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 Vol. 3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K. 본 지음, 피오나 스테이플스 그림,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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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권을 읽은 감상은 "그저 그랬다."

별로 특별할 것 없었고, 특히나 세련되지 못한 캐릭터 디자인들이 맘에 안들었다. 

하지만, 데셍이 안정적이며 표정 묘사가 좋은 작화와 복잡한 설정을 마치 양념처럼 중심적인 서사 부근으로 툭툭 흩뿌리는 스토리 텔링이 인상적이었다. 


2권에 접어들어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복잡한 설정들이 중심 서사와 어우러지면 캐릭터가 힘을 얻고, 내러티브가 풍성해지면서 한결 흡입력이 생겨났다. 

2권을 읽은 감상은 "어라, 이것봐라." 였다. 

3권은, "하악하악, 짱인데!!! "


"랜드폴" 은 일종의 행성 연방이다.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공화정과 공화국 수도 코러스칸트를 연상하면 쉬울 것이다. 

랜드폴 연방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랜드폴 행성은 진보한 문명과 과학을 바탕으로 그 세력을 우주 만방에 떨치는 강대국이었고, "날개족" 이라는 인류가 살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날개를 한 쌍 씩 달고 태어난 랜드폴인은 날개의 크기와 힘에 따라 그걸 써먹어 날아다닐 수도 있었고,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한사람인 '알라나' 처럼 너무 작고 약해서 쓸모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종족들은 이들을 쉽게 "날개족" 이라고 불렀다. 

랜드폴은 현재 로봇 왕국이 장악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통치는 안정적이고 진보적이었다. 왕정의 형태였지만, 공정하고 평등했기에 랜드폴은 태평성대를 이뤄나갔다.   


한편, 랜드폴 행성의 궤도를 도는 위성 "리스" 는 자연을 보전하고 마법과 예언, 조상을 숭배하는 뿔 달린 인류가 살고 있었다. 

과거에 리스에서 기반한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랜드폴 행성과 군사적 충돌을 야기했다. 이후로 리스의 뿔 달린 종족은 "달(月) 것" 이라는 비하섞인 호칭을 얻게 된다. 

랜드폴 행성과 리스 행성을 오가는 대규모 군사행동은 양 쪽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었다. 

실제로 리스 행성은 랜드폴 행성의 궤도를 도는 행성으로 만약 소실되기라도 한다면 그 여파는 랜드폴 행성에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었다. 

결국 전쟁은 랜드폴 연방의 다른 행성으로 번져 대리전 향상으로 변해갔다. 

(역시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분리주의 연합이 공화국 연방의 행성들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공화국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하고, 공화국에서 파견한 제다이들이 그 음모를 분쇄하는 내용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 오랫동안 전쟁중인 랜드폴과 리스의 젊은 군인 남녀, 마르코와 알라나가 허름한 집안 어딘가에서 아기를 낳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랜드폴 사람의 특징인 날개와, 리스 사람의 특징인 뿔을 모두 갖고 태어난 아기. 



이야기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 스페이스 오페라, 과학, 마법이 뭉뚱그려져서 처음 인상은 자못 '괴랄'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우주 세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랄 수 있는 마르코와 알라나가 힘겨운 사랑의 결실을 맺는 내용이 아니다. 

작품의 시작부터 이미 마르코와 알라나는 아슬아슬한 연애의 결실을 맺은 상태. 

문제는 두 남녀의 소속 행성들이 아직도 전쟁중이며, 이 두 커플을 환영할 만한 곳이 그들이 속한 우주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환영은 커녕 랜드폴 행성측은 이 '연놈' 들을 잡아오라고 황자를 급파하고, 리스 행성측은 이 '연놈' 들을 잡아 죽이라고 '프리랜서' 라 불리는 킬러를 보내 놓은 상황. 

마르코와 알라나는 리스인들의 고대 마법 우주선(?)을 타고 간신히 우주공간으로 도피하고, 그 와중에 마르코의 부모님이 합승하게 된다.

알라나는, 팔자에는 있을지 모르지만, 외국어 사전에는 결코 없을 '시집살이' 를 하게 생긴 것이다. 

랜드폴의 황자와 무시무시한 킬러 프리랜서의 추격을 받으면서 말이다. 심지어 갓난쟁이까지 돌봐야 하니!! 

뿐만 아니라 마르코의 옛 애인까지 쳐들어와 깽판을 치니, 이거 엎친데 덮치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야기의 거대한 스케일과 달리 에피소드들은 생각보다 소소하다.

장쾌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기대했지만, 주말 드라마의 느낌이랄까.

마르코와 알라나의 소소한 갈등부터 부모님들과의 갈등, 오해, 풀림 등이 쏠쏠한 즐거움을 준다. 

꽤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모든 이야기의 포인트는 결국 연애와 가족 이야기 아니겠는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도 충실하고, 판타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와중에도 그 포인트를 잃지 않는다. 

단 세권 사이에 갓난쟁이 아이를 갖게 된 이 초보 엄마 아빠는 몇번이나 싸우고 화해하며 목숨이 다급한 와중에도 서로의 미래를 걱정하고, 또 사랑을 나눈다.  

3권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이야기의 화자인 마르코와 알라나의 딸 헤이즐이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과연 또 이 험난한 여정 속에서 이 가족은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이러고 저러고 지지고 볶고 사랑하겠지만, 앞으로의 이야기가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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