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반격 - 맥락을 읽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부상
신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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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 '삼성'은 지금은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됐다. 삼성은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기업 발전의 원동력은 '인재'라고 생각했다는 일화는 우리 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 크게 회자됐다. 입사 지원자도, 채용 직원 규모도 우리나라 최고였던 삼성은 발전 과정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사훈(社訓)처럼 강조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면접에서도 고 이병철 회장이 자신이 신뢰하는 관상학자 등을 배치시켜 사원 선발에 직접 조언을 받기도 했다고 할 정도니까 얼마나 인재를 중요시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그룹 회사가 설립한 연구소가 ‘인재 사관 학교’라 불리는 '삼성인력개발원'이다. 이 책의 저자 신태균은 이곳 부원장 출신이다. 그의 인재론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인재가 아닌 시대의 흐름에 맞는,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상을 개발하는 책임자 자리에서 연구한 사람이니 더욱 신뢰가 간다.

더욱이 세계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인재 등용은 기업 미래을 담보한다는 취지로 인재를 양성하고 선택하는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에 직면하면서부터 이젠 제 4차산업 혁명 시대가 더 빨리 다가올 것에 대비해 여러가지 대책을 세워가고 있다. 이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발전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개인 약력은 서평 후로 미루고 책의 내용을 먼저 살펴본다.

이 책 『인재의 반격』은 ‘문명과 산업’, ‘기업과 개인’이라는 크고 작은 줄기들을 촘촘하게 엮어 다가올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지, 기업은 어떤 인재를 통해서 지속 가능한 혁신과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난무하는 시대에 어떤 사람이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차지할까?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서 기업을 이끌어갈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기업은 혁신과 생존을 위해서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양성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책이다.




기업의 미래와 생존을 책임지는 인재, 기술이 인간의 업(業)을 위협하는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는 인재란 어떤 사람일까? 저자는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여러 중요한 요건들 중에서도 크게 2가지를 강조한다. 첫째는 맥락형 인재다. 맥락형 인재란 “사물을 개별 정보나 지식으로 이해하지 않고 다른 사물이나 사건과의 연관성 속에서 그 흐름과 움직임의 핵심을 파악하여 분석하고 대응 및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행간을 읽는다”는 말처럼 그들은 주어진 ‘텍스트’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컨텍스트(context)’를 읽어낸다.

변화의 흐름, 일의 맥락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 한 분야의 지식만 많이 쌓은 전문가와 맥락형 인재는 서로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비유하건대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일반 전문가는 수직 및 수평 이동을 하면서 정사각형이나 정육면체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면, 맥락형 인재는 이를 넘어 대각선, 마름모꼴, 사다리꼴, 찌그러진 냄비의 형체를 파악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인다.


맥락형 인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자 하는 데 더욱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다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사고의 결을 따르지 않는 맥락형 인재가 패러다임을 바꾼다(paradigm shift)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능력은 민첩성(agility)이다. 우리는 종종 토끼가 자신보다 빠른 치타를 따돌리는 장면을 야생에서 목격하곤 한다. 이는 방향 선회 능력, 즉 민첩함이 치타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목표를 정해놓고 빨리 도달하는 사람만이 성공하고 살아남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언제든지 민첩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빠른 자가 느린 자를 잡아먹는 것이 초원 생태계의 법칙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동하는 변화의 시대에는 속도보다 민첩성이 생존을 좌우한다. 변화의 시점을 제때 파악해 유연하게 이동하는 동물만이 가혹한 변화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사회와 기업이 전통적으로 모범적 인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대개 보편적 사고, 표준적 사고, 전형적 사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누가 봐도 조직을 잘 운영하고 나름대로 성과도 잘 낸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이 “곧은길을 갈지언정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 또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격동기에는 평소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매우 무기력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합리적 무능력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는 전통적인 천재의 이미지를 버리고 천재를 새롭게 정의할 때가 온 듯하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도 엄청난 스펙이나 화려한 학력 중심의 천재 경영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4.0 인재는 일종의 팔색조(조직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지만 기존 조직에서 보기에는 칠면조(조직에서 제거해야 할 불필요한 존재)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에서도 칠면조와 팔색조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기술 문명이 인간 삶을 바꾸고 위협하는 세상이 아니라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기계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 기계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도 조직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미래도 변하지 않는다.

『인재의 반격』은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한 대전환 시대의 각종 위협에 맞서려고 고민하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변화의 방향과 그 대처 방법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알려준다. 인간이 필요 없는 시대가 아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능력을 갖춘 인재만이 위협에 맞서 살아남는 시대다.



모든 것이 이동하는 변화의 시대에는 속도보다 민첩성이 생존을 좌우한다. 변화의 시점을 제때 파악해 유연하게 이동하는 동물만이 가혹한 변화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속도와 민첩성은 어떻게 다를까? 둘 다 속도와 관련된 개념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치타는 대표적인 초원의 승부사다. 순간 최고 속력이 시속 110~120km로 동물 중 단연 최고의 빠르기를 자랑한다. 가히 바람의 승부사다. 토끼도 빠른 동물이긴 하지만, 시속 75km 정도이므로 치타만큼 빠르지 않다. 물론 체구도 작다. 그러나 민첩한 토끼는 종종 치타를 따돌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토끼의 순간 전환 속도, 즉 방향 선회 능력이 치타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치타의 빠른 속도는 변화 시점, 즉 방향 선회 시점에 오히려 관성으로 작용해 방향 전환에 큰 부담을 준다. 결론적으로 토끼는 속도 면에서 치타에 뒤처지지만 기동력 면에서 치타보다 탁월한 민첩성을 지녔기에 거친 야생의 초원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pp. 8~9)



저자는 '산업혁명' 시대라는 데 주목한다. 책에 따르면 산업혁명은 결국 인간 혁명이다. 물론 보이는 산업혁명은 기술 혁명이고, 기계 혁명이며, 도구 혁명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산업혁명은 인간 혁명의 성격을 띤다. 산업혁명은 간접적으로 인류의 생각과 가치와 생활을 크게 바꾸지만 직접적으로는 ‘일에 대한 혁명’을 초래하므로, 좁은 의미의 산업혁명은 바로 ‘일자리 혁명’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은 사람을 구조 조정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을 전후로 일자리가 급속히 재배치된다. 산업혁명은 글자 그대로 산업을 변화시키고, 산업은 기업을 변화시키고 개별 사업을 변화시키며 조직 내의 업무를 변화시킨다. 일이 변하면 사람이 교체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또한 본질적으로 인간 혁명인 것이다.

산업혁명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단순히 도구로 존재하던 기계가 마침내 지능을 가지고, 더구나 사람보다 더욱 월등한 지능을 가지고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사실은 기계가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고, 그 기계를 만든 소수의 엘리트가 대중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소유하는 소수의 인간이 통제하고 조작할 미래 사회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보며 경계해야 한다.





저자는 이어 실제로 지금까지 기업에서 선호했던 인재상은 성실하고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일 잘하는 인력이었다고 밝힌다. 그런 인력이 선호되고 승진의 우선권을 부여받았다는 것. 말로는 인성 좋은 전문적·창의적 인재를 선호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한다.

예컨대 올바른 성품보다는 직원을 다그쳐 성과만 많이 내는 인력, 전문성보다는 근면성이 강한 인력, 창의성보다는 즉시 실행하는 복종형 인력, 질문보다는 대답, 도전보다는 순응, 입체적 사고보다는 맹목적 단순 사고, 치밀한 설계 능력보다는 대충대충 치고 나가는 스피드형 인력을 선호해왔다고 말한다.

과거에, 아니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온 압축 성장 모델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의 기업을 일군 현재의 인재를 매도하거나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다. 다만 인재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이제 새롭게 발굴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 인력의 변신도 포함되어야 한다. 원래 똑똑한 인재는 변신에도 능하다. 인재 활용의 최고 수준은 인재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오래오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변화가 극심한 시기에는 특히 맥락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주장한다. 개별적이고 전문적이며 부분적인 해법은 전체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맥락형 인재의 당사자가 되든, 맥락형 인재를 키우든, 혹은 그들을 도와주라는 저자의 권유는 '맥락형 인재'가 새로운 생존의 중심에 있음을 분명히 해준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의 내용이야말로 저자가 말하는 '맥락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맥락형 인재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가? 맥락형 인재란 사물을 개별 정보나 지식으로 이해하지 않고 다른 사물이나 사건과의 연관성 속에서 그 흐름이나 움직임의 핵심을 파악함으로써 분석하고 대응 및 행동하는 유형의 인재를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쉽게 예를 들자면, 일반인은 나무를 볼 때 숲을 보는 사람이다. 맥락형 인재는 나무의 한 부분에 집중하는 보통 사람과 달리 나무의 뿌리, 줄기, 가지, 잎을 한눈에 파악하는 스타일이다.



이들 맥락형 인재의 특징 몇 가지를 관찰해보면, 우선 그들은 트렌드를 즐겨 읽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특정 사안에 관심을 갖거나 디테일에 매달릴 때, 그들은 커다란 흐름을 본다. 단순히 거시적 관점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들은 필요에 따라 거시와 미시를 자유롭게 항해한다. 굳이 말하자면 ‘자동 줌인과 자동 줌아웃의 다초점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은 횡단적 사고를 한다. 보통 사람들이 종적 인과관계에 집착할 때, 그들은 횡적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들은 수직적 사고를 하는 일반인과는 반대로 수평적 사고를 한다. 사고의 결이 다르다. 그래서 종종 그들은 패러다임 시프터이다. 그들의 생각은 열려 있다.

그들은 외부 세계와 자유롭게 소통한다. 어떤 정보나 선입견 또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판단하고 취사선택한다. 그들은 항상 스스로를 누구에게나 오픈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편안해하고, 그러기에 쉽게 가까워지고 친해지며, 친해지면 모든 것을 다 준다.

얼핏 보면 순진하게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약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질의 정보를 융합한다. 그래서 그들이 즐겨 하는 사고방식을 융합적 사고라고 말한다. 그들은 한마디로 합(合)에 능하다. 종합, 집합, 조합, 결합, 연합, 복합, 융합, 혼합, 화합, 접합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pp. 210~211)




저자 : 신태균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 양성, 인재 교육에 30여 년간 주력해온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인재 전문가.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하여 마케팅, 인사 교육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진 후 미국 지역 전문가로 파견되었고 보스턴 대학교 MBA 졸업, 경희대학교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재임 초기인 1990년대에는 삼성의 경영 철학, 이른바 ‘삼성 신경영’ 종합 체계를 수립 및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실무를 주도했다. 2000년대에도 삼성그룹의 21세기형 글로벌 핵심 가치 정립 작업을 이끌면서 계층별 리더십 프로그램, 고위급 및 최고 경영자 양성 과정, 해외 법인장 및 글로벌 리더 양성 체계 등의 개발 운영을 주도했다. 삼성의 인재 사관 학교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컨설팅팀장, 가치문화연구소장, 리더십 팀장을 거쳐 2011년 부원장(최고학습책임자CLO. CHIEF LEARNING OFFICER)을 역임했다. 청춘 토크 콘서트 ‘열정락서’ 및 여러 기업에서 강연했으며, 삼성그룹 사내 강의는 1000여 회에 달한다. 2016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2018년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 및 교육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2020년 현재 코스맥스 경영 고문, 한샘 사외 이사, 숙명여자대학교 객원 교수로 있다. 《존 코터, 변화의 리더십》을 옮겼으며, 지은 책으로 《인재의 반격》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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