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방 암살 사건 - 정도전 죽음의 미스터리 큰 스푼
박은숙 지음, 김창희 그림 / 스푼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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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궁궐 담장의 횃불이 모두 꺼진 밤, 얼굴을 가린 한 떼의 무사들이 바람을 가른다. 칼끝이 향하는 곳은 경복궁 동십자각 건너편 송현방이다. 주요 표적은 새 나라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 조선을 설계한 일등공신이 왜 암살자들의 표적이 되었을까? 그들의 배후에는 과연 누가 있는 것일까? 정도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속으로 들어간다.

불교국가인 고려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은 유학자들이다. 당시 중국 대륙은 송나라의 주자학과 명나라의 왕양명이 공자와 맹자의 사상과 학문을 받아들여 유학의 꽃을 피웠다. 두 학문의 사상은 요즘 말로 이론은 다르지만 모두 뿌리가 공맹사상이다. 불교는 이념이고 사상으로 받아들여 피지배자인 백성은 불교신자이지만 지배계급인 정치와 관료 계급은 모두 유학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 유학자들이 선발됐다. 불교계의 타락과 일부 관료들의 전횡으로 국세가 기울던 고려말, 유학자 정몽주, 정도전 등도 과거를 통해 관료에 등용된다. 이들은 유학의 근본인 위민 정신으로 관료 생활을 한 신흥 사대부 계급이다. 고려의 호족의 부패와 불교계 타락으로 나라는 민심이 이반되고 있었다. 정몽주 정도전은 유학 이념으로 나라를 구하고 돌아선 민심을 잡아야 하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정몽주는 고려 왕을 중심으로 한 나라를 주장하고 정도전은 새 나라로 민심을 되돌리고 위민 정치를 해야 한다고 의견이 갈렸다.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은 이와 같이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 역사의 중심에서 새 왕조를 설계한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이 꿈꾸던 성리학적 이상 세계의 실현을 보지 못하고 끝내는 정적의 칼에 단죄되어 조선 왕조의 끝자락에 가서야 겨우 신원되는 극단적인 삶을 살았다.

정도전의 집안은 본래 봉화 지역의 향리였다. 고려 시대까지 향리는 우리가 아는 조선조의 향리와는 그 격이 달라, 지방의 토착세력을 말한다. 정도전 집안은 경상도 봉화지역의 토착세력인 셈이다. 부친 정운경의 뒤를 이어 과거에 급제한 정도전은 22살 때 충주 사록에 임명되면서 관직 생활을 시작하였다. 또한 정도전은 공민왕의 유학 육성 사업에 참여해 성균관 교관에 임명되었다. 이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몽주?이숭인 등도 함께 참여하였다. 그러나 공민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정도전에게 시련의 시작이었다.





고려 말 공민왕의 뒤를 이어 우왕이 즉위하였는데, 우왕이 재위하던 때는 정도전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인임 등이 정국을 주도하였다.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하였고, 결국 원나라 사신의 마중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정도전은 오늘날의 전라도 나주에 속해 있는 회진현에서 유배 생활을 하게 되었다.

회진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정도전은 그곳에서 백성들의 삶을 직접 목격하고는 위민의식(爲民意識)을 키웠다. 정도전이 회진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들녘에서 한 농부를 만났다. 그 농부는 정도전을 보고 당시 관리들이 ‘국가의 안위와 민생의 안락과 근심, 시정의 득실, 풍속의 좋고 나쁨’에 뜻을 두지 않으면서 헛되이 녹봉만 축내고 있다며 질책하였다. 촌로의 이러한 발언은 정도전에게 백성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기 충분하였을 것이다. 결국 그가 제시했던 민본사상은 허울 좋은 이름뿐이 아니었다. 실제 백성의 삶을 목격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진정성이 담보된 것이었다.



정도전은 조선 개국 후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권력의 핵심에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곤경에 처하기도 하였다. 특히 그가 주창한 요동정벌 문제는 조선과 명나라의 주요한 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하였다. 당시 명나라는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표방하였다.

다만, 여진과 제휴한다든지, 요동에 진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요동 진출 문제와 관련해서 정도전은 명나라에서 보면 요주의 인물이었다. 정도전은 태조에게 외이(外夷 : 중화질서 속에서 중국 이외의 민족을 지칭하는 개념)로서 중원에 들어가 왕이 되었던 사례가 있음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는 중국 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도 중원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이었다.

급기야 1394년(태조 3년)에 이른바 ‘표전문사건’이 일어났다. 표전문이란 표문과 전문의 합칭으로, 조선이 중국의 황제와 황태자에게 보내는 공식 문서를 말한다. 당시 명나라에서는 조선에서 파견된 유구와 정신의가 가지고 간 표문을 문제 삼았다. 유구 등은 결국 명나라에 구속되어 심문을 받게 되었는데, 이때 문제가 된 표문의 작성자로 정도전이 지목되었다. 명나라에서는 당장 정도전의 소환을 요구하였다. 명나라의 요구를 둘러싸고 조선 조정에서 설왕설래하였다. 논의 결과 표문을 작성한 사람은 정총이고, 전문을 작성한 사람은 김약항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사지로 정도전을 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정총은 병을 이유로 가지 않고 김약항만이 명나라로 가게 되었다.



명나라의 요구가 거세었지만, 정도전이 가지 않은 것은 아마도 정치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 같다. 당시 정치를 주도하던 조정 관리들이 대부분 정도전 계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후일의 태종 계열인 하륜만이 정도전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었다. 조정의 결정에 따라 김약항이 파견되었으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명나라에서 다시 정도전을 압송하도록 요구하였다. 이때도 역시 정도전은 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국내에 있으면서 진법(陣法) 훈련을 강화하며 요동정벌을 위한 제반 준비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병 혁파를 둘러싸고 왕자 및 공신들과 갈등을 초래하였다.

정도전은 개국 후 태조의 두 번째 부인인 신덕왕후 강씨 소생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에 관여하였다. 태조에게는 두 명의 부인이 있었다. 첫째는 신의왕후 한씨이고, 둘째가 신덕왕후 강씨였다. 신의왕후 소생 아들로는 방우?방과(정종)?방의?방간?방원(태종)?방연 등이 있었다. 이들은 신덕왕후 소생의 아들보다도 아버지 태조가 왕위에 오르는 데 공도 많았다. 그런데 정도전이 이를 다 무시하고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하였다. 훗날 태종으로 즉위한 이방원과의 갈등은 이 책에서 다루는 '정도전 암살 사건'은 무관치 않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살해함으로써 조선 건국이 가속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던 이방원 등 첫째 부인 한씨 소생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더구나 사병 혁파 문제로 서로 갈등을 보이던 중 1398년(태조 7년) 제1차 왕자의 난이 발생하였고, 정도전은 이방원이 이끄는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도전은 조선초 내내 신원 되지 않다가 고종 때 관직이 회복되었다. 고종 때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건국 초에 설계 등에 참여한 정도전의 공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제1차 왕자의 난 발생 원인은 개인적인 불만이 표출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방원과 정도전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이상의 차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체제를 어떻게 편제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차이인 것이다. 정도전이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꾀하는 이상적인 왕도정치를 표방하였다면, 이방원은 그와는 달리 강력한 왕권에 바탕을 둔 왕조국가를 지향했기 때문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서 현실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사림들이 집권하게 되면서 정도전이 꿈꾸던 이상 세계가 구현되어 갔으니, 정도전의 꿈은 꿈에서 그친 것이 아니리라….



위의 당시 정치적 배경이나 새 조선왕조의 상황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던 갈등 관계를 TV 사극이나 '조선왕조실록' 중 독자가 이해한 내용을 배경으로 임의로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정도전 암살 사건의 미스터리란 제목으로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돋우고 역사 의식 고취라는 차원에서 집필하다 보니 배경 설명을 자세히 할 필요가 없이 사건 중심으로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암살' 사건인 만큼 아직 역사적 배경에 따른 정치적 암투를 어린이들에게 너무 힘든 내용으로 받아들 것을 우려해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의 담장을 따라 환하게 켜져 있어야 할 횃불이 전부 꺼진 어느 날 밤, 얼굴을 가린 한 떼의 무사들이 바람을 갈랐다. 그리고 경복궁 동십자각 건너편에 있는 송현방에서 조선 개국의 일등 공신인 정도전이 무사들에 의해 암살되고 말았다. 한편, 태종의 부마인 남휘는 우연히 자신의 할아버지인 영의정 남재의 동생 남은이 역적 우두머리 정도전과 한 무리였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남휘는 태종의 첫째아들인 양녕대군과 함께 정도전의 죽음에 얽힌 매듭을 한 올씩 풀어나간다."






사건의 배경을 생략하고 사건 본문 속으로 바로 들어간 저자의 집필 취지와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썼기 때문에 모두가 고려된 기술이었다고 판단된다. 어린이에게 정확한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고 흥미를 갖게 한 후 암살 사건 전후를 추측해보게 하는 교육적 차원의 배려로 읽힌다. 에필로그에 남긴 저자의 말도 자세히 읽어보면 저자의 집필 취지와 무관치 않다.


저자 : 박은숙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월간지 〈좋은 엄마〉와 〈어린이 좋은 생각〉 편집장으로 일했어요.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집필 집단 ‘돋움자리’에서 활동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서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기획하여 쓰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세상에 이런 동물, 식물이?》 《세계의 놀라운 건축물들》 《9,999개의 방을 가진 궁전이 있다고?》 등의 책을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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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 - 아부다비에서 찾은 인생이라는 사막을 여행하는 법
김지광 지음 / 청년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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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적 분류상 '자기계발서'이다. 독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늘 자신을 갈고 닦는 책에 붙여진 '자기계발서'를 지금까지 정확히 헤아리지 않았지만 어림잡아 수십 권은 될 듯하다. 좋은 내용이라 판단되면 내용에 따라 실천하며 열심히 노력했다. 많은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대할 때부터 제목답게 '서두르지 말고, 쉬지도 말고' 삶을 살아가라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책을 펼쳐들자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책의 성격을 말해주듯 표지나 중간에 나오는 그림이 딱 에세이집이다. 지금까지 읽은 자기계발서와는 사뭇 분위기도 다르다. 물론 '자기계발서 쓰는 방법'은 따로 없다.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썼느냐'에 따라 편의상 하는 분류 기준이니까. 아마 책이 엄청 많은 데서 쉽게 찾기 위해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에서 분류한 것이리라.

누구든 살면서 매순간 선택하고 결단한 대로 실천하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자신이 택한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실천하기에도 더 힘이 나니까. 이 책을 읽다 불현듯 책을 내려놓고 독자 자신을 돌아본다. 저자가 자신의 선택에 관해 돌아보며 삶의 방향이나 선택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성찰하는 부분에서다. '나는 과연 내 선택의, 내 선택에 의해,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자신이 없다. '그렇다'라고 말하기엔. 일부는 그런 삶을 살았지만 대부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선택에 의해 살았기 때문에 결국 나를 위해 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결론을 미루고 읽어나간다.



이 책 『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는 한 공기업 간부가 날것으로 드러내 보이는 ‘욕망에 찌든 자화상’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진정한 성공, 행복,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반면교사의 글이다. 돈을 버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형, 선배 혹은 상사가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삶의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남들이 선망하는 기회를 잡았다. 자신의 능력이자 당연한 결과라고 믿었다. 승승장구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삶의 과정에서 필자는 좀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아부다비 사막의 원전건설 현장에 지원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좌절, 인생의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닥쳐온 시련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며 분노하고 원망하던 어느 날 사막의 별보다도 더 찬란한 한 줄기 빛을 통해서 지금까지 자신은 한 마리 낙타처럼 끌려다니며 살아왔을 뿐이라는 걸 자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에게 스스로 지적한 '공허함'을 간직한 채 읽어나가며 저자가 말하는 '낙타의 삶'이란 걸 알게 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항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어왔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독자도 이후 스스로를 다시 돌아봤을때 공허함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자신의 삶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다 썼으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저는 항상 남들이 가진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과 제가 가진 것을 비교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지 못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가지려고 했고,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발버둥쳤습니다. 그러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중략)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열망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의 욕망을 내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왔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들려줄 얘기에 대해 '저자의 말'을 통해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진심어린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해외 원전건설을 위해 중동 아부다비 사막에서 근무했다. 사막은 예상보다 더욱 뜨겁고 황량한 곳이었다. 그늘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타들어 가는 태양과 푹푹 빠지는 모래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모래폭풍에 눈조차 뜰 수 없는 사막에서 한 마리 낙타를 보았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짐을 진 채 눈은 젖어 있고 발은 부르터져 있는 낙타는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뿐이었다. 주인의 손에 이끌려 걷고 또 걷지만, 그의 곁엔 하늘과 모래뿐이다. 직장생활 23년차로 접어드는 시간 동안 나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짜여진 틀에 맞추어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서 무언가에 이끌리듯 여기까지 왔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전부였던 인생은 처음에는 꽤 괜찮아 보였고, 제법 많은 것을 이뤘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하루하루 바쁘게는 살았음에도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바빴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부족함은 더욱 커져만 갔고 짊어지는 짐은 더욱 늘어만 갔다. 사막에서 만난 그 낙타처럼.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인생에 진정한 사막이 펼쳐졌다. 평생 정상을 향해 오르는 인생을 살아왔던 나는 사막을 만나자 휘청거렸고, 방향을 잃고 흔들리더니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어느덧 굳게 닫혀버린 문 앞에서 후회하고 원망하며 좌절했다.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모든 길이 막힌 것만 같았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개척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위대한 승리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중략) 어쩌면 우리가 모두 '잘 만들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사막을 걷게 되면서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낙타처럼 천천히 걸어야만 함을 깨달았다. 사막의 낙타는 먼 곳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최대한 힘을 아껴가며 걸어가야 끝없는 사막을 건널 수 있다는 걸 낙타는 알기에, 달릴 수 있지만 달리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글은 일반적인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와는 거리가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 것 같지만 진정한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의 '자기 고백'이다. 그 부끄럽고 껄끄러운 고백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진정한 위로란 화려하고 거창한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먼저 내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누구나 지구만한 크기의 사연 하나쯤은 가슴 속 깊이 갖고 있는 법이다. 잊힐까 조심스러운 소중한 기억도 있지만, 키우고 싶어도 제대로 잊히지 않는 시간들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내 앞에 있는 모든 길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운명처럼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살아가고, 정해져 잇는 길을 것는 것은 온전히 나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끌려 다니고 정해진 대로의 삶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더 이상 진부한 옛 노래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떠나야 했다."(p. 68)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사막을 만나게 된다. 누구에게나 시련과 고통은 찾아온다. 그때 기억해야만 할 것은 나만 사막에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상처를 보듬고 견뎌내야 한다는 점이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그곳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이지만 동시에 잠시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잠시 오아시스를 만나 쉬어갈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오아시스를 나와 다시 사막을 걸어야만 한다. 지금 걷는 이 사막의 끝엔 또 다른 모습의 사막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기에 사막을 두려워하거나 사막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칠 필요가 없다. 순간순간 마주치는 고난과 시련에 좌절하고 흔들릴 이유도 없다.

흔들리지 않는 꿈을 꾸기 위해서는, 문이 닫히더라도 그 앞에서 춤을 추는 인생의 넉넉함을 가져야 한다. 문이 닫힌다는 건 한편으론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의미이고, 그건 축하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문을 열고 인생 본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잊지 않는 길을 향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것, 그래서 아직 못다 한 이야기를 채워 넣는 것,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말하려 하는 것이다.



이 책의 편집자의 이야기를 경청해본다. 저자의 삶이 왜 이야기가 되고, 책이 되는지를 편집자의 시선으로 판단한 것이다.

"모든 위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믿을 때 찾아온다. 아부다비 사막의 원전건설 현장에 지원해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달리던 필자는 갑작스레 닥쳐든 인생의 위기와 좌절을 겪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 상처를 주었던 많은 사람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그저 주인이 이끄는 대로 끌려갈 뿐인 낙타의 운명과 다를 바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절대 고독의 사막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별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기나 한지.’ 또한 숫자로 표시되는 경제적 성취와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하면서 남에게 보이는 성공에 매달릴수록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는 공갈빵처럼 오히려 삶은 공허했음을 절감한다. 행복이 성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는 깨달음과 함께 오늘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주인의 손에 끌려가는 낙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행복은 항상 내일에 존재하였으므로 내일의 행복이란 명분 아래 오늘을 희생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중략) 자를 대고 그린 듯한 2차선 직선 도로의 양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영화 <십계>에서 홍해 바다가 이렇게 갈라졌으리라. 가뜩이나 밤에 보이는 사막은 그 규모와 넓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이었다."(p. 128)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고 달성하는 것이 곧 능력이자 역량이고 여겼다. 그렇지만 그러한 목표가 이루어지더라도 만족과 감사보다는 더 큰 욕심이 어느새 단단한 요새로 자리를 잡았다. 남에게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에 가까운 것이라 여겼다. 만약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이 행복이라면, 나는 시간이 갈수록 훨씬 행복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성취하게 될수록 더 큰 낙심과 부족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p. 191)



독자는 저자가 특별한 경험이 많고, 가장 힘들 때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정도로 심신의 수양이 돼 있다면 훨씬 많은 내용이 가슴속에 담겨 있으리라 추측해본다. 아마 어떤 계기가 있으면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삶의 일부를 또 꺼내 독자들에게 보여주리라 믿는다.


저자 : 김지광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전력공사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공인노무사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계약, 노무, 해외 원전건설 업무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순조롭고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원전건설을 위해 중동 땅 아부다비 사막 한가운데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늘 하나 없는 사막은 생각보다 뜨겁고 황량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삶의 과정에서 그러한 사막이 펼쳐졌고, 눈조차 뜰 수 없는 모래폭풍을 만나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는 길을 잃고 만다. 하지만 모든 고난에는 뜻이 있으며, 상처 없이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열망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의 욕망에 삶을 낭비하고 왔음을 알게 되었다.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가슴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로 마음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에 가치를 보태는 일을 하고자 결심했다.

사막이 아니었다면 발견할 수 없었던 의미와 가치를 통해 지금 인생의 사막 위를 걷고 있는 이에게 따뜻한 용기와 희망의 말을 건네고 싶어 한다. 혼자만 사막을 걷는 것이 아니며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 이 다시 시작됨을 알고, 그 길 위에서 새로운 꿈과 도전을 안고 걸어가게 되길 소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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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여행 드로잉 - 마카로 그리는 메그의 하루 한 장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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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는데 욕심껏 서평을 쓰겠다고 덤볐다. 이 책 소개에서 초보도 쉽게 따라그릴 수 있다는 말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어서 일어난 일이다. 마카드로잉이란 그림 그리기를 실례로 들어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소개글을 읽고 '마카' 드로잉을 쉽게 그릴 수 있다는 욕심이 앞섰다. 정확한 설명을 확인하지 않고 대충 색연필 같은 느낌이어서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평소에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 도구가 제대로 있을 리 없다. 우선 책 소개를 대충 보고 자신감이 생겨 도구를 주문했다. 인터넷 화방을 몇 군데 뒤져 찾아낸 것이 '오일파스텔'이었다.

이런 실수를... 실수을 깨달은 것은 이미 오일파스텔과 여타 도구가 집에 도착한 후였다. 당초 주문을 잘못했기 때문에 반품도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있는 것으로라도 그림을 그려봤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무언가를 그리고 싶고,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지요.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에 가면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여행지나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이나 물건들을 그림으로 그려 나만의 다이어리를 만들어 보세요."라는 말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덜컥 신청해 책이 오는 바람에 낭패를 본 것이다. 마카를 다시 살 시간도 없고 카페에서는 서평 마감 독촉도 오고... 책부터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책에 대한 서평만 우선 남기기로 한다.





아주 짧은 순간의 마주침이지만 그림으로 옮기면 그날이 더 기억에 남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행복했던 추억과 함께 또다시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에 어울리는 옷과 소품들, 여행지에서 들렀던 벼룩시장에서 마음에 들었지만 가져오기 어려웠던 빈티지 소품들,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이나 머물렀던 카페의 공간과 시간들을 그림으로 그려 보면 힐링도 되고 경우에 따라선 전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열정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예술 감각과 소질은 그 다음 문제다. 드로잉 다이어리를 사용하게 되면 똑같은 일상이 매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고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어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매일 입는 옷, 좋아하는 카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등은 모두 좋은 마카 드로잉 소재예요. 마카는 잉크의 특징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몇 가지 포인트만 알면 초보자도 사용하기 어렵지 않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마카로 선과 면 그리는 법, 면을 채우는 법, 농도 조절하는 법, 색 사용하는 순서를 비롯하여 기본 색상 사용하는 법, 비슷한 톤의 색감으로 질감 표현하는 법, 브러시 펜으로 글씨 그려 넣는 법 등 마카 드로잉을 할 때 도움이 되는 다양한 팁을 실었다. 마카 드로잉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나온 그림을 따라 그리며 사물이나 공간, 사람의 특징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한 뒤에 나만의 마카 드로잉에 도전해 보면 좋을 듯하다. 마카 드로잉이 익숙해지면 좋아하는 계절의 물건들을 그려 한 장의 그림으로 만들거나, 마음이 여유로운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며 그림으로 그려 보아도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자세히 쓰여 있어 이 글을 정확하게 보고 '마카 드로잉'을 도전했으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라는 뒤늦은 후회가 든다.







주문한 오일 파스텔과 기타 도구들이다.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 욕심만으로 그림이 될 리 없다는 뼈저린 깨달음에 이른다. 그래도 오일 파스텔도 처음이니까 한 번 따라 그려본다.

어릴 때 그림 그리던 생각을 하니 그림 그리던 순서도 기억이 난다. 어렴풋하지만 그래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연필로 스케치 하듯 밑그림을 그려본다. 하나씩 색칠하고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섬세하게 그리지 않으면 다시 그려야 한다는 생각도 떠오른다. 집중해 그려보지만 책에 나온 세밀한 부분 묘사나 형태 그리기는 역부족이다.




위 내용은 소개글에 나와 있어 서평 신청할 때 자세히 읽었어야 했다. 자세히 모르는 '마카'를 '오일파스텔'로 착각한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카페에게도 미안하고 갑자기 쫒기듯 써야 하는 서평에 저자에게도 미안한 일이 발생됐다. 그러나 책을 받고 서평도 안 쓰고 핑계로 미뤄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 책을 읽어보니까 간단한 소품을 그리는 것에서부터 여행에서 만날수 있는 풍경으로 완성해 가는 부분까지해서 다양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배우는 식으로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 초보인 독자 입장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책을 갖고 있다 도구를 갖춘 후 하나하나 배우는 식으로 활용하고 싶다. 조금 더 진전되면 실제 풍경이나 집앞 모습, 실내 모습 등도 그려보고 싶고. 화가처럼 잘 그릴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 혼자 만족할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 선생님 가르침 아래 그림 그리던 내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다만 좋은 활용을 못해 저자나 카페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저자 : 메그


일상과 여행에서 마주친 사람과 공간, 계절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고 싶습니다. 일기를 쓰듯 그림을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 작은 책을 만들거나 계절의 중심에서 작은 전시를 합니다.

- 마카 드로잉북 『사각사각 드로잉』 저자

- 여러 국내 매거진(에스콰이어, 마리끌레르, 얼루어, 컨셉진 등)에 일러스트 게재

- 브랜드(코오롱 에피그램, 아베다, 아웃백, 그린블리스 등)와 협업

- 소규모 출판물 『_DrawingsFrom_ 』 시리즈 제작

- 그림으로 만든 작은 소품들을 판매하는 온라인숍 ‘Megstudio’ 운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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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자살했다 -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곽경희 지음 / 센시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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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선택으로 가족을 잃는 슬픔과 죄책감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정도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의 죽음은 장수해 살다 노환 등으로 운명해도 슬프고 애절하다. 하물며 살 날이 많은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남은 유가족에게 얼마만한 슬픔과 고통을 줄지는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자도 가족은 물론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다행스럽게도 그런 슬픔은 겪지 않았다. 결코 겪지 않기를 바라며 저자의 말을 경청해본다. 이 책은 한 집안의 가장인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고 삶의 의지를 되찾아 가는 한 아내의 얘기다. 그런데 일반 평범한 가정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남편이 자살했다. 슬퍼야 하는데 화가 났다. 기가 막힌 건 나도 그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이제야 그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는 것이다."



사실 저자의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보다 자신의 어머니를 더 챙겼고, 그 무엇보다 술을 사랑했다. 자신의 건강이나 가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다. 평균 수명이 마흔 살이라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술을 경계하지 않았다.

온갖 방식을 동원해 그가 술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내가 못나서 벌어진 일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나 자신을 깊숙한 우울의 늪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었다. 독자가 보기에는 남편은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 것 같다. 아내인 저자는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수단과 방법을 다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더욱이 저자는 간호사로서 치료나 회복의 과정을 잘 알 테니 '수단과 방법'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의 사부곡(思夫曲)이기도 한 이 책에서 저자는 경찰에게서 남편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애절한 통곡이 아닌 그간 꾹꾹 눌러놓았던 분노가 먼저 터져 나왔다. 사라지든지 죽든지 아무 상관 없는데, 왜 하필이면 ‘자살’이라는 유치하고 치졸한 방식을 선택해서 끝까지 나를 골탕 먹이는지 너무나 밉고 원망스러웠다.

끝끝내 나를 남편 죽인 몹쓸 여자로 만들어 놓아야 속이 시원한지도 궁금했다. 그의 장례를 치르는 내도록 나는 바락바락 악을 쓰며 그에게 따져 물었지만, 그는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 남편에게 적의(敵意)를 갖고 있었는지, 쉽게 추측된다. 알코올 중독은 '가족병'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이 큰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일 터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자는 폭력성, 거짓말, 수치심의 구별이 잘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전문의의 인터뷰를 독자도 본 적이 있다. 술을 마시기 위해 거짓말을 수시로 하고, 술을 마시면 폭력 성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술 마신 후의 행동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수치심에 비교할 수 없이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남편은 저자인 아내와 결혼했다 이혼했다. 이유는 구구절절 안 해도 짐작이 간다. 다만 일반적으로 흔하지 않은 병을 남편은 앓고 있었다. 결혼 후 안 사실이다. 저자의 남편은 마흔아홉 살에 죽을 거야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공교롭게도 남편은 마흔아홉 살을 한 달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베체트병'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것. 독자는 처음 들어보는 이 질환을 앓는 환자의 평균 수명이 마흔 살이라고 한다.

그녀는 스물 셋의 어린 나이에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학대에 가까운 친정 엄마의 폭언과 폭력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 폭언 등 학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이른 결혼을 결심한 것 같다. 반면 남편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과잉보호와 과잉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런 어머니의 과한 아들 사랑은 결혼 후 집착으로 변했고 파국으로 몰아 넣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남편은 더욱이 어머니와 비정상적인 스킨십도 있었다. 이미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여 자식까지 둔 다 큰 남자가 걸핏하면 어머니 무릎에 누워 젖가슴을 만졌다. 또한 마흔이 넘은 아들을 새벽에 깨워 욕실에 데려가 목욕을 시킨 적도 있다. 아이를 낳으면 남편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첫 째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들이 둘이면 좀 더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둘째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남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혹시 딸이 생기면 딸아이가 주는 색다른 기쁨에 집에 더 일찍 들어오고 술도 덜 마시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에 셋째딸을 낳는다. 그러나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막내딸이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해서 넷째딸을 더 낳는다. 이렇게 저자는 자녀를 넷 둔 엄마가 되었다.



내는 당연히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남편이 술을 끊고 저녁에 일찍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과일을 함께 먹으며 대화도 하고 싶었다.

주말이면 함께 장도 보고 가끔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 소풍도 나가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평범한 삶이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첫 번째 이혼을 하고 남편은 1년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살도 빼고 술도 끊었다. 그래서 다시 합쳤다. 재결합한 것이다. 하지만 합친 이후 남편은 돌변하였고 이전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며 지냈다.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에 대한 원망은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세상에 전혀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살 가치도 없고,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여자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죽는 것 말고는 딱히 답이 없어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남편처럼 덜컥 죽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내겐 넷이나 되는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답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이혼을 결심한 것 같다. 그리고 남편의 동의를 얻고 이혼 합의한 날의 하루 전날이다.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경찰서로부터 받은 남편의 극단적 선택 소식은 슬픔, 분노, 아득함, 빛 하나 없는 공포속 어두움... 표현할 길 없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간호사라는 직업이고 자녀가 4명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하면서 그날 받은 충격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삶의 의지를 되찾는 동기가 됐을 것이다. 자신이 살지 않으면 자녀들은 어떻게... 라는 인식이 되살아나면 어머니로서의 모성애는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어떤 고난도 겪어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모성애라고 하는.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나는 지난 시간을 재해석하게 되면서 차츰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고, 바닥까지 추락했던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겠다, 아니 꼭 희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가족의 상처로 슬퍼하고 자책하고 있을 또 다른 나에게, 괜찮다고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따뜻한 진심을 전하고 싶어졌다.

도무지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며 그만 포기하려는 또 다른 나에게 희망이 없는 삶은 없다고 힘찬 응원을 전하고 싶어졌다. 모성애가 우선 삶의 의지를 발현케 했고, 간호사로서 다른 사람들의 이 같은 슬픔과 고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을 탈출하기 위한 격려와 용기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글을 쓰게 한 것이다.



이같이 저자의 슬픔과 고통을 딛고 일어선 사부곡은 같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겐 희망가가 되고 격려 위로하는 안정제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의 집필 취지도 이와 같은 것이라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간절한 삶의 의지와 극복해낸 용기에 먼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도 저자의 의지가 전달돼 세상살이에 큰 위안과 응원의 힘찬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같은 위로와 응원은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을 딛고 일어서는 지구촌 전체에 퍼져 우리가 함께 일상을 되찾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방역과 치료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동료 간호사와 의료진, 전 국민에게도 힘찬 메이라가 되어 울려 퍼질 것으로 기대한다. 간절한 사람의 노력은 끝내 이루어지니까.

"이 책에 쓰인 많은 사연과 힘겨움, 그리고 토닥임과 격려는 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 나와 같은 힘겨움을 겪고 있을 당신을 위한 작은 위로이기도 하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우리 같이 가보자고 조심스레 손 내밀어 본다."

<-서문 중에서>



저자 : 곽경희


갑작스러운 남편의 자살로 하루아침에 자살자 유가족이 되었다.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기에는 책임져야 할 네 아이가 있었다. 이 끔찍한 현실 속에서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살아야 하기에 ‘내가 나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상담 치료를 시작했다. 내면 깊은 곳에 응어리져 있던 자신의 마음을 하나둘씩 꺼내 놓기 시작하면서 고통의 무게도 조금씩 줄어갔다.

그렇게 죄책감, 분노, 서러움… 상실의 고통을 넘어 애도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회복의 길을 걸었다. 포기하고 싶던 순간에도 막연한 빛을 좇으며, 결국 어둠에서 벗어나게 된 자신의 극복 경험을 통해 소중한 사람의 죽음, 상실로 고통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픔을 딛고, 헤쳐가는 길을 함께해주기 위해, “이제 행복해져도 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남편이 자살했다』를 썼다. 대학교에서 간호학을,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으며, 대학상담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기도, 보건소, 재활요양병원 중환자실 병동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경북교육청 교육 철학 분야 강사에 선정되었으며, ALP ‘삶의 질 향상센터’에서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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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입.귀.촉 - 삶이 바뀌는 다섯 가지 비밀
박지숙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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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 블루' 때문인지 부쩍 심리학 도서 출간이 많아진 느낌이다. 에세이는 물론, 현대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 관련 서적도 쏟아져 나온다. 코로나로 오랜 공포감이나 불안감은 물론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우울한 마음이 사회 문제화된 형국이다. 인간은 서로 부대끼고 감정을 교환하며 살아야 정신적 안정을 갖는데 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집콕' 생활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래적 욕구를 가로막기 때문에 심리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준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 시련이나 고난에 직면하면 돌아가는 것보다 적극 대처를 선택한다. 물론 극복 가능하리란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지만. 그러나 하루 아침에 닥친 문제라 하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해결되진 않는다.

특히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은 1~2년은 각오해야 한다. 길면 수천만~수억 명이 희생될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우리도 첫 환자 발생 이후 전 국가와 국민이 방역을 위해 노력해왔다. 무려 10개월이 되어 간다. 거기에 치료제도 백신도 아직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부 국가의 잘못된 방역으로 재확산 조짐이 농후해진 코로나 감염병 사태는 이미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마음이란 것은 보이지도 않고 실체도 없어서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고쳐야 하나 고민하니 해결이 안 된다. 그럴 땐 먼저 몸을 기분 좋고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고 나서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인드힐링 전문가 박지숙의 『눈ㆍ코ㆍ입ㆍ귀ㆍ촉』은 우리가 가장 자연스럽고 쉽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감’이 바로 그 열쇠다. 눈으로 보는 것, 코로 숨 쉬는 것, 입으로 말하는 것, 귀로 듣는 것, 손으로 만지는 것, 이 다섯 가지를 몸이 편안해하는 상태로 만들어주면 거기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이 변화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넘어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아침이 반갑고 발걸음은 가벼워지며 일의 능률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속이 편해지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유연해진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이 책의 구체적인 오감 치유법을 하나씩 따라 실천해보자. 어느덧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충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입과 코를 마스크 속에 가린 채 사는 하루가 일상이 됐다. 당장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야흐로 일년 중 하늘이 가장 청명하고 공기도 가장 상쾌하다는 가을이다. 그러나 감염병 팬데믹으로 공기를 날것으로 들이쉴 수 없다. 매 순간 답답함을 느낀다.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불사하고 전철을 타고, 길을 걷고, 노심초사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불결하게 느끼며 소독제를 꺼내고… 이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숨쉬는 것조차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어떤 상태가 되는지 익히 잘 알고 있다. 모두가 한 번씩, 혹은 지금도 겪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쉽게 화가 나고 참을성이 사라진다. 면역력이 저하되고 일에 집중도가 떨어지며 소화가 잘 안 된다. 피부에 트러블이 나고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많이 빠지고….

그뿐인가. 우울증, 공황장애, 기분조절장애 등 심리적 질병이 나타나는 것 또한 흔한 일이다. 몸이 보내는 이런 심각한 시그널 앞에 사람들은 그저 “스트레스 때문에 그래”라고 당연한 듯 말한다. 아니, 애초에 스트레스 받는 것 자체를 당연하게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대로 모르고 간과하는 것이 있다. 전쟁보다 위험하고 핵폭탄보다 무서우며, 총알보다 더 높은 확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라는 것을. 여기에 발가벗긴 채 노출되어 있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드시’ 이 스트레스로 가득 찬 마음을 비워내고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사실, 마음이란 것은 보이지도 않고 실체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정화시켜야 하는지, 어떻게 쉬게 해줘야 하는지, 또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고쳐야 하나 고민하면 더욱 어렵다. 그럴 때일수록 먼저 몸을 기분 좋고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마음으로 접근하면 훨씬 수월해진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다면, 그 마음을 다스리고 고치려 하지 말고 나의 시각, 후각, 미각, 청각 그리고 촉각을 정화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 더불어 인생도 함께 정화되고 저절로 다스려져 행복하고 건강해진다.”

<- 본문 중에서>




이 책 『눈.코.입.귀.촉』의 저자 박지숙은 “마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몸을 먼저 다스리는 것이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아무리 햇볕 산책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몸이 천근만근이고 움직이기 어려우면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화병을 운동으로 해소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지라도 무기력하고 통증이 있는 몸으로는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럴 때, 따뜻한 물과 향기로운 아로마 입욕제로 반신욕을 하여 몸을 충분히 이완시킨다든지, 가벼운 마사지로 긴장되고 굳어 있는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촉감이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이렇게 편안해진 몸은 즉각적으로 ‘좋은 기분’을 들게 한다. 모든 것의 실마리는 여기부터다. '오감' 치료다.

책에서 소개하는 치유법은 모두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첫 단계다. 그러고 나서 5주간의 마음 정화, 즉 오감을 하나씩 정화하고 치유하는 단계로 들어선다. 눈(시각과 관점), 코(후각과 호흡), 입(미각과 말), 귀(청각) 그리고 손과 몸으로 느껴지는 촉각의 순서다. 각각의 단계마다 함께 하는 스폐셜 페이지 ‘테라피 노트’에는 오감 정화를 실천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색 테라피’, ‘아로마 오일 테라피’, ‘호흡 명상법’ 등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실전 팁들이 가득하다. 감각의 경계선을 열고,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이해로부터 시작되는 이 구체적인 처방전을 따라 실천해보자. 어느덧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충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수영을 배워야 하고 자동차를 몰기 위해서는 운전을 배워야하듯,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도 그 방법을 알아야한다고 한다. 방법을 알고 그것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계속 연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쉬세요.’ 이런 말을 한번 이상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는 사람은?" 하는 반발심도 가져봤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내가 한숨지으며 들었던 저 말을 진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눈의 정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생각의 틀, 프레임이 중요하다고 한다.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그것이 가진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는 습관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주어지는 환경과 조건만으로 행복해지려 하기보다는 나의 관점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어 행복을 스스로 선택해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역시나 이 책에서도 ‘감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감사하는 마음은 꼭 필요한 행복의 비결인 것 같다.




코의 정화

이 부분은 ‘명상 호흡’과 ‘아로마 테라피’에 대한 내용이다.“ 아로마 테라피는 향기가 나는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여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방향 요법(p. 102)”이다. 저자는 아로마 디퓨저 가습기나 아로마 스팀, 반신욕, 마사지 오일을 이용해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아로마 오일 활용법을 알려준다. ‘에센셜 오일의 종류와 효과’에 관한 리스트가 책 뒷부분에 실려 있으니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여 마음을 쉬게 해주고 머리를 맑아지게 하는 명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명상의 가장 쉬운 방법은 호흡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왜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어야 할까요? 우리가 후회하는 과거, 그리고 불안하고 두려운 미래는 결국 지금 순간순간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지금 이 순간 무엇에 최선을 다할 것인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집중할 것인지, 지금 이 순간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은 무엇인지 매순간 최선과 집중을 다해야만 과거의 후회가 사라지고, 미래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과거였고, 또 지금 이 순간은 과거의 어떤 ‘지금’으로부터의 미래니까요.(p. 110)




입의 정화

내가 하는 말과 내가 먹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먹는 음식의 경우는 공복의 효과와 장건강에 관한 내용이다. 말에 있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을 잘 다스리는 핵심은 바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울해 죽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의 진짜 마음은 뭘까요? 우울이 사라지고 행복해지는 일일 겁니다.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모든 일이 다 잘풀리기를 바라는 것이고요. 그러니 “행복해지고 싶어요.”, “하는 일이 모두 잘되고 싶어요.”라고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p. 126)

그리고 눈에 이어 입으로도 감사와 축복을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도저히 긍정적이거나 감사함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내일 당장 집이 망하게 생겼어도 감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속없이 ‘잘될 거야’만 외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 잃었고 잃을 것 같은 순간에도 지금 나에게 있는 것, 아직 남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리고 그것에 감사함을 옅게라도 불러일으켜 보자는 것이죠.(p. 131)





귀의 정화

저자는 또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소리를 찾아 나쁜 소리들로부터 쌓여진 해로운 것들을 씻어주라고 조언한다. 일상의 사소한 소리들(아이들의 꺄르르 웃는 소리, 보글보글 국 끓는 소리 등)부터 자연의 소리까지 귀를 기울이면 아름다운 소리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고 말한다. ASMR이 유행했던 것을 보면 사람들은 이미 소리가 가진 치유의 힘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기도문이나 만트라를 소리 내어 읽으며 내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귀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본다면 기도나 만트라와 같이 꼭 종교적이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내가 원하고 바라는 희망적인 암시문을 스스로에게 들리도록 크게 말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찾아오는 내담자분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긍정 암시문을 써서 아침, 저녁으로 소리 내어 읽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라고 말씀드립니다."(p. 150) “내가 하는 말은 내가 제일 먼저 듣습니다”(p. 151)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를 위해 나에게 듣기 좋은 말, 긍정의 말을 해주어야 한다.





촉의 정화

어릴 때 배가 아프면 ‘엄마 손은 약손~ 00이 배는 똥배~’라는 노래와 함께 엄마가 배를 만져주어 거짓말처럼 나아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라 사랑이 담긴 어루만짐으로 인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통증이 완화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그러면서 만지고 안아주는 ‘촉’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동안 마음챙김, 자연치유, 긍정에 관한 자기계발서들에서 말하던 것들을 우리의 ‘오감’에 맞추어 다시 정리한 것이다. 각각의 감각을 정화하는데 추천하는 방법들이 간단하고 아주 작은 노력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라 따라 해보기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쉬어가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들이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박지숙


국내 ‘힐링’ 문화를 선도한 대한민국 대표 마인드힐링 전문가이자 기업명상 전문가. 동국대학교에서 ‘선(禪)심리치유’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의학전문대학원(Harvard medical school)에서 심신의학, 생활의학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힐링’이라는 말이 아직 상용화되기 전인 2007년, 이경제 한방병원과 협업하여 ‘카루나마인드힐링 연구소’를 개설하였고 소장으로서 본격적인 임상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유명 운동선수, 방송인, 정치인들의 개인 상담은 물론 국내 유수 기업의 CEO와 경영진, 관공서 장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코칭, 명상지도 등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카루나힐링’의 대표이자 국내 대기업체의 명상지도위원으로 임직원들에게 강연, 힐링캠프, 맞춤 명상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LGD 문경힐링센터’에서 오감 치유법을 적용한 심신치유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다.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대중들에게 힐링 문화를 본격적으로 전파하였다. 이후 대한민국에는 그야말로 힐링 붐이 일었고, 이는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가 자타공인 힐링 문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다.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제거한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카루나(karuna)’처럼 개인의 심신 건강과 치유를 돕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얼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인생의 소명이다. 저서로는 『살짝 미쳐가는 세상에서 완전 행복해지는 법』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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