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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 - 아부다비에서 찾은 인생이라는 사막을 여행하는 법
김지광 지음 / 청년정신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서적 분류상 '자기계발서'이다. 독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늘 자신을 갈고 닦는 책에 붙여진 '자기계발서'를 지금까지 정확히 헤아리지 않았지만 어림잡아 수십 권은 될 듯하다. 좋은 내용이라 판단되면 내용에 따라 실천하며 열심히 노력했다. 많은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대할 때부터 제목답게 '서두르지 말고, 쉬지도 말고' 삶을 살아가라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책을 펼쳐들자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책의 성격을 말해주듯 표지나 중간에 나오는 그림이 딱 에세이집이다. 지금까지 읽은 자기계발서와는 사뭇 분위기도 다르다. 물론 '자기계발서 쓰는 방법'은 따로 없다.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썼느냐'에 따라 편의상 하는 분류 기준이니까. 아마 책이 엄청 많은 데서 쉽게 찾기 위해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에서 분류한 것이리라.
누구든 살면서 매순간 선택하고 결단한 대로 실천하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자신이 택한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실천하기에도 더 힘이 나니까. 이 책을 읽다 불현듯 책을 내려놓고 독자 자신을 돌아본다. 저자가 자신의 선택에 관해 돌아보며 삶의 방향이나 선택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성찰하는 부분에서다. '나는 과연 내 선택의, 내 선택에 의해,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자신이 없다. '그렇다'라고 말하기엔. 일부는 그런 삶을 살았지만 대부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선택에 의해 살았기 때문에 결국 나를 위해 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결론을 미루고 읽어나간다.
이 책 『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는 한 공기업 간부가 날것으로 드러내 보이는 ‘욕망에 찌든 자화상’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진정한 성공, 행복,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반면교사의 글이다. 돈을 버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형, 선배 혹은 상사가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삶의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남들이 선망하는 기회를 잡았다. 자신의 능력이자 당연한 결과라고 믿었다. 승승장구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삶의 과정에서 필자는 좀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아부다비 사막의 원전건설 현장에 지원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좌절, 인생의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닥쳐온 시련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며 분노하고 원망하던 어느 날 사막의 별보다도 더 찬란한 한 줄기 빛을 통해서 지금까지 자신은 한 마리 낙타처럼 끌려다니며 살아왔을 뿐이라는 걸 자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에게 스스로 지적한 '공허함'을 간직한 채 읽어나가며 저자가 말하는 '낙타의 삶'이란 걸 알게 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항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어왔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독자도 이후 스스로를 다시 돌아봤을때 공허함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자신의 삶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다 썼으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저는 항상 남들이 가진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과 제가 가진 것을 비교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지 못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가지려고 했고,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발버둥쳤습니다. 그러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중략)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열망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의 욕망을 내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왔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들려줄 얘기에 대해 '저자의 말'을 통해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진심어린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해외 원전건설을 위해 중동 아부다비 사막에서 근무했다. 사막은 예상보다 더욱 뜨겁고 황량한 곳이었다. 그늘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타들어 가는 태양과 푹푹 빠지는 모래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모래폭풍에 눈조차 뜰 수 없는 사막에서 한 마리 낙타를 보았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짐을 진 채 눈은 젖어 있고 발은 부르터져 있는 낙타는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뿐이었다. 주인의 손에 이끌려 걷고 또 걷지만, 그의 곁엔 하늘과 모래뿐이다. 직장생활 23년차로 접어드는 시간 동안 나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짜여진 틀에 맞추어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서 무언가에 이끌리듯 여기까지 왔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전부였던 인생은 처음에는 꽤 괜찮아 보였고, 제법 많은 것을 이뤘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하루하루 바쁘게는 살았음에도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바빴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부족함은 더욱 커져만 갔고 짊어지는 짐은 더욱 늘어만 갔다. 사막에서 만난 그 낙타처럼.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인생에 진정한 사막이 펼쳐졌다. 평생 정상을 향해 오르는 인생을 살아왔던 나는 사막을 만나자 휘청거렸고, 방향을 잃고 흔들리더니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어느덧 굳게 닫혀버린 문 앞에서 후회하고 원망하며 좌절했다.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모든 길이 막힌 것만 같았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개척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위대한 승리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중략) 어쩌면 우리가 모두 '잘 만들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사막을 걷게 되면서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낙타처럼 천천히 걸어야만 함을 깨달았다. 사막의 낙타는 먼 곳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최대한 힘을 아껴가며 걸어가야 끝없는 사막을 건널 수 있다는 걸 낙타는 알기에, 달릴 수 있지만 달리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글은 일반적인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와는 거리가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 것 같지만 진정한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의 '자기 고백'이다. 그 부끄럽고 껄끄러운 고백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진정한 위로란 화려하고 거창한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먼저 내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누구나 지구만한 크기의 사연 하나쯤은 가슴 속 깊이 갖고 있는 법이다. 잊힐까 조심스러운 소중한 기억도 있지만, 키우고 싶어도 제대로 잊히지 않는 시간들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내 앞에 있는 모든 길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운명처럼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살아가고, 정해져 잇는 길을 것는 것은 온전히 나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끌려 다니고 정해진 대로의 삶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더 이상 진부한 옛 노래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떠나야 했다."(p. 68)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사막을 만나게 된다. 누구에게나 시련과 고통은 찾아온다. 그때 기억해야만 할 것은 나만 사막에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상처를 보듬고 견뎌내야 한다는 점이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그곳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이지만 동시에 잠시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잠시 오아시스를 만나 쉬어갈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오아시스를 나와 다시 사막을 걸어야만 한다. 지금 걷는 이 사막의 끝엔 또 다른 모습의 사막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기에 사막을 두려워하거나 사막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칠 필요가 없다. 순간순간 마주치는 고난과 시련에 좌절하고 흔들릴 이유도 없다.
흔들리지 않는 꿈을 꾸기 위해서는, 문이 닫히더라도 그 앞에서 춤을 추는 인생의 넉넉함을 가져야 한다. 문이 닫힌다는 건 한편으론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의미이고, 그건 축하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문을 열고 인생 본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잊지 않는 길을 향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것, 그래서 아직 못다 한 이야기를 채워 넣는 것,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말하려 하는 것이다.
이 책의 편집자의 이야기를 경청해본다. 저자의 삶이 왜 이야기가 되고, 책이 되는지를 편집자의 시선으로 판단한 것이다.
"모든 위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믿을 때 찾아온다. 아부다비 사막의 원전건설 현장에 지원해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달리던 필자는 갑작스레 닥쳐든 인생의 위기와 좌절을 겪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 상처를 주었던 많은 사람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그저 주인이 이끄는 대로 끌려갈 뿐인 낙타의 운명과 다를 바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절대 고독의 사막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별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기나 한지.’ 또한 숫자로 표시되는 경제적 성취와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하면서 남에게 보이는 성공에 매달릴수록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는 공갈빵처럼 오히려 삶은 공허했음을 절감한다. 행복이 성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는 깨달음과 함께 오늘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주인의 손에 끌려가는 낙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행복은 항상 내일에 존재하였으므로 내일의 행복이란 명분 아래 오늘을 희생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중략) 자를 대고 그린 듯한 2차선 직선 도로의 양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영화 <십계>에서 홍해 바다가 이렇게 갈라졌으리라. 가뜩이나 밤에 보이는 사막은 그 규모와 넓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이었다."(p. 128)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고 달성하는 것이 곧 능력이자 역량이고 여겼다. 그렇지만 그러한 목표가 이루어지더라도 만족과 감사보다는 더 큰 욕심이 어느새 단단한 요새로 자리를 잡았다. 남에게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에 가까운 것이라 여겼다. 만약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이 행복이라면, 나는 시간이 갈수록 훨씬 행복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성취하게 될수록 더 큰 낙심과 부족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p. 191)
독자는 저자가 특별한 경험이 많고, 가장 힘들 때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정도로 심신의 수양이 돼 있다면 훨씬 많은 내용이 가슴속에 담겨 있으리라 추측해본다. 아마 어떤 계기가 있으면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삶의 일부를 또 꺼내 독자들에게 보여주리라 믿는다.
저자 : 김지광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전력공사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공인노무사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계약, 노무, 해외 원전건설 업무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순조롭고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원전건설을 위해 중동 땅 아부다비 사막 한가운데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늘 하나 없는 사막은 생각보다 뜨겁고 황량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삶의 과정에서 그러한 사막이 펼쳐졌고, 눈조차 뜰 수 없는 모래폭풍을 만나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는 길을 잃고 만다. 하지만 모든 고난에는 뜻이 있으며, 상처 없이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열망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의 욕망에 삶을 낭비하고 왔음을 알게 되었다.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가슴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로 마음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에 가치를 보태는 일을 하고자 결심했다.
사막이 아니었다면 발견할 수 없었던 의미와 가치를 통해 지금 인생의 사막 위를 걷고 있는 이에게 따뜻한 용기와 희망의 말을 건네고 싶어 한다. 혼자만 사막을 걷는 것이 아니며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 이 다시 시작됨을 알고, 그 길 위에서 새로운 꿈과 도전을 안고 걸어가게 되길 소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