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웨이트 트레이닝 아나토미 - 신체 기능학적으로 배우는 보디웨이트 트레이닝
브레트 콘트레이레즈 지음, 권만근 외 옮김 / 푸른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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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경. 한 친구가 "같이 헬스장 다닐래? 엉덩이가 올라붙으면 여자들한테 인기 짱먹어!!! "  라고 나를 꼬셨더랬다. 
마침 아르바이트를 하던 PC방 옆 건물 꼭대기에 자그마한 헬스장이 생긴 직후였고, 마침 알바로 돈도 벌고 있었고, 군대를 갈 계획으로 휴학도 하고 있어서 큰 고민 없이 헬스장을 1개월 등록했더랬다. 
처음 잡았던 쇳덩이의 감촉과 다음날 온 몸 가득 느껴지던 충만한 근육통은 그 뒤로 10여년간 내 삶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몸짱과 PT가 널리 퍼지기 전이었지만, 운 좋게도 헬스장을 막 오픈한 관장님은 부상으로 은퇴한 선수 출신의 젊고 의욕 넘치는 분이셨고, 심야 알바를 마치고 매일 아침 9시에 찾아와 11시까지 머물다 가는 나 역시 무엇이든 한 번 빠지면 최대한 연구하고 공부하는 타입이었기에 우리는 꽤나 죽이 잘 맞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몇가지는 

"헬스장에 와서 운동하는 시간동안에는 절대 앉아서 쉬지 마세요. 쉬더라도 서서 돌아다니면서 쉬세요. 기구 위에 계속 앉아있지 말아요."

-우리 몸에는 스위치가 있어서 몸이 운동 버전과 휴식 버전으로 바뀌는데, 그 과정이 무척 길다.
운동을 시작한지 최소한 20~40분이 넘어야 신진대사가 운동용으로 바뀐다. 에너지 소비와 근육 활용의 효율이 변하게 되는데, 웨이트 운동의 경우 중간중간 앉아서 쉬어버리면 그 변화 단계가 훨씬 길어질 수 있다. 똑같이 1시간을 운동해도 기구 위에서 앉아서 쉰 사람들은 쉬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운동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운동하는 내내 끊임없이 몸에게 운동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줘야 한다.

"바를 잡을때는 꽉 잡아요. 쇳덩이에 손가락 자국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아주 꽉 쥐어요." 
-바를 그저 꽉 쥐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근육들은 잔뜩 긴장하여 팽팽하게 팽창한다. 주먹을 꽉 쥐는 행위 자체가 뇌에게 신호를 보내 일종의 준비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바를 꽉 움켜쥐는 동안 내가 운동할 부위의 근육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어떻게 움직일지 그려보며 완벽한 준비자세를 가져라.

"머릿속으로 운동하는 부위의 근육을 그려봐요. 근육이 움직이는 원리를 파악해요."
-모든 운동에는 생리학적 원리가 있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적확한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실제로 만성적인 부상이 올 수 있다. 그런 적확한 자세를 위해서도 근육과 관절의 원리를 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호흡법이나 허리의 플랭크 유지, 점진적 증강, 고반복과 저반복 등 정말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위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 세가지를 완벽히 이해하고 적용시키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처음 운동을 시작한 6개월 이후 나는 군대에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부터 수년간은 운동을 봐줄 트레이너나 친구 없이 나홀로 운동족이 되어 중량에 집중하고 나쁜 습관들이 몸에 익어버렸다. 대표적으로 벤치 프레스를 150kg 가까이 들게 되었는데, 사실 등과 삼두, 어깨가 엄청나게 개입된 리프팅에 가까운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었다. 가슴에 집중이 하나도 안 되었던 것이다.

몇 년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야 지금은 트레이너가 되어 만나뵙기 힘든 몸이 되신 운동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가 PT자격증을 위해 보디빌딩을 공부하는 것을 보며 함께 여러 책을 보고 운동법과 영양섭취 등 많은 것들을 나누며 나쁜 습관들을 고쳐나갈 수 있었다.
그 때 읽었던 여러 책들 중에 정말로 도움이 되었던 책들은 사진이 아닌 그림이 들어있는 책들이었다. 
무슨 의민고 하니, 미끈한 모델들이 나와 운동 장면을 시연하는 사진이 잔뜩 들어있어, 운동 관련 서적인지 몸짱 화보인지 알쏭달쏭한 그런 책들이 아니라 근육의 생김새와 관절의 움직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일러스트로 해부도와 같은 책들 말이다. 
그러한 부류의 책들은 대부분 '해부학' 이라는 의미의 '아나토미' 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처음에 배웠던 웨이트 트레이닝의 가장 중요한 기본을 되살려 주는 데에 정말 큰 역할을 했다.  
 
이 책 [보디웨이트 트레이닝 아나토미]는 당시 내가 즐겨봤던 그러한 부류의 책들과 같다. 
당시에는 다른 출판사의 [근육 운동 가이드] 와 같은 출판사의 [보디 빌딩 아나토미] 를 외울 정도로 즐겨봤더랬다.

[보디웨이트 트레이닝 아나토미]는 어떤 관점에서는 그런 기본 운동법들에 대한 책들보다 수준이 좀 더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덤벨이나 바벨, 머신을 이용한 운동법이 전혀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집 안에서. 좁은 공간 안에서 체중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운동들만 가득 실려있는데, 아주 쉬워 보이는 운동부터, 상당히 하드코어한 훈련까지 폭넓게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 홈트레이닝을 쉽게 생각하는데, 사실 홈트레이닝이야말로 정말 고급 스킬을 필요로 한다. 체중 부하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그 체중은 완벽하게 활용하는 스킬 역시 상당히 고급스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에 실려있는 운동법들은 '크로스 핏'과 FMS로 대표되는 펑셔널 트레이닝부터 전통적인 피지컬 트레이닝까지 고루 적용시킬 수 있는 훌륭한 운동들이다.  
각 부위별로 5~8가지의 운동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책 안에서 1~4로 운동 레벨이 정해져있고 응용법들도 실려있다.
무엇보다 자극되는 근육의 모양새가 일러스트를 통해 상세히 설명되고 있어 무척 보기가 편하다. 
사실 이런 운동법들은 실제 선수들이 여행중이거나 체육관이 없는 지역에 가게 되었을때 좁은 호텔방 안에서 한 '알짜배기' 운동법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말 고급 기술이지만, 사실 굉장히 쉽고 부상 우려도 적은 너무 좋은 운동들인 것이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최근 크로스 핏 바람이 한국에도 불면서 펑셔널 트레이닝- 즉 기능적 요소를 극대화시키는 운동법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 머슬업에 중심을 둔 전통적인 피지컬 트레이닝과 펑셔널 트레이닝에 대한 토론은 꽤나 예전부터 있어왔다. 인터넷을 통해 장미란 선수의 스쾃과 세계적인 보디빌더인 필 히스의 스쾃을 비교하며 효용성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곤 했던 것이다.
물론 사람들 각자의 목적에 따라 자신이 필요한 것을 하면 되지만, 기능에 초점을 둔 펑셔널 트레이닝은 전문가들을 위한 훈련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전문적인 펑셔널 트레이닝들 중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생활 안에서 보이는 평범한 소품들 - 덤벨, 바벨, 심지어 케틀벨 따위도 등장하지 않는다! - 을 이용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유용한 운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몇가지 소개하자면,


이런 식으로 왼쪽 상단에 운동의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고,
친절한 안전수칙도 빼먹어서는 안된다. 견고한 탁자, 카펫. 
참고로 운동의 난이도는 운동이 힘들고 힘들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근육에 적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운동법 자체의 난이도를 말한다. 



수 많은 삼두 운동 중 나도 결코 빼먹지 않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생각보다 쉽지만, 생각보다 어렵기도 한데, 팔꿈치가 벌어지는 것을 최대한 제어하며 반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관절의 모양과 근육의 원리가 상세히 그려져 있다.






집에 봉 하나쯤은 있잖아요???
없으면, 안하면 된다. 부위별로 여러 운동들이 충분히 소개되어 있다.



이건 정말 제대로 하고나면 눈앞에 별이 보인다.
척추 기립근과 힙을 위한 완벽한 운동. 
운동 난이도는 레벨 1!!! 무척 쉬운 운동이지만, 정말 힘든 운동.
개인적으로는 데드 리프트보다 힘들다고 생각한다.




펑셔널 트레이닝의 대표처럼 되어버린 운동.
실제 레슬링 선수들이 빼먹지 않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분들은 허리에 고무밴드를 감고 엄청 큰 타이어를 달고 엄청난 속도로 기어다니시더라. ㄷㄷㄷ 맨몸으로 마루를 한바퀴만 돌아봐도 이 운동의 효용성은 실감할 수 있다. 


 


이렇게 워크시트도 들어있고, 이론적인 설명도 적당한 양이 알맞게 실려있다.
밸런스가 무척 좋은 책이다.

 22000원이라는 가격이 약간 부담스럽지만, 종이 질이 좋고 일러스트의 완성도가 높다.
이런 책들은  평생 곁에 두고 수백번 펴볼 가치가 있는 책이기에 책의 만듦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능에 비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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