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8
김복래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에 간 적이 있다. 십수 년 전 일이다. 관광여행으로 직장 동료들과 함께였다. 관광회사의의 일정에 맞춘 여정이다. 적지 않은 비용에 많은 곳을 들르는 일정상 프랑스도 파리, 니스, 칸, 모나코밖에 가지 못했다. 정신 없이 바쁜 일정이다. 그래서 돌아올 때 꼭 다시 오겠다는 내심 작심을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 갈 생각으로 넉넉한 일정과 목적을 달성하는 여정으로 짜긴 했다. 올해 못 간 건 코로나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본 파리나 니스의 도시 경관 등은 정말 아름다웠다. 옛날 이런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이 수려한 경관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프랑스 역사는 고등학교 때 배운 게 전부다. 세계사 시간에 교과서에 나온 짧은 지식이 전부다.

이 책은 프랑스 역사를 쓴 다이제스트란 설명 겸 제목이 눈에 띈다. 그리고 곧 이해했다. 프랑스 역사를 한 권의 역사서에 담을 정도는 아닐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곳도 우리 못지 않게 장구한 역사의 나라이다. 영웅도 많고, 예술인도 많다. 철학자도 많고, 사상가도 많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프랑스 역사를 알고 싶은 이유는 프랑스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처럼 프랑스 역사는 많은 것을 이해하는 지식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이제스트 판이지만 100가지 사건을 한 권의 책으로 담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저자의 고충이 이해된다. 그것도 100개 사건으로 본다면 사건의 선정도 쉽지 않았으리라. 어려움을 딛고 이 책을 발간한 저자와 편집자 등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프랑스에 대한 지식을 크게 높여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100개 사건은 듣고 본 사건이 대부분이지만 전혀 처음 읽은 사건도 있다. 그 사건이 프랑스 역사에 미친 영향이 대단했기 때문에 저자가 선정했을 터 고맙게 읽었다. 덕분에 프랑스와 자신의 국민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산 사람들의 업적에 경탄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특히 이 책은 지식 이외에 삶을 위한 지혜를 깨우치게 하고 영감을 통해 독자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내용이어서 감사하다.

이 책 『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100』은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우리가 기억해 두어야 할 중요한 장면을 가려 뽑은 가람기획의 ‘NEW다이제스트100’ 시리즈 열여덟 번째 책이다. 프랑스는 어떤 나라일까? 유럽 대륙 서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육각형의 나라’이며 화려한 귀족과 궁중 문화로 빚어진 ‘문화의 나라’이고 자유·평등·우애가 상징인 ‘혁명의 나라’이다. 저자의 시각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써온 프랑스라는 나라는 언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흘러왔을까? 본서에서는 기원전 7세기, 골(갈리아)인이 프랑스 땅에 정착한 순간부터 갈로-로마 시대, 봉건주의 중세 시대,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왕정 시대, 시민이 주인인 프랑스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특성을 잘 반영해 주는 흥미로운 사건 100가지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역동적이며 유구한 프랑스의 역사를 특별히 선별한 100가지 사건으로 저자와 함께 들어간다.



2020년 대한민국의 우리들에게는 민주주의와 자유, 권리가 너무나 당연하지만 불과 200여 년 전에 ‘인권’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에 달했던 프랑스의 18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심한 흉년이 들어 프랑스인의 주식인 빵의 가격이 폭등했던 때, 당시 국왕이었던 루이 16세가 중용한 재무총감 튀르고의 정책 실패로 프랑스는 매우 심각한 빈사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굶주리는 평민들과는 달리 지배계급의 사치와 낭비는 멈출 줄 모르고, 왕조차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는 가렴주구를 일삼는다. 이러한 지배계급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진 대다수의 평민 ‘제3신분’들은 계몽주의의 바람을 타고 혁명을 결심하게 된다.

시민들은 스스로 대표를 뽑아 국민의회를 구성했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하며 지배계급에 대항했다. 마침내 앙시앵 레짐(구제도)의 대표적인 인물인 루이 16세를 타도하고 혁명의 목적을 달성한 프랑스는 현재까지도 1789년 7월 14일(바스티유 습격일)을 프랑스에서 가장 큰 국경일인 혁명 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은 미국 독립혁명, 영국 명예혁명과 더불어 세계 3대 시민 혁명으로 불릴 만큼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절대 왕정을 뒤엎고 국가의 권력을 시민에게 넘긴, 즉 군주제에서 시민 민주주의로 가는 다리를 놓은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저자의 집필 의도가 읽힌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프랑스가 자유와 평등을 주창한 ‘인권의 나라’라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1789년 혁명 이후 “모든 인간은 법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천명했으며, 이 선언문은 전 세계를 주유하게 되었다. 옛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한 지도자의 불만 어린 전언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은 언제나 만인을 위한 빵과, 만인을 위한 자유, 또 만인을 위한 사랑을 설파한다. 그러나 이 만인을 위한 빵과 자유, 사랑도 반드시 ‘프랑스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기본적인 전제다. 왜냐하면 프랑스적인 것은 인권을 비롯해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거만한 수탉coq이 프랑스의 상징이며, 오늘날도 ‘자유의 공여자’임을 자처하는 프랑스인의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분들은 100선의 프랑스 역사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러한 ‘프랑스성frenchness’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 직접 가서 느낀 독자도 공감을 한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영어로 얘기하면 잘 못 알아듣는 '척했다.' 나중에 가이드에 물어보니 영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에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갈로-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100가지는 어떤 사건이 더 중요한가는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사건과 성격이 너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건들은 가급적 배제하고, 세계사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육각형의 나라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특성을 잘 반영해 주는 흥미로운 사건들을 연도별로 배정했다는 말에 동의한다. 흥미로운 역사 스토리텔링과 풍부한 시각적 자료가 어우러져 독자들의 이해가 용이하도록 구성하기 위함이리라. 아무튼 『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100』은 프랑스 역사의 흐름을 가장 쉽고 간결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줄 최고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프랑스 역사는 이웃 나라 독일과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모든 정치적, 외교적, 사회적, 문화적 문제가 독일과 관련된 것들이다. 전쟁도, 공동 노력도 모두 프랑스와 독일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각 나라에서 보는 역사는 정반대로 읽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는 공동으로 교과서 바로 쓰기에 노력하기도 했다.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너무 다른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06년 독일과 프랑스에 공동 출간되어 국경을 뛰어넘는 역사 갈등 해결의 모범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화재를 일으킨 바 있는 ‘양국 공동 역사교과서’가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2년 여 동안의 번역과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된 이 책(이 글은 프랑스 역사 다이제스트 서평글이므로 다른 정식 책 이름은 생략한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직접 교재로 사용 가능한 두 나라 최초의 공식적인 ‘공동 역사교과서’이라고 한다.

나폴레옹의 독일 침략 이래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 동안 네 번의 전쟁을 치른 숙적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서로를 좀더 잘 이해하고 평화와 우호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로, 독일과 프랑스는 이 책을 통해 두 나라의 역사 갈등과 쟁점들을 확인하고 자국의 시선을 넘어 공동의 역사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교육과정에 충실히 따르면서도 두 나라의 시각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이 교과서는 70년 동안 두 나라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온 교과서 협력활동의 최종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은 엘리제 조약 40주년을 맞아 독일과 프랑스의 청소년들이 “무지로 인한 선입견을 줄이기 위해 같은 내용의 역사교과서를 도입”할 것을 양국 정부에 적극 제안함으로써 탄생하였다. 두 나라 정부수반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양국의 교육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관련 학자들이 독일·프랑스 공동역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해 교과서 편찬지침을 만들었으며, 실제 교과서 집필은 나라별 5인의 현장 교사들이, 출판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독일의 클레트(Klett)사와 프랑스의 나탕(Nathan)사가 각각 담당하였다.

내용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우리의 이웃 일본을 생각하면 한없이 부러운 프랑스와 독일, 독일과 프랑스의 사이다. 그동안 두 나라 사이에는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교과서 협력활동이 면면히 이어져 왔지만 언제나 민간단체가 제안한 권고안에서 머물렀으며, 그렇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는 ‘기대’이거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이 공동 역사 교과서는 양국의 관계당국이 참여한 명실상부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인 것이다.



교과서 저자들은 양국의 역사학자들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실과 개념, 이의 해석을 서로 대조하고 해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은 양국 정부가 주도한 독·프 역사교과서편찬위원회의 편찬지침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이 책이 결코 관용(官用) 역사책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처럼 이 책은 국가 단위의 협력과 민간단체의 협력이 적절히 배합되어 탄생한 책으로서, 내용과 형식 면에서 최고의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2차대전까지 침략국과 패전국의 위치에서 협력국의 관계로 바꾸는 노력의 시작이 침략국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기 때문이리라.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와는 지역적으나 상황적으로 달라도 너무 달라 안타깝기만 하다.

역사 얘기를 하다 말이 옆으로 조금 빗나갔지만 우리 상황으로 아쉬워 굳이 여기에 쓴 이유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나라가 자신들의 역사를 제대로 쓰기 위한 기본적 역사관이 부러워서다. 이 책 『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100』도 두 나라의 역사 의식에 바탕하여 쓰여졌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기술하도록 말이다.



제1장. 갈로-로마 시대: 프랑스의 기원

제2장. 중세 시대: 교황 시대의 낮과 밤

제3장. 르네상스 시대(1494-1610)

제4장. 17세기 프랑스: 위대한 세기

제5장.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

제6장. 혁명과 제국의 시대(1789-1815)

제7장. 19세기 프랑스(1815-1914)

제8장. 20세기 프랑스(1914-현재까지)


저자 : 김복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파리 제1대학교와 제4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안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유럽문화와 유럽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프랑스가 들려주는 이야기』,『프랑스 문화예술, 악의 꽃에서 샤넬 No.5까지』,『종교로 본 서양문화』,『재미있는 파리 역사 산책』,『프랑스사』,『프랑스 왕과 왕비』,『속속들이 이해하는 서양생활사』등이 있고 역서로 『조각난 역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쁜 것도 습관입니다 -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8가지 기술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송소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인들은 바쁘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바뀌면서 시간의 사용 효율은 극대화돼 왔다. 생산 수단이 인간이 아니고 기계가 대신하면서 사람은 기계 감시만 하면 되기 때문에 낮에 일하고 밤에 집에서 쉬는 문화는 차츰 밤에도 일하는 사회로 바뀌어갔다. 일을 하는 시간이 낮뿐만 아니고 24시간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 논리는 독자 개인의 논리이지만 '바쁘다'는 표현은 산업화 과정에서 주로 사용했던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정보화된 사회는 초(秒)를 쪼개야 할 정도로 정밀화되고 신속화됐다. 그렇게 되니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일 때문에 바쁘다'는 표현은 자연스럽게 의식 속에 인식된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먹고 살기 위해' 시간은 금이 됐고, 24시간 일하는 것은 생계 해결뿐 아니라 각종 편의시설 이용도 가능할 정도로 부(富)는 늘어났다. '돈의 맛'을 느끼게 된 것이다. 생계 때문에 일하는 차원을 넘어서 문명의 시대를 즐기기에도 돈은 필요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 진 산업 현장에서의 우리 아버지 세대는 교육은 물론 가족의 문화적 욕구나 생활의 편의를 위한 돈을 버는 데 잠을 줄여서까지 일했다.

급속한 산업 발전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외여행이 자유화될 정도로 부(富)를 가져다 주었다. 해외여행을 처음 가본 우리 국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밥 먹는 시간을 줄이고, 규정 속도로 달리는 차량 속도엔 너무 늦다고 불평하는 바람에 한국인에 대해 '바쁘다 바빠'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 책 『바쁜 것도 습관입니다』의 저자 아리카와 마유미는 현대인들이 시간에 쫒기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삶과 시간 사이의 인과 관계 등을 깊이 연구해 시간 관리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도 2차대전 패전 후 나라 경제를 되살리고 국민들의 경제 상황을 회복하기에 같은 시기를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 경험했다.




저자의 집필 의도대로 이 책은 늘 바쁘다고 습관처럼 말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상황에 휩쓸리고 일에 쫓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여기저기 쓰고 남은 돈으로 저금을 하려면 좀처럼 돈이 모이지 않듯, 해야 할 일들에 쫓기다가는 정작 내게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베스트셀러 『서른에서 멈추는 여자, 서른부터 성장하는 여자』를 쓴 아리카와 마유미 저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부터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해 시간을 쓰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적을 의식하며 시간을 쓰면 바쁘다는 기분 없이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담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8가지 기술’을 따르면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넘어서서 시간의 주인이 되고, 늘 쫓기는 기분으로부터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을 경청해본다.





사람들은 바쁘다. 시간 낭비가 두렵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을 한다며 분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고 휴식, 여행, 자기계발, SNS까지 모두 빈틈없이 해내려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늘 바쁘다면 그건 바쁘게 지내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함과 죄책감, 다가올 고독감과 공허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중독적으로 바쁘게 지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바쁜 것은 습관이 된다.

물론 우리에게 할 일은 언제나 많고, 많은 일을 해냈을 때 성취감과 쾌감도 클 것이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여기 ‘중요한 일’과 ‘긴급한 일’이 있다고 해보자. 사람들은 대개 긴급한 일부터 처리하려 한다. 이를테면 휴가를 내고 여행을 하는 시간, 충분히 자는 시간, 소중한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시간 등은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기약도 없이 미룬다.

마치 여기저기 쓰고 남은 돈으로 저금을 하려면 좀처럼 돈이 모이지 않듯이, 급한 일부터 하면 시간은 결코 남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언제나 바쁜 사람의 비결이다. 내게 중요한 일부터 확보하지 못하면 언제나 해야 할 일이 우리의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자 시간관(時間觀)이다.





현대인들은 커리어와 성장을 위해 자신들을 채찍질해왔다. 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인생도 모두 끝이 있다.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실감할 때쯤이면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그동안 커리어와 성장 전략을 제시해왔던 저자가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커리어의 중간쯤 왔을 때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 ‘내게 남은 시간을 무엇에 써야 하는가’를 다룬다. 저자는 문제를 풀 도구로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위한 습관’ 여덟 가지를 제시한다.

‘습관 1 : 시간을 보내는 기분에 집중한다’, ‘습관 2 : 목적의식을 갖고 시간을 쓴다’, ‘습관 3 : 나만의 철학으로 우선순위를 매긴다’, ‘습관 4 :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는다’, ‘습관 5 : 너무 깊은 생각은 행동으로 끊는다’, ‘습관 6 :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관계에 집중한다’, ‘습관 7 :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시간을 쌓는다’, ‘습관 8 : 일상의 호사스러움을 놓치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여덟 가지 도구로 각자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하기를 제안한다. 하나씩 살펴본다.




우리는 회사와 가정에서 늘 새로운 상황과 마주친다. 일상처럼 다가오지만 매일 똑같은 상황은 없다.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 그래서 계획이나 예상과 달리 상황에 휩쓸리기 쉽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그동안 나보다 주변의 상황이나 주변 사람들을 우선시하고 정작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상황에 끌려다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자신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를 위한 시간과 나의 행복을 스스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하루 중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우선으로 확보한다’, ‘일주일 중에서 연인과 만나거나 공부하는 시간을 먼저 확보한다’, ‘일 년 중 장기 여행할 시간을 맨 먼저 확보한다’와 같이 나에게 중요한 시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분투하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의 주도권을 되돌려주고자 쓰였다. 인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시간을 쪼개고 일을 늘려왔던 사람들에게 할 일을 줄이고도 남은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바쁜 삶이 충실한 삶이라고 오해를 하는 대나무 형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욕망형이다. 습관적으로 바쁜 매화나무 형도 있다. 떠밀려서 습관화되어 있어서 일상에 떠밀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목적없이 그냥 휘둘려 살아간다. 모두 그러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하며 그냥 살아간다. 정말 중요한 것,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살아가야 한다. 무엇 때문에 분주한 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하고 있는 일의 목적을 분명히 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 목적이 있으면 다소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내어 갈 수가 있다. 수단이 목적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면 안된다. 돈을 아끼려고 세일 코너를 돌다가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것과 같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늘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 내 인생의 거시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상기하며 살아가자고 저자는 주문한다. 마지막 부분에 있는 <죽을때 후회하지 않는 시간 습관> 부분은 인상깊다.

어떤 때에도 시간의 주인은 나이다. 시간 사용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참고할 것은 가치관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손에 넣고 싶은가?'



저자의 조언은 간단하지만 임팩트가 있다. 쓸데없고 덜 중요한 일은 과감히 접자. 그리고 현명한 거절로 인간관계의 시간 낭비를 줄이라, 시간을 아끼는 방법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생명의 기한을 생각한다.

흘러간 시간을 어찌할 수 없음을 기억하고 현재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 내일 할 일은 내일 하면 된다. 오늘 할 일을 선택하라. 스케줄은 중요한 일정부터 짜라. 시간이라는 상자에 가장 빛나는 돌, 큰 돌부터 넣으라. 자질구레한 일들은 큰 일들 사이사이에 끼워넣으면 된다. 불안하면 움직여라. 새로운 시도는 도전이 아니라 실험이다. 즉, 시간의 낭비를 없애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얼마인가 이해해야 한다. 실연과 실패에도 배운 게 있다. 넘어지더라도 꿈에 도전하는 성장하는 인생, 도전하는 인생을 목표로 해야 인생에 생기가 돈다. 일정은 최소한으로 만들고 일 주일에 하루 정도는 즉흥적인 일을 하도록 비워둔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 가치가 있는 것을 손에 넣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인정하자.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큰 것도 이룰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지금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인 목적을 세운다. 일상적으로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해 시간을 만들어내는 3가지 약속이다. 따로 정리할 만큼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1. 우선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자신을 위한 시간) 부터 확보한다.

2. 하고 있는 것을 하고 싶은 시간(자신의 시간)으로변경한다.

3. 생활과 시간의 비용을 줄인다.

삶의 목적이 분명하면 그 이외의 것은 다 정리하게 된다. 자기가 잘하는 것, 하면 행복해지는 것 그 하나를 위해 나머지는 정리하고 거기에 몰두하는 사람은 시간이 여유가 생긴다.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다. 단, 인생의 목적이 뚜렷하고 하고 싶고, 하면 행복해지는 일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시간이 삶을 만들고 인생을 만들고 당신이란 사람을 만든다.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시간을 씀으로서 인생의 드라마를 만들자. 당신은 인생의 주인공은 늘 당신이니까." 인상 깊은 말이다. 편집진도 이 부분을 뒷표지에 뽑아 넣은 것으로 봐서 저자가 강조한, 중요한 말임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독자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저자 : 아리카와 마유미


성장을 꿈꾸는 아시아 여성들이 손꼽는 최고의 멘토. 학원 강사, 화장품회사 직원, 의류매장 매니저, 웨딩플래너, 잡지 편집자, 방송작가 등 50가지 이상의 직업을 거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다 마흔 즈음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대표작인 『서른에서 멈추는 여자, 서른부터 성장하는 여자』(2011)는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2천여 명의 여성 리더를 인터뷰한 책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의 핵심 노하우를 알려주며 일본과 한국 여성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일하는 여성들의 진로와 성장 전략을 이야기해왔던 그녀는 이제 ‘시간’이라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왜 우리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열심히 살수록 시간에 더 쫓긴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 앞만 보고 달리는 게 불안하다면 남은 시간은 어떻게 써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시간이 없다’는 말에 담긴 다양한 문제를 밝히고, 시간이 많아지는 마음의 습관을 제안한다. 자기 시간의 주인이 자신임을 잊은 채 살아온 사람들에게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주기 위한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재의 반격 - 맥락을 읽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부상
신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기업 '삼성'은 지금은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됐다. 삼성은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기업 발전의 원동력은 '인재'라고 생각했다는 일화는 우리 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 크게 회자됐다. 입사 지원자도, 채용 직원 규모도 우리나라 최고였던 삼성은 발전 과정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사훈(社訓)처럼 강조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면접에서도 고 이병철 회장이 자신이 신뢰하는 관상학자 등을 배치시켜 사원 선발에 직접 조언을 받기도 했다고 할 정도니까 얼마나 인재를 중요시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그룹 회사가 설립한 연구소가 ‘인재 사관 학교’라 불리는 '삼성인력개발원'이다. 이 책의 저자 신태균은 이곳 부원장 출신이다. 그의 인재론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인재가 아닌 시대의 흐름에 맞는,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상을 개발하는 책임자 자리에서 연구한 사람이니 더욱 신뢰가 간다.

더욱이 세계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인재 등용은 기업 미래을 담보한다는 취지로 인재를 양성하고 선택하는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에 직면하면서부터 이젠 제 4차산업 혁명 시대가 더 빨리 다가올 것에 대비해 여러가지 대책을 세워가고 있다. 이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발전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개인 약력은 서평 후로 미루고 책의 내용을 먼저 살펴본다.

이 책 『인재의 반격』은 ‘문명과 산업’, ‘기업과 개인’이라는 크고 작은 줄기들을 촘촘하게 엮어 다가올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지, 기업은 어떤 인재를 통해서 지속 가능한 혁신과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난무하는 시대에 어떤 사람이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차지할까?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서 기업을 이끌어갈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기업은 혁신과 생존을 위해서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양성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책이다.




기업의 미래와 생존을 책임지는 인재, 기술이 인간의 업(業)을 위협하는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는 인재란 어떤 사람일까? 저자는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여러 중요한 요건들 중에서도 크게 2가지를 강조한다. 첫째는 맥락형 인재다. 맥락형 인재란 “사물을 개별 정보나 지식으로 이해하지 않고 다른 사물이나 사건과의 연관성 속에서 그 흐름과 움직임의 핵심을 파악하여 분석하고 대응 및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행간을 읽는다”는 말처럼 그들은 주어진 ‘텍스트’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컨텍스트(context)’를 읽어낸다.

변화의 흐름, 일의 맥락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 한 분야의 지식만 많이 쌓은 전문가와 맥락형 인재는 서로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비유하건대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일반 전문가는 수직 및 수평 이동을 하면서 정사각형이나 정육면체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면, 맥락형 인재는 이를 넘어 대각선, 마름모꼴, 사다리꼴, 찌그러진 냄비의 형체를 파악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인다.


맥락형 인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자 하는 데 더욱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다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사고의 결을 따르지 않는 맥락형 인재가 패러다임을 바꾼다(paradigm shift)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능력은 민첩성(agility)이다. 우리는 종종 토끼가 자신보다 빠른 치타를 따돌리는 장면을 야생에서 목격하곤 한다. 이는 방향 선회 능력, 즉 민첩함이 치타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목표를 정해놓고 빨리 도달하는 사람만이 성공하고 살아남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언제든지 민첩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빠른 자가 느린 자를 잡아먹는 것이 초원 생태계의 법칙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동하는 변화의 시대에는 속도보다 민첩성이 생존을 좌우한다. 변화의 시점을 제때 파악해 유연하게 이동하는 동물만이 가혹한 변화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사회와 기업이 전통적으로 모범적 인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대개 보편적 사고, 표준적 사고, 전형적 사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누가 봐도 조직을 잘 운영하고 나름대로 성과도 잘 낸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이 “곧은길을 갈지언정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 또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격동기에는 평소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매우 무기력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합리적 무능력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는 전통적인 천재의 이미지를 버리고 천재를 새롭게 정의할 때가 온 듯하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도 엄청난 스펙이나 화려한 학력 중심의 천재 경영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4.0 인재는 일종의 팔색조(조직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지만 기존 조직에서 보기에는 칠면조(조직에서 제거해야 할 불필요한 존재)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에서도 칠면조와 팔색조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기술 문명이 인간 삶을 바꾸고 위협하는 세상이 아니라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기계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 기계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도 조직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미래도 변하지 않는다.

『인재의 반격』은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한 대전환 시대의 각종 위협에 맞서려고 고민하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변화의 방향과 그 대처 방법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알려준다. 인간이 필요 없는 시대가 아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능력을 갖춘 인재만이 위협에 맞서 살아남는 시대다.



모든 것이 이동하는 변화의 시대에는 속도보다 민첩성이 생존을 좌우한다. 변화의 시점을 제때 파악해 유연하게 이동하는 동물만이 가혹한 변화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속도와 민첩성은 어떻게 다를까? 둘 다 속도와 관련된 개념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치타는 대표적인 초원의 승부사다. 순간 최고 속력이 시속 110~120km로 동물 중 단연 최고의 빠르기를 자랑한다. 가히 바람의 승부사다. 토끼도 빠른 동물이긴 하지만, 시속 75km 정도이므로 치타만큼 빠르지 않다. 물론 체구도 작다. 그러나 민첩한 토끼는 종종 치타를 따돌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토끼의 순간 전환 속도, 즉 방향 선회 능력이 치타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치타의 빠른 속도는 변화 시점, 즉 방향 선회 시점에 오히려 관성으로 작용해 방향 전환에 큰 부담을 준다. 결론적으로 토끼는 속도 면에서 치타에 뒤처지지만 기동력 면에서 치타보다 탁월한 민첩성을 지녔기에 거친 야생의 초원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pp. 8~9)



저자는 '산업혁명' 시대라는 데 주목한다. 책에 따르면 산업혁명은 결국 인간 혁명이다. 물론 보이는 산업혁명은 기술 혁명이고, 기계 혁명이며, 도구 혁명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산업혁명은 인간 혁명의 성격을 띤다. 산업혁명은 간접적으로 인류의 생각과 가치와 생활을 크게 바꾸지만 직접적으로는 ‘일에 대한 혁명’을 초래하므로, 좁은 의미의 산업혁명은 바로 ‘일자리 혁명’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은 사람을 구조 조정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을 전후로 일자리가 급속히 재배치된다. 산업혁명은 글자 그대로 산업을 변화시키고, 산업은 기업을 변화시키고 개별 사업을 변화시키며 조직 내의 업무를 변화시킨다. 일이 변하면 사람이 교체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또한 본질적으로 인간 혁명인 것이다.

산업혁명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단순히 도구로 존재하던 기계가 마침내 지능을 가지고, 더구나 사람보다 더욱 월등한 지능을 가지고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사실은 기계가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고, 그 기계를 만든 소수의 엘리트가 대중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소유하는 소수의 인간이 통제하고 조작할 미래 사회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보며 경계해야 한다.





저자는 이어 실제로 지금까지 기업에서 선호했던 인재상은 성실하고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일 잘하는 인력이었다고 밝힌다. 그런 인력이 선호되고 승진의 우선권을 부여받았다는 것. 말로는 인성 좋은 전문적·창의적 인재를 선호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한다.

예컨대 올바른 성품보다는 직원을 다그쳐 성과만 많이 내는 인력, 전문성보다는 근면성이 강한 인력, 창의성보다는 즉시 실행하는 복종형 인력, 질문보다는 대답, 도전보다는 순응, 입체적 사고보다는 맹목적 단순 사고, 치밀한 설계 능력보다는 대충대충 치고 나가는 스피드형 인력을 선호해왔다고 말한다.

과거에, 아니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온 압축 성장 모델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의 기업을 일군 현재의 인재를 매도하거나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다. 다만 인재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이제 새롭게 발굴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 인력의 변신도 포함되어야 한다. 원래 똑똑한 인재는 변신에도 능하다. 인재 활용의 최고 수준은 인재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오래오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변화가 극심한 시기에는 특히 맥락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주장한다. 개별적이고 전문적이며 부분적인 해법은 전체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맥락형 인재의 당사자가 되든, 맥락형 인재를 키우든, 혹은 그들을 도와주라는 저자의 권유는 '맥락형 인재'가 새로운 생존의 중심에 있음을 분명히 해준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의 내용이야말로 저자가 말하는 '맥락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맥락형 인재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가? 맥락형 인재란 사물을 개별 정보나 지식으로 이해하지 않고 다른 사물이나 사건과의 연관성 속에서 그 흐름이나 움직임의 핵심을 파악함으로써 분석하고 대응 및 행동하는 유형의 인재를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쉽게 예를 들자면, 일반인은 나무를 볼 때 숲을 보는 사람이다. 맥락형 인재는 나무의 한 부분에 집중하는 보통 사람과 달리 나무의 뿌리, 줄기, 가지, 잎을 한눈에 파악하는 스타일이다.



이들 맥락형 인재의 특징 몇 가지를 관찰해보면, 우선 그들은 트렌드를 즐겨 읽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특정 사안에 관심을 갖거나 디테일에 매달릴 때, 그들은 커다란 흐름을 본다. 단순히 거시적 관점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들은 필요에 따라 거시와 미시를 자유롭게 항해한다. 굳이 말하자면 ‘자동 줌인과 자동 줌아웃의 다초점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은 횡단적 사고를 한다. 보통 사람들이 종적 인과관계에 집착할 때, 그들은 횡적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들은 수직적 사고를 하는 일반인과는 반대로 수평적 사고를 한다. 사고의 결이 다르다. 그래서 종종 그들은 패러다임 시프터이다. 그들의 생각은 열려 있다.

그들은 외부 세계와 자유롭게 소통한다. 어떤 정보나 선입견 또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판단하고 취사선택한다. 그들은 항상 스스로를 누구에게나 오픈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편안해하고, 그러기에 쉽게 가까워지고 친해지며, 친해지면 모든 것을 다 준다.

얼핏 보면 순진하게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약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질의 정보를 융합한다. 그래서 그들이 즐겨 하는 사고방식을 융합적 사고라고 말한다. 그들은 한마디로 합(合)에 능하다. 종합, 집합, 조합, 결합, 연합, 복합, 융합, 혼합, 화합, 접합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pp. 210~211)




저자 : 신태균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 양성, 인재 교육에 30여 년간 주력해온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인재 전문가.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하여 마케팅, 인사 교육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진 후 미국 지역 전문가로 파견되었고 보스턴 대학교 MBA 졸업, 경희대학교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재임 초기인 1990년대에는 삼성의 경영 철학, 이른바 ‘삼성 신경영’ 종합 체계를 수립 및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실무를 주도했다. 2000년대에도 삼성그룹의 21세기형 글로벌 핵심 가치 정립 작업을 이끌면서 계층별 리더십 프로그램, 고위급 및 최고 경영자 양성 과정, 해외 법인장 및 글로벌 리더 양성 체계 등의 개발 운영을 주도했다. 삼성의 인재 사관 학교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컨설팅팀장, 가치문화연구소장, 리더십 팀장을 거쳐 2011년 부원장(최고학습책임자CLO. CHIEF LEARNING OFFICER)을 역임했다. 청춘 토크 콘서트 ‘열정락서’ 및 여러 기업에서 강연했으며, 삼성그룹 사내 강의는 1000여 회에 달한다. 2016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2018년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 및 교육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2020년 현재 코스맥스 경영 고문, 한샘 사외 이사, 숙명여자대학교 객원 교수로 있다. 《존 코터, 변화의 리더십》을 옮겼으며, 지은 책으로 《인재의 반격》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범죄 추리소설은 여름에 읽기 좋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독서에 한 번 빠져들면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고, 분위기 표현 장면이나 범죄 장면이 나올 때는 섬찟한 기분에 온몸이 '얼어붙기' 때문이리라. 독서에 몰입한 추리소설 독자들은 여름 삼복더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책에 빠져든다. 추리소설 작가들은 대체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복선을 심어두고 분위기 묘사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한다.

독자들의 눈을 끌어들이기 위한 최고의 장치이다. 이 장면을 무심코 놓친 독자들은 한참 읽어가다 앞에서 못본 것을 인지하고 앞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다. 범죄 사건은 추리력이 있어야 범인을 특정해 잡을 수 있다는 것은 형사가 아니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추리력을 키우기 위해서 독자들은 끔찍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범죄 현장에서도 여간해선 눈을 찌푸리지 않는다. 목적인 범인을 밝혀내고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추리하기 때문이다. 이 추리력은 소설에 등장하는 형사나 수사관은 물론, 심지어는 작가보다 더 놀라운 추리력이 동원될 때도 있다.

이쯤 되면 이젠 일상적인 것이나 보통 일어나는 사건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 독자로 변신해간다. 그야말로 '형사도 잡는 독자'가 돼 가는 것이다.



최근 평범한 일상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다. 이럴 땐 무료함이나 더 큰 공포나 불안이 존재하는 범죄소설이 읽기 좋을 때다. 여름에 인기가 많은 추리소설이 겨울 문턱에 선 지금도 큰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추리소설이 자주 오르는 것을 봐서. 추리소설 인기에 한몫을 하는 미국 추리소설이 최근 발간돼 인기다. 바로 이 책 『나비 정원』이다. 이 소설은 단순 범죄소설이 아니다.

『양들의 침묵』으로 대표되는 사이코패스 범죄소설이다. 사이코패스는 범죄의 잔학성이 일반 범죄와는 다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양들의 침묵』과 『키스 더 걸』로 대표되는 사이코패스 소설에 『나비 정원』이 한 발을 얹었다고 출판계나 독서계의 평가인 것 같다. 인기에 힘입어 앞의 두 소설처럼 이 책도 영화화 예정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 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사실 이 책은 올해 집필된 책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이미 발간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전 세계로 2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출판사측은 말한다. 영화화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에선 사이코패스가 큰 인기가 없었지만 이번엔 좀 다를 거란 출판사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의 제목은 아름답지만 사이코패스 소설답게 기분이 나쁠 정도의 잔인함이 깃들어 있다. 익숙지 못한 독자들은 책장을 덮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지옥'으로 묘사될 수 있는 '나비 정원'에서 살아남은 소녀와 FBI와의 인터뷰라는 점에서 출판사측의 카피도 좋았다는 평을 받을 것이라고 독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이코패스인 어떤 이상한 자가 소녀들을 납치해서 꽃처럼 사육하다가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살해했다는 끔찍한 이야기이다. 추리소설 독자라면 호기심이 더 강해질 것이다.



예상에 크게 빗나가지 않게 사건은 전개되지만 소설의 도입부일 뿐이다. 사이코패스 범인은 예상보다 훨씬 잔인했다. 상당한 재력을 지닌 범인은 몇 명의 여성이 아니라 20여 명의 여성들을 납치해서 비밀의 정원에서 사육한다. 그것도 16~20세의 소녀들만. 나비에 집착하는 그는 납치한 소녀들의 등에 갖가지 나비들을 직접 문신을 하고 등이 파인 원피스만 입힌 채 감상하는, 말 그대로 정신이상자다. 소녀들은 21세가 되는 해에는 어김없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는 소녀들을 박제로 만들어 정원의 실내에 전시하는 것이 취미다. 끔찍하고 일반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범죄 행각은 혼자가 아니라 부자가 함께 저지른다는 점에서 한 번 더 경악스럽게 한다. 듣기에도 거북한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책장을 덮지 않은 것은 독자가 추리소설을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범인을 잡고 싶다는 수사관 입장에서일까. 아무튼 저자는 독자들의 관심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일까.



독자는 개인적으로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책의 구성이 좋다고 본다. 이 책은 FBI에 의해 구조된 소녀가 요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요원과 소녀의 인터뷰가 잠시 펼쳐지다가 소녀의 독백 형식이 이어진다. 즉 범죄 현장과 체포 직전의 상황을 왔다갔다 한다.

44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3단원으로 나눠지지지만 각 챕터의 제목도 없다. 철저한 신비와 비밀의 상징인 듯하다. 그래도 지루함이 없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작가의 구성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지루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인터뷰와 화상 내용이 반복된다. 짧으면 1페이지에서 길어도 10페이지를 넘지 않으면서 넘나든다. 독자가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의 장치인 셈이다. 긴장감의 연속이다.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안타까운 처지로 설정해 독자들의 동정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것도 독자들의 눈을 잡아두는 데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읽힌다.

불우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인 소녀는 범인이 붙여준 마야라는 애칭과 이 나라라는 가명만 밝혀졌을 뿐, 본명은 없다. 이것 역시 독자들로부터 신비감을 자아내는 역할을 한다. 물론 동정심도 끌어낸다. 납치되었다 희생 당한 소녀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FBI 수사관인 에디슨도 개인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수사 책임자인 빅터는 자신의 딸들을 생각하면서 소녀의 절망에 공감한다. 독자로서는 당연히 공감과 동정을 아낄 필요가 없다. 사이코패스 범죄 부자를 보면 간호사이자 요리사인 로레인이 범인의 수족이 된 심리마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범행이 잔혹할수록 범죄 주변인들은 오히려 동정이나 공감을 받는 것 같다.

범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심리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범인들의 대해선 일말의 동정심이 든다.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이코패스의 잔혹한 범죄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의 능력과 긴장감 조성은 성공했지만 남은 과제는 하나 더 있다. 이 분위기의 긴장감을 어디까지 얼마만큼의 밀도로 끌고 갈 것인지. 긴장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끝날 때 독자들은 책장을 덮으면서 잊어버릴 수도 있다. 즉 반전과 파국의 장면을 어떻게 설정할지의 부분이다. 자가는 다시 한 번 반전의 복선을 깐다.

20여 명의 소녀들이 어떻게 탈출했으며, 몇몇이 희생되고 이나라가 양손을 다친 이유가 무엇일까가 의문이 들었다면 독자는 굉장히 꼼꼼하고 치밀한 작가일 수 있다. 역시 해답은 마지막까지 읽어야 풀린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는 추리력을 동원해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독자는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아서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더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이해력도 추리력도 없는 독자만의 변명이겠지만.

잘 읽던 독자들도 조금은 헷갈리 만한 장면이 나온다. 범인과 장남 부자의 범행에 대해 차남은 어느 정도 짐작하면서 경찰 신고 등 소녀들을 구출할 방법을 생각하기를 주저한다. 자신은 구출을 위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지만,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으니 중립이라고 주장한다. 즉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점이다. 피해자 이나라는 반박한다. 범죄를 알고도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범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범인이면 체포해 처벌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 같다. 아마 소설의 주제에 엇나가는 부분을 생략한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스릴감 넘치는 소설을 읽었다. 개운치 않은 뒷맛은 있지만 몰입도 높고 긴장감의 연속이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점이 좋았다. 작가의 글솜씨가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지만 독자에게는 문학 작품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할 만한 이해도 없고, 지식도 없다. 그저 독자로서 재밌고 좋았다. 다른 것 생각 않고 몰입할 수 있어 좋았고, 범인을 잡을 수 있어 좋았고,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도 좋다고 느꼈다. 추리소설이 갖춰야 할 많은 점이 드러나 있고,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긴장감을 높이고 줄이는 능력도 대단해 보여 좋았다.

마치 축구팬이 최우수 팀간의 멋진 경기를 한 게임 관전하고 난 기분이 이럴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 독서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저자 : 닷 허치슨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기초한 청소년 소설 『상처 입은 이름(A WOUNDED NAME)』과 본 소설인 『나비 정원』을 발표한 작가다. 보이스카우트 캠프, 공예품점, 서점, 역사 전시관에서 (인간 체스 말로) 일한 경험이 많아, 지금도 청소년의 내면을 꾸준히 탐구하는 걸 낙으로 삼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되풀이해서 볼 수 있고 또 되풀이해서 봐야 하는 영화, 천둥이 몰아치는 폭풍우, 신화, 역사를 좋아한다. 이 책 『나비 정원』은 아마존 스릴러, 서스펜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종이책과 이북으로 미국 내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영화 판권도 계약되어 영화화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2016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베스트 호러 소설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가로서의 기반도 확고히 했다. 전 세계 22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나비 정원』의 인기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책의 후속작으로 수집가 시리즈인 『5월의 장미(THE ROSES OF MAY)』와 『여름 아이들(THE SUMMER CHILDREN)』을 연달아 출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의 명화 - 그림 속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유홍준 문화평론가가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유명해질 무렵 처음 들은 말이다. 그가 창조해낸 말인지, 어디서 인용했는지는 모르지만 독자에게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 무척 의미 있는 말이고, 그만큼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 머릿속에 저장됐다.

이후 위대한 예술작품을 대할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다. 독자처럼 일반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이 있다고, 혹은 좋아한다고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면 그나마 작품의 의미를 더 깊이 새길 수 있다. 예술 작품 감상법이란 것도 책을 통해 잘 나오기는 하지만 모든 예술 작품 감상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예술 작품을 많이 듣고 보고 배운 사람은 자신만의 감상법이 따로 있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해설에 의존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읽고 보고 듣고 배우기 위해서다. 독자도 그림 전시회에 수없이 갔다. 유명한 그림이라서 간 적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마지못해 간 적도 많다. 클림트와 샤갈 전시회에도 갔다.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였다. 두 화가의 경우만 얘기한 것은 두 전시회가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슴속 깊이 남았다. 클림트전은 그림의 크기에 놀랐고, 샤갈 전은 전시 그림 수에 놀랐다.

작품의 질이나 의미 등은 보러갈 당시로는 마음에 두지 않아 기억이 어렴풋하다. 다만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그림이나 전시 그림 수가 많은 것이 의외였기 때문에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는 점은 고백한다. 최소한 역사적 의미라도 미리 알고 갔으면 더 많은 감동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 나카노 교코는 예술, 특히 미술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는 미술사나 회화 양식 등 딱딱한 지식을 토대로 암기하는 방식으로만 그림을 봐 왔기 때문이란다. 경직된 그림 감상법에서 벗어나 미술과 친해지고 싶다면 어떻게 작품을 대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질문에 대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답을 제시한다.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유행을 가져온 나카노 교코는 한발 더 나아가 ‘상상하기’ 기법으로 명화와의 교감을 극대화해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고 즐기도록 한다. 저자는 도입부마다 작품이나 화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림에서 놓치기 쉬운 일부분만을 크게 확대해 독자에게 보여 주고 관찰하게 한다. 그러고는 이 부분만으로 그림 전체까지 상상해 보도록 유도한다. 선입견 없이 명화를 감상하도록 하는 이 방법은 독자에게 스스로 ‘이게 뭐지?’, ‘누가 그린 그림일까?’, ‘이게 무슨 그림이더라?’ 하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즐거움과 함께 명화를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해석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을 사랑, 지식, 생존, 재물, 권력에 사로잡힌 인간의 민낯을 거침없이 파헤친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 나카노 교코가 절묘하게 찾아낸 명화 속 욕망 가득한 순간들.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 속 사랑의 욕망은 어떻게 증오가 되었는가? 라투르의 <퐁파두르 후작> 속 지식의 욕망은 어떻게 권력까지 장악했는가? 게랭의 <모르페우스와 이리스> 속 생존의 욕망은 어떻게 꿈의 신 모르페우스를 잠들게 했는가?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적대적인 세력> 속 재물의 욕망은 어떤 모습으로 의인화되었는가? 홀바인의 <헨리 8세> 속 권력의 욕망은 왕을 얼마나 끔찍하게 타락시켰는가? 등에 대한 세밀한 설명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설명은 바로 이 책을 펴낸 취지이기도 하다. 독자로서는 그림 속에 담긴 뜻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림 감상법'을 하나 더 안 셈이다.




이 책은 독자 개인 입장에서 보면 '명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명화는 해석한 것이다'는 저자의 주장을 확인케 해준다.

'퀜틴마치의 환전상과 그의 아내'라는 명화의 해석은 등 뒤 선반에는 에덴동산의 원죄를 상기시키는 사과, 죽음을 암시하는 불꺼진 초, 성모의 순결을 나타내는 로사리오와 투명한 물병 등 상반되는 상징이 나란히 놓여있다. 그렇다면 역시 이 그림은 물욕에 대한 간과일까? 그렇지 않으면 돈을 다루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인간의 성실함에 대한 상찬일까? 저자의 설명이 없다는 일반 그림 감상자인 독자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부분이다.



이 책은 명화의 해석에 앞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배 끄느 인부들' 작품은 짐을 잔뜩 실은 배는 인부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처럼 무겁기 그지없다. 그들은 벨트에 온몸의 무게를 실은 채 앞으로 고꾸라질 듯이 몸을 기울이고 한 걸음, 한 걸음 땅을 다지듯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림 속 땅 밑바닥에서부터 유명한 러시아 민요 볼가강의 뱃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멋진 감상법이다. 실제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이 그림에 그런 뜻을 담았는지는 독자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명을 들으면서 가만히 집중하면 실제로 들리는 듯하다. 느껴진다. "아하, 그림은 이렇게 감상하는 거구나" 하는 확신이 선다.





더 나아가 실제로 배를 끌때는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르며 리듬을 타고 박자에 맞춰 축 늘어진 양팔과 몸을 좌우로 흔들며 전원이 한 몸이 된 듯 움직이지 않으면 잘 나아갈 수 없다.

어쩌면 러시아의 비참했던 현실 뿐만 아니라 인부가 살아온 인생 그리고 앞으로의 펼쳐질 삶이 뼈에 사무치는 이유의 표현인 것이다. 러시아의 혁명이 눈에 그려진다. 명화를 해석하고 인간의 본성을 읽는 『욕망의 명화』다. 이렇게 독자의 그림 감상법만이 아니라 그림 뒤에 감춰진 시대상이나, 심지어 화가의 의도에 따른 표현의 방법, 그리고 인간의 본성까지 다다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만큼 독자로서는 소중한 책이 된다. 다 읽었지만 언제든지 다시 읽을 요량으로 가까운 책꽂이에 둔다.

저자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화가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화가가 포착해 낸 순간을 생생하게 상상해 낸다. 이 그림은 어떠한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했는가? 힘겹게 배를 끌고 있는 인부들은 무엇을 탐하고 있는가? 혹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그가 그림을 읽어 내려간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모르게 우리와 닮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섬뜩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림 앞에 선 사람은 러시아의 비참한 현실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질 뿐 아니라, 인부 한 명 한 명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임이 뼈에 사무치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중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세 자매는 고르곤이다. 머리카락은 쉭쉭 소리 내는 뱀인데 입속에는 어금니가 엿보이고 그들을 본 사람을 순식간에 돌로 변하게 한다. (……) 특히 고르곤 세 자매의 불쾌한 표정과 적나라한 육체에 대한 묘사, 그림 속에 그려진 성기와 정자, 난자 등이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외설스럽고 추악하다고 외면받았다. 그러나 잡다하게 뒤섞인 새 건물들이 비난과 함께 수용되었던 일처럼 클림트의 신선한 표현도 비판하는 사람만큼이나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클림트는 드디어 세기말 빈의 대표 화가가 되었다.

<p. 151~157, 「구스타프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적대적인 세력〉」 중에서>


이 하얀 아몬드처럼 생긴 것은 무엇일까. 보석과 보석 사이를 하얀 천으로 꿰매 붙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상의에 같은 간격으로 옷감을 터서(슬래시 기법) 속에 있는 리넨 안감을 끄집어내 부풀린 것이다. (……) 신흥 튜더 왕조의 2대 왕인 헨리 8세 역시 일종의 ‘왕의 전형’을 몸소 실현하는 존재였는데, 그가 발하는 독특한 이미지는 강렬하면서도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 두꺼운 가슴팍, 19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 육식 동물처럼 아래턱이 커다랗게 부푼 얼굴, 파충류가 떠오르는 냉혹한 눈빛,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에너지, 그것들을 몇 배로 증폭하는 듯이 안감으로 팽팽하게 부풀린 화려한 의상. 이 왕의 앞에 선 외국 대사는 그가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두르지 않을까 벌벌 떨었다고 하는데 그 기분이 이해될 정도다.

<p. 175~182, 「한스 홀바인(子)의 〈헨리 8세〉」 중에서>



저자의 전작 『신 무서운 그림』을 본 적이 없는 독자로서는 이 책 『욕망의 명화』 저자 나카노 교코를 처음 만났다. 저자는 ‘무서운 그림’을 주제로 한 NHK 교육방송 교양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나카노 교코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고유한 관점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아 왔다. 명화에 얽힌 역사적 사실, 화가의 개인사, 그림 속 인물과 얽힌 이야기 등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배경지식은 미술사나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인과 교양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다채로운 각도로 작품을 읽고 감상하게 하는 그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무서운 그림’ 시리즈는 특유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예술서 분야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국내에서도 8만부 이상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욕망의 명화』는 그가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에 연재한 〈나카노 교코, 명화가 이야기하는 서양사〉 중에서 ‘욕망’이란 주제로 스물여섯 꼭지를 뽑아 엮은 책이다. 연재 당시 잡지에는 달콤한 후식을 맛보는 기분으로 글을 읽기를 바라며 적은 분량을 실었는데,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구성과 내용을 대폭 보강했다.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까 고민한 끝에 그림 일부를 확대해 도입부에 싣고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지금의 양식을 완성했으며, 원고 분량도 원래보다 서너 배나 더 늘렸다.

사랑의 욕망, 지식의 욕망, 생존의 욕망, 재물의 욕망 그리고 권력의 욕망까지. 이 책을 통해 스물여섯 점에 달하는 명화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데서 더 나아가 욕망을 향한 인간 태초의 모습과 그간의 업보까지 자연스레 살피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