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미츠 Vol.2 : 국토안보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밀러 지음, 이규원 옮김, 브라이언 힛치 그림 / 시공사(만화)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엔터테인먼트의 강국인 일본과 미국의 '만화' 컨텐츠 활용법은 사뭇 다르다.

일본에서는 한 만화가 큰 인기를 끌면,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등을 제작한다. 매체의 특성상 전체 스토리가 압축되거나 생략되는 경우는 있겠지만 이야기의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게 다른 매체로 '이식' 된다. 일본의 만화 구매층은 내용은 같지만, 각기 완벽히 다른 작품이라고 인식하고, 각기 그 매력을 만끽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만화를 같은 내용으로 다른 매체로 이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파이더맨' 이나 '아이언 맨' 과 같은 영화들은 그래픽 노블을 기반하고 있지만, 단지 '모티프' 에 불과할 뿐이다. 영화는 영화대로, 그래픽 노블은 그래픽 노블대로 '캐릭터' 를 재해석한다. 때문에 같은 주인공을 여러번 등장시켜서 매번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도 미국의 관객들은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스파이더맨' 같은 경우도 이미 1편부터 3편까지 나왔지만, 관객들은 완전히 새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을 큰 위화감 없이 '새로운 시리즈' 라고 받아들인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이런 새로운 시리즈에 '리부트REBOOT' 라는 개념을 설명하게 이해시켜야 하지만, 여전히 위화감이 남는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의 만화도 캐릭터 중심이고, 미국에서도 캐릭터 중심이지만 이야기를 대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일본 만화는 캐릭터 중심이지만, 연속된 긴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를 드러내고, 미국에서는 단막으로 끊어져 있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즉, 일본 만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지만, 미국 만화는 기본적으로 그렇지가 않다. 가끔 에피소드를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문화의 수많은 스토리들은 옴니버스형식을 기반한다.

 

지금 소개할 [얼티미츠] 라는 작품 또한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어벤저스] 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영화와 스토리적인 연관성을 찾는다면 제대로 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에 정식 발매된 [아이언맨: 익스트리미스] 나 [시크릿 워][시빌 워] [토르] 등의 작품들과 스토리의 접점은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얼티미츠] 에 등장하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배경 지식들을 깡그리 잊고, 새로 접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딱 2권짜리 [얼티미츠] 를 충분히 즐긴 뒤에, 다른 작품에 등장한 캐릭터들과의 차이점이나 연관성을 찾으면 더욱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얼티미츠]는 히어로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제법 냉소적이다.

아이언맨은 기존의 다른 시리즈에서처럼 백만장자에 천재이지만 재수없고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졸부로 그려지고, 토르는 자연주의자 사기꾼, 캡틴 아메리카는 시대에 뒤떨어진 고지식한 군인, 헐크는 제어 불가능한 폭탄처럼 다뤄진다. 쉴드의 수장이자 사뮤얼 잭슨과 굉장히 비슷하게 그려놓은 캡틴 퓨리는 음흉한 속내를 지닌 정부 고위급 관료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작가가 히어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팀이지만 좀처엄 융화되지 않고 애초에 각자의 이익을 위해 모였기 때문에 물과 기름처럼 서로가 둥둥 떠있을 뿐이다.

그나마 1권에서 헐크가 폭주하는 대사건이 생긴 이후로 서로가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하고, 지구에 오랫동안 잠복해있던 차타우리와의 2권에 접어들며 각 캐릭터들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역시나, '말 안듣는 것들은 헐크가 패주면 됨'. 이라는 사실은 [얼티미츠] 에서도 여지없이 증명된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영화 [어벤져스] 보다 좀 더 나은 편이다. 특별히 캡틴 아메리카에게 이야기의 포커스가 집중되어있긴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역할도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잘 분산되어 있고, 매력들도 잘 드러나 있다. 사건의 인과 관계나, 캡틴 아메리카의 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연관되는 부분의 드라마는 상당히 잘 표현되어있다. 물론 화려한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탄탄한 뎃셍의 작화도 대단히 멋지다. 

 하지만, 역시나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미한 미국 그래픽 노블의 블록 버스터급 프로젝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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