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
김현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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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굉장히 도발적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데카르트(Descartes)가 방법론적 회의 끝에 도달한,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제1원리의 명제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고 일체가 허위라고 생각할 수 있어도 그와 같이 의심하고 생각하는 우리의 존재를 의심할 수는 없다는 게 데카르트 철학의 근본이다. 이 명제는 '생각하는 나의 자기 확실성'을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일찍이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론적 · 유물론적 입장에서 데카르트의 관념론이 비판받고 있다.[철학사전, 2009]

이에 비해 2500년 전 석가모니는 만물에는 고정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나(實我)가 없다는 뜻으로 아나트만(An?tman, 범어)를 가르쳤다. 즉 무아(無我)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뒤 최초로 설파한 가르침이다. 저자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비틀어 불교의 가르침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읽힌다. 물론 데카르트를 비판하기 위함은 아니다. 수천 년간 인간의 머릿속에 간직돼온 부처의 가르침을 저자의 입장에서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선(禪)'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불교수행법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가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따라 책의 제목을 정한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선(禪)을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 선은 세계의 어떤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의 실체가 숨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전 세계인들과 선의 경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 편마다 알맞은 사진이 배치돼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입체감을 느끼도록 구성해 보았습니다. 선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나아갈 방향을 탐구하며 독자들과 함께 근본적인 삶을 토론하며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시되 글의 행간을 들여다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 편의 글이 끝날 때마다 여운을 느끼고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문을 통해 저자가 밝힌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가진 종교의 가르침에 따른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삶을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문학이 대학 내에서 통폐합되기도 하고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은 더욱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사색하고 얻어낸 철학적 사유가 위로나 격려, 마음의 치유를 위해 짧은 시간 필요할 뿐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걸까. 독자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제대로 모르고 있지만 종교나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중의 외면도 삶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 꾸준히 대중을 구제하고 만인을 위하는 생각과 사색을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독문학을 전공한 기자인데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스님들과 대화하고 깨달음에 대해 경청한다. 그 깨달음은 고행보다 치유를 뜻하는 것일까. 저자의 글에는 왜 그런지에 대한 답은 유보한다. 자신이 경험한 바를 글로 쓸 뿐이지 깨달음을 얻어 깨달음을 글로 표현한 것이 아닌 것일까.

고뇌(사색)와 깨달음, 마음치유는 한 단어로 써도 무방할 정도로 잘 연결이 되는데 저자의 경지가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것일까.

의문을 갖고 적당한 거리로 이 책을 읽으면 뭔가 잡히는 느낌이 온다. 삶의 지혜나 깨달음을 얻는 것은 단순하고 쉬운 일은 아닐 터다. 누구의 조언을 듣는 것보다 스스로 경험한 것이 지혜를 얻는 일에 가깝게 다가서는 일이고, 사색의 결과물로 된 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스스로 고뇌해 깨달음을 얻는 일에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음을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깨달음은 말이나 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생각을 통해서 자아의 정체성을 확정할 수 있다.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신념이 생기고 어떤 일에도 두려움 없이 해낼 수 있을 터이니.

자아의 정체성이 정지되거나 앞으로 더 확장되지 않는다면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어려운 것일까. 반대로 생각이 더 나아가면 자의식이 아니라 무(無), 공(空)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일까. 많은 고뇌의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것도 이 책이 할 일인가. 사실 많은 의문점이 든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진정 쓰려고 했던 것이 무엇일까. 한 가지는 분명하고 독자도 느낀다. 삶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사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생각이 더 나아가 무나 공의 경지에 오른다면 삶은 어떨까. 과연 그런 경지는 있는 것일까.




무슨 위로나 격려,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저자가 썼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의 귀에 솔깃한 말보다는 고민하게 하는 말을 더 많이 썼을 거란 긍정적인 집필 의지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삶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로서는 얻은 바가 크다.

또 여행이 경치 좋은 것을 보러 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자신과 주위 사물, 자연에 대해서도 더 깊이 탐구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뜻에 동의하는 것도 크나큰 소득이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도발적이 아니라 깊은 생각과 부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받아들인 후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저자 : 김현문


대학에서 독문학 전공. KBS 방송작가교육원 1기 수료. 문경 봉암사, 상주 원적사 등지에서 선(禪)수행. 문학춘추 신인상 수상. 남도지역 미술담당기자. 신문사, 잡지사 등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명상과 미술평론 등 다양한 글을 연재. 前요가코리아, 행복채널 등의 잡지사 편집장.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글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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