장 호소력이 있지만 시공적으로 한계가 있어 인류는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전달할 때도 이 같은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은 문자(글)이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급속도로 문명이 발전될 수 있었고, 시공을 초월해 전달할 수 있는 문자는 활자를 통해 다중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있어 책의 발달, 문명의 발달로 이어졌다.

이른바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 시대의 현대 인류는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한다. 글을 쓰면서 얻는 사색의 힘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글을 쓰던 세대는 아직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펜으로 글을 쓴다. 전달하려는 뜻도 컴퓨터 세대는 컴퓨터를 사용해 전달하는 것이 직접 펜으로 써서 전달하는 것보다 편리하고 빠르기 때문에 이 방법을 택한다. 자연스러운 변화다. 다만 중간 단계에 어정쩡한 사람들은 스스로 그 고충을 떠안을 뿐이다. 그러나 보편화된 글 전달은 자칫 감정 전달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쉬운 예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할 때 직접 펜으로 쓴 글이 역시 컴퓨터로 자판을 쳐서 전달하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 컴퓨터는 한 번만 쳐두어도 다른 대중에게 전하기 쉽지만 직접 쓴 글을 그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 문자에 대한 매커니즘적 판단일 뿐이지만 인류에게 문자나 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역시 '사랑'이다. 이 책 『연애편지』의 김현문 저자는 사랑이 없다면 인류는 우주에서 정신의 미아가 된 채 도태되어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이 확실한 질서를 깨닫지 못하는 한, 그 둘을 하나로 이어주는 분명한 고리가 사랑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한, 인류는 공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나눈 편지를 바탕으로 살을 덧붙여 재구성한 사랑의 글이다. 저자는 사랑은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라고 한다. 사랑이 없다면 세상은 희망이 없고 차갑고 어둡고 쓸쓸할 것이라며 독자 모두가 맑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가을이 오면 누구나 느끼는 쓸쓸함, 외로움을 달래는 것은 사랑만큼 좋은 것이 없다. 사랑은 인간이 가진 것 중에 가장 따뜻한 마음이기 때문이리라.

이 가을에 사랑이 없다면 사람들은 희망이 없을 거라는 비약적인 논리가 다소 수긍이 간다. 140자에 기준을 둔 짧은 글들이 지루하지는 않을 테지만 깊은 울림을 줄지, 따뜻한 마음으로 바꿔줄지 기대된다.



저자는 문경 봉암사, 상주 원적사 등지에서 禪 수행을 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글에 무엇인가 깨달음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읽어가다 보면 단순히 연예편지의 느낌보다 더 근원적인 외로움이 느껴진다.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삶의 고통(?)에서 오는 쓸쓸함도 그 감정의 하나로 이해된다. 그래서 연애편지 속에는 어느 순간 나 스스로와의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주제에 어긋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저자의 글에 감화되어서가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도 삶의 외로움과 괴로움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는 공감에서다. 다만 살면서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사랑'임에 틀림없다는 점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저자 : 김현문


대학에서 독문학 전공. KBS 방송작가교육원 1기 수료. 문경 봉암사, 상주 원적사 등지에서 禪 수행. 문학춘추 신인상 수상. 前남도지역 미술담당기자. 신문사, 잡지사 등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명상과 미술평론 등 다양한 글을 연재. 前요가코리아, 행복채널 등의 잡지사 편집장.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글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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