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8
김복래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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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간 적이 있다. 십수 년 전 일이다. 관광여행으로 직장 동료들과 함께였다. 관광회사의의 일정에 맞춘 여정이다. 적지 않은 비용에 많은 곳을 들르는 일정상 프랑스도 파리, 니스, 칸, 모나코밖에 가지 못했다. 정신 없이 바쁜 일정이다. 그래서 돌아올 때 꼭 다시 오겠다는 내심 작심을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 갈 생각으로 넉넉한 일정과 목적을 달성하는 여정으로 짜긴 했다. 올해 못 간 건 코로나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본 파리나 니스의 도시 경관 등은 정말 아름다웠다. 옛날 이런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이 수려한 경관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프랑스 역사는 고등학교 때 배운 게 전부다. 세계사 시간에 교과서에 나온 짧은 지식이 전부다.

이 책은 프랑스 역사를 쓴 다이제스트란 설명 겸 제목이 눈에 띈다. 그리고 곧 이해했다. 프랑스 역사를 한 권의 역사서에 담을 정도는 아닐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곳도 우리 못지 않게 장구한 역사의 나라이다. 영웅도 많고, 예술인도 많다. 철학자도 많고, 사상가도 많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프랑스 역사를 알고 싶은 이유는 프랑스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처럼 프랑스 역사는 많은 것을 이해하는 지식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이제스트 판이지만 100가지 사건을 한 권의 책으로 담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저자의 고충이 이해된다. 그것도 100개 사건으로 본다면 사건의 선정도 쉽지 않았으리라. 어려움을 딛고 이 책을 발간한 저자와 편집자 등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프랑스에 대한 지식을 크게 높여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100개 사건은 듣고 본 사건이 대부분이지만 전혀 처음 읽은 사건도 있다. 그 사건이 프랑스 역사에 미친 영향이 대단했기 때문에 저자가 선정했을 터 고맙게 읽었다. 덕분에 프랑스와 자신의 국민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산 사람들의 업적에 경탄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특히 이 책은 지식 이외에 삶을 위한 지혜를 깨우치게 하고 영감을 통해 독자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내용이어서 감사하다.

이 책 『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100』은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우리가 기억해 두어야 할 중요한 장면을 가려 뽑은 가람기획의 ‘NEW다이제스트100’ 시리즈 열여덟 번째 책이다. 프랑스는 어떤 나라일까? 유럽 대륙 서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육각형의 나라’이며 화려한 귀족과 궁중 문화로 빚어진 ‘문화의 나라’이고 자유·평등·우애가 상징인 ‘혁명의 나라’이다. 저자의 시각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써온 프랑스라는 나라는 언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흘러왔을까? 본서에서는 기원전 7세기, 골(갈리아)인이 프랑스 땅에 정착한 순간부터 갈로-로마 시대, 봉건주의 중세 시대,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왕정 시대, 시민이 주인인 프랑스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특성을 잘 반영해 주는 흥미로운 사건 100가지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역동적이며 유구한 프랑스의 역사를 특별히 선별한 100가지 사건으로 저자와 함께 들어간다.



2020년 대한민국의 우리들에게는 민주주의와 자유, 권리가 너무나 당연하지만 불과 200여 년 전에 ‘인권’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에 달했던 프랑스의 18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심한 흉년이 들어 프랑스인의 주식인 빵의 가격이 폭등했던 때, 당시 국왕이었던 루이 16세가 중용한 재무총감 튀르고의 정책 실패로 프랑스는 매우 심각한 빈사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굶주리는 평민들과는 달리 지배계급의 사치와 낭비는 멈출 줄 모르고, 왕조차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는 가렴주구를 일삼는다. 이러한 지배계급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진 대다수의 평민 ‘제3신분’들은 계몽주의의 바람을 타고 혁명을 결심하게 된다.

시민들은 스스로 대표를 뽑아 국민의회를 구성했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하며 지배계급에 대항했다. 마침내 앙시앵 레짐(구제도)의 대표적인 인물인 루이 16세를 타도하고 혁명의 목적을 달성한 프랑스는 현재까지도 1789년 7월 14일(바스티유 습격일)을 프랑스에서 가장 큰 국경일인 혁명 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은 미국 독립혁명, 영국 명예혁명과 더불어 세계 3대 시민 혁명으로 불릴 만큼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절대 왕정을 뒤엎고 국가의 권력을 시민에게 넘긴, 즉 군주제에서 시민 민주주의로 가는 다리를 놓은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저자의 집필 의도가 읽힌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프랑스가 자유와 평등을 주창한 ‘인권의 나라’라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1789년 혁명 이후 “모든 인간은 법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천명했으며, 이 선언문은 전 세계를 주유하게 되었다. 옛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한 지도자의 불만 어린 전언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은 언제나 만인을 위한 빵과, 만인을 위한 자유, 또 만인을 위한 사랑을 설파한다. 그러나 이 만인을 위한 빵과 자유, 사랑도 반드시 ‘프랑스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기본적인 전제다. 왜냐하면 프랑스적인 것은 인권을 비롯해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거만한 수탉coq이 프랑스의 상징이며, 오늘날도 ‘자유의 공여자’임을 자처하는 프랑스인의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분들은 100선의 프랑스 역사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러한 ‘프랑스성frenchness’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 직접 가서 느낀 독자도 공감을 한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영어로 얘기하면 잘 못 알아듣는 '척했다.' 나중에 가이드에 물어보니 영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에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갈로-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100가지는 어떤 사건이 더 중요한가는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사건과 성격이 너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건들은 가급적 배제하고, 세계사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육각형의 나라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특성을 잘 반영해 주는 흥미로운 사건들을 연도별로 배정했다는 말에 동의한다. 흥미로운 역사 스토리텔링과 풍부한 시각적 자료가 어우러져 독자들의 이해가 용이하도록 구성하기 위함이리라. 아무튼 『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100』은 프랑스 역사의 흐름을 가장 쉽고 간결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줄 최고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프랑스 역사는 이웃 나라 독일과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모든 정치적, 외교적, 사회적, 문화적 문제가 독일과 관련된 것들이다. 전쟁도, 공동 노력도 모두 프랑스와 독일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각 나라에서 보는 역사는 정반대로 읽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는 공동으로 교과서 바로 쓰기에 노력하기도 했다.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너무 다른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06년 독일과 프랑스에 공동 출간되어 국경을 뛰어넘는 역사 갈등 해결의 모범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화재를 일으킨 바 있는 ‘양국 공동 역사교과서’가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2년 여 동안의 번역과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된 이 책(이 글은 프랑스 역사 다이제스트 서평글이므로 다른 정식 책 이름은 생략한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직접 교재로 사용 가능한 두 나라 최초의 공식적인 ‘공동 역사교과서’이라고 한다.

나폴레옹의 독일 침략 이래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 동안 네 번의 전쟁을 치른 숙적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서로를 좀더 잘 이해하고 평화와 우호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로, 독일과 프랑스는 이 책을 통해 두 나라의 역사 갈등과 쟁점들을 확인하고 자국의 시선을 넘어 공동의 역사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교육과정에 충실히 따르면서도 두 나라의 시각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이 교과서는 70년 동안 두 나라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온 교과서 협력활동의 최종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은 엘리제 조약 40주년을 맞아 독일과 프랑스의 청소년들이 “무지로 인한 선입견을 줄이기 위해 같은 내용의 역사교과서를 도입”할 것을 양국 정부에 적극 제안함으로써 탄생하였다. 두 나라 정부수반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양국의 교육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관련 학자들이 독일·프랑스 공동역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해 교과서 편찬지침을 만들었으며, 실제 교과서 집필은 나라별 5인의 현장 교사들이, 출판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독일의 클레트(Klett)사와 프랑스의 나탕(Nathan)사가 각각 담당하였다.

내용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우리의 이웃 일본을 생각하면 한없이 부러운 프랑스와 독일, 독일과 프랑스의 사이다. 그동안 두 나라 사이에는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교과서 협력활동이 면면히 이어져 왔지만 언제나 민간단체가 제안한 권고안에서 머물렀으며, 그렇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는 ‘기대’이거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이 공동 역사 교과서는 양국의 관계당국이 참여한 명실상부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인 것이다.



교과서 저자들은 양국의 역사학자들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실과 개념, 이의 해석을 서로 대조하고 해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은 양국 정부가 주도한 독·프 역사교과서편찬위원회의 편찬지침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이 책이 결코 관용(官用) 역사책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처럼 이 책은 국가 단위의 협력과 민간단체의 협력이 적절히 배합되어 탄생한 책으로서, 내용과 형식 면에서 최고의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2차대전까지 침략국과 패전국의 위치에서 협력국의 관계로 바꾸는 노력의 시작이 침략국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기 때문이리라.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와는 지역적으나 상황적으로 달라도 너무 달라 안타깝기만 하다.

역사 얘기를 하다 말이 옆으로 조금 빗나갔지만 우리 상황으로 아쉬워 굳이 여기에 쓴 이유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나라가 자신들의 역사를 제대로 쓰기 위한 기본적 역사관이 부러워서다. 이 책 『프랑스역사 다이제스트100』도 두 나라의 역사 의식에 바탕하여 쓰여졌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기술하도록 말이다.



제1장. 갈로-로마 시대: 프랑스의 기원

제2장. 중세 시대: 교황 시대의 낮과 밤

제3장. 르네상스 시대(1494-1610)

제4장. 17세기 프랑스: 위대한 세기

제5장.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

제6장. 혁명과 제국의 시대(1789-1815)

제7장. 19세기 프랑스(1815-1914)

제8장. 20세기 프랑스(1914-현재까지)


저자 : 김복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파리 제1대학교와 제4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안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유럽문화와 유럽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프랑스가 들려주는 이야기』,『프랑스 문화예술, 악의 꽃에서 샤넬 No.5까지』,『종교로 본 서양문화』,『재미있는 파리 역사 산책』,『프랑스사』,『프랑스 왕과 왕비』,『속속들이 이해하는 서양생활사』등이 있고 역서로 『조각난 역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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